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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8

    <428 – 인질 없는 인질극>

     

    “샤를로테도 알다가도 모르겠네. 하필이면 그 미덥잖은 용사의 파티원이 되려 하다니.”

    “용사도 봤어요?”

    “널 보면서 겸사겸사. 벽에 있을 때에는 누구라도 지켜보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그리고… 난 그 여자가 그리 싫지만은 않아.”

     

    앨리스 선배의 말은 적잖이 의외였다.

    성격 좋은 선배라면 사람을 쉽게 포기하는 이슈타르를 좋아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슈타르의 무엇이 앨리스 선배의 마음을 끌었을까?

     

    “제 추종자들이 헤스티아를 욕할 때, 그녀는 신분과 클래스를 두고 한 점 편견도 없이 바라보았어. 만일 용사가 추종자들의 말에 동조했다면 지금보다 세 배 이상 세력이 커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헤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확실히 근본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죠!”

    “그러는 너야말로 이슈타르를 너무 좋게 보고 있지 않아? 몇 번이고 네 앞을 가로막고 또 네 친구들을 쓰러뜨린 상대인데.”

    “이슈타르는 할 일이 많은 불쌍한 사람이에요. 당연히 응원할 수밖에 없죠!”

    “황제와 마왕을 물리친다… 너는 그 아이에게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고 믿어?”

    “그럼요!”

     

    플레이어블 캐릭터 이슈타르를 선택할 때, 직접 해보기도 했는걸.

    내가 했으니 이슈타르에게 가능성은 충분히 내재되어 있다.

    관건은 지금의 NPC 이슈타르도 내가 해낸 것을 따라할 수 있는가.

     

    ‘여름방학에 훈련의 탑에서 성장력을 높여놔서 아직까지는 괜찮아!’

     

    앨리스 선배는 무엇이 그리도 마음에 걸리는지 재차 질문했다.

     

    “가능불가능을 떠나서 왜 그런 짓을 해야 해? 마왕은 건드리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아. 황제도 나름대로 제국이라는 거대한 폭력을 잘 갈무리하고 있어.“

     

    그냥 지금 이대로 놔두어도 괜찮을 거물들이잖아.

    굳이 사서 고생을 해야 해?

    앨리스 선배의 그런 의문은 정당하다.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렇겠죠!”

    “…뭔가, 대륙을 크게 뒤흔들 일이 다가오나보네.”

    “알려드릴까요?”

    “됐어. 도비처럼 광신도가 되고 싶지는 않아.”

    “그럼 조나한테 샤를로테의 집사에 대해 정보를 얻으러 가볼게요!”

    “정보를 얻으면. 그때는 그 집사를 찾아가서 싸울 작정이야?”

     

    손가락을 입에 대고 우물거리며 고민해봤다.

     

    “음… 아마도?”

    “무리야. 집사는 강해. 최소한 ‘졸업생’급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돼.”

    “그래도 다 생각이 있어요!”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이 배때기에 칼질하기밖에 없는 건 아니잖아?

     

     

    * * *

     

     

    샤를로테는 재단에서 온 맹랑한 최연소 아가씨를 떠올렸다.

     

    ‘겁이 없었지. 실력도 상당했고. 무엇보다도 접근법 자체가 달랐어.’

     

    지금껏 용사에게 접근한 아가씨는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아가씨로서 강해지려면 필연적으로 암흑마나에 손을 뻗게 된다.

    용사와는 상극의 힘.

    단적으로 말해서, 재단의 아가씨는 아카데미를 벗어나는 순간 용사의 토벌대상이 된다.

    샤를로테 또한 이는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크노디와 겨룰 때 암흑마나를 사용하지 않았던 까닭을 생각하면 이는 더욱 의미심장했다.

     

    “알고 있는 거야? 내 몸에는 단 한 줌의 암흑마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단의 아가씨 샤를로테.

    그녀의 별명은 고고한 장미.

