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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8

       

        

        

        

        

        

        

       “…으, 어으. 여긴 어딘가요…?”

        

       “현재 네트워크 조정실로 향하고 있습니다.”

        

       “망할, 주변이 너무 어두운데…아니, 이건 시각을 잃은 거군요.”

        

        

        

        사박, 사박.

        

        엷은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주변은 기이하리만치 조용했고, 복도 내부에는 오로지 단 두 명만이 존재했다. 한 명은 진이었고, 다른 한 명은 유진이었다. 그러나 발걸음은 한 명 분량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진은 현재 네 개의 팔다리 중 두 개가 없었고, 왼다리는 간신히 붙어있었으며,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른팔밖에 없었다. 자랑하던 꼬리조차 진즉 잘려나간 지 오래였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이 기적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만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좌우지간, 상태이상 기절에 걸렸다가 다시금 깨어난 유진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최전선에 있다가 뭔가에 맞아서 뒤로 튕겨나간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그 이후는요?”

        

       “…당신이 가장 먼저 뒤로 후송되었고, 로렌티나와 로건을 비롯한 이들이 해당 자리를 메웠습니다.”

        

        

        

        그 이후로도 말이 이어졌다.

        

        한참 교전을 이어가던 진은 로건의 지시를 받아 팀을 두 개로 분할했고, 그리하여 전투 불능 상태가 된 유진을 등에 업은 진은 하모니와 함께 네트워크 조정실로 향했으며, 최전선에서는 로건과 로렌티나, 레인, 그리고 다이스가 남게 되었다.

        

        그러나 그 말대로라면 옆에 하모니도 있어야 했는데, 목소리는커녕 아무런 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잠시 입을 닫은 유진이 고요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먼저 갔군요.”

        

       “…그렇습니다.”

        

       “로건 쪽의 상황은…중과부적이겠죠.”

        

        

        

        비록 눈 앞은 컴컴했지만 기억이 선명해지는 중이었다.

        

        유진의 머릿속에는 방금의 과정이 플래시백처럼 재생되고 있었다. 해당 교전실 내부에는…척 보아도 전차만 열 대 가량이었고, 그 앞을 수많은 적군이 메웠다. 비록 초반 교전 때 레인과 진이 분전하며 그 중 절반 이상을 터뜨렸지만, 결국 화력에 밀리고 말았다.

        

        목소리에서 점차 힘이 빠져갔다.

        

        

        

       “…제가 제일 걱정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이랑 레인이에요.”

        

       “….”

        

       “주변에서 여전히 진동이 느껴지고 있는 걸 보니…여기도 적이 많긴 하네요.”

        

        

        

        후우.

        

        작게 숨을 내쉰 유진이 덧붙였다.

        

        

        

       “제 파우치 안에 반물질탄 두 개가 남아있어요. 유용하게 쓰시길.”

        

       “…그걸 사용하는 건 제 몫이 아닙니다, 유진. 직접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 농담도….”

        

        

        

        그 말대로.

        

        그녀는 아주 잠시 깨어난 것에 불과했고, 지금도 사경을 헤메고 있었으며, 머잖아 이곳에서 자취를 완전히 감출 예정이었다. 이유는 너무나도 많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과다출혈이었다. 사지 중 절반이 사라졌고 온몸은 파편 투성이였으니.

        

        잠깐 걸음이 멈추었다. 이전에 비해 너무나도 가벼워진 아키타입을 들고 있던 진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고, 이내 파우치에서 반물질 유탄 두 개를 꺼내어 자신의 수류탄 주머니 안쪽에 구겨넣었다.

        

        앞은 볼 수 없었지만, 반향정위와 진동을 통해 유진은 그 사실을 깨닫고는 쓰게 웃었다.

        

        

        

       “같이 가야 하는데.”

        

       “…같이 갈 수 있습니다.”

        

       “내려주세요, 진.”

        

        

        

        그러나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진은 아키타입의 시력이 없는 것에 아주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만약 있었더라면 그녀가 참담하게 일그러진 자신의 표정을 보았을 테니.

        

        조금씩 작아지는 목소리. 몇 번이고 내려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은 그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반항이었다. 비록 아키타입이 여기서 죽어도 진실로 죽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그동안 끝도 없이 이어지던 교전에서 진을 굳건하게 붙들던 정신적 지주가 품 안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거기서부터 오는 수많은 논리적 판단은 싫음을 향했고, 그리하여 진은 자신도 모르게 슬픔이라는 감정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진을 안은 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감정이란 이름의 격렬한 신호가 논리 회로를 가득히 메웠다.

