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29

   ——-!

     

   귀에 이명이 들려온다.

   몸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평생을 하늘 위에 군림하며 살았던 마이오스가 추하게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엉망진창이 된 청포와 함께 그가 손에 쥔 부채가 재가 되어 바스러졌다.

     

   “커헉, 컥.”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본디 신에게 있어 코와 입이 사용되는 기관이 아니다.

   그들은 몸 전체로 항상 신계에 분포된 자연 신기를 흡수하고 있다.

     

   그런 만큼 숨이 막힌다는 감각을 느낄 리가 없는데.

   그가 지금 이토록 숨이 막힌 감각을 느끼는 이유는 하나였다.

     

   크라슈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열기가 자연 신기마저 달궈버렸기 때문이다.

     

   “그으으.”

     

   마이오스가 침음을 삼키며 고개를 들었다.

   그는 조금 전 일을 상기하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크라슈를 몰아넣던 도중.

   그가 다루던 바람이 갑자기 대뜸 멈춰 버렸다.

     

   분명 끊임없이 휘몰아쳤어야 할 바람이다.

   그런 바람이 왜 갑자기 없어졌는가.

     

   그는 살아오면서 이런 걸 한 번 겪어본 기억이 있다.

     

   늘 제 손에서 마음대로 움직이던 바람이 완전한 정적하던 그날.

   마이오스는 이보다 무기력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바람이 정적하던 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다른 멍청한 하급 신들과 달리 중급 신까지 올라 승승장구하던 날, 한없이 높아진 콧대가 꺾여 버린 날이었으니까.

     

   상급 신.

   중급 신과는 격의 차이라는 말을 붙여도 메꿀 수 없는 존재들.

     

   그들의 앞에서 중급 신인 그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무력감을 깨달았다.

   그가 아무리 자신을 갈고닦는다고 한들 태생부터 닿을 수 없는 영역이라는 걸 말이다.

     

   그런 지금.

   마이오스가 상급 신을 마주했을 때와 같은 현상을 겪고 있었다.

     

   ‘이게 대체.’

     

   마이오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쿵-

     

   그 순간 그의 앞에 발소리가 들려왔다.

   마이오스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잿빛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는 크라슈가 서 있었다.

     

   크라슈에게서 느껴지는 신기는 분명 강대하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중급 신에 조금 비견 될 정도지.

   그의 수준이 상급 신에 비견될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대체 지금 자신은 왜 상급 신과 마주했을 때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가.

     

   “당황스럽냐.”

     

   크라슈가 질문하자 마이오스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긴 해. 이건 생각도 못 했거든.”

     

   크라슈는 그리 말하며 자기 턱을 쓸었다.

   오히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왜 도둑의 신이 막연히 자신이 신계에서 통한다고 믿었는지 알겠다.

     

   [ 이미 상급 신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 하위 신의 능력은 봉쇄되는 거였군. ]

     

   크림슨가든의 이야기대로 마이오스는 크라슈 앞에서 스킬의 사용이 불가능했다.

     

   ‘나는 바람의 신의 스킬을 얻었으니까.’

     

   바람의 신은 상급 신.

   상급 신이 지닌 스킬을 가지고 있는 크라슈의 앞에서 마이오스가 다루는 바람은 무의미했다.

     

   크라슈도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설마하니 이런 게 가능할 줄이야.

     

   ‘하긴, 스킬은 일종의 권한을 빌려준 형태였으니.’

     

   천적.

   크라슈가 한 말이 딱 맞아떨어졌다.

     

   크라슈는 중간계에 있는 신의 스킬이란 스킬은 전부 훔쳐 왔다.

     

   중급 신부터 중간계에 스킬을 심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크라슈는 웬만한 신의 힘은 전부 상쇄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상급 신을 상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이건 어디까지나 상급 신보다 아래인 중급 신에게나 통하는 수단.

   상급 신부터는 힘 대 힘으로 쓰러트리는 것 말고는 대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급 신의 힘이 상쇄되는 시점에서.

   이 값어치는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어이.”

     

   크라슈는 마이오스의 머리 앞에 검을 겨누었다.

   마이오스의 몸이 움찔거렸다.

