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28

   파르테스 소속.

   중급 신, 마이오스.

     

   그는 주위에 떠다니는 빛무리와 함께 천천히 상공에서 내려가고 있었다.

     

   중급 신.

   하급 신과 중급 신을 나누는 기준은 사실 간단하다.

     

   바로 내부에 깃들어 있는 별에서 흘러나오는 신기를 몇 가지 형태로 변환시킬 수 있느냐다.

     

   하급 신들은 하나의 신기밖에 다루지 못한다.

   그들은 신의 기준으로 막 태어난 존재이며 이제야 신기를 개안한 존재다.

     

   하급 신들은 신계에서 끊임없이 자연 발생한다.

   그리고 그중 중급 신이 되는 존재는 불과 1%가 되지 않는다.

     

   신이란 존재는 인간보다 상승 욕구가 낮다.

   그러니 중급 신까지 올라가는 신들은 무척이나 적었다.

     

   그리고 이 말은 즉.

   중급 신이 된 이들은 신 중에서도 상승 욕구가 탁월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욕망이 원동력이 되듯.

   신들에게 있어서도 욕망이 원동력이자 곧 타고난 재능이었다.

     

   상승 욕구를 통해 신기의 방향성을 여러 가지로 다루게 되면 그때부터 그 신은 중급 신이라 불린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중급 신들은 드디어 중간계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 인간이란 자신의 성장 동력이 되어주는 이들.

   탐욕스러운 신들만이 중급 신이 되는 만큼 그들은 중간계에서도 탐욕스럽게 재능을 탐한다.

     

   그러니 중급 신은 하급 신과는 급 자체가 달라 나뉘어져 있다.

   어쩌면 하급 신과 중급 신은 아예 다른 존재로 치부해야 할지도 몰랐다.

     

   “쯧, 나원, 귀찮게 먼 길을 오게 하는군. 후배라는 녀석이 선배를 불러들이기나 하고.”

     

   뒷짐을 진 채 하늘에서 내려온 중급 신, 마이오스가 천천히 주위를 훑었다.

     

   황색 평야.

   하급 신들이 유달리 많이 자연 발생하는 장소로서 천족들의 고향이기도 한 곳이다.

     

   그러니 위의 계급의 신들은 구태여 황색 평야를 건드리지 않는다.

   이곳은 그야말로 어린애들끼리 노는 터전과 같은 곳이다.

     

   ‘어디 보자. 황색 평야의 연회장이 분명.’

     

   그는 연회장을 향해 방향을 정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곧 그의 눈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바람을 타고, 불길한 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지나갔다.

     

   “급하게 호출하더니.”

     

   그가 청색의 모포 아래 다리로 허공을 쿠웅 찍었다.

   그리고 마이오스의 인영이 흐트러지며 그가 하늘을 질주했다.

     

   아래에서 본다면 별똥별이 지나가는 것과 같은 터무니 없는 속도였다.

     

   그의 눈에 서서히 연회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찾았다.

   연회장은 여기저기 무너져 있었다.

     

   보아하니 누군가의 습격이 있던 것이 분명했다.

     

   ‘도둑의 신의 아이가 왔다는 말이 있던데.’

     

   같은 파르테스 소속이자 후배인 지이오스의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그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치부했다.

   하지만 파르테스 소속의 후배인 그가 정말이라며 직접 오면 확인시켜 주겠다고 몇 번이고 말해 결국 귀찮음을 무릅쓰고, 황색 평야로 왔다.

     

   그런데 웬걸.

   정말로 하급 신들의 연회장이 처참하게 파괴되어 있다.

     

   즉, 여기에 나타난 누군가는 하급 신들 다수를 압도할 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소리였다.

     

   ‘만약 정말 도둑의 신의 아이라면.’

     

   중간계에 있던 도둑의 신의 아이가 어떻게 이곳에 도달했는지는 의문이라도.

   도둑의 신의 아이는 중간계에서 저지른 짓으로 인해 많은 중급 신과 상급 신에게 공분을 샀다.

     

   그중에는 최상위 신들도 몇 끼어 있다고 하니.

   그를 잡는 순간 얻을 수 있는 포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이오스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이건, 오히려 바라야겠다.

   부디, 이곳을 이 꼴로 만든 게 도둑의 신의 아이기를 말이다.

     

   쿵!

     

   이윽고, 마이오스가 연회장 앞에 착지했다.

   그러자 부서진 벽 사이로 그와 눈이 마주친 한 사내가 있었다.

     

   검푸른색에서 잿빛으로 머리카락이 물들어 가는 사내.

   그를 보자마자 신들이 분개하며 외치던 크라슈의 인상착의가 떠올랐다.

     

   “정말로?”

     

   그의 눈에 희열이 차오른 순간 마이오스는 뒤늦게 크라슈의 검을 보았다.

   잿빛의 불꽃이 피어나고 있는 크라슈의 검에서 강대한 기척이 느껴졌다.

