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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8

       육성진(六星陳).

         

       서문연이 가져온 진법의 이름이었다.

         

       육성진의 운행은 더할 나위 없이 복잡했지만 원리는 간단했다.

         

       각기 다른 기운을 품은 이들이 진법을 형상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장점을 취하자.

         

       누가 진법의 핵이 되느냐에 따라 진법의 성질이 변한다.

         

       육성진을 익히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육성진의 운행은 아주 복잡했으니까.

         

       서문연은 우리들 개개인의 기운을 모두 살리고자 했고 그 결과 육성진 안에서는 일행의 기운이 한데 뭉쳐 흐르는 대신 모두 따로 흘렀다.

         

       육성진은 말 그대로 진 안에서 여섯 개의 기운이 돌아다니는 셈이었다.

         

       진법을 운용하는 순간 다른 이들의 기운도 조금은 다룰 수 있게 되었지만.

         

       아무리 마음이 통한다 한들 한 사람이 여섯 개의 기운을 순환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대로 기세를 올리지 못하고 실패를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하던 때.

         

       당도연이 결단을 내렸다.

         

       “제가 빠져야겠군요.”

         

       “당도연 소저.”

         

       “조금 더 힘을 내 보시지요.”

         

       일행들이 만류했지만 당도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모두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가 있는 한 육성진은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요.”

         

       당도연의 직접적인 언급에 모두는 입을 다물었다.

         

       불편한 진실.

         

       당도연이 입에 담은 것은 말 그대로 불편한 진실이었다.

         

       육성진을 구성하는 동안 우리들은 기를 주고 받으며 심적으로 연결된다.

         

       그렇기에 이해하고 있었다.

         

       당도연이 품고 있었던 속내를.

         

       당도연은 비천마차를 타고 영물을 상대하고 싶어했고 그렇기에 마음속에는 망설임이 있었다.

         

       육성진을 완성하게 된다면 진법을 구성하기 위해 비천마차를 타고 싸우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당도연의 망설임은 육성진이 계속해서 실패할 때마다 커져만 갔고.

         

       종국에는 이렇게 포기로 이어졌다.

         

       당도연의 포기 선언에 나는 복잡한 심정에 휩싸였다.

         

       “미안합니다. 당도연 소저.”

         

       “후후. 왜 사과하십니까? 제가 미련을 털어버리지 못하여 이리 된 것을요.”

         

       과연 그럴까.

         

       나는 당도연의 배려심 어린 발언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당도연의 망설임을 읽은 나는 과연 어떻게 생각했을까.

         

       당도연이 품은 망설임에 과연 나는 단 한점의 부정적인 감정 없이 온전히 그 고민을 이해했을까.

         

       그리고 그런 내 감정은 과연 당도연에게 어떻게 전달되었을까.

         

       그 감정은 과연 지금 당도연이 내린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까 끼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게 올바른 결정입니다. 저야 어차피 마차를 몰면 되지 않습니까.”

         

       …당도연은 그리 말하며 물러섰고 육성진은 오성진이 되었다.

         

       당도연이 빠진 이후로 진법은 간신히 기초를 이루었다.

         

       여섯 개의 기운을 다루는 것보다 다섯 개의 기운을 다루는 것이 쉬운 것은 당연한 일인 탓도 있었겠지만 당도연의 탈퇴가 우리들에게는 쓴 약처럼 작용했기 때문이겠지.

         

       마음이 통한다.

         

       그 사실을 가볍고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였던 우리들은 그 쓴맛을 제대로 보았다.

         

       무심코 드러낸 속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깨달은 것이다.

         

       가볍게 드러낸 마음이 당도연의 마음 속에서 포기라는 단어를 키우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일행들도 모두 그런 사실을 마음속에 새겼다.

         

       경각심을 가지고 정신 바짝 차린 채 진법의 힘을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마음이 진법의 성취로 이어졌다.

         

       “이제야 모양새가 잡혔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

         

       진법의 기초를 이룩하자마자 서문연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기틀을 잡았으니 그 다음에는 바로 진법의 운용과 변화를 몸에 익힐 차례였다.

         

       “아직은 미숙하니 진법의 변화는 내가 각문을 조절해 이끌어 낼 터이니 일단은 익숙해지도록.”

         

       서문연이 각문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뇌성(雷星).”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진법의 흐름이 변화한다.

         

       그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나.

         

       각기 제 마음대로 흐르던 다섯 가지 기운이 뇌기의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쿠우우웅!!

