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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7

       *** ***

         

       완고하게 진법을 제공하길 거부하던 서문연.

         

       서문연은 현재 우리 일행이 처한 상황을 깨닫더니 화를 내며 진법을 전수해주겠노라 말했다.

         

       겉으로는 혈교의 위험에 맞서는 우리들의 무모함을 타박하는 듯 했지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

         

       어떤 점이 서문연의 속내를 건드렸을까.

         

       그런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치밀어 올랐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진법.

         

       후회하지 말라 엄포를 놓은 서문연의 태도를 보아 서문연이 제공할 진법은 큰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좌도와 우도의 차이는 아는가?”

         

       “남들 아는 만큼은 압니다.”

         

       “설명해라.”

         

       우도는 수행파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힘을 얻어가는 쌓아가는 길.

         

       반면 좌도는 보통 힘을 쌓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는 채음보양이나 흡기, 흡혈 등을 논할 수 있겠지.

         

       내 설명에 서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인들은 그러한 기준으로 좌도 우도를 나누겠지만 진법사들은 그렇지 않다. 진법사들은 스스로가 깨우친 이치만으로 진법을 그리는 자들을 우도. 그리고 진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자를 좌도라 부른다.”

         

       “이렇게 길게 설명한 것으로 이미 깨달았겠지만 나는 그런 좌도에 속하는 자다. 단순히 방위를 지키며 기운을 보내는 방식뿐만이 아니라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그대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겠지.”

         

       서문연은 마지막 경고라는 듯이 나와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진법을 전수받을 것인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행들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니까.

         

       “각오하겠습니다.”

         

       여일예를 필두로 한 사람씩 고개를 끄덕였다. 흑묘. 여일예. 혁기린. 독고이설. 그리고 당도연까지.

         

       나를 위해 미지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일행들을 보고 있자니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서문연은 우울한 안색으로 나와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나와 일행들이 여기서 겁먹고 물러나길 바랬던 것일까.

         

       “그렇다면 좋다.”

         

       마지못해 결심을 굳힌 서문연.

         

       서문연은 미련 가득한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착착 진법을 만들어갔다. 나와 일행들을 진법 위에 세우고 무언가를 시험하고 당소열에게는 여러 각문이 적힌 도구들을 계속해서 만들게 시켰다.

         

       각문으로 뒤덮힌 갑주에 머리띠, 각반, 아대까지.

         

       그야말로 온몸에 각문을 두르게 되었지만 나나 일행이나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그렇게 각문을 온 몸에 두르고 있노라면 내 뇌륜의 흐름에 간섭하는 모종의 힘이 느껴졌으니까.

         

       이 징조가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었지만 진법을 목표로 움직인 이래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던 우리들에게는 이런 사소한 변화조차도 기뻤다.

         

       “최소한의 기틀을 잡았구나.”

         

       그렇게 추가 조정을 하던 서문연의 선언이 떨어졌다.

         

       “삼재진을 펼쳐보도록.”

         

       서문연의 가옥 앞.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서 나를 포함한 여섯 명이 삼재진을 이루었다. 각문이 새겨진 장비들을 잔뜩 챙겨 입은 우리들은 긴장한 안색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갑니다.”

         

       진법의 흐름은 혁기린으로부터 시작했다.

         

       힘의 크기부터 성질 그리고 경지까지 고려해보면 혁기린부터 시작하는 편이 가장 수월했으니까.

         

       혁기린. 흑묘. 그리고 나로 이어지는 기의 흐름.

         

       아직 진법의 초입이었던만큼 어렵지 않게 받아내 흘려낸다. 나는 그런 기의 흐름을 쫓았다. 기의 흐름은 당도연으로 이어지고 당도연은 여일에에게로 여일예는 독고이설에게 기운을 보냈다.

         

       그리고 독고이설은 다시 혁기린에게로.

         

       한번의 순환을 마친 기운.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이미 진법을 구성하는 모든 이들의 기운이 중구난방으로 섞여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진법에 흐르는 기운을 늘려야 하는 상황.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계속해서 실패해왔다.

         

       기를 더하며 순환시키야 하는데 중구난방으로 흐르는 기를 순환시키기 벅차 더하지 못하거나 기를 더하려다가 더 많은 기를 흘리거나.