     

   크라슈를 확인하는 데 급급하여 이를 예상 못 한 마이오스가 굳었다.

     

   이놈, 처음부터 자신이 올 것을 알고 준비하고 있었다.

     

   “눈치챘냐?”

     

   마이오스가 급히 청포 아래에서 부채를 꺼내 드는 순간.

   크라슈의 입에는 흉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미 늦었어. 인마.”

     

   선빵필승.

   항상 이 말을 되새기고 있는 크라슈는 마이오스를 향해 망설임 없이 검을 내질렀다.

     

   멸화침식(滅火浸蝕)

   팔식(八式)

   멸화무신(滅火武神)

     

   잿빛의 화염이 외벽을 완전히 녹여 버리며 이 세상에서 지워 버렸다.

   뻗어 나간 불꽃은 부채를 펼친 마이오스마저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화염의 폭풍이 몰아쳤다.

   일렁인 화염의 폭풍이 모든 걸 불태운 뒤 사그라진 순간.

     

   거기에는 부릅뜬 눈으로 부채를 겨누고 있던 마이오스가 서 있었다.

   그의 부채가 잿가루가 되며 바스러졌다.

   이윽고, 완전히 지워진 부채와 까맣게 타버린 그의 팔이 드러났다.

     

   “그거 맞고도 고작 그 정도로 그쳤다니. 중급 신답네.”

     

   곧이어 그의 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염의 폭풍이 지나가며 남은 연기 사이로 걸어 나온 사내가 가볍게 웃었다.

     

   중급 신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겁먹지 않는 모습이다.

   그리고 사내에게는 실제로 그럴만한 힘이 있었다.

     

   오싹-

     

   왜냐하면 사내에게서 은근하게 흘러 나온 존재감은 중급 신인 마이오스마저 소름을 돋게 했으니까.

     

   마이오스는 황색 평야에 마치 유흥을 즐기듯 찾아왔다.

     

   하지만 웬걸.

   상대는 유흥 정도로 생각할 만큼 호락호락한 이가 아니었다.

     

   ‘자칫하면.’

     

   당할 수도 있는 적.

   적이다.

     

   “……놀랐군. 보아하니, 신기의 형태를 깨달은 건 아닌 듯싶은데.”

     

   중급 신이 되기 위한 조건.

   별에서 흘러나오는 신기를 여러 형태로 만들어 내는 것.

     

   크라슈는 분명 이를 깨우친 것은 아닌 듯싶었다.

   그러나 크라슈는 단순하게 지닌 힘만으로 중급 신에 버금가는 힘을 쏟아내고 있었다.

     

   마치, 닥치는 대로 모든 힘을 삼키고 또 삼켜 합쳐 놓은 것 같은 끔찍한 형태였다.

     

   “깨달음 하나 없이 무식하기 짝이 없는 힘이로군.”

   “그렇게 보이면 별수 없긴 한데.”

     

   크라슈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히죽 웃었다.

     

   “이래도 너 잡는 건 문제 없을 거 같아서.”

     

   마이오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기껏, 칭찬을 해줬더니 돌아오는 건 도발뿐이다.

     

   그렇다면 원래 목적대로 확실하게 응징해 줄 뿐.

     

   마이오스의 주위에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차라리 잘됐다.

   힘 조절할 것 없이 전력을 다해 쓰러트린 뒤, 그를 상급 신들에게 바치면 될 거 같으니까.

     

   “원숭이 놈이 그 입을 어디까지 나불거릴 수 있는지 보지.”

     

   마이오스가 품에서 새로운 부채를 꺼내 들었다.

   이윽고, 그의 부채를 따라 불어닥친 무형의 칼날이 크라슈를 덮쳐왔다.

     

   주변 경치 자체가 일그러지며 날아드는 무형의 칼날은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크라슈는 이를 성계의 영역에서 내뿜는 별빛을 통해 인식했다.

     

   서걱, 카앙!

     

   날아든 무형의 칼날을 베어버린 크라슈가 한걸음 물러섰다.

     

   검에서 오는 충격이 생각 이상으로 뻐근하다.

   마이오스에게서 흘러나오는 흉흉한 살의가 확실히 하급 신들과는 급이 달랐다.

     

   하급 신들을 꽤 집어삼킨 만큼.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건 오산이었던 모양이다.

     

   괜찮다.

   어차피 살아오면서 쉬운 싸움이라고는 해본 적 없으니까.

     

   크라슈는 몸에 힘을 실으며 바닥을 지르밟았다.

     

   이윽고, 그의 다리가 거칠게 부풀어 오른 순간.

     

   콰아아아앙!

     

   크라슈의 몸이 포탄과 같이 앞으로 쏘아졌다.

     

   주위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몸에 서린 엑셀이 육체를 가속하며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이런 크라슈를 보고도 마이오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펼친 주름 부채의 일부를 접었다.

