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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7

   천족.

   신계에서 지내던 어느 한 신이 창조한 이후.

   여러 과정을 통해 번성하여 신계에서 많은 종족 중 하나.

     

   그들의 타고난 힘은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신계는 중간계보다 자원적 요소가 풍부하다.

     

   태어날 때부터 신계에 잔뜩 퍼져 있는 신기를 머금고, 자라나는 그들은 인간 기준 평균적으로 모두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러 있다.

     

   그리고 그중 자신을 갈고닦은 이들은 더 나아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는 이들도 더러 있다.

     

   인간으로서는 경악스러울 지경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천족의 기준일 뿐.

     

   그들은 결국 신들 앞에서는 한낮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신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들은 창조된 시점부터 이미 신기를 지니고 탄생한다.

     

   인간과 천족 사이에 존재하는 아득한 차이와 같이.

   신과 천족 사이에도 아득한 영역의 차이가 났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결국 천족이란 신에 의해 탄생한 종족.

     

   창조한 신이 천족을 신을 넘어설 수 있도록 설계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창조주인 신은 이미 오래전에 여러 사정을 통해 소멸했다.

   신계에서 천족을 지켜줄 만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들은 개인주의에 베풀 줄 모르는 오만함을 지닌 자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러니 주인 없는 천족은 철저하게 신들에게 착취당했다.

   괜히, 천족이 신들의 노예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부당한 삶에 불만을 가지는 천족들도 하나둘 생겨났다.

   언제까지고, 신들에게 착취당하기만 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그러니 천족들 중 몇몇이 신에게 도망치기 위해 집단을 하나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가이샤다.

     

   그런 지금.

   가이샤의 일원인 리지스는 황당한 광경을 보고 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금색의 눈이 인상적인 그녀는 흰색의 날개 귀를 드러낸 채 멍한 얼굴을 하였다.

     

   그건 다름아닌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신들이 전부 무릎을 꿇은 채 한 사내의 앞에서 추궁당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게 대체.’

     

   리지스가 고개를 들어 신들을 꾸중하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들어올 때는 잿빛의 머리였지만 지금은 검푸른색의 머리카락이 된 사내.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언뜻 신들과 비슷하게 느껴졌지만, 그 본질이 다른 것 같았다.

     

   ‘분명 신은 아닌 거 같은데.’

     

   리지스는 사내가 등장하자마자 느껴졌던 압박감을 다시금 떠올렸다.

   그때 당시에는 중급 신이라도 등장한 줄 알아 아연실색해졌다.

     

   가이샤를 잡아대는 신들에 의해 동생을 잃고, 분노로 눈이 돌아가 무턱대고 황색 평야 연회장을 쳐들어오긴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몰려 있던 하급 신들에 의해 궁지에 몰렸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사내는 하급 신들을 연회장에 오히려 가두더니, 그들을 하나하나 때려잡아 제압했다.

     

   하급신들 중에서는 반항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지만, 사내는 그들을 본보기로 소멸까지 시켜 버렸다.

     

   그것을 보고, 하급 신들은 모두 반항을 멈춘 채 사내의 말을 따랐다.

   괜히 그에게 밉보여봤자 소멸할 뿐인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신들에게 있어 소멸이란 가장 두려운 것이다.

   윤회라는 영혼의 회전 속에서조차 존재하지 못하고,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끝없는 공포다.

     

   물론 신들은 대부분 쉽게 소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더욱 리지스는 의문이었다.

     

   ‘저자는 뭘까.’

     

   뭔데 저토록 손쉽게 신들을 소멸시키는 걸까.

   게다가 신들을 소멸시키면 시킬수록 사내는 명백히 더 강해지고 있었다.

     

   ‘생김새만 본다면 중간계에 있다던 인간과 비슷한 것 같은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니들은 모른다는 거네.”

     

   그러는 사이, 사내가 답을 전부 들었는지 혀를 찼다.

     

   그는 하계문을 연 이가 누구인지 알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여기 있는 신 중 그에 관해 알고 있는 신은 없었다.

     

   전부 오늘 각자 알고 지내던 신들의 말을 통해 하계문이 열릴 테니 대기 하라는 말을 듣고, 대기했을 뿐이었다.

     

   정보를 알아내려면 하계문으로 가라 하였던 신들을 찾아가야 하는데.

   그들조차 모를 거라는 게 대다수였다.

