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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9

       백호의 뒤를 따라 회사 안으로 향한 바루는 이 건물 전체에 정체 모를 무언가가 펼쳐져 있음을 눈치 챘다.

       도술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지닌 무언가. 그를 본 바루가 의문을 표하자 백호가 거기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이 곳에는 평범한 인간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다. 그들에게 이상을 들키지 않기 위한 것이 이 곳에 설치된 마법이지.”

       “마법…입니까?”

       “그래. 마법. 바루 그대도 최근 아피스를 즐기고 있으니 한 번쯤은 눈에 담았을 텐데.”

       “예. 보기는 했습니다.”

       

       아피스의 세상에서 아무런 걱정하지 않고 도술을 펼치는 데에 맛을 들인 바루는 요즈음 아피스 속에서 살다시피 했다.

       

       최근에는 랭크게임이라는 것을 하며 계급을 올리는 데에 주력하고 있는데.

       

       점차 높은 곳으로 갈수록 아해들이 강해지는 것이 보여 언젠가는 자신의 진심을 내게 해 줄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이었지.

       

       하여튼 그 과정에서 바루는 마법이라는 기이한 힘을 사용하는 이들을 몇 번인가 마주해 보았다.

       

       도술과는 다른 형태의 힘이라는 것에 흥미를 보인 바루였지만 그 흥미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마법이라는 것은 도술보다 나을 거 하나 없는 무언가일 뿐이었으니까.

       

       법칙을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좋다.

       

       허나 다시금 조립을 한다면 이전보다 나아져야 할 터인데 조립을 하기 전보다 못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렇지만 아피스에서 본 것과 이 곳에서 본 것은 전혀 느낌이 다르군요.”

       

       허나 이 곳에 도사린 마법이라는 것은 아피스 속에서 보았던 것과는 아예 다른 것이었다.

       

       세상의 규칙을 단순히 재조립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자신의 뜻을 담아 새로움을 창조해낸 그 형태는 이미 경이에 가까웠다.

       

       “마법에 대한 이해 없이 주어진 것을 따라만 하는 자들과 오랜 시간 마법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 이가 펼치는 마법이 같을 순 없지. 당장 도술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 아피스 속에서 도술을 펼치는 이들은 도술이 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으니까요.”

       

       이것이 제대로 된 마법이라는 것인가.

       

       회사 안에 펼쳐져 있는 마법을 감탄하며 살피고 있자니 어느새 주변의 풍경이 회사 초입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 있던 곳들에는 평범한 인간들이 잔뜩 머무르고 있었다. 마법도. 도술도. 무도. 뭣도 알지 못하는 이들이.

       

       허나 중간부터는 달랐다. 일정 구획을 넘어선 순간부터 회사 안에 머무르는 이들은 하나 같이 괴인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밖에 없었다.

       

       “…저분들은 도대체.”

       그 존재만으로 바루의 털끝을 삐죽 세울 정도로 위압적인 이들 여럿이 탁자 위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표면적인 분위기자체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지만 정작 그들의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사나웠다.

       

       

       누군가 한 마디를 할 때마다 어떤 식으로건 깎아내릴 것을 찾는 그 눈은 언제 다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겠단 생각을 품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저 쪽? 여러 세상의 용들이야. 매일 같이 얼마나 많은 재보를 모았는지 자랑하는 게 취미지.”

       “사이가 안 좋은 듯 합니다만.”

       “다들 자기네 세상에서 최강이니 재앙이니 하는 호칭으로 불리던 녀석들이거든. 그래서 서열에 무척이나 민감해. 예전에는 서로 힘대결을 벌여서 주기적으로 서열을 재정비하곤 했는데. 어느 세계를 반파시킨 이후로는 그게 금지당해서 서로가 모은 재보의 양으로 서열을 정리하고 있지.”

       

       그러니까 지금 저 탁자 위는 한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들이 모여 자존심을 대결하는 자리라는 것인가.

       

       섣불리 끼어들면 저 송곳니의 먹이가 되겠군. 그런 생각이 들어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빠져나간 바루였지만 위압적인 존재는 그 탁자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저 쪽에 계신 분들은 오랜 세월 지혜를 쌓아 오신 분들인 듯 합니다만.”

