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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7

       [코스프레?]

       [코스프레!]

       [잘 어울립니다!]

       [미아쟝귀여워미아쟝귀여워미아쟝귀여워]

        

       어차피 우리 방송을 보는 사람 중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는 사람은 드물 거고, 그런 사람들이 있는 이상 당연히 우리가 갔던 행사장에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우리가 코스튬을 입은 모습을 보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다. 누군가는 우리 사진을 올리게 될 테니까.

        

       요즘이야 초상권이니 뭐니 하는 개념이 널리 퍼져서 이용 허락이 애매한 경우 얼굴을 가려 올리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인은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 어딘가에 걸쳐있는 존재니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직접 찍은 사진을 방송 중에 공개했다. 물론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일일이 지웠다. 누구 혼자서 작업한 건 아니고, 몇 장 정도 보여줄 만한 걸 뽑아 시간을 정해 돌아가면서 작업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주로 클레어. 우리 중에서는 카메라 다루는 솜씨가 가장 훌륭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브이로그용으로 산 카메라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날씨가 맑았기에 우리 얼굴은 굉장히 선명하게 잘 찍혔다.

        

       그리고 그중에서 미아의 코스프레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

        

       정작 미아는 그 채팅을 똑바로 보지도 못할 만큼 부끄러워했지만.

        

       평소에는 코스튬을 입고도 방송에서 말을 더듬거나 하는 일이 없었고, 마법 소녀 좋아한다는 사실을 딱히 숨기지도 않는 미아였지만, 아무래도 채팅창에 자기 이름이 도배되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샤를로트 님도 아주 잘 어울리네요]

       [애니메이션에서 그대로 나오신 줄]

        

       음.

        

       따지자면 게임에서 그대로 나온 사람들인데 말이지. 스토리를 따져보면 게임과도 다른 어딘가의 평행세계인 것 같았지만.

        

       “…….”

        

       샤를로트도 채팅을 보고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코스프레 하는 사람이 그 캐릭터와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싫어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실비아님은 좀 안어울리는듯]

       [미소가 어색함]

       [별로 동화같은 분위기가 아니네]

       [오히려 여왕 암살할 분위기 아님?]

        

       “…….”

        

       그리고 나도 어떤 의미로 관심을 받고 있었다. 샤를로트처럼 잘 어울린다는 의미보다는, 여러 가지 의미로 ‘팬 캐릭터’ 같은 분위기라고.

        

       샤를로트에게 이런저런 교정을 받을 때는 조금 귀찮았었는데, 정작 이렇게 시청자들의 태클을 받으니 이건 이것대로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특히 암살 관련된 말은 반 정도는 내가 보기에도 그럴싸해서 더 짜증 났다. 게임 속에서의 실비아는 자기 아버지를 암살하려 들었고, 나도 다른 사람의 아버지를 암살해버린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그런 놈들을 죄다 밴 해버렸다가는 졸렬하다는 소리나 듣겠지.

        

       “……그럼 사진은 이쯤 하고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삐졌다]

       [실비아 비졌어?]

        

       “…….”

        

       손가락이 마우스를 움직이려고 근질근질했지만 나는 꾹 참아냈다.

        

       “실비아, 잘했어.”

        

       옆에서 내 얼굴을 보고 있던 앨리스가 날 칭찬하며 어깨를 토닥거렸다.

        

       하지만 그 표정은 아무리 봐도 그냥 날 놀리는 표정이었다.

        

       “방금 저 놀린 사람들 모두 10분 채금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반성하세요.”

        

       [아이에에에에!]

       [부당채금ㅋㅋㅋㅋㅋ]

       [독재아니냐ㅋㅋㅋㅋㅋ]

        

       나는 아래 두 놈을 더 채금한 다음에야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

        

       옆에서 나를 바라보는 클레어의 시선이 여러모로 따가웠지만, 그래도 그건 견딜 만했다.

        

       “앞으로도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 꽤 재미있게 즐겼으므로 다음에도 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무대 안올라오신게 아쉽네요]

        

       “다음에는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올라간다고 해도 내가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

        

       그 이후에도 저스트 채팅으로 총 한 시간을 예열한 뒤, 우리는 오랜만에 아제르나 전기를 틀었다.

        

       그러니까……

        

       어……

        

       아, 그래. 실비아가 무언가에 푹찍 당해서 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버린 직후였다.

        

       물론 그 구멍이 제대로 보였다는 소리는 아니고, 아직 촉수에 꿰인 상태였다.

        

       …….

        

       그런데 나였다면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했을 것 같은데.

        

       저쪽 세계의 실비아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걸까?

        

       [……여러분 모두 평안하시길. 여러분이 해낸 모든 일들을 여러분의 손으로 돌려—]

        

       게임은 지난번 화면이 암전되기 직전 상황을 다시 한번 보여주며 시작했다.

        

       실비아의 가슴이 꿰뚫리고, 그 실비아가 공중으로 들어 올려진다. 척 봐도 엄청나게 아파 보였다. 실비아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저건 즉사감이었다.

        

       [실비아!!]

        

       앨리스가 절규했다.

        

       클레어는 평소에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무너졌다.

        

       나름대로 우정을 쌓았던 샤를로트나, 이제 겨우 관계가 개선되고 있던 미아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이건 내가 바라던 해피엔딩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었다.

