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28

       얼음으로 뒤덮인 대지 위에 세워진 신비로운 문파, 북해빙궁.

         

       중원의 남자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다.

         

       왜냐?

         

       “북해빙궁은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더 많다지?”

       “흐흐흐…, 그렇다고 하더군.”

         

       구왕수와 장삼의 말대로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훨씬 더 높기 때문.

         

       그뿐인가?

         

       “내 듣자 하니, 그곳 여인들은 하나 같이 미색이 출중하다고 하더군!”

       “저, 정말?”

       “속설에 의하면 그곳은 무림삼화(武林三華)가 밭을 간다고 하지 뭔가!”

         

       무림삼화(武林三華).

         

       중원 무림에서 가장 아름다움과 동시에 출중한 실력까지 겸비한 세 여인을 일컫는 단어.

         

       놀랍게도 그중 두 사람이 현재 백우진의 곁에 있다.

         

       보고 있으면 눈이 멀어버릴 듯한 미모와 고작 이십대에 화경이라는 놀라운 경지를 개척한 두 사람.

         

       바로 당선영화 유화연이었다.

         

       물론 그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다른 여인들 또한 그에 못지않은 미인들.

         

       그로 인해 할 일 없이 노가리나 까는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무림의 꽃이라 불리는 여인의 수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런데 정작 늘어나지 않는 것은 그 미녀들이 전부 백우진의 곁에 있기 때문.

         

       한 사내가 무림의 꽃을 독차지하다시피 하면 배가 아파서 살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선영과 유화연이 밭을 가는 모습을 상상한 구왕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한데…, 북해빙궁은 얼음으로 뒤덮인 땅 아닌가?”

       “그렇네.”

       “그런데 거기서 밭을 갈 수가 있나?”

       “그으…, 말이 그렇다는 거 아닌가, 말이!”

       “그런 거였군.”

       “그런 것일세.”

         

       하하하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웃어젖히는 두 사람.

         

       “어휴, 저 한심한 것들.”

         

       세계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서 헤벌쭉 웃는 꼴이라니.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지 않은가.

         

       ‘그리고 뭐? 무림삼화가 밭을 갈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세상에 그런 천국이 있을 리가 있나.

         

       한데 만약 있다면.

         

       “으음.”

         

       모든 여정이 끝난 뒤에 북해빙궁에 터를 잡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음습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멀스멀 기어 다니던 그때.

         

       “자기…, 혹시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당선영의 서슬 퍼런 목소리가 귓바퀴를 타고 흐른다.

         

       “…이상한 생각이라니.”

       “글쎄, 그건 우리 서방님이 더 잘 아시지 않을까 싶은데.”

         

       그녀가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자, 그 옆에 서서 볼을 부풀리고 있던 제갈연지가 덧붙인다.

         

       “방금 백 공자 표정…, 엄청 음흉했어요.”

       “다른 여자 생각한 게 분명한 것 같아요, 언니들.”

         

       거기에 도경까지.

         

       백우진은 꾸며낸 미소를 입가에 그린 채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소리니, 얘들아. 내가 너희를 두고 다른 여자를 떠올릴 리가….”

         

       능수능란하게 거짓말을 내뱉고 있을 때, 뒤에 있던 설수연이 별안간 손가락으로 백우진의 입술을 슥 훑고 지나갔다.

         

       “침이 안 묻어 있는 거 보니까 거짓말 같아요.”

       “……?”

       “용사…, 아니, 우리 영웅님은 거짓말할 때마다 입술이 마르거든요.”

         

       그렇죠?

         

       생긋 눈웃음 짓는 설수연을 보며 입을 꾹 닫는 백우진.

         

       설마 그런 것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을 줄이야.

         

       ‘다음부터는 침 꼭 발라야지.’

         

       조용히 다짐하는 그였다.

         

         

       * * *

         

         

       북해빙궁이 중원의 남성들이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의 발길이 드물다 못해, 거의 끊겨버린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더럽게 멀다.

         

       경공을 쓰고 내달려도 가는 데에만 수십 일이 걸릴 정도.

         

       평범한 걸음으로는 어지간한 각오 없이는 도달하기 힘든 곳이라는 뜻.

         

       그다음 이유는 더럽게 춥다.

         

       중원에도 겨울은 찾아온다.

         

       그러나 북해빙궁의 날씨를 평범한 겨울 수준으로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

         

       “아우…, 내공을 쓰고 있는데도 이리 춥다니.”

       “우리 한서불침 아니었나…?”

         

       한서불침(寒暑不侵).

         

       체내에 가득 쌓인 내공으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어 한기와 더위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되는 신체를 의미한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추위와 더위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체내의 내공이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는 한기와 더위에는 무너질 수밖에.

         

       지금의 조원들이 그러했다.

         

       “…어마어마하긴 하네.”

         

       초절정.

         

       그것도 화경까지 얇은 벽 하나만을 앞둔 조원들이 추위를 타고 있다.

         

       심지어 북해빙궁에 당도한 것도 아니고, 권역에 들어서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다.

         

       “우리도 조금…, 추운 것 같죠?”

       “으응, 그러게.”

         

       심지어 화경에 오른 당선영과 유화연마저도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다.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건 오직 백우진과 혈수마녀뿐.

         

       이 정도면 주변을 둘러싼 환경 자체가 천혜의 요새나 다름없지 않나.

         

       “추우면 다들 방한복 꺼내 입도록 해.”

         

       다행인 점은 이럴 때를 대비해 두툼한 방한복을 여러 별 준비해 왔다는 것.

         

       그리고 북해빙궁을 수시로 오간 전문가가 곁에 있다는 것.

         

       “다들 차 한잔씩들 하세요!”