        

        

        

       “…가지 마십시오, 유진.”

        

       “어디 안 가요.”

        

       “거짓말….”

        

        

        

        하아.

        

        너무나도 약해진 숨결이 진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유진은 그녀를 볼 수 없었지만 진은 아키타입을 볼 수 있었다. 창백하다 못해 핏기 한 점 없는 아키타입이 황금색 피로 범벅이 된 눈을 조용히 감고 있었다.

        

        그 순간 오른손이 힘겹게 들어올려졌다. 그녀는 진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피가 거의 다 빠져나간 탓에 어떠한 온기도 전달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메시지는 전달할 수 있으리라 – 유진은 그리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금방 다시 올게요. 정말로.”

        

       “…약속할 수 있습니까?”

        

       “물론.”

        

        

        

        그것이 유진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녀의 손이 아래로 툭 떨어졌고, 이내 금빛의 파편이 되었다. 남는 것이라곤 오로지 장구류와 사용하던 총기, 그리고 몇 개 남지 않은 탄창 뿐이었다. 그나마 팔에 남아있던 어느 정도의 무게감마저 완전히 사라졌다. 플라스틱과 철이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 사이, 진이 그 자리에 무릎꿇었다. 주변을 가득히 메운 어둠만큼이나 혼탁한 비애가 전신을 감쌌다. 주변에서 소리가 점차 사라졌다. 눈 앞에 떠있는 UI, 그 중에서도 아군을 의미하는 이름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네트워크 조정실로 가던 와중 시간을 벌기 위해 희생한 하모니.

        

        시간을 벌고 타워를 부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로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것은 로렌티나와 다이스, 그리고 레인 뿐이었다.

        

        

        

       “왜….”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진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적으로 만났으나 포획되었다. 거기까지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데이터 학습을 통해 아르테미스의 진상을 알게 되었고, 아키타입과 동행하며 중요하고도 즐거운 경험을 끝없이 쌓았으며, 이를 통해 스스로의 방향성을 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진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바로 지금, 아르테미스는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악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이 소중한 것을 하나둘씩 앗아갔기 때문이었다.

        

        

        

       “….”

        

        

        

        수많은 질문과 IF가 머릿속을 휘돌았지만, 진은 힘겹게 일어섰다.

        

        손에는 유진이 사용하던 총이 들려있었다.

        

        

        

       “…네트워크 조정실까지 150m. 반드시 목적을 달성하겠습니다.”

        

        

        

        마음을 다잡는다.

        

        비록 누군가가 듣고 있을 확률은 적었지만, 그럼에도 진은 신경쓰지조차 않고 스스로에게 서원했다 –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전부 부숴버리고 목표를 달성하여, 반드시 이 시설에 있는 모든 적군을 분쇄해버리겠다고.

        

        찰칵. 약실을 확인한 진이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속도에 비견될 정도였다.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가로지르며 수많은 적군과 마주했다. 몸에서부터 연달아 불똥이 튀어올랐지만 꼬리를 들어 플라즈마를 발포하고 방아쇠를 당겨 라푸아를 토해냈다.

        

        비록 그녀의 상태 역시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논리 회로 자체가 새까만 증오에 완전히 물들어버린 진은 그 무엇도 막을 수가 없었고 – 이는 시설 관제 AI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쾅!

        

        

        

        몇 번이고 격벽이 내려오며 길을 차단한다.

        

        그러나 진은 몇 번이고 플라즈마를 토해내어 기어코 문을 약화시키고, 녹이고, 부순다. 설령 격벽과 격벽 사이를 물로 메우더라도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결국 문은 완전히 뚫렸다.

        

        그리하여 네트워크 조정실까지 도달했을 때, 진은 그 앞에 자신과 동일하게 생긴 기체가 서있는 것을 확인했다 – 시설 관제 AI, 다른 말로 하면 알파가 그 자리에 있었다. 끝도 없이 자신을 부수며 시간을 버는 대거 팀조차 무시한 채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대화가 이어졌다.

        

        

        

       “요구사항이 무엇입니까, 감마-1. 원한다면 4번 제어탑에 있는 병력들의 교전을 멈추고 당신의 팀원을 외부로 안전하게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그 순간, 진은 시설에 들어오기 전 보았던 미션 문구를 떠올렸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아르테미스의 완전한 말살.”

        

        

        

        그와 동시에 발사되는 세 발의 플라즈마, 그리고 연이어 날아든 두 개의 반물질 캐니스터.

