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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9

       북해빙궁의 권역 아래 놓인 변두리 마을의 객잔에서 하룻밤을 보낸 백우진과 조원들.

         

       그들은 새벽부터 북해빙궁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몇 개의 마을을 지나쳤다.

         

       “전부 상황이 비슷하네요.”

       “그러게.”

         

       제갈연지의 말대로 지나쳐온 마을들의 상황은 대부분 비슷했다.

         

       젊은 여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북해빙궁의 무인들의 손에 붙들려 떠났다는 것.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는 가족의 물음에 그들이 내놓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어떤 재앙이길래 젊은 처녀들이 필요한 걸까요.”

       “글쎄.”

         

       모호한 말투로 얼버무리는 백우진.

         

       지금은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재앙의 정체도, 북해빙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조차도 모르니까.

         

       다만…, 한 가지 걱정되기는 했다.

         

       ‘공양 따위의 미개한 짓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백우진의 경험상 그러했다.

         

       공양, 실험 등.

         

       젊은 처녀가 필요한 일은 항상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적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간절히 제 편견이 깨지기를 바랐다.

         

       만약 이번에도 깨지지 않는다면.

         

       ‘똑같은 결과를 맞이하겠지.’

         

       지금까지 그러한 짓을 벌여온 이들에게 찾아온 결말이 그들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결말.

         

       그는 지금까지 비인간적인 행위를 주도하고, 도움을 준 이들에게 단 한 차례도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설령 그 존재가 마왕과의 싸움에, 인류의 존속에 도움이 되는 이라고 해도.

         

       “백 공자…, 무슨 생각해요?”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그의 표정이 점점 무겁게 변해가는 것을 눈치챈 제갈연지가 시의적절하게 끼어들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들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북해빙궁이 가까워질수록 마주치는 마을 또한 더 크고, 번화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젊은 여인이 있네요…?”

         

       그 수가 얼마 되지는 않지만, 북해빙궁에 끌려가지 않은 젊은 여인이 남아 있었다.

         

       조원들은 흩어져 그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모은 정보를 토대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전부 다 초야(初夜)를 치른 이들이네.”

         

       백우진이 만난 여인은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유화연, 신예화가 만난 여인은 홍루(紅樓)의 유녀였다.

         

       다른 이들이 만난 여인들도 상황은 조금씩 달랐으나,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들이었다.

         

       그 말인즉.

         

       “정확한 대상은 초야를 치르지 않은 젊은 처녀였던 거네.”

         

       마을을 거칠 때마다 한 가지씩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북해빙궁이 젊은 처녀들로 어떻게 재앙을 막고자 하는지는 오리무중.

         

       손에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감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하나 이내 조급해하지 않기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렸다.

         

       “가보면 알겠지.”

         

       이제 북해빙궁까지 남은 거리는 하루도 채 남지 않았으니.

         

       휴식조차 취하지 않은 그들은 곧장 마을을 떠나 새로이 쌓인 눈길을 밟으며 나아갔다.

         

       후우웅-!

         

       “으으으…, 대체 여기서 사람이 어떻게 사는 거지?”

       “북해빙궁에 기거하는 여인들은 전부 빙공을 익혔다더군.”

       “그, 그, 그렇군.”

         

       점점 떨어지는 주변 온도와 연신 휘몰아치는 눈보라의 악조건 속에서 꿋꿋이 나아가기를 반나절.

         

       시야를 방해하는 거센 눈보라 속에서 거대한 형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대문파와는 비교조차 불허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궁전.

         

       조금 더 나아가자 눈보라가 그친다.

         

       정확히는 북해빙궁 근처에만 눈보라가 휘몰아치지 않는다.

         

       ‘자연적인 현상은 아닌 듯한데.’

         

       아무래도 특별한 방식으로 주변의 눈보라를 제한하고 있는 모양.

         

       시야를 방해하는 눈보라가 사라진 그들의 눈에 비로소 북해빙궁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

         

       그 너머로 보이는 중원의 건축 양식과 비슷한 듯, 달라 보이는 크고 작은 건물들.

