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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8

       종선이 데리고 온 신선들은 하나 같이 유능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떤 경위로 인간의 탈을 벗었던 간에 인간이라는 존재에서 벗어나 선인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어찌 유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상에서는 누구나 절대고수니 은거기인이니 하는 소리를 듣던 놈팽이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 선계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당연하게도 일이 진척되는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죽어있던 대지에 점차 초록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갈려졌던 땅에 다시금 생기가 피어나고. 수그러들었던 풀이 활기를 되찾고. 메말랐던 나무의 위에 잎이 새겨지고. 불어오는 바람에 매화의 향이 담겨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본인의 권능에서 시작된 회복이기 때문에 이전의 정적이었던 선계의 풍경이 아름답고 화려하게 바뀌긴 했다만 뭐 어떠냐.

       

       어찌 되었든 대지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또한 이 풍경이 보기 좋은 것도 사실일 지언데 말이다.

       

       “감사합니다. 민가시여.”

       

       본인이 벌인 위업의 풍경에 감격한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종선의 입에서 존대가 흘러 나왔다.

       

       나보다 몇 배는 더 긴 세월을 살아왔을 노친네가 껌뻑 죽는 모습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만 이 녀석이 해 준 것이 있어 가만 내버려 두었다.

       

       종선은 여러 신선들을 이 곳으로 데려올 때에 한 가지 채비를 해두었다.

       

       바로 신선들이 본인을 직접 마주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선계를 살리기 위해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당신께서 대지에 권능을 펼치는 것을 본다면 당신의 경지에 잡아먹혀 버릴지도 모르니까요.’

       

       광신이란 게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본인의 경지를 마주하자마자 거기에 대비하는 모습은 종선이라는 자가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겪어왔는지를 알려주는 듯 했다.

       

       덕분에 본인은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권능을 펼칠 수 있었더랬지.

       

       “한 번 더 매화를 퍼트리도록 할까.”

       

       선계는 분명 회복되어가고 있지만 회복의 속도 자체는 그리 빠르지 않다.

       

       원래의 상태가 너무도 처참했기에 빠를래야 빠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다간 이 신선 놈들을 데려가는 데에도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할 터.

       

       며칠 안에 이들을 동원하고 싶은 내 입장에서는 그리 여유를 부릴 순 없다.

       

       그러니 생기를 더하는 것으로 복원을 가속화 시키자꾸나.

       

       한 시 빨리 이 곳이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판단을 내리고서 검을 위로 치켜 든 순간 저 먼 곳에서 최근 들어 자주 보았던 기운이 느껴졌다.

       

       분명 얼마 전에 내 이름을 대고서 퇴근을 하라고 명을 했는데 저 녀석이 어찌 이 자리에 있는 것일까.

       

       녀석. 그리 휴식을 취하고 싶다 노래를 부르더니 사실은 일을 하고 싶었던 게냐?

       

       “아라님!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저 하늘 위에서 다급히 내려와 내 앞에선 백호는 대뜸 멈추어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본인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본인이 VR을 통해 이 세상에 들어온 것도 아닌데 권능을 펼친다 하여서 무슨 문제가 생기더냐?

       

       일단 그대의 표정이 다급해 보이니 내 잠시 멈추기야 하겠다만서도.

       

       내기로 만들어 낸 검을 흩어보이자 벅찬 숨을 가다듬던 백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문제라도 생겼느냐?”

       “…생겼죠. 하마터면 이 세상과의 연결이 날아갈 뻔 했으니까요.”

       

       본인이 이 세상의 규율을 스스로의 뜻대로 바꿈에 따라 회사와 화룡무인의 세상 사이의 연결에 문제가 생긴 것인가.

       

       “대체 무슨 놈의 서버가 그리도 허약한 게냐.”

       “…하나의 계를 살릴 법한 기운이 갑자기 쏟아지는 데 과부화가 안 걸리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크흠. 뭐 어쨌든 그래서 휴식도 내다 버린 채 달려온 것이냐?”