         

       흑묘, 여일예, 혁기린, 그리고 독고이설의 기운은 결코 내가 다룰 수 있는 뇌기는 아니었지만 다섯 가지 기운은 뇌기가 흐르던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다섯 가지 기운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지만 지금이 순간만큼은 뇌기와 같이 움직인다.

         

       기운이 진법 전체에 고루 퍼지며 단번에 쏟아낼 준비를 마치고.

         

       콰아아아아!!

         

       일순간에 쏟아진다.

         

       분산. 그리고 순식간에 행해지는 응축과 폭발.

         

       내가 다루는 뇌기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는 오성진의 첫 번째 형태 뇌성.

         

       콰아아아아!!

         

       허공을 가른 공격이었지만 그 여파만으로 잔디를 쥐어뜯고 사방팔방으로 광풍이 몰아쳤다.

         

       그야말로 고수들이 힘을 모아 펼친 진법다운 공격이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을까.

         

       일행들 역시 기운을 내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들은 힘을 내서 다시 한번 진법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기세가 보충되자 서문연은 다시 한번 각문을 휘두르며 진법을 변화시켰다.

         

       “빙성(氷星).”

         

       진법의 주도권이 흑묘에게 넘어갔다. 흑묘의 생각이 그야말로 눈에 잡힐 듯 선명하게 떠오른다.

         

       방금 전에 내 주도하에 흐름을 조율하던 일행들도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흑묘의 구음기의 흐름을 따라 뇌기를 흘렸다.

         

       그 어떤 기운이 오더라도 붙잡아 얼려버릴 것 같은 기운이 진법 전체를 보호했다.

         

       “대성(大星).”

         

       이번에는 여일예의 차례였다.

         

       기의 총량만 따지면 여일예 한 사람이 진법의 절반을 채우고 있는 상황.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기운이 진법에 휘몰아쳤다.

         

       “흑성(黑星).”

       

       독고이설의 기운은 거칠고 패도적이었다. 내 뇌기와 같이 공격적인 기세였지만 내 뇌기가 대포와 같다면 독고이설은 톱날이나 이빨처럼 상대를 난도질하는 느낌.

         

       “일성(日星).”

         

       마지막으로 혁기린의 차례가 다가왔다.

         

       점창파의 대사형답게 조화로운 도가의 기운 그 자체를 품고 있는 혁기린. 다양한 기운이 섞인 진법이지만 그 어느때보다 안정적인 기세를 뿜어냈다.

         

       “폐진.”

         

       오성진의 모든 변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확인한 서문연은 진법의 종료를 선언했다. 진법의 기운이 흩어지자 일행들은 모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서문연이 변화를 이끌어 냈다지만 오성진의 변형을 모두 성공해 냈으니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혁기린과 흑묘가 손을 잡고 기뻐했고 여일예와 독고이설 역시 그런 둘을 바라보며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띄운 상황.

         

       “잘하셨습니다. 여러분.”

         

       진법을 지켜보던 당도연도 성공을 축하하며 박수를 쳐 주었다. 그런 당도연의 모습에 혁기린이 달려가 당도연에게 안겼다.

         

       “당 소저께서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래요. 이런 성취를 이루기까지 당도연 소저의 공도 적지 않았지요.”

         

       “하하하. 그리 말씀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일행들이 기뻐하는 것은 당연했다.

         

       오늘 오성진의 변형을 펼쳐보며 확인한 오성진의 효능은 충분히 영물에 대응 가능한 수준이었으니까.

         

       확실한 출력과 다양한 변형을 통한 대응력까지.

         

       그러나 나는 일행들과 함께 웃을 수가 없었다.

         

       진법의 변형.

         

       한 사람이 진법의 중심이 되어 그 흐름을 이끌어갈 때 그 어느 때보다 일행들과 가까이 이어졌다. 빙성의 형을 갖추었을 때는 흑묘의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고 대성의 형을 갖추었을 때는 여일예의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는 일성의 형을 갖추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나는 혁기린의 감정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어찌 부인할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명확하고 강렬한 감정.

         

       연인인 흑묘와 여일예가 나에게 품는 감정.

         

       그리고 나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일행이 된 독고이설.

         

       결코 이 세 사람에게 밀리지 않을 애틋하고도 간질간질한 느낌.

         

       혁기린은.

         

       나에게 연심을 품고 있었다.