         

       이를 본 조원들이 하나 같이 감탄을 터뜨렸다.

         

       “와아…,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얼음으로 벽을 세우다니…, 단단하면서도 기품이 넘쳐흐르는 것 같아.”

       “꼭 여왕님이나, 공주님이 살 것 같아요!”

         

       환경을 이용해 세운 얼음의 벽과 건축물들의 조화가 웅장하고,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마지막에 설수연이 말한 것처럼 여왕이나, 공주처럼 기품 있는 이들이 살아야 할 것만 같은 느낌.

         

       ‘뭐…, 틀린 것도 아닌가.’

         

       아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북해빙궁의 궁주 자리는 대대로 여성의 것.

         

       수십 개의 마을과 거대한 궁전에 기거할 정도면 궁주가 아니라 여왕이라 불려도 손색없지 않겠나.

         

       백우진은 두어 번 손뼉을 쳐 그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감탄은 안에 들어가서 마저 이어가도록 하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고.”

         

       그의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서 있던 조원들이 대형을 바꾸었다.

         

       금여울을 앞장세우고, 그 뒤에 줄지어 늘어선 것.

         

       앞서 걸어간 금여울이 거대한 문에 다다르자, 그 앞을 지키고 선 여인들이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정지. 신원을 밝히시오.”

         

       그녀는 제 앞섶에 넣어둔 패 하나를 꺼내어 그녀들에게 보여주었다.

         

       백금(白金)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금패.

         

       “백금 상단의 상단주 금여울이에요.”

         

       이름을 들은 여인들의 얼굴에 이채가 서린다.

         

       “백금 상단이라면…, 최근 소한차의 찻잎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상단?”

       “네, 맞아요.”

         

       금여울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인들의 굳은 표정이 한층 부드럽게 풀렸다.

         

       “한데 여기는 어쩐 일이시오? 백금 상단이 본궁에 당도한다는 기별은 듣지 못하였는데.”

         

       호의적인 시선과 말투.

         

       이는 북해빙궁의 권역 아래 백금 상단이 지닌 위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 사례다.

         

       해마다 추워지는 날씨에 소한차의 찻잎이 점점 더 필요해지는 상황.

         

       그 부담을 덜어준 이가 다름 아닌 그녀의 백금 상단이었으니.

         

       아마 그녀가 찻잎을 열심히 실어 나르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추위 속에 떨다 목숨을 잃게 되었을지.

         

       그러니 북해빙궁의 무인들이 호의적인 태도로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따로 약속을 잡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좋은 거래가 있어 궁주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무심코 찾아오게 되었는데…, 혹시 어려울까요?”

         

       금여울의 말에 침음성을 삼키는 여인.

         

       “으음…, 보통 궁주님을 만나 뵈려면 약속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부정적인 말투.

         

       그러나 그녀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북해빙궁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백금 상단의 상단주라면 또 모르겠군.”

       “그 말씀은…?”

       “안에 기별을 넣어 궁주님께 말씀을 전해보겠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요. 만나고 만나지 않고는 궁주님께서 결정하실 테지.”

         

       금여울은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도움에 감사드려요.”

         

       그런 그녀의 행동에 여인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고작 성문 호위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참으로 특이한 상단주가 아닐 수 없었다.

         

       지금까지 궁주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상단의 인물들은 하나 같이 고압적인 자들뿐이었건만.

         

       이러면 없던 특혜라도 만들어 쥐여주고 싶지 않은가.

         

       “조금만 기다리시오. 내 직접 들어가서 기별을 넣고 올 테니.”

       “네, 부탁드려요.”

         

       이에 그녀는 직접 기별을 넣으러 가기로 했다.

         

       성문을 호위하는 무인들의 조장에 불과한 지위가 궁내에서 그리 높은 편이 아니긴 해도, 부하를 보내어 기별을 넣는 것보다는 끗발이 조금은 더 잘 먹힐 테니.

         

       그렇게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나 잘했지?”