    그 높은 눈에 상명하복의 원칙이 강하게 깃든 불길한 힘, 암흑마나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몇 년 전.

    아카데미에 막 입학한 1학년 무렵.

    순수한 재능과 실력만으로 자신을 오싹하게 만들었던 앨리스와의 전투를 경험한 이후로 그 결심은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다.

     

    ‘위력이 강하다고 전부가 아니야. 통제할 수 있는 완벽한 힘이기에 비로소 강해질 수 있어. 그것이 아무리 작고 하찮은 힘일지라도.’

     

    앨리스는 자신보다 명백히 적은 힘과 마나로 그녀를 거의 넘어설 뻔했다.

    자신은 그때의 벽을 뛰어넘었고, 앨리스는 그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승패를 가른 것은 실전에서의 각성유무뿐.

    더 이상의 각성을 이룰 수 없는 깨달음의 벽과 마주한 지금도 소신은 변치 않았다.

    외력에 의지하는 한이 있더라도 암흑마나만은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전부 알고 있다는 것처럼 용사파티의 영입을 권유하는 그 아이.

    조금이지만 소름이 끼쳤다.

     

    “역시 죽일 걸 그랬나.”

     

    뭐어, 아직은 먼 이야기다.

    용사파티의 동료가 되는 것도 결국은 비보를 포기한 뒤에나 해당되는 이야기.

    아직은 포기할 수 없다.

     

    “유력한 경쟁자가 몰락한 직후라면 더더욱.”

     

    백 개의 유실물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 살인마 우르가스.

    어째서인지 유실물 중 태반이 새까맣게 타버린 채 작동불능이 되어버린 우르가스는 본래라면 샤를로테의 천적이나 다름없지만…

     

    “반에 반도 안 되는 전력 따위, 비보탈환을 위한 밑거름에 불과해.”

    “커헉! 비, 비겁한 녀석들… 재단의 힘으로 내 전력을 깎고 기습까지 가하다니……”

     

    악명 높은 우르가스는 죽었다.

    그가 지닌 핵심 유실물도 입수했다.

    소유자의 주변공간을 제어하는 황금사과를 수중에 얻은 이상, 이제 자신의 일점도야를 막을 아티팩트를 구사하는 적은 없어졌다.

    동시에 황금사과를 이용한 공간친화 상승효과로 더욱 수월한 공세가 가능해진다.

     

    ‘우르가스가 마지막에 남겼던 말은 조금 거슬리지만.’

     

    재단의 힘으로 전력을 깎았다.

    자신의 집사에게 그만한 재주는 기대하기 어렵다.

    휴학생 전용구역에 숨어있는 <스티커>의 짓일까?

    아니, 그쪽은 그리 호전적인 성격이 아니다.

    떠오르는 사람은 작은 키의 예쁘장한 소녀.

    그 아이가 우르가스를?

    착각이라기엔 찝찝하고, 사실이라면 그녀가 우르가스를 꺾더라도 비보탈환에 얼른 실패하고 용사파티에나 들어가라는 독촉이 된다.

    어느 쪽이든 아이보다는 닳고 닳은 노회한 노집사에 비견되는 연륜의 솜씨가 느껴진다.

    오크노디의 배후.

    그녀를 보낸 집사 조나 와이히엠하이는 몇 년 사이에 이 정도로 살벌한 수를 둘 수 있게 되었나?

    하지만 집사보다도 꺼림칙한 것은 역시 그 뜻을 수행하는 아가씨 쪽이다.

    작은 키 때문에 손이 덮일 정도로 긴 소매도.

    옷을 구깃구깃 접어서 쏙 내민 가느다란 팔도.

    순진무구하게 웃는 얼굴로 터무니없는 제안을 해대는 얼굴도.

     

    “정말 꺼림칙한 아이야.”

     

    조나 와이히엠하이.