     

   하계문 정도 되는 개입은 상급 신들의 권한이다.

     

   신들의 느릿한 의사소통을 이용해 상급 신까지 타고 올라가려면 못해도 몇십 년은 걸릴 것이다.

   그래서는 그의 목적을 이루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하등 필요 없는 것들.”

     

   그는 언짢은 얼굴을 하고는 하급 신들에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것을 본 하급 신들이 기겁했다.

     

   사내가 아까처럼 소멸시키려는 것을 다들 눈치챈 것이다.

     

   “자, 잠깐! 나를 처치했다간 곧 오실 중급 신께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그 순간 하급 신 한 명이 소리쳤다.

   그는 다름 아닌 오대신 중 하나, 파르테스 소속의 하급 신이었다.

     

   크라슈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럼 오히려 더더욱 너희를 흡수해야지.”

   “뭐?”

   “내가 너희를 이 꼴로 만들어놨는데. 중급 신이 가만히 있겠어? 자기들 부하를 이 꼴로 만들어놨다고, 자존심 상해하면서 길길이 날뛰겠지.”

     

   하급 신이 입술을 뻐금거렸다.

   왜냐하면 그도 크라슈의 생각대로 될 것이라고 예상됐으니까.

     

   크라슈는 이러나저러나 결국 파르테스 소속 중급 신과 맞부딪치게 될 것이란 걸 잘 알았다.

   그러니 굳이 하급 신들을 살려둘 바에야 그들을 흡수해 중급 신을 대비하는 게 맞았다.

     

   “나, 나라면 협상을 할 수 있다!”

   “협상 같은 거 딱히 필요 없어.”

     

   크라슈는 목을 두둑하니 풀었다.

     

   “어차피 그놈도 때려눕혀서 정보를 뜯어낼 생각이니까.”

     

   크라슈는 이미 결론을 냈다.

   그 시점에서 하급 신이 무슨 소리를 한다 한들 크라슈는 그들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다른 신들도 아니고, 중간계를 침략하고자 했던 신들이다.

     

   그것이 누구 명이든 이들이 행하려 했던 것은 중간계에 혼란을 초래하는 것.

   크라슈는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신들이 중간계에 개입하려 한다면 자신에게 반드시 응징당할 거란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

     

   크라슈는 그들에게 손을 겨누었다.

     

   “그만 떠들고, 내놔.”

     

   크라슈가 손을 들이밀자, 하급 신들이 거품을 물며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크라슈에게 단단히 속박된 채 도망칠 수 없는 상태였다.

     

   “잠시만요!”

     

   그 순간 리지스가 손을 들어 끼어들었다.

   크라슈는 리지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리지스가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의 몸에서 진득하게 흘러나오는 신기가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신이 아닌데도 저런 신기라니.

   대체 어떻게 되먹은 존재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크라슈는 하급 신들에게 볼일이 있을 뿐.

   천족들에게는 별다른 해코지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 리지스도 지금 이렇게 자유로운 상태로 하급 신들이 잡힌 모습을 구경할 수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리지스도 알고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변덕일 수도 있다는 걸.

     

   리지스가 알기로 신적 존재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감정이 결여된 존재가 많았다.

   그저, 그냥 그러고 싶었다는 이유만으로 천족이 살해당한 것도 부지기수였다.

     

   그렇지만 리지스는 하급 신들이 전부 소멸하는 것을 그냥 볼 수 없었다.

   조금 전 입을 연 파르테스 소속 신을 가리킨 채 리지스는 두려움을 애써 억누른 채 이야기했다.

     

   “딱 하나만, 딱 하나만 저기 있는 신, 지이오스에게 한 가지만 묻게 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제 여동생의 원수 되는 자를 알고 있는 자입니다. 부디!”

     

   리지스의 고개가 구십 도로 꺾였다.

   천족들이 보일 수 있는 최대의 예의를 담아 그녀는 간절히 부탁했다.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크라슈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든가.”

     

   그리고 의외로 간단히 그가 허락해 줬다.

     

   리지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생각 이상으로 자비로운 존재가 아니던가.

     

   리지스는 크라슈가 마음을 바꿀까, 싶어 서둘러 지이오스에게 다가갔다.

     

   지이오스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감히, 반란을 일으킨 천족 따위가 자신에게 무언가 물으려는 것을 그는 용납할 수 없었다.

     

   “하급 신, 지이오스.”

