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29

    그렇게 몇시간동안 이어진 방송으로 루크의 표정이 점차 피곤으로 물들어갈 무렵.

    루크는 마침내 방송이 끝날 때를 알려왔다.

     

    -……휴우, 오늘의 방송은 이만 끝내지. muscleman123, 오늘 방송 와 주어서 정말 고맙네. 그리고 이런저런 조언을 줘서 고맙고……. 하여튼, 잘 자고 좋은 꿈 꾸게.

     

    벌써 끝인가?

    재밌는 시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가기 마련이었다.

     

    뭐어, 그래도 자신이 할 건 다 한 것 같지만.

     

    다이튼은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채팅을 입력했다.

     

    [muscleman123 – 오늘 재밌었어요^^ 다음에 또 봬요~!]

     

    그 채팅을 읽은 루크는 살짝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재미있었다니 다행이군. 고맙네. 그럼. 다음에 또.

     

    -뚝.

     

    그 뒤로 잠깐 화면이 점멸하더니, ‘방송 준비중입니다.’라는 문구가 출력된다.

    이것은 방송이 확실히 종료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마침내 다이튼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렸다.

     

    “아, 재미있었다.”

     

    정말로 재밌는 장난이었다.

     

    왜 사람들이 방송을 보면서 그렇게 돈을 쓰나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무려 예르나에게도 안 보여줬을 고양이 흉내를 비롯한 각종 애교를 혼자만 볼 수 있었다는 거다.

     

    이 정도면 15만길이 결코 아깝지 않은 방송이지.

     

    하지만 오늘 방송에서 루크가 얼마나 애교가 넘쳤는지는, 안타깝게도 자신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방송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명도 들어온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방송 설정이 이상하게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 말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게 말이 되나?

    거의 인간의 무한에 가까운 탐구심을 생각해보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이 오면 방송 나가려고 했는데, 끝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심지어 방송 중간에 제목이나 프로필 같은 거름망도 제거했는데 어째서일까?

     

    더더욱 의문스러운 일이었지만, 다이튼은 딱히 다른 사람들의 방송초기의 모습을 많이 봐 온 것도 아니었기에 ‘뭐, 운이 안 좋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겠지.’하고 넘겨버리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다이튼은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좋아, 이제 루크한테 사랑한다는 말이나 들으러 가보실까?”

     

    바로, 자신이 했던 5만길 리액션.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하기]를 받으러 갈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 궁금한데!

     

     

    -똑똑.

    다이튼은 루크의 방문에 노크를 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말했다.

     

    “루크, 지금 방송 끝났어? 아니면 뭐 다른 거 하고 있니? 나 잠깐 들어가도 돼?”

     

    그러자 안쪽으로부터 루크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려 있으니 들어오시게.”

     

    -찰칵.

     

    다이튼이 문고리를 돌리자, 루크의 말대로 문고리는 저항감없이 돌아갔다.

    잠금은 언제 풀었대.

     

    그렇게 문이 열리는 것을 확인한 다이튼이 즐거운 듯이 루크의 방에 발을 딛으며 말한다.

     

    “야, 방송은 어땠어? 어땠는지 나한테 소감 좀-.”

     

    하지만 다이튼의 그 싱글벙글한 목소리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간 다이튼이 마주하게 된 것은,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크였기 때문이다.

     

    루크의 이런 모습은 또 다른 의미로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리 생각한 다이튼은 당황하며 묻는다.

     

     

    “뭐, 뭐야. 왜 그러고 있냐? 첫 방송이 많이 피곤했어?”

     

    그에 이어진 루크의 힘없는 목소리.

     

    “다이튼, 나는 아무래도 방송을 하지 말아야 할까 봐.”

    “무슨 소리야, 그게?”

     

    자신이 방송하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호언장담하던 자신감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건가?

     

    루크는 곧바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송이 잘 될 것 같지가 않아.”

     

    중간에 시청자의 조언을 받아 방제목과 이름, 프로필정보를 모두 수정했음에도 여전히 한자릿수를 넘어 단 한 명, 이는 결단코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숫자다.

     

    돈이야 15만길로 꽤나 벌리긴 했지만, 그 모든 수익이 단 한명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단 한명이 사라지면 곧바로 수익은 0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만약 다른 시청자들이 들어와도 다들 그만한 돈을 줄 거라고 생각하기도 어렵고 말이다.

     

    “내가 하려던 방송은 원래 이런 게 아니었는데…….”

     

    게다가, 루크는 원래 하루 종일 화면에 대고 아양이나 떨어대는 방송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돈을 주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고, 단 한명뿐인 시청자여서 그의 비위를 맞춰주려 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지, 원래는 잡담과 애교 말고도 교육, 음악, 음식, 등등 자신의 폭 넓은 능력들을 보여주면서 호응을 이끌어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방송을 켜서 하는 거라고는 고양이 흉내를 내면서 감사를 하는 것 밖에 없지 않았는가.

     

    루크는 이내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방송이란 거, 보기보다 어려운 거였어.”

     

    방송인들의 삶이란 밖에서 보면 잔잔한 호숫가 위의 한없이 여유로운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 보이지 않는 물 밑에서 정신 없이 발을 굴려 헤엄쳐 나아가고 있는 오리의 모습과도 같았다.

     

    루크는 그렇게 상대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했던 자신이 부끄러웠고, 대충 보고 만만하게 생각했던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이렇게 처참한 실패는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아무래도 그만둬야겠어. 그래, 뭘 하든 봐 주는 사람도 없는 방송을 내가 계속해서 뭐하겠나? 나는 이제는 정말 마음을 정한 것 같다. 역시 돈은 그렇게 쉽게 벌 수 있는 게 아니었어.”