       “애초에 퇴근도 못했습니다.”

       “허어. 본인의 이름을 댔음에도 퇴근을 시켜주지 않은 것이야?”

       “아라님의 이름을 대고 빠져나가려 그랬더니 아라님이 계속해서 사건 사고를 만들어내셨잖습니까!”

       

       실시간으로 대처해야 하는 목록이 늘어나는 데 어떻게 퇴근을 하냐면서.

       

       어느새 회사에 출근한 지 48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는 백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마 무슨 말을 해줄 수가 없었다.

       

       어느 하나 본의인 것은 없었다만서도. 이거 참 미안하게 되었구나.

       

       두 손으로 얼굴을 짓누른 채 소리를 내지르던 백호는 이윽고 길게 숨을 내뱉고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백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바루와 종선, 그리고 검선이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인사를 건넸다.

       

       “백호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전히 고생이 많으신 듯 하군요.”

       “신수님을 다시금 뵙습니다.”

       

       바루야 백호와 함께 꽤 긴 시간을 보냈으니 아는 것이 당연하다만. 종선이나 검선은 어찌 백호를 아는 것이더냐?

       

       거기에 의문이 생겨 물음을 던졌더니 백호가 목소리를 냈다.

       

       “외부인이 이 세상에 발을 디디기 전에 신선들과 만남을 가졌거든요. 최소한의 관리자 역할을 부탁하기 위해서.”

       “도를 넘는 외부인의 제어를 저희가 맡는 대신 백호님을 비롯한 여러 신수분들에게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본인이 처음 화룡무인의 세상에 발을 들였을 때에 맞이를 해 준 것도 검선이었지.

       

       과연 그 인선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인가.

       

       “잘 된 일이로구나. 그렇다는 것은 그대들도 다른 세계에 관해 인지하고 있단 것 아닌가.”

       

       이 녀석들을 다른 세계로 끌고 갈 적에 어찌 설명을 해야 편히 납득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거늘. 이럼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은가. 실로 잘 된 일이야.

       

       그리 생각을 하고서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으려니 백호가 눈을 끔뻑거렸다.

       

       “…아라님? 신선들을 다른 세상으로 데리고 가겠다고요?”

       “그래. 조금 써먹고는 다시 되돌려 놓을 생각이다.”

       “…아니. 그으.”

       “윗선에서 혼날 듯 하더냐? 걱정하지 말거라. 내 알아 그대의 사장과 담판을 지을 테니.”

       

       안 그래도 녀석의 얼굴을 마주하러 가야 했었는데 겸사겸사 이 일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하면 되겠지.

       

       그리고 거기에 더해 백호 그대에게 잠시간의 휴식을 주라는 말도 해두마.

       

       어떠냐. 이토록 친절한 관리대상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그대는 본인을 담당하게 되었단 사실에 감사를 느껴야 할 것이야.

       

       “즈으마르. 그스흡니드!”

       

       이를 악무는 백호의 모습에 고개를 주억거리고서 종선과 검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이 이상 본인이 도움을 주긴 어려울 듯 하구나.”

       “아뇨.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대지가 생명의 씨앗을 품었으니. 이를 피우는 것이라면 저희 신선들끼리라도 할 수 있죠.”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며칠이 지나 다시금 찾아오겠다. 그 때에 본인을 도울 준비를 하고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정중히 인사하는 신선들을 뒤로 한 채 바루와 백호를 데리고서 자리를 떴다.

       

       여느 때 하던 것처럼 차원에 균열을 내어서 회사 부지에 도착한 순간. 그 앞에 회사의 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마냥 얼굴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 화령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올 것을 알고 있었나?”

       “보고 있었으니까요.”

       

       화룡무인의 세상을 보고 있었다는 것인지. 아니면 미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지금 중요한 것은 본인과 대화를 나누어야 할 자가 먼저 찾아왔다는 것 뿐일 터.

       

       “바루야.”