         

       전력을 발휘하기는 커녕 일행들이 힘을 조금만 발휘해도 진법의 균형이 마구 박살나기 일쑤였다.

         

       과연 이번에는 다를까.

         

       “음!”

         

       모든 일행의 기운을 받아낸 혁기린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흑묘에게 기운을 보냈다. 흑묘 역시 혁기린을 바라보며 기운을 나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 기운을 받는 순간.

         

       나 역시 나도 모르게 흑묘를 바라보았다.

         

       이런 느낌을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사전에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손발이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내 머릿속에 이내 지금의 상황을 표현한 알맞은 문장이 떠올랐다.

         

       이심전심(以心傳心).

         

       진법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기운을 받아내기 위해 투자하는 상황이었지만 기묘하게도 흑묘가 친밀하게 느껴졌고.

         

       지금까지 그저 모든 기운을 슬금슬금 얼리기만 했던 구음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스스스스!!

         

       참으로 기묘한 감각이었다.

         

       일행들과 함께 진법 연습을 한 지 3주. 그 3주간 정말 열심히 진법을 수련했지만 이 정도로 크고 안정된 기운을 받은 적은 없었다.

         

       혁기린의 안정적인 기운. 모든 것을 슬금슬금 얼려버리는 흑묘의 구음기. 폭발할 땐 모든 기운을 헤집어버리는 주제에 평소에는 물에 뜬 기름처럼 구는 내 뇌기. 모난 곳은 없으나 그 기운의 크기가 거대한 여일예. 조화 대신 이리저리 숨는 것을 택하는 당도연의 기운. 그리고 협조성없이 난폭한 독고이설의 기운까지.

         

       곧 죽어도 하나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이 진법의 길에 담겨 있기는 했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흑묘의 구음기. 당연히 방금 더해졌으니 문제가 되겠지. 나는 날뛰는 구음기를 다독였다.

         

       놀랍게도 구음기의 흐름이 안정되었다.

         

       “와.”

         

       내가 취한 행동이었지만 놀라 감탄사를 터트렸다.

         

       내가 약간이나마 구음기를 다루었다니?

         

       타인의 기를 다룬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진법이 괜히 어려울까.

         

       누누이 말했지만 기는 곧 사람의 본질.

         

       같은 무공으로 형성된 내공일지라도 결국 내공은 비슷한 성질일 뿐 완벽히 같은 성질이 될 수 없다.

         

       동일한 가르침을 따르더라도 기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관이 섞일 수밖에 없으니 비슷한 기운일지라도 다루는 데 애를 먹는 것이다.

         

       비슷한 기운임에도 그리 애를 먹는데 다른 기운이라면 어떨까.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구음기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음에도 구음기를 다루는 데 성공했다.

         

       흑묘와 마음이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과 관련이 있을까.

         

       이게 바로 서문연이 준비한 수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뇌기를 더해 당도연에게 기운을 흘린다. 당도연 역시 움찔하며 받아낸 기운을 다시 던진다.

         

       한 순배가 다시 흘렀다.

         

       두 번을 채 잇지 못했던 삼재진의 흐름이 네 번 다 섯번 까지 이어진다.

         

       터무니없는 성과에 일행의 얼굴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어쩐지 그 감정이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느껴졌다.

         

       여섯 번째 순환.

         

       흑묘와 시선이 마주쳤다.

         

       딱히 말히 통하지 않았음에도 이 이상 흐름을 이어나가는 것은 무리라는 흑묘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었다. 확실히 이 이상은 무리일까.

         

       진법의 기운도 상당히 불어났고 근본적으로 형형색색의 내공의 섞인 탓에 진법 속에서의 불협화음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

         

       구음기를 건드릴 수 있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개입이 가능한 정도. 다른 이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였을테니 이 이상 진법에 기운을 담는 것은 힘들겠지.

         

       그렇기에 나는 그 기운을 내 몸에 휘감았다.

         

       혁기린, 흑묘, 나, 당도연, 여일예, 독고이설의 기운이 내 검의 지휘에 따라 쏟아진다.

         

       제대로 된 힘의 전달은 커녕 간신히 방향성만 맞춘 일격.

