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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9

       [갸아아악]

       [이걸 여기서 끊어? 이걸 여기서 끊어?]

       [이거 보려고 게임으로 안하고 있었는데!]

        

       “분명히 후일담만 2시간은 할 텐데, 여기서 더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그런 채팅들에 이런 답변을 해주었다.

        

       “내일 바로 이어서 플레이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끝까지 하긴 할 테니 너무 근심하지는 마십시오. 적어도 올해 안에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이 방송 보는 사람 중 대부분은 이미 이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내가 이쪽 세상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이미 클리어한 사람이 반 이상일 테니.

        

       마무리 멘트를 몇 마디 더 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시간을 보니 12시 정각을 지나고 있었다.

        

       11월도 이제는 거의 막바지다.

        

       “스토리 끝까지 보고 내일 조금 늦게 일어나도 될 텐데…….”

        

       클레어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확인해볼 것이 있습니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 나, 클레어, 앨리스의 방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이제는 방이라고 해도 될까 싶은 곳이긴 했지만. 생활은 안 하고 짐만 늘어나고 있으니 차라리 창고라고 하는 쪽이 맞는 말 아닐까?

        

       지보는 일단은 눈에 띄는 곳에 두었다. 혹시라도 외부인이 들어오면 그 사람이 보기 전에 치울 생각이었다.

        

       그래도 돌아갈 준비는 언제든 해두어야 하잖아.

        

       ……이 소리를 벌써 몇 개월째 하고 있으니.

        

       지보의 빛은, 확실히 지난번에 확인했을 때보다 조금 더 밝아져 있었다.

        

       “밝아지는 속도가 확연하게 느려졌습니다. 저희 세 사람만 있을 때는 분명히 조금만 유명해져도 순식간에 밝아졌었는데요.”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네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미아였다.

        

       “저희의 인상이 사람들에게 너무 확실하게 각인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처음에는 당황하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저희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하고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최근에는 행사장에 가서 코스프레까지 하고 다녔었지.”

        

       앨리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저희가 이곳에 안주하고 있을수록 여신의 노림수에 가까워진다는 뜻이군요.”

        

       샤를로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러모로 어렵네.”

        

       음.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가며 여신이 세상에 저희를 적응시키는 속도가 엇나가도록 해야겠습니다.”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방송국과 했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지지부진했다.

        

       우리 이름이나 출생지에 관한 이야기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내용이라 우리가 그러지 말아 달라고 하는 이상 방송국에서 방송할 수가 없는데, 이메일로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방송국의 높은 분들은 그게 좋은 사연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당장은 우리가 그냥 편하게 사는 이야기만 해도 별 의미가 없다. 방송 보던 사람들은 ‘쟤네가 방송도 나오고 말았네’라고 할 거고, 처음 보는 사람들도 그냥 ‘저런 애들이 있구나’하고 신기해할 테니까.

        

       우리가 확실하게 ‘낯설게’ 보이도록 해야 했다.

        

       “그렇다고 출생지를 밝힐 수는 없습니다.”

        

       게임 속 출생지라고 생각하지 않아 줄 것은 둘째치고, 혹시라도 이게 위조된 신분증이라고 생각하게 될수 있으니까.

        

       법망에 휘말리는 것은 사양이다. 물론 그건 여신도 사양인 것 같긴 하지만.

        

       “……외국 방송은 어때?”

        

       클레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서 말했다.

        

       우리 시선이 모이자, 클레어는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가 나오는 게임은, 이 나라 게임이 아니라면서. 그렇다면 그 나라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엄청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과연.

        

       아마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로 나오고 끝날 가능성도 크다. 우린 일본 거주 외국인은 아니니까. 굳이 거기서 살 의지도 없고, 살 방법도 없다. 단순 인터넷 방송으로 비자 따기는 쉽지 않다는 모양이니까.

        

       그렇다고 일본어로 일본인 대상 방송을 하는 건 그것대로 머리 아프고.

        

       “게임을 따라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 이름이 원래부터 이런 이름이었다, 이 틈을 건드리는 거야. 그것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퍼질 수 있도록.”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이긴 하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코앞까지 온 방송까지만 끝마치고 더 아이디어를 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칭찬에 클레어는 얼굴에 바로 미소를 띠었다.

        

       진짜 동갑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니까.

        

       하긴 미아도 동갑이긴 하지만.

        

       *

        

       카메라를 들이대기 전에, 방송국 사람들이 먼저 우리 집에 왔다.

        

       “장식이 특이하네요.”

        

       지난번에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여자 작가는 집 안을 둘러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우리 집은 여전히 크리스마스 장식과 할로윈 장식이 동시에 되어있었다. 크리스—할로윈—마스라고 할까?