       “다른 세계의 엘프…라고 하면 모르겠지. 한없이 불사에 가까운 장수종들이야. 다들 최소한 천 년 이상을 살아온 할배 할망구들이지.”

       “누가 할망구라는 거냐! 백호 이 놈아!”

       “난 아직 천 년도 안 산 젊은이다!”

       “천 년이 기준인 순간부터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라 불려 마땅하다 생각합니다만.”

       

       백호는 자신에게 불만을 표하는 장수종들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어느 쪽이건 드높은 지혜와 경험을 지닌 이들이니 너무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바루는 지금 잔뜩 화나게 만든 거 아니냐는 물음을 돌려주고 싶었지만 입술을 꾹 다무는 것으로 그 물음을 삼켰다.

       

       이후에도 회사의 안에는 수많은 괴인들이 존재했다.

       

       과거 세상을 멸망시키려 들었으나 지금은 회사의 노예가 되었다는 여러 요괴들.

       

       각자의 세계에서 신의 호칭을 지녔던 여러 초월자들.

       

       바루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경지에 이른 무인과 도인들.

       

       백호를 따라다니며 수많은 이들을 마주하게 된 바루는 회사가 지니고 있는 전력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신수님. 제가 정말 이 곳에 있어도 괜찮은 걸까요? 조금이라도 수가 틀리는 순간 그대로 목숨이 위태로워 질 듯 합니다만.”

       

       바루도 자신의 세상에선 나름 강자 반열에 속했거늘 이 회사 안에서는 그저 외형 그대로의 꼬맹이에 불과하다.

       

       여느 때처럼 하듯 턱을 치켜들고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누군가의 먹이가 되어 버리겠지.

       

       “괜찮다. 그대의 뒤에 아라님이 있는 이상 이 중에 누구도 그대를 건드리지 못할 터이니.”

       “맞습니다. 아라님께서 당신의 뒤를 지키고 있는데 누가 바루님을 건드릴 수 있을까요.”

       

       백호의 목소리를 잇듯 바루의 옆에서 목소리가 더해진다.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바루가 보게 된 것은 백호과 비슷한 키를 지닌 여성의 모습이었다.

       

       정중한 검은 색의 양복과 날카로운 눈빛.

       

       안경이라고 불리는 물건.

       

       검은 색의 긴 머리를 연꽃처럼 묶어 정리한 여성은 딱딱한 미소와 함께 바루에게 목례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샤인이라고 합니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용종 중 하나죠.”

       “어. 그. 바루라고 합니다. 돌산을 지키는 신령이며.”

       “소개는 괜찮습니다. 아라님의 방송에서 자주 뵈었거든요.”

       “그…렇습니까?”

       “네. 바루님의 귀여운 모습을 자주 보았답니다.”

       

       아라가 방송을 한다는 걸 모르던 시절에 했던 여러 행동이 샤인의 입에서 언급됨에 따라 바루의 양 뺨이 붉게 물들었다.

       

       그 모습을 본 샤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자 바루가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에 따라 샤인의 손이 허공을 스친다.

       

       “…이런. 죄송합니다. 바루님 입장에선 초면이실텐데 실례를 했네요.”

       “아뇨!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뭐라 해야 할지.”

       

       바루는 스스로도 자기가 왜 물러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샤인이라는 존재가 지닌 격이 드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바루가 그런 것에 겁을 먹는 성격은 아니지 않은가.

       

       당장 아라의 본신을 보고서도 여느 때처럼 대할 수 있을 만큼 담이 큰 것이 바루이거늘 어째선지 샤인의 손길에서는 거부감이 느껴졌다.

       

       어색해진 공기 속에서 바루가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던 그 때에 또 다시 새로운 목소리가 등장했다.

       

       “하하. 샤인 공. 멸망의 신호라 불렸던 용께서 손을 내밀면 누구라도 무서워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다소 철없어 보이는 남성이었다.

       

       어투가 가볍고 표정도 느슨하고 행동에 무거움도 없는 시정잡배 같은 젊은 남자.

       

       다만 바루는 그 남성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남자가 안에 품고 있는 내기는 학영충의 내기와 비슷한 종류였지만 그보다 훨씬 고강하고 거대했으니.