         

       *** ***

         

       ….여긴 어디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채광량. 빛 속에 휩싸인 복도. 그리고 그 위에 붙어 있는 작은 팻말들.

         

       내 머릿속에 한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학교?

         

       내가 왜 학교에?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채웠으나 내 고민은 그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내 팔에 매달려 왔으니까.

         

       “선배!”

         

       달근한 향이 화악 풍겨왔다. 그 향만으로도 지금 내 팔을 감싸오는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오랫동안 맡아왔던 향이었고 이젠 꽤나 친숙해진 내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나요~”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나도 모르게 숨을 삼키게 되는 압도적인 미모가 옆에 펼쳐져 있었다. 문자 그대로 빨려들 것만 같은 깊은 눈동자에는 반짝이는 호기심과 함께 나를 향한 호감이 드러나 있었다.

         

       도내 최고 미소녀로 평가받는 흑묘.

         

       들리는 소문으로는 국내 최고 의사, Dr.Poison 으로부터 수백 년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미녀라는 판정을 받았다던가 뭐라던가.

         

       능력있는 이들로 구성된 개인 팬클럽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아아?”

         

       나는 그런 흑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감탄스러운 미모였지만 그 미모에 얼이 빠진 것은 아니었다.

         

       …왜 교복이지?

         

       아니 학교에서 교복을 입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가?

         

       그런데….흑묘는 이미 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아니었던가? 아니 애초에 흑묘뿐만이 아니라 나도…

         

       “얍.”

         

       뺨에 붙는 차가운 감촉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고개를 돌려보니 안대를 쓴 여일예가 내 뺨에 차가운 음료를 붙이고 있었다. 애정이 듬뿍 담긴 한쪽 눈에는 작은 장난을 성공시켰다는 성취감이 떠올랐다.

         

       “연습이 고되었던 모양입니다. 이거라도 드시지요.”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이온 음료를 마셨다. 내가 음료를 마시는 걸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던 여일예가 어깨를 붙여오며 내 팔을 잡았다.

         

       “음.”

         

       양손의 꽃인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더니 여일예는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 연습하러 가시지요.”

         

       “그래요. 선배. 코치 없이도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코치?

         

       그래. 그랬었지.

         

       진법부를 만들었고 서문연 코치의 지도 하에 맹 연습중이었지.

         

       내 팔에 매달리는 흑묘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 여일예와 함께 체육관으로 향했다. 어쩐지 바이크를 타고 내 달리는 당도연과 체육과 본관 사이의 공간에 쭈그려 앉아 담배연기를 내뿜는 당소열은 본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었겠지.

         

       실내체육관에 막 들어섰을 때였다.

         

       “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서문연. 그리고 그런 서문연 앞에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머리를 양 갈래로 묶어 내린 혁기린의 자그마한 뒷통수가 눈에 들어왔다.

         

       온 몸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일까. 팔다리가 긴장으로 뻣뻣해진 것이 멀리서도 느껴지는 상황.

         

       “호, 호천안 선배를 좋아해요!”

         

       갑자기 충격적인 선언이 이어졌다.

         

       “예,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어요!”

         

       ….말도 안 돼.

         

       나에게는 이미 흑묘도 여일예도 있는 걸. 흑묘와 여일예가 이어질 때 혁기린 역시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가.

         

       언제부터.

         

       언제부터 혁기린은 나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던 것일까.

         

       충격적인 소식에 손에서 힘이 빠졌다.

         

       빈 캔이 내 손에서 빠져나가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몇 초뒤 펼쳐질 미래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그려졌다.

         

       빈캔은 청명한 소리를 내며 떨어질 것이고 혁기린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뒤돌아 보겠지. 그리고 혁기린은 지금까지 숨겨 왔던 마음을 들켰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여일예와 흑묘에게도 말이다.

         

       그 모든 일이.

         

       떨어진 캔이 바닥에 닿는 순간 벌어질 일이었다.

         

       따아앙!

         

       캔이 떨어지며 청명한 소리를 냈고.

         

       두 갈래 머리를 한 혁기린이 뒤를 돌아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6/17일 해당 회차 후반부가 수정되었습니다.

    현 내용은 수정된 내용입니다.

    *
    정상연재!

    사실 4분늦은…

    [비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흐으읍….! 서이령이 만든 법구들을 끼고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텔레파시로 보내는 중입니다! 느껴지십니까? 저의 감사함이? 끼요오오옷!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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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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