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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9

    <429 – 시험상대>

     

    [귀여운 것은 정의다.]

     

    불혹의 나이를 자랑하는 재단의 신임 감독관의 모토 하에 살인마, 광대, 납치범 따위의 험악한 남정네들이 우글거리던 이전 중앙거점과 다르게 새로운 거점에는 온갖 속성의 미소녀들이 우글거렸다.

    심지어는 경호를 맡아 창가에 걸터앉은 경호원들은 발톱이 뾰족한 미소녀들이며 어깨 죽지에는 한 쌍의 날개까지 자라나있다.

     

    “죽엉.”

    “싫엉.”

     

    그 정체는 냐냐거리는 고양이수인들에 비해 희소성은 높지만 비슷한 말버릇을 지닌 부엉이수인들.

    시력이 뛰어난 두 부엉이수인들의 고개가 하늘로 휙 꺾였다.

     

    “먼가 왔엉.”

    “죽엉.”

     

    부엉이수인 하나가 소리도 없이 창턱을 박차고 날아올라 전서구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피 튀었엉.”

    “죽엉.”

     

    사냥감을 물고 현관문 앞에 내려놓는 충성심 깊은 고양이처럼 전서구를 사냥해 와서 창문 안에 툭 내려놓는 부엉이수인.

     

    “죽엉.”

    “허허. 귀여운 것은 정의지만 고양이수인을 쏙 빼닮은 호전성은 재고해봐야겠군요.”

    “나도 얘 싫엉.”

    “죽엉.”

    “까망. 전서의 해독을 부탁드립니다.”

     

    부엉이수인들과 달리 집무실 내에서 보필을 허락받은 감독보좌가 흑단처럼 검은 날개를 펼쳤다.

    깃털 하나가 팔랑거리며 편지 위에 스며들자 피 묻은 편지가 저절로 뜯어졌다.

     

    내용물은 아카데미 외부반출물에 섞여서 나온 평범한 쓰레기 중에 하나.

    그곳에 새겨진 축소마법을 확대시켜 열람하니 극히 미세한 크기로 새겨진 마나술식이 포착되었다.

     

    <해독마법>

    <암호문 대입>

     

    “코드네임 강철로부터의 비공식 연락이 도착했습니다. 시급을 요하는 건입니다.”

    “대면요청이라면 분명 거절했을 텐데요. 그 남자도 참 쓸데없이 코드네임에 걸맞게 끈질기군요.”

     

    재단의 감독관 겸 샤를로테의 집사인 불혹의 남자는 멋스럽게 기른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내용은?”

    “가장 날카로운 가시를 잃고 싶지 않다면 대면에 응하라. 기한은 일주일이다.”

    “유감이군요. 전임자에 이어 신임 감독관에게까지 척을 지겠다니. 아가씨도 집사도 하나같이 우리 수리부엉이수인처럼 사납지 않습니까?”

    “죽엉.”

    “저런 건 그저 지능이 낮을 뿐입니다. 야생성을 내려놓지 못해 좋아하는 말 하나에 집착하는 바보를 너무 깊이 헤아리려 하지 마십시오. 조나 와이히엠하이나 오크노디도 저 멍청한 죽엉과 다를 바 없습니다.”

     

    죽엉무새가 눈을 희번득 뜨며 까마귀 날개의 감독보좌를 노려보았다.

    감독보좌는 니가 노려보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냐고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받아주었다.

     

    스르륵…

     

    기가 죽은 죽엉무새가 시선을 피했다.

    맹금류 수인들은 공격성이 높지만 반대로 자신보다 강한 적을 알아보고 싸움을 피할 줄 알기도 한다.

    자연계에서 까마귀의 위치는 부엉이보다 밑에 속하지만 문명화를 거쳐 인간의 힘을 손에 넣은 까마귀수인은 자연의 섭리를 거슬렀다.

     

    <암흑마나>

    <어둠의 귀화>

     

    두 눈 가득 일렁거리는 암흑마나의 요동은 부엉이수인이 아닌 사람이라도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진정하십시오, 까망. 당신은 냉정침착계 오피스비서입니다. 당신의 귀여움은 침착함에서 비롯됩니다.”