     

   신의 힘을 다룰 수 없는 시점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는 치욕감에 몸을 떨었다.

   이는 중급 신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었다.

     

   그러나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피했다.

   상급 신에게 느껴본 무력감을 크라슈에게도 겪고 있으니, 몸에 각인된 공포가 피어오른 탓이다.

     

   “너, 하계문을 연 녀석이 누군지 알고 있지.”

   “……하계문이라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그래?”

     

   마이오스의 발뺌에 크라슈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는 고개를 들었다.

     

   “이 녀석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데?”

   “모,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 순간 마이오스의 귀에 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이오스는 얼굴을 굳히며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거기에는 연회장 건물 안쪽에 있던 지이오스가 보였다.

   그는 마이오스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그러고는 애써 시선을 피했다.

     

   “지이오스, 네놈.”

     

   마이오스가 분노를 드러내자, 크라슈가 그의 얼굴 앞에 검을 쾅하니 찍었다.

   찔끔한 마이오스는 입을 다물었다.

     

   지이오스는 가진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지이오스는 하급 신 중에서도 상승 욕구가 있는 녀석이었다.

   중급 신의 자질이 보이는 놈이라 눈여겨보고, 파르테스 소속에도 넣어준 것이다.

     

   상승 욕구가 있는 하급 신은 대개 다른 신들과도 연이 닿아보고자 이것저것 찔러 보기 마련이다.

   그런 이상, 지이오스가 어디까지 정보를 알고 있을지 마이오스도 짐작할 수 없었다.

     

   “흐음, 그럼 어쩔 수 없네. 말하기 싫다면야.”

     

   크라슈는 아쉬운 얼굴로 마이오스를 향해 손을 뻗어 들어 올렸다.

   마이오스는 발버둥 쳤지만, 크라슈가 눈을 부라리자 금세 잠잠해졌다.

     

   크라슈는 그대로 마이오스를 데리고, 지이오스의 앞에 다가와 섰다.

   그러자 마이오스는 뒤늦게 지이오스의 옆에 서 있던 천족 한 명을 발견했다.

     

   천족의 눈에는 진한 원한이 느껴졌다.

   천족을 의미 모를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 크라슈는 지이오스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자, 잠깐만요! 전부, 전부 말하지 않았습니까!”

     

   크라슈를 보고, 지이오스가 지레 겁을 먹으며 소리를 쳤다.

   마이오스는 지이오스를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크라슈의 힘이 두렵기는 하나 신이라는 녀석이 겁을 먹는 게 좀 과하다.

     

   그러나 곧 그는 크라슈의 손아귀에 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꿔 먹었다.

     

   “끄으, 아아아아악!”

     

   지이오스의 비명과 함께 그의 몸 안에 있던 모든 신기가 크라슈의 손아귀로 빨려 들어갔다.

   이 모습을 바라본 마이오스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잠시 후, 지이오스는 잿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마이오스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이오스의 소멸을 눈치챈 것이다.

     

   크라슈가 손을 털어내며 마이오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스산하게 빛을 띄웠다.

     

   마치, 다음은 자신이라는 듯 양.

     

   “기, 기다려 봐라.”

     

   마이오스가 서둘러 입을 열며 크라슈를 향해 외쳤다.

   그는 크라슈가 왜 자신을 이 자리에 데려왔는지 눈치챘다.

     

   그에게는 신을 소멸시킬 힘이 존재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면 다음은 자신이 될 것이라고 크라슈는 말해준 것이다.

     

   크라슈의 눈은 진심이다.

   그는 정말로 자신을 언제든 소멸시킬 생각이 있었다.

     

   “이야기할 마음이라도 든 모양이지?”

     

   크라슈가 묻자, 마이오스가 움찔거렸다.

     

   크라슈는 열등한 인간이다.

   중간계에 있는 것들은 노예인 천족의 발끝에조차 못 미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고작해야 그런 인간에게 자신이 협박받고 있었다.

     

   이는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크라슈의 손아귀에 쥐어지는 빛을 보자 그는 멈칫하였다.

     

   여기서 더 날뛰어봤자 그는 신기를 빼앗기고, 소멸할 뿐이었다.