         

       콰아아아아아!!!

         

       각각의 기운들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져 나온다. 제어는 엉망이었지만 그럼에도 힘의 크기가 크기인지라 매서운 와류가 전방을 휩쓸었다.

         

       나는 짜릿한 감각에 휩싸였다.

         

       고작해야 삼재진일 뿐이다.

         

       그저 아무 이치도 없이 옆 사람에게 내공을 전달해 정직하게 힘의 크기를 불려나갈 뿐이고 그렇게 모은 힘에 아무 기교도 더하지 않고 그저 쏟아내는 기초 중의 기초.

         

       그러나 일행들과 함께 진법을 목표로 한 이래로 거둔 첫 결실이었으니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해냈습니다!!”

         

       환호성을 터트리며 폴짝이는 혁기린을 중심으로 일행이 절로 한데 모여 기쁨을 나누었다. 일행의 눈에 넘실거리는 기쁨이 어느 때보다도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

         

       나에게 기운을 건네주는 흑묘와 이어진 느낌이 가장 강렬했을 뿐 일행이 전해오는 기운을 받으면서도 조금씩 마음이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근거 없는 막연한 감 뿐이었지만.

         

       일행 모두는 진법이 성공을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랬고 모두가 이칠단결하여 힘을 내 그 공통된 목표를 성취했으니 그 기쁨이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대립이 심하던 여일에와 독고이설까지도 서로 마주보며 기쁨을 나누고 있었으니 말 다한 셈이었다.

         

       서로 그렇게 기쁨을 나누고 있을 때 서문연이 다가왔다.

         

       “진법사님!”

         

       “성공했습니다!”

         

       “그래. 기초는 떼었다.”

         

       기뻐하는 일행들 사이에 섞여 나 역시 포권을 해 보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어떻게든 갚겠습니다. 필요하신게 있으면 뭐든 말씀하시지요.”

         

       서문연은 묘한 표정으로 나와 일행을 바라보았다. 떨떠름하다고 해야 할 서문연의 표정에 내가 너무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꾼 것이 아닐까 싶어 민망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인사치례는 모든 것이 끝난 뒤에 받지. 난관은…이제부터 시작이고 그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아닐지도 모를 일이니까.”

         

       나에게도 일행에게도 오늘의 성공은 놀라운 것이었지만 서문연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었을까.

       

        서문연은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다음 목표를 입에 담았다.

         

       “덕지덕지 바른 각문은 줄여나갈 것이고 합격진 역시 제대로 된 이치를 품은 것을 익혀야 할 것이야.”

         

       “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느낀 그 감각이다.”

         

       “아…”

         

       “역시 착각이 아니었군요.”

         

       역시 일행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인지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말 대단한 감각이었습니다! 마치 마음이 통하는 듯한…!”

         

       혁기린이 감상을 내뱉자 서문연은 안색을 한층 더 굳혔다.

         

       기쁜 와중 그런 서문연의 모습과 의미심장한 말이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았던 감각은 무언가 부작용이나 휴우증이라도 있는 것일까.

       일부러 부작용을 숨길 사람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확인 정도는 해봐야지.

         

       이런 분위기에 그런 주제를 꺼내고 싶지는 않으니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예! 물론입니다. 어째 다른 분들과도 더 친밀해진 느낌이 드는군요!”

         

       일행을 휙휙 돌아보던 혁기린이 나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나 역시 혁기린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라 마주 웃어 주었다.

         

       비단 혁기린 뿐만이 아니라 일행 전체와도 가까워진 느낌.

         

       “…제대로 된 합격방진의 뼈대를 세우는 일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그 감각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도록.”

         

       “예!”

         

       서문연은 경고하듯이 우리 일행에게 진중하게 생각해 볼 것을 강조했지만 나를 포함한 일행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우린 모두 들떠 있었으니까.

         

       새로운 감각. 눈에 보이는 성취까지. 아까의 여운을 온전히 갈무리하지 못했으니까.

         

       “이제는 진법의 운행법을 익히도록 하지.”

         

       서문연이 새 진법을 들고 올 때까지 우리들은 그저 기대에 부풀어 올라 있었고.

         

       진법 수련은 우리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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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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