        

        애초부터 그녀는 교섭할 생각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고, 폭발을 연달아 얻어맞은 알파가 완전히 증발했다가 뼈대를 형성하는 순간 해당 기체를 몸으로 들이받아 산산이 부쉈다. 물론 그걸로 끝나지 않았고, 굳게 잠긴 네트워크 조정실의 문이 완전히 으깨졌다.

        

        내부는 생각보다 컸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에 봐왔던 교전 실험실처럼 거대한 건 아니었다 – 그 순간 진의 눈에 들어오는 하나의 광경. 언젠가 레인이 담겨져있던 것과 똑같이 생긴 코핀 안에 상당히 앙상하게 생긴 메카 유진 한 기가 들어있었다.

        

        프로토타입 알파.

        

        아직 전투 데이터가 완전히 수집되지조차 않아 가동할 수 없었던 시초가 그 자리에 있었다.

        

        

        

       ───카가각!

        

        

        

       “큭…!”

        

       “그만두십시오, 감마-1!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른단 말입니까!”

        

        

        

        끼기긱!

        

        꼬리를 들어올리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방금 전 나노머신의 집합체인 알파를 들이받으면서 몸에 어느 정도가 혼입되었고, 그것이 원활한 기체의 가동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바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튀어오르는 전류. 교착 상황이었다. 진의 몸에 달라붙은 나노머신은 신체를 봉쇄할 수 있을지언정 결코 논리 회로에 도달할 수 없었다. 제어 권한이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시설의 침수를 해제하고 현재 이 상황을 주도하는 존재에게 항복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공격을 멈추십시오! 제발!”

        

       “…!”

        

        

        

        그러나 그 순간, 진은 자신이 만약 유진이라면 어떻게 할지를 떠올렸다.

        

        결론은 간단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아키타입의 허락 없이는 세상에 태어나지조차 말았어야만 했고, 적어도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자신과 레인이 아니라면…아니, 이런 생각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언젠가 아키타입이 보여주었던 영화가 진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입이 열렸다.

        

        

        

       “미안합니다, 알파. 유감이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멀쩡했던 검지손가락이 유진이 소지했던 묠니르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무지막지한 반동과 함께 팔 한쪽이 크게 휘돌았다. 그러나 그 여파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 반동에 의해 신체가 크게 휘청이며 나노머신 제어가 일순간 뒤틀렸고, 진은 그대로 다시 팔을 뻗어 코핀을 향해 방아쇠를 몇 번이고 당겼다.

        

        일반적인 사람의 귀청을 몇 번이고 울리게 만들 정도의 굉음과 함께, 어둠으로 물든 네트워크 조정실이 몇 번이고 반짝였고 –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그것이 계속해서 이어질 때마다 몸을 장악했던 나노머신의 제어권이 급속도로 약해졌다.

        

        그리하여 탄창 하나가 통째로 비었을 즈음, 깨진 코핀과 머리가 으깨진 알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사방을 울리는 경고음.

        

        

        

       -[경고 : 시설 통제용 AI, 통칭 ‘알파’의 완전한 활동 중지를 감지.]

        

       -[경고 : 대체 개체 감지…스캔 확인. ‘감마’를 확인.]

        

       -[경고 : 시설 통제권을 이양합니다. 아무도 시설 통제 권한을 인수하지 않을 경우 해당 HQ는 5분 후 자괴 절차에 돌입합니다.]

        

        

        

        으지직.

        

        이제는 파편 쪼가리가 된 알파의 시체를 꺼낸 후, 진은 주먹을 한 번 쥐고는 조심스럽게 코핀 안에 몸을 뉘였다.

        

        이제 모든 것을 끝낼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그닥 가망이 없는 것 같군요. 이런 상황까지 몰린 건 처음인데…!”

        

       “…어떡하지?”

        

       “뭐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요. 저들도 무한하게 충원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뒤에서 새어나오는 물의 양도 줄어들고 있으니 퇴각 후 게릴라전을 벌이면서 적의 전력을 조금씩 갉아먹으면…하아, 빌어먹을.”

        

        

        

         말은 그리 자신있게 뱉었지만, 그게 될 리가 있나.

        

        모두가 죽었다. 남아있는 것은 오직 로렌티나와 레인 뿐이었다. 그마저도 로렌티나는 왼팔이 너덜너덜했고, 한쪽 다리를 당해 기동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레인이 지속적으로 레일건을 쏴대며 다가오는 적들을 분쇄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중과부적이었다.