     

    불길함의 상징.

    재액의 전조.

    만인에게 두려움을 살 모습을 보고도 감독관은 그녀를 탓하거나 기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귀엽게 여긴다.

    까망은 그 태도에 혐오를 느끼거나 째려보는 대신, 날개를 접고 암흑투기를 가라앉히며 도도하게 몸가짐을 바로 했다.

     

    “감독관님은 암컷의 미모에 너무 약합니다. 그런 얼빠진 정신머리로 외출했다가 자칫 외간 수인의 둥지에 납치당해 착정노예가 될까 봐 걱정됩니다.”

    “허허. 저처럼 늙은 수컷에 그만한 수요가 있다면 다행이군요.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이번 외출은 저 혼자만 할 생각이 없습니다.”

    “샤를로테. 인간암컷을 버리는 수도 있습니다. 통제에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휴학생 전용구역으로 숨어든 아가씨에게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습니까?”

    “우문이군요.”

     

    감독관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즉답했다.

     

    “샤를로테는 쿨뷰티계 공주기사 미소녀. 고귀한 피를 지녔으되 어둠에 귀의한, 그럼에도 그 몸을 암흑마나로 더럽히지 않은 어둠 속에 피어난 꽃입니다. 이만한 귀여움을 지켜주지 않아서야 어찌 어른을 자처할 수 있겠습니까.”

    “감독관은 마음이 너무 약합니다. 역시 저처럼 똑부러진 감독보좌가 없어서는 금방 어디선가 호구 잡혀서 재단에서 쓸모를 다해 버려질 겁니다.”

    “허허허. 그럼 앞으로도 우리 까망 양에게 더욱 의지해야겠군요.”

     

    함정이다.

    오크노디와 조나 와이히엠하이.

    저들이 좋은 목적으로 불러내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그것을 알면서도 샤를로테의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 더는 피하지 않고 도전을 받아들였다.

    코트를 두르고 두건을 쓰며 외출준비를 하는 감독관의 모습을 감독보좌 까망은 유심히 지켜보았다.

    사회에서 천시 당하는 수인.

    음지에서 쓰임을 받지만 존중은 받지 못하는 수인.

    그런 수인에게 귀여움은 정의라는 영문모를 슬로건을 내세우며 복지를 보장하고 인간문화에 융화가 덜 된 개체들도 귀엽다는 이유로 너그러이 봐준다.

    바보라고는 생각하지만 수인들에게는 이런 바보 같은 감독관이 필요했다.

     

    ‘죽엉밖에 모르는 죽엉무새도, 인간의 말을 꽤 익혀가는 싫엉무새도 모두 감독관이 죽거든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재단에 부려지다 죽겠지.’

     

    재단은 통제할 수 없는 도구를 선호하지 않는다.

    길들여지지 않는 수인이 있거든 길을 들일 때까지 가혹하게 굴린다.

    사람조차 없는 꼬리를 달아가며 굴리는데 진짜 수인에게는 얼마나 더 가혹하겠는가.

     

    “죽엉무새. 싫엉무새. 당신들은 이번 아카데미행에 동행합니다. 목숨을 걸고 감독관을 지키는 요인경호의 일을 맡기겠습니다.”

    “죽엉.”

    “싫엉. 아카데미 위험하다고 들었엉.”

    “잘 생각해보십시오. 지금 감독관이 죽거든 다음 감독관은 여러분에게 날마다 핏기가 줄줄 흐르는 먹이를 구해주지도 않고, 일은 세 배 많이 시킬 겁니다. 귀엽다 귀엽다 하며 날개를 손으로 쓰다듬지도 않고 털이 엉키지 않게 하는 윤활유나 빗을 선물하지도 않을 겁니다.”

     

    죽엉무새와 싫엉무새의 눈이 슬픔에 젖어들었다.

     

    “죽엉…”

    “싫엉…”

    “알았다면 이번 경호, 목숨을 거십시오. 번식기도 지난 미덥잖은 중년수컷이지만 우리에게는 목숨을 걸기에 충분한 우두머리입니다.”

     

    턱수염이 멋있는 남자.

    샤를로테의 집사이자 재단의 감독관.