        

       [————.]

        

       배경음악은 무음. 더빙된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화면에는 대사가 출력되고 있었다.

        

       대사의 주인은—

        

       “질서?”

        

       표기된 이름을 보고 앨리스가 미간을 찡그렸다.

        

       질서의 여신이 아니라, 그냥 ‘질서’였다.

        

       이 게임에서 보통 이름은 ‘자칭’인 경우가 많다. 가명을 쓰는 캐릭터는 가명이 나왔고, 자기 이름을 말하지 않은 캐릭터는 ‘OO색 머리의 남자’, ‘OO입은 여자’같은 식으로 표기된다.

        

       그러니 질서라는 명칭 또한, 아마 자칭일 것이다.

        

       [결국, 이런 선택을 하시는군요.]

        

       그리고 천천히, 실비아의 몸을 꿰뚫은 그 금속광택의 촉수가 위로 천천히 올라온다.

        

       그 끝에 보인 것은 얼굴 없는 여자.

        

       아니, 얼굴 없는 여자가 아니라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자라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얼굴에 푸른 빛이 번져있어서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조차 없었다.

        

       종교의 성인을 그려놓은 그림에서 광배가 머리 뒤가 아닌 얼굴 앞으로 옮겨진 듯한 모습.

        

       그리고 그 광배가 흰빛이 아니라 창백한 색의 푸른 빛이라고 한다면, 비슷하리라.

        

       불길하지만 동시에 웅장한, 아마도 라틴어로 된 것 같은 노래가 배경에 깔렸다.

        

       [그렇게 몇 번이고 시간을 바로잡을 능력을— 세계를 바로잡을 능력을 주었는데도, 결국 혼돈의 시간을 더 늘리려는 것은 어째서일까요.]

        

       여자의 등에서 촉수가 떨어지고, 이내 그것은 가루가 되듯 사라졌다.

        

       실비아의 몸도 아래로 떨어졌다. 털썩. 모션이 별로 좋지 않은 이 게임에서 그 모습이 유독 섬세하게 재현되어있어서 좀 많이 아파 보였다.

        

       실비아의 시신 아래로 피가 흘러내린다.

        

       [죽음도 피할 수 있었고, 조금 더 완벽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 텐데.]

        

       [실비아를 모욕하지 마!]

        

       앨리스가 외쳤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실비아는 마지막까지 우리를 위해 움직였어!]

        

       [그게 문제입니다.]

        

       여신은 자기 배 앞에서 손을 공손하게 맞잡았다. 그렇다고 딱히 공손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갈한 의복. 실비아가 입고 있는 옷과 판박이였다.

        

       혹시 저 빛 뒤에는 실비아와 똑같은 얼굴을 한 여인이 있을까?

        

       [저의 모습을 본떠 만든 존재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뜻이니까요.]

        

       “와…….”

        

       화면을 들여다보던 클레어가 질렸다는 듯 소리 냈다.

        

       그러게.

        

       나도 만약 정말로 봤으면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거다. 물론 나도 꼬치가 되어서 저기 저렇게 엎어져 있었겠지만.

        

       ……역시 여신이 ‘게임 속의 실비아’가 아닌, 나를 데려다가 앉혀둔 것을 보면 이 게임과 같은 사태를 당하지 않기 위한 것인 모양이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내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설마 이 게임의 엔딩 때문일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 기회는 또 있으니까요. 제가 책임지고 이 세상을, 다시 질서 있는 곳을 바꿔두도록 하겠습니다. 힘은 회수했으니까요—]

        

       [안돼!]

        

       레오가 그렇게 외치며 손을 앞으로 뻗고, 화면이 천천히 느려지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들리던 그 음울한 배경음악도 딱 멈췄다.

        

       [……설마……!]

        

       여신이 몸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실비아를 지켜!]

        

       레오가 외쳤다.

        

       실비아의 비밀에 대해서 이해했다기보다는, 상황을 보고 빠르게 판단하여 결단을 내린 것이리라.

        

       레오가 달려 실비아의 앞을 가로막고, 그를 따라온 수많은 아이가 실비아를 둘러싸고 섰다.

        

       그리고,

        

       [실비아!?]

        

       앨리스가 실비아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쿨럭, 실비아가 피를 토한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었다.

        

       [실비아, 조금만 참아! 내가 어떻게든—]

        

       [물론입니다. 저는 아직, 죽을 수 없습니다.]

        

       앨리스를 본 실비아의 눈이, 저 앞에 서 있는 레오의 등을 향했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습니다. 세계와 시공을 잇고, 여신을 세상으로 불러냈습니다. 적어도 지금 이 공간에서는, ‘질서’의 규칙이 흐르고 있겠죠.]

        

       실비아는 눈을 감으며 천천히 말했다.

        

       [다만 한가지, 세상을 원하는 대로 재배치하는 힘, 여러분이 말하는 ‘시간’만큼은 아직, 제게 있습니다.]

        

       [……!]

        

       [여러분. 여러분이 해낸 모든 일들을 여러분의 손으로 돌려놓아 주십시오.]

        

       실비아는 그렇게 말했다.

        

       [저 같은 것의 잔재주가 아닌, 스스로 시간을 걷는 운명의 주인공으로서.]

        

       ……아, 저거 멋지네.

        

       ……나도 저렇게 할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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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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