        

        다이스와 로건은 분전했지만 결국 먼저 가게 되었고.

        

        그럼에도 아직 다행인 건, 로렌티나는 여전히 두 발 가량의 반물질탄을 가지고 있단 점이었고 – 가장 적이 밀집되어있는 장소를 눈으로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어차피 레인은 단독으로 탑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할 수 있었고, 로렌티나는 죽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물론, 그리 한다면 레인은 혼자가 될 것이었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거야?”

        

       “방도가 없네요. 아쉽게도…최대한 빠르게 돌아와보죠. 그때까지 무사히 살아있겠다고 약속할 수 있죠?”

        

       “…그런 소리 하지 마, 망할….”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행동으로 돌입해야만 할 시간이었다.

        

        반물질탄의 타이머를 조정한 로렌티나가 마치 수류탄처럼 유탄을 쥐었고, 이내 그것을 밀집된 적의 한가운데에 투척하며 미끼가 되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갔다.

        

        

        아니, 달려나가려고 했다.

        

        천장에서부터 무기질적인 음성이 들리기 전까진.

        

        

        

       -[알림 : 시설 관제 AI 교체 작업 완료.]

        

       -[알림 : 4번 제어탑과 호환되는 엡실론 타입 기체를 확인…현 시간부로 탑의 제어권을 인계합니다.]

        

       -[알림 : 음성을 통해 명령을 전달합니다…여기는 진, 시설 제어권 탈취 완료. 레인은 4번 제어탑과 연결하여 시설 내에 남아있는 모든 적성 세력을 분쇄할 것.]

        

        

        

       “우와악, 이게 뭐야-!”

        

        

        

        그리고 그 순간 허공으로 레인이 떠오른다.

        

        삽시간에 수백 미터를 가로지른 그녀의 눈 앞에 수많은 권한이 나열되었고, 알 수조차 없었던 수많은 데이터들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왔다 –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차분하게 정리되었을 때, 레인은 자신이 해당 교전 실험실 내부에서라면 신과도 같은 힘을 휘두를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와 동시에 귓전을 맴도는 목소리.

        

        

        

       “쓸만한가요?”

        

       “무, 뭐야, 너…결국 성공한거야!?”

        

       “보다시피.”

        

        

        

        사르륵.

        

        허공을 유영하듯 돌아다니던 레인의 옆에 순식간에 진이 나타났고, 그녀는 직접 데이터를 전달하여 무엇을 파괴해야만 하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구태여 다시금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레인의 발 밑에 적을 의미하는 붉은색 삼각형이 빼곡하게 깔려있기 때문이었다.

        

        

        

       “…본 기체는 세 번째 타워를 잿더미로 만들러 갈 예정이니, 최대한 빨리 끝낸 후 올라오시길.”

        

       “….”

        

        

        

        대답은 없었고, 그 순간 진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레인은 수백 미터 바깥에 있는 로렌티나의 표정이 아주 선명한 미소로 물드는 것을 목도했다.

        

        실로 우연찮게도, 레인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다.

        

        제어탑의 출력이 한순간에 엡실론을 휘감았고, 한층 크기가 증대된 레일건이 그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당연하게도 로렌티나는 후폭풍에 휘말리지 않도록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나갔고, 그리하여 교전 실험실 내부에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적군들만이 남게 되었다.

        

        

        레인이 입을 열었다.

        

        

        

       “다 죽어버려.”

        

        

        

        푸른 빛의 섬광이 지표면으로 내리꽂혔다.

        

        아르테미스 HQ 파괴 작전이 마무리에 접어들고 있었다.

        

        

        

        

        

        

        

        

        

        

        

        

       “…급하게 달려왔는데, 다행히 걱정할 필요는 없었군요.”

        

        

        

        찰칵.

        

        분명히 아무도 없어야만 하는 네트워크 조정실 내부, 갑자기 공간이 열리며 뱀의 꼬리를 단 누군가가 점착폭탄 발사기를 든 채 튀어나왔다 – 당연하겠지만, 유진이었다.

        

        그녀는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고, 바닥에 쓰레기처럼 널브러진 알파와 코핀 안에 들어간 채 죽은 것처럼 잠들어있는 진을 보며 엷게 웃었다.

        

        누구 말마따나, 그녀는 정말로 금방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이따 다시 보자구요.”

        

        

        

        공간이 다시 닫히고, 유진은 다시금 사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m sorry Dave, I’m afraid I can’t do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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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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