       

       한없이 가벼워보이는 이 남자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심오한 경지를 지닌 무인일 터였다.

       

       “저처럼 과거부터 올바름을 쌓았어야죠.”

       

       그 남자는 보란 듯 바루의 머리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고. 바루는 그를 보자마자 또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졸지에 거부를 당하게 된 남자의 표정이 굳었고 옆에 서 있던 샤인의 입가에 바루를 볼 때와는 다른 진득한 웃음이 새겨진다.

       

       “무협 2팀장님께서도 별 반 다를 것이 없는 듯 합니다만.”

       “…크흠. 일방적이 친밀감이 쌓여있다보니 실수를 저질렀군요.”

       

       웃음이 지어진 입술과 웃음기 하나 없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이었지만 먼저 샤인이 시선을 떼어내더니 바루 쪽으로 고갤 돌렸다.

       

       그리고는 품 안을 뒤적이더니 안 주머니에서 결코 나올 수 없는 크기의 상자를 꺼내 바루에게 건넸다.

       

       “샤인님. 이것은?”

       “자. 바루님. 무림의 세상에선 볼 수 없는 서양의 진귀한 간식이랍니다. 무척이나 맛있답니다.”

       

       그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척 보기에도 보드라워 보이는 서양의 다과였다.

       

       샤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지녔던 바루였지만 그녀의 손에 들린 다과는 그 거부감마저 잊게 만들 정도로 먹음직스러워보였다.

       

       멍하니 그걸 바라보던 바루는 이내 슬며시 고개를 치켜 들어선 샤인의 표정을 살폈다.

       

       “주시는 겁니까?”

       “네. 맛있게 드셔주세요.”

       “감사합니다!”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루는 그 다과를 집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보드랍고 고소하며 은근한 빵이 입 안에서 스치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크림이 바루의 입 안을 가득 채운다.

       

       그 맛에 감동한 바루는 지금 자신이 있는 곳조차 잊어버린 채 와구와구 그 다과를 입 안에 집어 넣어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과를 다 먹고 바루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주변에는 수많은 초월자들이 모여 들어서는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상태였다.

       

       “…어. 왜 그러고들 계시는 겁니까?”

       “바루야! 이것도 먹어주지 않겠니!”

       “바루님. 이것도 드시죠. 저희 세상에.”

       “하. 서양 오랑캐의 간식이 무림인의 입맛에 맞겠습니까? 바루님. 여기 황제가 즐겨 먹던 다과입니다. 무척 깊고 풍부한 단맛이 나지요.”

       “무협 2팀장님도 정말이지 낡으셨군요. 그런 과거의 유물을 가지고 사람을 홀리려 들다니. 자! 바루님! 이것은!…”

       

       *

       

       본인이 곰방대를 피우는 동안 회사의 사장은 필사적으로 사정을 설명했다.

       

       나에게 요리와 화령냥이를 요청한 까닭은 개인적인 욕망에서 시작을 한 것이 아니라고.

       

       회사의 사람들에게 새겨질 광신을 미연에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여러 미래를 살펴보았을 때에 그것이 가장 깔끔해서 말입니다.”

       “진실이더냐?”

       “물론이죠! 제가 설마 화령냥이를 보기 위해 목숨을 내걸겠습니까?!”

       

       흐음. 어투가 필사적인 것이 진실인 듯 하구나.

       

       그러고 보면 백호도 광신의 위험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지.

       

       “진정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더냐?”

       “유일하지는 않지만 이게 최선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이면 광신의 해소를 할 수 있다?”

       “정확한 원리는 모르지만 제가 본 미래에선 그랬습니다.”

       

       방의 천장에 머무르는 연기를 살피던 나는 이내 팩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만 묻자꾸나. 본인이 거래를 수락했을 경우 식량의 수급에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느냐.”

       “한 달 내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일단은 알겠다.”

       

       어차피 한 번 보고서 말 이들에게 화령냥이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방송을 통해 흑역사가 남는 것도 아니니. 한 번 꾹 참아 보자꾸나.

       

       …하아. 이걸 피하려고 그 개짓거리를 했는데 그 업보가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은.

       

       참 인생이라는 것은 빌어먹을 것이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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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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