         

       금여울이 건네는 찻물을 들이켜자 몸에서 뜨끈한 열기가 솟기 시작한다.

         

       초원에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풀을 이용하여 만든 차였다.

         

       만약 이것이 없었더라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추위에 시달려야만 했으리라.

         

       방한복으로 몸 곳곳을 겹겹이 싸매고 부지런히 나아가기를 이십 일째.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눈보라 사이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위태롭게 일렁이는 불꽃과 우뚝 솟은 지붕들.

         

       “마을이다…!”

         

       마침내 북해빙궁의 지배하에 놓인 마을에 당도했다.

         

       말인즉, 따뜻한 방에서 얼어붙은 몸을 녹이며 여독을 풀 수 있다는 뜻!

         

       “드디어 북해빙궁…!”

       “무림삼화가 밭을 간다는 바로 그곳…!”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서 달려가는 두 사람.

         

       “허허, 녀석들.”

         

       뒷짐을 진 채 두 사람의 약진을 지켜보던 백우진의 걸음 또한 은근슬쩍 빨라진다.

         

       이는 어쩔 수 없는 남자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심지어 자신은 당선영과 유화연이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운지 누구보다 잘 알지 않나.

         

       그런 이들이 지천에 널린 마을?

         

       ‘이건 못 참지.’

         

       결국 앞서 달려간 구왕수와 장삼을 따라잡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마을로 들어선 세 사람.

         

       기대에 부푼 세 사람의 시야에 마을의 풍경이 들어온다.

         

       “날씨가 추우니까 허리가 더 아파지는 것 같어….”

       “에그그…, 어째 사는 게 더 팍팍해지는지.”

       “할멈, 소한차는 좀 남았는감?”

       “어제부로 동이 나버려서 이제 없네, 홀홀.”

         

       미녀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은 불 앞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할머니들뿐.

         

       “여기가…, 말로만 듣던 미녀 천국…?”

       “내 꿈은 대체….”

         

       급격하게 찾아오는 실망감.

         

       그리고 의아함이 그 뒤를 바짝 뒤쫓았다.

         

       ‘뭔가 이상한데.’

         

       무림삼화가 밭을 가는 꿈 같은 세상.

         

       당연히 꿈이란 언제나 현실과 어마어마한 괴리가 존재하는 법.

         

       기대는 했어도 미녀들이 즐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쯤은 했다.

         

       그러나 이곳은 그 이상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젊은 여인이 없어.’

         

       미녀가 없는 게 아니라, 젊은 여인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단 한 명도.

         

       눈에 보이는 것은 중년의 여성 또는 노인뿐.

         

       간간이 젊은 사내가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눈에 담을 이유가 없고.

         

       “흐응…, 마을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네.”

         

       뒤를 이어 마을에 도착한 여인들도 하나둘씩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내 꿈은 이제 끝났어….”

       “차라리 오지 않았다면 꿈은 이어졌을 텐데….”

         

       짙은 실망감에 몸서리 치는 두 사람 빼고 전부.

         

       백우진은 그들에게서 고개를 돌려 금여울을 바라보았다.

         

       “금 소저.”

       “응…?”

       “예전에 이곳에 왔을 때도 젊은 여자가 없었나?”

         

       그의 물음에 고개를 젓는 금여울.

         

       “으응…, 아니야. 그땐 젊은 여인들이 엄청 많았었어.”

       “그렇다면 금 소저가 들르지 않은 몇 개월 사이에 이리 되었다는 건데….”

         

       그토록 많았던 젊은 여인들은 대체 다 어디로 갔을까.

         

       모르긴 몰라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란 것만은 확실하다.

         

       ‘정보가 필요해.’

         

       대체 왜 이런 풍경이 펼쳐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정보.

         

       이러한 정보를 얻기 가장 쉬운 건 역시 그나마 외부인과 접촉이 잦은 객잔 주인일 테지.

         

       “일단 좀 쉬러 갈까.”

       “내가 안내할게!”

         

       앞서 나가는 금여울의 뒤를 따라 도착한 객잔.

         

       그리 크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구색은 갖춘 듯하다.

         

       안으로 들어서자 푸짐한 체구의 중년 여인이 환하게 웃으며 걸어 나왔다.

         

       “어머, 금 상단주 아니야?”

         

       아무래도 금여울과 아는 사이인 모양.

         

       “잘 지내셨어요?”

       “나야 늘 똑같지! 그나저나, 왜 이렇게 발길이 뜸했어.”

       “일이 좀 있어서요…. 일단 방부터 좀 내어주시겠어요?”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손님이 오셨는데 입구에 세워두고 얘기를 하고 있었네.”

         

       호호 웃으며 모두를 객실로 안내하는 여인.

         

       그들은 방에 짐을 내려놓고 얼어붙은 몸을 살짝 녹인 뒤, 다시 모였다.

         

       객주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말을 꺼낸 이는 금여울이었다.

         

       “객주님.”

       “응?”

       “마을에 젊은 여인들이 안 보이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 금 상단주도 오면서 봤겠구나.”

         

       점점 어두워지는 여인의 표정.

         

       “실은…, 북해빙궁에서 젊은 처녀들을 전부 데려갔어.”

       “북해빙궁에서…, 여인들을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재앙을 해결하려면 처녀들이 필요하다고 막무가내로….”

         

       재앙이라.

         

       지난 번 금여울이 말하지 않았나.

         

       요 몇 년 사이 북해빙궁의 추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만약 그것이 재앙이라면.’

         

       북해빙궁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처녀들을 데리고 갔다는 말이 되는데.

         

       추위와 처녀.

         

       과연 이 둘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찾아가 보는 수밖에.’

         

       북해빙궁에 닿기 전까진 알 수 없으리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