     

    그 말을 들은 다이튼은 곧, 자신의 장난이 좀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되라고 그런 장난을 친 게 아니었는데…….

     

    “……아, 아직 하루밖에 안 됐잖아? 조금만 더 해 보는 건…… 어때? 첫 술에 배 부를 순 없다고들 하잖아.”

     

    다이튼의 회유에도 이번의 루크는 단호했다.

     

    “아냐, 세상에는 첫 술로도 알 수 있는 것도 있지. 나는 네트워크에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재능이 없어.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았다. 그러니 포기할래. 어차피 이걸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니까.”

     

    루크가 난생 처음으로 받아본 철저한 무관심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방송이라는 것의 미련이 지금 이 순간도 루크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감정을 털어내니 속도 조금은 후련해진 것 같았다.

     

    “…….”

     

    그리고 루크의 그 반응에 다이튼은 생각했다.

     

    ‘일났다.’

     

    루크가 원래 이렇게 부정적인 아이였나?

    모르겠다, 애가 갑자기 어딘가 망가져버린 것 같은데.

    역시 방송은 하지 말라고 말렸어야 됐던 게 아닌가 싶다.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을 알아챈 루크는 곧 몸을 일으켜 다이튼의 방향을 향해 의자를 돌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드리우며 목소리의 톤을 한층 높였다.

    어떻게든 밝은 모습을 만들어내려는 듯이.

     

    “푸념 들어주어서 고맙군. 뭐, 그건 이제 됐어. 다이튼, 그대는 무슨 용무로 내 방에 온 거지?”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다이튼은 방송에서 보여주었던 루크의 그 미소가 사실은 정말로 즐거워서 보여준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은 다 가면이었고, 속으로는 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죄책감이 너무 크다.

    나는 대체 무슨 짓을…….

     

    그치만, 시청자가 아무도 안 온건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일부러 제목과 프로필도 바꾸라고 친절히 알려줬는데도 안 온거라면 분명 뭔가 다른 문제가 있었을 터.

     

    근데, 그 문제가 대체 뭔지 모르겠단 말이지.

    대체 루크 방송의 뭐가 문제일까?

     

    다이튼은 그렇게 등으로 식은땀을 자아내며 말을 이었다.

    “아, 아니 뭐. 그냥……. 방송 잘 끝났나 궁금해서. 그래서, 이제 방송은 안 한다고?”

     

    루크의 질문에 다이튼이 딴청을 피우듯 대꾸하자, 루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인 뒤에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지만 오늘 방송을 끝까지 봐주고 돈까지 보내온 그 한명에겐 미안한 일이 되겠군. 아무래도 15만길이나 받았으니 말이다. 방송을 금방 그만두게 되어서 미안하다고 직접 말을 전해주고 싶은데, 그에 대해선 전혀 모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루크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아린세이아로 그의 계정을 해킹해 위치를 알아내볼까?’

     

    아니, 그랬다간 그 사람이 놀랄 것 같으니 관두자.

    나쁜 사람인 것 같지는 않지만, 자기를 아빠라고 부르라고 한 걸 보면 어딘가 이상한 사람인 건 확실하다.

     

    그래도 휴대폰 번호 같은 걸 알아내서 전화를 걸 수는 있으려나……?

    아니, 그러면 이쪽의 번호도 노출이 되잖아, 그건 맘에 안 든다.

    발신자 번호표시 제한으로 보낸다면 수상해서 안 받을 게 뻔하고.

     

    ‘어떡한다…….’

     

    루크의 고민하는 듯한 표정에, 다이튼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루크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이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뭔가 불안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 내일 방송을 켜면 오지 않을까? 네 첫 방송을 마지막까지 봐준 시청자라면 말이야.”

     

    잠시 생각해본 루크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 확실히 좋은 생각이구나. 좋아, 일단은 내일도 한번 켜 봐야겠다. 고맙네, 다이튼. 이럴 때 보면 그대도 참 잔머리가 좋다니까.”

    “하하하, 그래?”

     

    루크의 대답에, 다이튼은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 뭔가 큰일이 날 뻔한 것 같은데.’

     

    다이튼은 남들보다 마력에 예민한 감각을 타고난 만큼, 놀랍도록 감이 좋은 남자였다.

     

    “그럼, 난 이제 가볼게. 잘 자!”

     

    다이튼은 그렇게 도망치듯 몸을 돌렸다.

     

    ‘됐다, 이러면 내일은 방송을 하겠네. 그럼, 이젠 시청자 수를 좀 늘려줘 볼까…….’

     

    시청자 수 좀 늘릴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다.

    뭐, 루크도 일단 시청자 수가 많아지면 좀 괜찮아지겠지.

    그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이러면 루크도 시청자수가 늘어서 좋고, 루크의 방송을 보는 사람도 좋은 거니까, 그야말로 윈윈!

     

    그렇게 생각하며 그가 숲지기 단체방에 루크의 방송 초대링크를 업로드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 참. 다이튼.”

     

    -멈칫.

    갑작스런 루크의 부름에 몸이 굳어버린 다이튼.

     

    “으, 응?”

     

    그는 그 상태로 뻣뻣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다이튼이 루크를 보면서 ‘혹시 자신이 휴대폰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알아보고 부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갈 무렵, 루크는 그저 바닥으로 시선을 피하며 부끄러움을 눌러 참는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 사랑하는 아빠. 안녕히 주무시라구요…….”

     

    그 목소리에 다이튼은 잠시 넋이 나갔다가, 곧 무언가를 기억해냈다.

     

    ‘아, 그 5만길 리액션, 안 받았었나.’

     

    “……어, 나도 사랑해. 우리 딸.”

     

    뭐지, 생각보다 기분 좋은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와 아직도 안 끝나? 진짜 독하다 독해.

    제가 삽화를 너무 많이 그렸나봐요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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