    그가 어떤 괴물을 키워낸 건지 조금 두려워졌다.

     

     

    * * *

     

     

    “아가씨께서는 일전에 디스트로이어 교수와 외유를 나간 적이 있다고 하셨지요.”

    “넹!”

    “그때 교수의 손에 명을 달리한 재단간부의 신분을 기억하십니까?”

     

    오늘은 샤를로테 선배의 집사에 대해 알려달라고 조르고자 조나를 찾아갔다.

     

    “감독관?”

    “맞습니다.”

    “헉! 그럼 샤를로테 선배님의 집사는 벌써 죽은 거예요?”

     

    조나가 지끈거리는 두통을 가라앉히듯 이마를 한손으로 짚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감독관은 보통 재단의 집사들을 관리하는 신분입니다. 샤를로테의 집사 역시 처음부터 감독관은 아니었습니다.”

    “설마 전임자가 사라져서 빈자리에?”

    “정답입니다.”

    “우와. 저 덕분에 출세하신 분이구나! 승진비로 유니크요리 하나 쏘라고 해야겠당.”

    “감독관은 아가씨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지위가 아닙니다.”

    “힝. 전에 분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많이 주셨는데.”

    “아무튼 신임감독관이 아가씨에게 빚을 졌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대가를 원하신다면 자리를 마련해보겠습니다.”

     

    조나의 약속을 믿고 학업에 충실하게 돌아갔다.

    앨리스도 기다리면 곧 연락이 오리라는 말을 믿었다.

    한 주.

    두 주.

    기어이 세 주가 훌쩍 지나가기 전까지는.

     

    “너 속았어.”

    “으앙. 조나가 저를 속일 리가 없잖아요!”

    “조나는 원래 거짓말 잘해. 나한테도 피망 먹으면 키가 큰다고 했는데 하나도 안 컸어.”

     

    키가 안 크는 건 유전자 탓인데요!

     

    “조나. 이건 약속이 다르잖아요! 감독관과 대면할 기회를 만들어주신다면서요.”

    “죄송합니다. 대면 약속을 잡으려고는 시도했으나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문제요?”

    “감독관이 대면을 적극적으로 거절하고 있습니다.”

    “왜요?”

    “결과적으로 전임자의 목을 날린 셈이 된 무서운아이와 얼굴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아뿔싸.

    무서운아이 악명이 너무 높은 나머지, 지레 겁을 먹고 대면을 거절했구나!

     

    “그럼 미끼를 던져야겠네요!”

    “또 새끼크라켄처럼 터무니없는 대사건을 일으킬 작정이라면 자제하십시오. 아가씨가 일으킨 사건 덕분에 아가씨의 전담감시 수준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천장에서 엿보는 한 명, 건물입구에서 창가로 염탐하는 한 명, 학생으로 위장하고 복도를 서성이는 두 명. 맞죠?”

     

    숨기 기능을 올리다보면 어디에 숨으면 좋을지는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교수급은 모두 놓치셨군요.”

    “교수급이요?”

    “천장에는 교관뿐만 아니라 디스트로이어 교수도, 창턱 너머에는 레인저 미네르바 교수도, 복도에는 명경지수로 위장한 명호스님도 있습니다.”

    “에엣!!”

    “이 정도의 감시를 뚫고 사건을 일으켜 나갈 수는 없을 겁니다. 감독관과의 대면은 적어도 방학까지는 미루셔야 합니다.”

    “알았어요.”

     

    조나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제가 찾아가는 건 포기할게요.”

    “…감독관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 비책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당연히 있죠!”

     

    샤를로테는 휴학생 전용구역에 있다.

    외부와의 통신도 일절 두절되었으니.

    샤를로테의 신변을 우리가 확보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상황.

     

    “감독관에게 이번 주 내로 찾아오지 않으면 샤를로테 선배를 죽이겠다고 전해주세요!”

     

    인질 없는 인질극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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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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