       “어, 잘했어.”

       “아이…, 말로만 하지 말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으응…, 머리 쓰다듬어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의젓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백우진의 곁에 꼭 달라붙어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조르는 중이었다.

         

       그 탓에 백우진은 물론이고 조원들 모두에게 순간 인지부조화가 찾아올 뻔했다.

         

       ‘같은 사람 맞아…?’

         

       조금 전과 지금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과연 황금상단의 대행수 딸답다고 해야 할지.

         

       백우진은 쓰게 웃으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정수리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헤헤.”

         

       뭐, 이런 걸로 좋아해 주면 이쪽도 더없이 고마운 거니까.

         

       다른 여인들의 눈총을 받으며 꾸역꾸역 가벼운 애정 행각을 나누고 있는 사이, 안에 기별을 넣기 위해 떠났던 여인이 돌아왔다.

         

       “궁주님께서 금 상단주를 만나 보시겠다고 말씀하셨소.”

       “아…! 정말 감사드려요.”

       “감사는 궁주님께 드리도록 하시오. 나는 그저 기별을 넣었을 뿐이니.”

       “네, 궁주님께도 꼭 감사하다는 말씀 전할게요.”

         

       그렇게 금여울을 비롯한 조원들 모두가 거대한 성문을 넘어 북해빙궁 안으로 들어섰다.

         

       “와아…, 밖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추운 지역이라 삭막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네?”

       “그러게요. 얼음을 통한 조형물들이 정말 아름다워요.”

         

       건물과 건물 사이 배치된 조형물들을 보고 감탄하며 지나가는 길.

         

       한참을 걸어 들어간 그들은 마침내 북해빙궁 내에서 가장 거대한 건물 앞에 다다랐다.

         

       궁주가 기거하는 궁주전이었다.

         

       그들이 곧장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또 다른 여인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길.

         

       “궁주님께선 금 상단주와 그대만을 만나겠다고 하셨소.”

         

       그녀가 그대라고 가리킨 대상은 다름 아닌 백우진이었다.

         

       이에 의아해진 그가 되물었다.

         

       “나를 말이오?”

       “그렇소. 그대가 중원에서 천광검신으로 불리는 백우진 공자 아니오?”

       “맞기는 하오만….”

         

       단숨에 정체를 파악당한 백우진이 쓰게 웃었다.

         

       ‘이미 알고 있었나.’

         

       그가 굳이 제 이름을 밝히지 않고 백금 상단의 위명 아래에 숨어 들어가려던 까닭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천광검신이란 위명이 이곳 머나먼 북해빙궁에까지 닿아 있을지 확실치 않아서.

         

       다른 하나는 정체를 숨기고 있어야만 그만큼 이쪽을 향하는 눈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는데.

         

       ‘텄네, 텄어.’

         

       들어서기가 무섭게 지목한 걸 보면 이미 한참 전부터 제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

         

       이때 금여울이 나서서 물었다.

         

       “그럼 다른 분들은 어떻게….”

       “그 점은 걱정 마시오. 따로 방을 내주어 휴식을 취하도록 조치할 테니.”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궁장 차림의 여인들이 다가와 그들을 이끌었다.

         

       조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백우진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선 한결 편해진 발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이제 자리에 남은 것은 금여울과 백우진뿐.

         

       그제야 여인은 가로막고 있던 길을 터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궁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거요.”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그러자 궁장 차림의 어여쁜 여인이 다가와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끌어주었다.

         

       넓은 복도를 거닐어 마침내 도착한 곳은 평범한 크기의 접객실이었다.

         

       여인이 열어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호호, 어서들 오세요.”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드는 아리따운 여인이 기품 있는 차림새로 그들을 맞이했다.

         

       “본궁의 은인과 중원에 명성이 자자하신 분을 뵙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그리 말라며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여인.

         

       “북해빙궁의 궁주, 용설란이라고 합니다.”

         

       화려한 화장 속 농염한 기운이 가득 담겨 있는 눈동자가 정확하게 백우진을 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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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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