    그리고 인간과 수인을 넘나드는 미소녀가능충.

    파시블 예프의 아카데미행이 결정되었다.

     

     

    * * *

     

     

    “이번 감독관은 머 하는 사람이에요?”

    “불가능을 모르는 남자입니다.”

    “우와. 되게 강한가보구나!”

     

    샤를로테도 그렇지만 샤를로테의 집사도 고인물인 내 입장에서는 신규캐릭이나 다름없다.

    한쪽은 1학년에 휴학생전용구역을 드나들 정도로 강하지 않으면 비보도전자에게 살해당할 예정이라서 얼굴도 못 보는 아가씨.

    다른 한쪽은 그런 아가씨의 집사이기에 샤를로테가 죽고 실각할 예정인 인물이다.

     

    “헤헹. 히든보스 챌린지는 못 참지!”

    “새로운 경험에 언제나 신이 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번만큼은 상대가 좋지 않습니다. 아가씨도 조금은 자중하셔야 합니다.”

    “헉. 그 정도예요?”

    “그 남자라면 아가씨 같은 어린이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우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타입이구나!”

    “그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시기상 이 무렵에 아카데미로 찾아오기는 비교적 쉬운 편이다.

     

    “어느 시험의 시험상대로 들어올까요?”

    “일단은 제 강의에서 2학기 중간고사 시험을 도울 상대들이라고 아카데미에 공문을 올렸습니다. 다른 수를 구하지 못한다면 제 쪽으로 들어올 겁니다.”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이번 시험부터는 시험상대로 외부인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몬스터의 급소를 노려보자 강의라면 어디서 몬스터 잡아다가 칼질 하라고 던져주면 그만이지만 <변장술의 기초와 이해>, <피크닉으로 힐링하기> 따위의 강의는 수강생의 실력을 시험하려면 적절한 상대를 초빙할 필요가 있다.

     

    “조나의 강의에 초빙되면 시험에서 무슨 역할을 해요? 마나연단법밖에 안 배우잖아요.”

    “연단법의 성취를 시험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단위면적당 근육이 얼마나 압축되었는가. 한정된 부위의 근육을 이용해서 대결을 하면 쉽게 비교가 되죠.”

     

    조나가 소매를 슬며시 걷으며 테이블 위에 한쪽 팔꿈치를 올렸다.

     

    “팔씨름도 그중 하나입니다.”

    “와! 팔씨름!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씨름!”

     

    냉큼 테이블 반대쪽으로 달려가서 조나의 커다란 손을 마주잡았다.

    조나는 손을 오므지리도 않고 활짝 편 자세 그대로 살짝 힘을 실었다.

     

    쿵!

     

    “아얏.”

    “물론 교수급인 저와의 대결은 성립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밑에 사람들과의 대결이 주가 될 겁니다. 초빙된 조직의 수준에 따라 수강생들은 자신들의 연단법이 바깥사회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성취를 이루었는지 비교할 수 있죠.”

    “힝. 그때도 지금처럼 지면 어떡해요?”

    “아가씨의 연단법 효율은 상당히 좋습니다. 성적을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보다 저도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뭔데요?”

    “첫 번째로 좋아하는 씨름은 무슨 씨름입니까?”

    “그런 부끄러운 걸 어떻게 여기서 말해요!”

    “?”

    “조나는 바보!”

     

    <이중타격>

    <관통타격>

    <급소가격>

    <괴력>

    <강력>

    <전기펀치>

     

    팔씨름에서 진 분한 마음을 담아 조금 세게 때려봤는데 꿈쩍도 하질 않는다.

    하긴 중간고사에 조나 같은 괴물이 나오면 1학년들의 성적은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겠지.

    결국 감독관이 데려온 부하들이 상대가 될 텐데, 어떤 사람들이 올까?

     

    ‘재단은 묘하게 수준이 들쑥날쑥해서 잘 모르겠네!’

     

    세계의 배후에 도사리는 흑막조직.

    모든 억까 이벤트나 희귀이벤트의 근원.

    혹은 맛있는 요리를 잘 갖다 바치는 호구들.

    저들의 실력에, 어쩌면 저들이 건네줄 음식에 조금이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린이노디의 어린이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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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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