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28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방으로 돌아온 루크는 아직 켜져있는 컴퓨터의 화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음, 방송이 아직 켜져 있었나.”

    이내 루크는 컴퓨터를 종료하기 위해 책상으로 다가갔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구태여 계속 켜 놓는다고 무얼 하나 싶었던 것이다.

    오늘 하루 방송을 준비한다고 날린 시간만 아까워진 셈이었다.

    그러다 문득, 루크의 손이 멈췄다.

    그 까닭은 다름아닌, 방송 채팅창에 쓰여진 한 문장 때문이다.

    [muscleman123-안녕하세요^^]

    “어?”

    채팅창에 글자가 쓰여져 있다니?

    이는 시청자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루크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현재 방송에 들어온 사람의 숫자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곳에 찍혀 있는 숫자는 무려, 2였다.

    시청 인원중 한 명은 현재 방송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또 다른 컴퓨터로 접속하여 보고 있는 것이니 제외하더라도, 이는 분명히 누군가가 자신의 방송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루크는 드디어 누군가가 자신의 방에 들어왔다는 것에 놀람과 동시에 기뻐하며 그가 건넨 인사에 대한 답을 보내기로 마음먹고는 그 채팅을 향해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

    “아, 안녕하신가! 정말 반갑네, muscleman123! 으음, 막상 하려니 어색하구나.”

    아직 화면상에 나온 채팅 한줄에다 말을 거는 것이 어색해서인지 쑥쓰럽기 그지없다.

    보통 글자로 소통을 한다고 하면 답을 보내는 쪽도 글자로 하기 마련이었고, 말로 소통한다고 하면 그것을 받는 쪽도 말로 대답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인데, 글자로 받은 말을 육성으로 대답하는 것이 루크에게는 묘한 부자연스러움을 야기하는 것이다.

    그 탓에 역시나 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과연,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있는 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걸 그렇게 능숙하게 하고 있었던 건가?

    그나저나, 방금 인사를 건넸는데 다시 채팅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혹시 이쪽의 인사를 제대로 못 들은 걸까?

    인사를 받고 아니면 말을 고르고 있는 건가?

    상대가 제대로 보고 있는 지 어떤지 전혀 확인할 수가 없으니 이 또한 답답하다.

    이내 루크는 그 답답함과 조용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저기…….”

    그 순간, 다시 올라오는 채팅창.

    [muscleman123-근데 여기는 뭐하는 방인가용??]

    “아.”

     

    뭐야, 채팅을 치고 있던 중이었나.

    단지 속도가 느렸을 뿐이었던 모양이다.

    자신은 그 찰나를 참지 못했던 거고.

    루크는 자신의 성급함에 약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렇지만 그런 걸로 언제까지고 부끄러워하다 겨우 들어온 그마저 놓칠 수는 없는 법.

    루크는 이내 그에게 자신이 아까 식사를 하며 생각했던 계획을 이야기했다.

    “으음, 그렇지. 아까까지는 게임이라도 해 볼 생각이었는데, 어떤가? 그대는 게임에 관심이 있나?”

    밥을 먹으면서 생각을 해 본 건데, 역시 게임방송을 하는 게 더 많은 사람들이 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자극만을 쫓는다는 느낌이 들어 꺼려지긴 했는데, 그렇다고 어디서 광고를 해야 하는 지도 모른 채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아무도 안 보는 방송을 계속 이어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그러나, 채팅의 대답은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muscleman123-죄송요 게임은 관심이 없어서ㅎㅎ;]

    “아아……, 그런가?”

    아, 하필이면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가…….

    그의 성향을 가지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법이지.

    하긴, 세상에 그런 사람은 많으니까.

    [muscleman123-그래서, 오늘 게임 하시나요?]

    루크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게임에 관심이 없다니, 그렇다면 이 자는 게임을 한다고 하면 바로 방송에서 나가고 말 것이다.

    첫 시청자를 몇분도 되지 않아서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았던 루크는 이내 오늘만큼은 게임을 하지 말고 그가 원하는 방송을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대가 별로 관심이 없다하니 게임은 하지 않겠네. 대신, 이번엔 그대가 원하는 걸 하도록 하자. 어떤가?”