   “노예 따위에게 대답해 줄건 없다.”

     

   지이오스가 콧방귀를 내쉬며 리지스를 무시했다.

   그러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리지스지 그가 아니었다.

     

   “목숨을 조금이라도 부지하고 싶다면 충실히 대답하는 게 좋을걸.”

   “무슨.”

   “끄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비명 하나가 울려 퍼졌다.

   바닥을 기듯 도망가던 하급 신 하나가 크라슈의 블랙 후드에 당해 신기를 완전히 빼앗겼다.

     

   그는 한 줌의 재가 되어 완전히 소멸했다.

   그것을 본 지이오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뒤늦게 리지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눈치챘다.

   크라슈는 리지스에게 질문을 허락했다.

     

   그 말은 즉, 리지스가 질문을 할 때 동안은 지이오스의 명줄이 길어졌다는 소리기도 했다.

     

   “감히, 노예 따위가!”

   “그런 되지도 않는 말은 집어치우고.”

     

   리지스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며 지이오스의 목에 겨누었다.

   그 검을 보자 지이오스의 얼굴이 굳었다.

     

   지이오스가 들고 있는 검의 정체는 다름아닌 소멸한 신의 가루를 모아 연성한 역천의 검이다.

     

   천족이 지닌 다른 어떠한 무기도 신들에게 통하지 않지만.

   딱 하나, 역천검만큼은 신들에게도 치명상을 입힌다.

     

   그러니 가이샤 소속의 천족들은 전부 이러한 역천검을 하나씩 들고 다니고 있었다.

     

   역천검은 재료가 된 신의 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성능도 따라 올라간다.

     

   복수에 눈이 멀어 가이샤 내부에서 챙겨온 역천검은 무려 소멸한 중급 신이 재료다.

   이는 하급 신에게 충분히 상처 입히고도 남는 성능이었다.

     

   “네 명줄이 먼저 당겨지고 싶지 않다면 똑바로 말해. 에니마 마을을 공격한 신은 누구지?”

   “모, 모른다.”

   “헛소리 마라. 파르테스 소속의 신이라는 건 전부 알고 왔으니까.”

   “모른다니까!”

     

   지이오스가 악을 쓰듯 소리쳤다.

   그것을 본 리지스는 눈을 악귀처럼 일그러트렸다.

     

   그러고는 이내 망설임 없이 역천검을 지이오스의 가슴에 쑤셔 넣었다.

     

   “끄어아아아아아아악!”

     

   내부로 파고들어 오는 역천검에 의해 지이오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소멸할 정도는 아니나 고통은 고스란히 그의 몸을 타고 느껴졌다.

     

   “말하라고! 황색 평야에 파르테스 소속의 신이 찾아온 걸 이 구역에서 지내는 네놈이 모를 리가 없잖아!”

   “끄윽, 그그극!”

     

   리지스가 진한 분노를 토해내며 역천검으로 가슴을 후벼팠다.

   지이오스는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만을 삼킨 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제, 발, 말하란 말이야.”

     

   리지스의 눈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하나뿐인 동생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없이 애지중지 키운 동생이 마을과 함께 한순간에 이 세상에서 지워져 버렸다.

     

   그녀는 이 갈 곳 없는 분노를 터트리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어이.”

     

   그 순간 리지스가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다른 하급 신을 전부 정리한 크라슈가 있었다.

     

   “이제 슬슬 정리할까 싶은데.”

   “아, 예, 죄송합니다.”

     

   결국 지이오스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모르는 걸지도 몰랐다.

     

   리지스는 애써 분노를 참은 채 물러섰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크라슈는 지이오스의 머리 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거.”

     

   그 순간 크라슈가 리지스의 역천검을 가리켰다.

   리지스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자, 크라슈는 자신의 성운검을 뽑아 들었다.

     

   “내 검에도 같은 효과를 부여해 줄 수 있다면 네가 찾는 놈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데.”

     

   그 말을 들은 리지스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기회다.

   리지스에게 갑자기 전에 없던 기회가 내려온 것이다.

     

   “예, 예, 하겠습니다! 해드리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크라슈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그러고는 기절한 듯 눈을 까뒤집은 지이오스의 목을 콱하니 움켜쥐었다.

     

   “이놈에게 싹 다 털어내면 되는 거지.”

     

   크라슈의 입에 서슬 퍼런 미소가 걸렸다.

   정보 털기는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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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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