     

   탁!

     

   부채가 살짝 접히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하늘에서 낙뢰처럼 내려쳐 온 바람이 이 공간 전체를 억눌렀다.

     

   꽈아아아악!

     

   달려 나가던 크라슈의 몸이 느릿해졌다.

   대기가 몸 전체를 억눌러 왔다.

   황색 평야에 자라난 풀들이 모조리 짓눌리며 짓이겨지기 시작했다.

     

   달려 나가던 크라슈의 속도도 당연히 줄어들었다.

   과연, 중급 신쯤 되면 자연을 다루는 것도 스케일이 다르다 이건가.

     

   그런 와중에 무형의 칼날은 크라슈를 향해 끊임없이 덮쳐 날아오고 있었다.

     

   크라슈는 이 모든 것을 받아치며 더더욱 힘을 끌어 올렸다.

     

   화르르륵!

     

   그러자 그의 몸에서 피어오른 불길이 몸 전반을 휘감으며 힘을 불어넣었다.

   억눌리던 바람을 뚫고, 크라슈가 앞으로 서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막돼먹은 힘인지 불꽃이 타오르면 타오를수록 크라슈의 가속도 빨라졌다.

     

   마이오스의 눈이 찌푸려졌다.

   설마 풍옥 속에서도 저렇게 움직일 줄 몰랐다.

     

   일반적인 하급 신이었다면 이미 몸이 짓이겨지고도 남을 정도의 힘이건만.

   크라슈는 아까보다는 느릴지라도 이에 물러서지 않고, 나아오고 있었다.

     

   딱!

     

   당연하지만 마이오스는 이를 두고 봐줄 생각이 없었다.

     

   또다시 일부가 닫힌 부채와 함께 마이오스의 주변에 바람 무리가 모여들었다.

   그리고 모여든 바람 무리는 곧 거대한 새의 형태로 변환하기 시작했다.

     

   창공을 가로지르는 맹금류의 형상을 한 새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윽고, 새는 날아오르는 모습 그대로 조각조각 나기 시작했다.

     

   손바닥 정도로 한없이 작아진 무수히 많은 새가 바람을 따라 수백, 수천, 수만으로 숫자를 불리기 시작했다.

     

   칼군무를 추며 하늘을 비상하던 새들은 그대로 크라슈에게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람의 새의 폭풍이었다.

     

   콰아아아아앙!

     

   크라슈가 바람의 새 한 마리를 받아치자 내부에 응축된 바람의 폭발이 일어났다.

     

   바닥에 추락한 바람의 새에 의해 크레이터 자국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공간이 생겨났다.

   이러한 새들이 끊임없이 나뉘며 크라슈에게 자살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크라슈의 검 끝이 바람의 새를 베고 지나갔다.

     

   콰아아아앙!

     

   잇따른 폭발과 함께 또 그 틈으로 바람의 새들이 날아들었다.

   사실상 무한대로 늘어나는 새들은 생체 폭탄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이 폭발할 때마다 크라슈의 몸도 휘청이고 있었다.

   바람의 폭발이 너무 강한 탓에 크라슈라도 제대로 버티고 서있을 수가 없었다.

     

   “아까 전 기세등등한 모습은 사라졌군.”

     

   마이오스가 비웃음을 거닐며 부채를 또 한 번 접었다.

   이번에 나타난 것은 수천 마리의 늑대였다.

     

   황색 평야를 전부 둘러싼 늑대들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렸다.

   그러자 벌려진 입에서 솟아나 대기의 기류가 하늘로 뻗어 나갔다.

     

   황색 평야의 황색 하늘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어느덧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그런 먹구름을 따라 더더욱 거센 바람이 불어 나갔다.

     

   칼바람.

   닿는 것만으로 피부가 베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거센 칼바람이 주변에 불어닥쳤다.

     

   이러한 바람 속.

   크라슈의 모습은 바람 앞 등불이나 다름이 없어 보였다.

     

   그라는 불꽃을 꺼트리기 위해 각양각색의 바람들이 몰아쳐 왔다.

     

   하지만 그 속에서 크라슈는 조용히 검을 쥔 채 서 있었다.

   날아드는 바람의 새를 받아쳐내 가며 크라슈의 눈동자는 천천히 마이오스를 바라보았다.

     

   오싹!

     

   또다시 마이오스의 몸에 소름이 돋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것이 무엇인지 채 알기 전.

     

   “그런 거구나. 대충 알았다.”

     

   마치, 무언가를 알았다는 듯이 크라슈가 웃었다.

     

   그리고.

   몰아치던 마이오스의 바람이 멈췄다.

     

   마이오스의 눈이 서서히 떠지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그리고 그 눈을 뜬 순간 그는 이미 코앞에 도달한 크라슈를 마주했다.

     

   “내가 너희 천적인 거.”

     

   그의 눈앞이 잿빛의 빛으로 물들은 순간이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