     

   “……하계문은 파르테스 소속, 상급 신 데모리스 님이 준비한 것이다.”

     

   상급 신.

   중급 신에 이어 더 높은 존재가 등장하자 크라슈는 턱을 쓸었다.

     

   과연, 지금 상태로 혼자서 상급 신과 대적할 수 있을까.

     

   ‘무리겠지.’

     

   중급 신인 마이오스조차 크라슈가 지닌 특이점 탓에 쉽게 제압할 수 있었을 뿐이지.

   본래라면 그와는 생사를 걸고, 격렬히 싸웠어야 했을 것이다.

     

   마이오스에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자칫하면 밀릴 수 있는 정도.

     

   ‘이걸로는 상급 신에게는 어림도 없다.’

     

   도둑의 신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크림슨가든이 나름 찾아주고 있긴 하나 아서는 여전히 실종 상태다.

     

   ‘하계문을 여는 방법과 그 내부에서 잘못되면 어디로 날아가는지까지 전부 알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상급 신을 쓰러트릴 수밖에 없다.

     

   ‘강해져야 한다.’

     

   크라슈의 손이 꽉 쥐어졌다.

   천만다행히 크라슈에게는 손쉽게 강해지는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중급 신을 쓰러트려 그들의 신기를 빼앗는 것.

     

   하지만 무분별하게 중급 신을 쓰러트리고 다니면 너무 눈에 띈다.

   무엇보다 크라슈도 생각 없지 않다.

     

   ‘중급 신 중에서도 중간계에 우호적인 이들은 있다.’

     

   크라슈가 적이라 여기는 것은 중간계를 건드리려는 신들뿐.

   우호적인 성향이라면 구태여 검을 맞댈 필요가 없다.

     

   ‘적을 늘릴 필요는 없으니까.’

     

   신들에게 소속이 있는 시점에서 소속 내부의 일원을 건드리면 오늘과 같이 보복하러 올 터.

   섣부른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찾으면 그만이겠지.’

     

   중간계를 침범하려는 놈들.

   그놈들을 찾아서 족치면 된다.

     

   그리고 지금 크라슈는 그런 놈들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놈을 알고 있다.

     

   크라슈의 눈이 마이오스에게 향했다.

   눈이 마주친 마이오스가 움찔거렸다.

     

   마이오스가 소속된 파르테스는 중간계 침범에 적극적인 이들이다.

     

   ‘신들은 이미 중간계 침범을 서로 이야기 나눴다.’

     

   그렇다면 중간계 침범을 하려 했던 다른 소속들도 알고 있을 터.

   그렇다면 그놈들을 골라서 전부 사냥한다.

     

   결정을 마친 크라슈는 마이오스에게 입을 열었다.

     

   “너, 이름은.”

   “……마이오스.”

   “목숨을 부지 하고 싶으면 당분간, 나를 따라다니면서 도와. 그렇다면 목숨은 보장해 줄게.”

     

   마이오스는 크라슈를 못 믿음직한 눈으로 보았다.

   그도 그럴 게 조금 전 지이오스를 소멸시켜 버렸기 때문이겠지.

     

   “조금 전 말, 네 별에 걸 수 있겠나.”

     

   크라슈의 눈이 뜨여졌다.

   신 사이에 존재하는 맹약인가.

     

   “그래, 내 별에 걸지.”

     

   크라슈가 맹약으로 답해주자, 그의 별 내부에 무언가 스며드는 감각이 느껴졌다.

     

   ‘정말로 맹약이 존재하는 모양이네.’

     

   어긴다면 무언가 문제라도 생기는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덕분에 마이오스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그럼, 한가지 만 더 묻자.”

   “무엇이지.”

   “황색 평야에 살던 천족 마을을 습격한 파르테스 소속은 누구지.”

     

   크라슈가 질문하자 마이오스는 무얼 묻느냐는 얼굴을 하였다.

     

   “조금 전에 알려주지 않았나.”

     

   천족인 리지스의 눈이 커다랗게 뜨여졌다.

     

   “상급 신이라니…….”

     

   그녀는 비틀거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본의 아니게 원수를 갚아야 할 녀석이 같아졌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