    그렇게 루크는 화면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에게서 이어지는 채팅.

    [muscleman123-저, 그럼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흠, 궁금한 게 있는 모양이다.

    하긴, 처음 본 사이에는 당연히 궁금하기 마련.

    곧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처음 하는 방송이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뭐가 궁금한지도 알고 싶고 말이다.

    “물론이네. 너무 이상한 것만 아니라면 대답해 주도록 하지. 뭐가 궁금하나?”

    그러나, 이어지는 그의 질문에 루크는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muscleman123-혹시 여장이신가요?]

    “……뭣?”

    그 채팅을 읽은 루크는 잠시 표정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가 쓴 채팅의 의미를 생각하느라 말이다.

    뭐, 정말 엄밀히 본질을 따지자면 얼추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실제 여장에 대한 거부감도 예쁘장한 어린 남성의 여장도 일종의 유흥거리로 취급되던 과거의 인식을 계승한 루크의 입장에선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이런 식의 채팅은 루크를 당혹시키기엔 충분했다.

    설마, 남들에게는 자신이 그렇게 보이는 건가.

    [muscleman123-이름도 남자같고, 말투도 남자같아서요.]

    이름을 이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가끔 자신을 소개할 때에 그런 오해를 받고는 하지.

    최근에 유미르의 집에 갔을 때에도 그것 때문에 한번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말이다.

    말투도 그냥 이편이 편해서 주로 사용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별 의미는 없고 바꾸려면 충분히 바꿀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채팅은 결코 묵과할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muscleman123-여장치고는 되게 이쁘시네요^^]

    여장치고는.

    그 말에는 꽤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면 ‘남자지만’ 그래도 여자로 보이도록 애쓴 것 같다, 아니면 그래도 이 정도면 ‘남자여도’ 어떻게 여자로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뭐 그런 의미로 보통 해석되기 마련.

    그렇다면 역으로, 실제 ‘여자라면’ 별로 예쁘지 않다, 뭐 그런 뜻이란 소리가 되는 게 아닌가!

    이건 전의 것들과는 이야기가 다르기에, 루크는 이내 흥분하여 외칠 수밖에 없었다.

    “무, 무슨 소릴! 나는 지금 실제로 여성이 맞아! 그런데 ‘여장 치고는’이라니, 그건 대체 무슨 의미지? 여장이 아니라면 대체 뭐가 어떻다는 뜻이야?”

    루크의 외침에 다시 짧막하게 이어지는 채팅.

    [muscleman123-그래요?]

    “그래! 갑자기 남자라니, 지금 누굴 사기꾼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사과해!”

    [muscleman123-그럼 보여주세요!]

    “뭐?”

    루크는 또 말문이 막혔다.

    보여달라니, 대체 뭘?

    설마, 여기서 치마라도 걷어 올려서 보여 달라는 말인가?

    “무슨!”

    미쳤다고 자신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 정도로 그에게 자신의 성별을 증명해야 할 필요도 없고, 이는 그저 성희롱일 뿐이다!

    “그,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게! 여긴 그런 방송 아니야!”

    루크가 그렇게 항의하자, 그는 다시금 태연하게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적어도 루크가 느끼기에는) 채팅을 이었다.

    [muscleman123- 전 그냥 여자인거 알겠으니까, 귀여운 거 한번 보여 달라는 뜻이었는데…….]

    “…….”

    루크는 순간, 그런 식으로만 생각한 자신이 머리가 이상한 건가 하는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글자만 보고서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가 없지 않나.

    “아니, 뭐. 그 정도라면야 가능하긴 하다만……. 대체 뭘 원하는데?”

    —-

    그 무렵, 다이튼은 너무나도 즐겁게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다이튼은 화면 속의 루크가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진 것이 너무나도 통쾌했다.

    “킥킥, 평소에 맨날 말을 똑바로 안 했지? 직접 당해보니 어떠냐?”