       “흠?”

       “백호와 함께 이 곳을 구경하고 있거라. 이 곳에는 진기한 것이 많으니 심심하진 않을 것이야.”

       “그대는?”

       “잠시 이 녀석과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다.”

       

       바루는 잠시 내 표정을 살피다가 이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빨리 정리하고 오거라. 본인의 동경이었던 선계를 되살려 주었으니 본인이 잠시 기다려 주는 것이야.”

       “걱정 말거라. 그리 길게 걸리지 않을 터이니.”

       

       그렇게 바루가 백호의 옷깃을 붙잡은 채 회사를 견학하러 떠나간 후. 본인은 사장과 함께 녀석의 집무실로 향했다.

       

       “본인을 보고 있었노라 그랬었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본인이 지금 무얼 하고자 하는 지도 대충 알 터이니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마. 본인은 파이스가 있던 세상을 존속시키기 위한 지원을 바란다.”

       

       본인이 신선들을 데리고서 그 곳의 대지를 회복시킨다 치더라도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대지가 생명을 품을 수 있게 되더라도 생명이 과실을 맺는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니.

       

       기아에 빠진 이들에게 그 기다림을 견딜 수 있게 할 무언가가 필요하지.

       

       식량이라던가 의약품이라던가 생활에 필요한 여러 자잘한 물건들이라던가 하는 것이 말이다.

       

       이 물건들의 규모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본인의 재산을 사용해 사들였을 터이다만.

       

       안타깝게도 본인의 통장에는 대륙에 머무르는 수많은 이들을 먹여살릴 수 있을 만큼의 거금이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그만한 돈이 있더라도 그만큼 많은 식량을 사들일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말이다.

       

       허나 이 녀석은 다르다. 현대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의 사장이자 수많은 세계를 오고 갈 수 있는 이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만한 물건들을 구할 수 있을 터.

       

       “꽤나 큰 대륙의 사람들이 당분간 연명할 수 있을만큼의 식량인가요.”

       “가능하겠지?”

       “예. 하려면 할 수 있죠. 돈과 인력이 꽤 많이 들기야 하겠지만요.”

       “그럼 됐다. 내 그를 위한 대가를 치를 터이니 이야기를 해보거라.”

       

       본인에게도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하니 만큼 맨입으로 내 놓으라 이야기하지 않겠다.

       

       저 물건을 내어주었을 때 필요한 대가를 이야기하라. 그것이 정당하다 판단된다면 내 기꺼이 따라주도록 하겠다.

       

       본인이라는 무인을 필요한 것에 쓸 수 있는 기회다. 그대의 입장에서도 이는 상당히 매혹적인 제안일 터.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화령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그래?”

       “예. 다만 화령님께서 껄끄러워하실 법한 일인지라 말씀을 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만.”

       “신경 쓰지 말고 말해라. 본인은 부탁을 들어주는 자를 겁박할 정도로 성질 나쁜 인간이 아니니.”

       

       무엇을 부탁하려는 게야.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야 하는 과업이더냐?아니면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괴물 같은 존재가 있는 것이냐?

       

       그게 아니라면 내 지식을 누군가에게 가르쳐야 하기라도 하더냐?

       

       무엇이든 말해보거라. 어차피 들어줄 수 없다 싶으면 단호히 고갤 저을 생각이니까.

       

       “그 말씀에 용기를 내어 말을 해보겠습니다. 화령님. 얼마 지나지 않아 펼쳐질 팬미팅에서 요리를 해 저희 직원들에게 요리를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뭐?”

       “컨텐츠 느낌으로 화령냥이를 해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만.”

       “뭐?!”

       “아. 죄송합니다. 너무 갔네요. 표정 좀 풀어주시겠어요? 지금 눈빛에 찔려 죽을 것 같아서.”

       

       …이 놈 정신이 나가버린 것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일인 7월 22일은 개인사정으로 인해 휴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도저히 뺄 수 없는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일요일에 바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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