        

       “시즌은 꼬박꼬박 챙겨 즐기는 게 가장 즐거우니까요.”

        

       클레어가 바로 대답했다.

        

       “이건 어떤 분들의 취미죠?”

        

       TV 앞에 줄줄이 놓인 피규어들을 보면서 작가가 물었다.

        

       “저, 저요.”

       “저도요.”

        

       샤를로트와 앨리스가 거의 간격을 두지 않고 말했다.

        

       샤를로트야 막상 포장 뜯을 때는 조금 부끄러워했었지만, 앨리스도 부끄러워할 줄은 몰랐다. 아직도 황궁 복도 흉상이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혹시 최근 인터넷으로 뭐라도 배운 걸까?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

        

       우리 방도 보여주었다. 포스터가 추가된 것 외에는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제 몸을 저렇게 만드는 게 목표에요.”

        

       클레어는 허리에 손을 올려놓은 채 당당히 그렇게 말했다.

        

       “저는…… 네, 저런 것들을 좋아해서…….”

        

       미아는 막상 설명할 때는 몹시 부끄러워하면서 설명했다.

        

       “그럼 주무실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각자 방에 들어가서 다른 시간에 주무시나요?”

        

       그 질문에, 우리는 서로를 한 번 봤다가 다시 작가를 보았다.

        

       “아뇨.”

        

       누구랄 것도 없이 그렇게 말하자, 작가는 조금 당황한 모양이다.

        

       “……거실에 이불을 깔아두고 같이 잡니다. 평소에도 집 안 여기저기 흩어져서 뭔가 할 때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놀러 갈 때는 다섯 명이 다 같이 놀러 가고요.”

        

       “그러신가요?”

        

       작가의 눈이 커졌다.

        

       “서로 사이가 좋으신 모양이에요. 그…… 모든 분이 자매이신 건 아니셨죠?”

        

       우리 이름을 떠올리는 듯 그렇게 물어보는 작가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내 친구들 모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있다.

        

       내가 어떤 대답을 하건, 별로 개의치 않을 것 같은 표정이다.

        

       그래서 나는 작가를 다시 보면서 말했다.

        

       “피가 섞이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네, 모두 자매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혹시 머릿속에서 어떤 스토리라도 짜낸 것일까?

        

       “아, 그리고.”

        

       “네.”

        

       내가 덧붙이듯 입을 열자 스마트폰에 뭔가 입력하던 작가가 얼굴을 들었다.

        

       “다소의 각본은 괜찮지만, 저희끼리 싸우는 모습은 보여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내 말에, 작가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몇 글자 정도 더 입력하고는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일정은 세세한 부분에서 조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어딘가 멀리 가시거나 할 예정이 있으신가요?”

        

       방송국도 아무 때나 카메라 들고나와서 찍을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찍은 뒤에도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닐 수도 있고.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작가를 배웅했다.

        

       *

        

       “으—음.”

        

       “왜, 여행이라도 가고 싶어?”

        

       “어? 어떻게 알았어?”

        

       앨리스와 클레어가 정말 친해진 모양이다. 클레어가 콧소리 내는 것만 듣고도 속뜻을 알아차리다니.

        

       하긴, 내가 완벽한 무표정을 유지하던 때에도 앨리스는 내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자기감정을 숨기지 않는 클레어의 반응 정도는 쉽게 떠올릴 수 있었을 거다.

        

       “그럼 준비할까요? 마침 방송국에서 오는 날짜도 정해졌습니다.”

        

       12월 첫째 주로 일정이 잡혔으니, 그때 겹치지만 않으면 된다.

        

       “방송은 괜찮은 거야?”

        

       “방송은 며칠 쉬어도 상관없습니다.”

        

       만약 내가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진지하게 고민했을지 모른다. 돈에 쪼들리고 있을 때는 후원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지.

        

       “평소에 지각도 없이 방송을 해왔으니, 제대로 공지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럼, 좋아!”

        

       앨리스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샤를로트와 미아는 어떻습니까?”

        

       “저는 괜찮아요.”

        

       샤를로트가 먼저 대답했다.

        

       “이 날씨에 캠핑만 아니라면요…….”

        

       미아는 그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아무리 나라도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럼 여행은 어디로 떠날지 찬찬히 고민해보도록 하죠.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까요.”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렇게 말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

    Rime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반부분을 읽고 계신다면 이 후원감사를 읽을때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언젠가 이 후기를 읽어주실 거라고 생각하시고 감사인사를 씁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은 언제나 독자님들 덕분에 다음화가 나옵니다. 단순히 돈을 벌고 벌지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의 관심이 없었다면 이렇게 열심히 쓰지도 못했을테니까요.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데 쓰신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오늘도 그저 노력할 뿐입니다. 다시한번,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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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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