    당연히 일부러 ‘귀여운 것’이라는 주어를 빼서 오해를 하도록 의도한 거지!

    이건 평소 루크 자신의 그 답답한 화법의 업보를 청산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이튼의 즐거운 일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야, 야옹……. 야오옹……?

    그렇게 맨날 평소엔 자신에게 맨날 반항만 하던 녀석이, 지금은 방송 화면에서 열심히 자세를 취하며 연신 고양이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 같다.

    “아유, 이러니까 얼마나 귀여워? 큭큭큭…….”

    이는 평소에는 절대 볼 수가 없는 모습, 그러나 방송에서는 돈 얼마를 쥐어주고 ‘고양이흉내 내 주세요!’라고 하는 것 만으로 가능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루크가 방송을 한다고 했을 때 말리지 말 걸 그랬지.

    “진짜, 평소에도 좀 이렇게 애교가 많았으면 좀 좋아.”

    그랬으면 이렇게 놀려먹을 일도 없었을 것 아닌가?

    잠시 후, 루크는 화면에서 시선을 피하고는 식은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시, 시간 됐다냥. 고양이 흉내는 이제 그만…….

    “뭐야, 벌써 시간 끝났나.”

    막상 끝나니까 좀 아쉬운데.

    아쉬워진 다이튼은 내친김에 다른 것도 시켜보기로 했다.

    이런 기회는 절대 흔치 않으니까.

    그나저나, 진짜로 시키니까 다 하네.

    돈이 그렇게 필요했나?

     

    뭐, 일단은 용돈 주는 셈 치고 마구마구 부려먹어보기로 하자.

    아예 대놓고 대신 집안일을 해 달라고 해볼까도 싶었지만, 그랬다간 혹시나 눈치 빠른 루크가 알아차릴 수도 있으니까 이번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다이튼은 휴대폰을 조작해 5만길을 넣은 도네이션으로 자신을 ‘아빠’라고 부를 것을 요구했다.

    [muscleman123님의 50000길 후원!]

    [아빠라고 해 주세요^^]

    그러자 예상대로, 루크는 눈을 크게 뜬 채 어쩔 줄 모르며 얼굴을 붉혔다.

    -뭐?! 그, 그대를 아, 아, 아빠라고 부르라고? 갑자기 무슨……!

    예르나에겐 곧잘 엄마, 엄마라고 하면서 친근하게 굴면서, 아빠인 자신한테는 안 그러는 게 내심 서운하기도 했고, 그냥 그걸 루크가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시킨 건데 생각보다 반응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그렇게 한참동안 당황한 모습을 보이던 루크는 이내, 그럴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중얼거렸다.

    -미안하네, 그대는 내게 5만길을 주었지만, 그건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에 다이튼은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뭐야, 설마 아빠라고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그렇게 아빠라는 말을 입에 담기가 싫은 걸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크의 이어진 말에 이번에는 다이튼의 말문이 막혔다.

    -내가 지금 아빠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 뿐이어서. 부탁인데, 다른 걸로 바꿔주면 안 되겠어?

    “…….”

    그런가.

    평소에는 아빠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건가, 싶었는데 루크는 생각보다 자신의 관계에 진지했구나.

    하긴, 그 고생 끝에 다시 얻은 가족인데, 당연히 의미가 크겠지.

    이건 아무래도 자신이 잘못 건드린 것 같다.

    다이튼은 그렇게 자신의 장난을 반성하며 채팅을 이었다.

    [그럼 괜찮아요. 대신, 나중에 아빠한테 가서 사랑한다고 하세요!]

    그러자 루크의 표정이 한결 풀리며 미소를 지었다.

    -배려 감사하군. 응, 꼭 그리 하겠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 이번에 끝내려고 했는데 분량조절 망했다ㅋㅋ
    이번 편은 그냥 끝까지 루크 놀리다가 끝났네요.

    그려둔 삽화 다 쓰려면 다음화까지 써야겠네요…….

    넷카마취급 당해서 화난 루크.

    그리고 다이튼, 그는 과연 악질인가?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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