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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라라라라, 라라라…아, 아. 마이크 체크. 마이크 체크. 안녕하세요, 하모니에요.”

        

        

        

       -하하

       -하하(하모니 하이라는 뜻)

       -오늘도 3배속? 너무좋고 ㅋㅋㅋㅋㅋㅋㅋ

       -뭐지? 다크존을 한다는 뜻인가? 닼존강점기가 도래함을 의미하는 거신가?

       -이 누나가 똥겜말고 다른 걸 메인으로 하는 날이 오는구나

        

        

        

        현실 시간으로 오후 8시.

        

        하모니의 방송이 켜지며 수많은 시청자가 몰려들고 있었다. 시선 너머로 보이는 두 개의 채팅창으로부터 메시지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하나는 하모니랑 같은 방송 속도를 공유하는 가상현실 접속 시청 인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현실에서 1배속으로 방송을 시청 중인 이들이었다.

        

        최근에는 실시간 렌더링을 통해 VR 기기에 접속 중인 이들과 동일한 속도로 영상을 시청하는 기능이 나오고 있긴 했지만, 아직 조정이 필요하다고 평가받는 시점이었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던 시청자들이 어느덧 5천을 찍더니, 그 시점부터 상승세가 조금씩 주춤하기 시작했다.

        

        다크 존 플레이를 통해 수많은 시청자들을 안정적으로 끌어모아, 상당히 느닷없긴 해도 기존의 수십 퍼센트에 달하는 인원을 추가로 확보한 탓이었다.

        

        이들이 방송에 온전히 녹아들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으나, 사실상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긴 했다.

        

         

        

       “어…다크 존은 글쎄요. 만약에 한다고 하면 오늘은 혼자서 하거나, 카페에서 인원을 좀 모집해서 미션을 밀든가 하지 않을까 하네요.”

        

        

        

        그 후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상황 설명.

        

        당장 유진과 함께 며칠을 붙어다니며 반쯤 동고동락했기에, 그녀는 요즈음 돌아가는 여론을 빠르게 인지하고 이 부분에 대한 조치를 내놓은 것이었다.

        

        채팅창이 순식간에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 그리고 그녀가 오늘 방송을 켠 이유도 바로 이 부분에 대한 명쾌한 답을 하기 위해서였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곳으로 치닫기 전, 재빨리 입을 열었다.

        

        

        

       “일단 지금은 게임 플레이 전 단순한 토크 타임이니까, 이 참에 여러분들에게 간단히 안내할 소식이 하나가 있어요. 제가 뭐 그 분이랑 뭐가 틀어졌거나 한 건 당연히 아니니까 안심하시고….”

        

        

        

        잠깐의 손짓.

        

        그녀의 행동에 반응하여 허공 위로 떠오르는 몇 가지의 사진과 – 일종의 서류로 보이는 무언가. 그리고 가장 오른쪽으로 보이는 링크 하나.

        

        잠시간 물음표로 도배된 채팅창이 혼란으로 젖어들어가는 사이, 거기에 기름을 붓듯 그들이 보는 스트리머가 덤덤한 목소리로 설명을 개시했다.

        

        

        

       “이게 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쉽게 말하자면…어,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측에서 유진 씨에게 직접 전달한 성명문이에요. 며칠 있으면 여러분도 볼 수 있을 거긴 한데, 당사자에게 허락을 맡고 먼저 보여드리려고 왔어요.”

        

        

        

        첫 장이 확대된다.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의 마크이기도 한 불사조 음각이 종이 전체에 엷게 새겨진 가운데, 그 위에는 강렬한 시인성을 자랑하는 검은 글씨가 큼지막하게 써져 있었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양식.

        

        그곳에 써있는 내용은 명백했다.

        

        

        

       -[RE : Dark Zone User : Eugene의 불법 프로그램 사용 여부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근 며칠간 저희 고객센터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문의를 받았으나, 움직임 및 행동 로그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불법 프로그램과 관련된 그 어떠한 사용 시도도 찾지 못했음을 우선적으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또한 확실한 확인을 위해 직접 자사의 기기로 검증한 결과, 이러한 과정 및 결과 중 어떠한 불법 프로그램의 개입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을 본사는 공식적으로 명시하고자 합니다.]

        

       -[신체검사 및 테스트 과정은 증거물로서 영상으로 촬영되었으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테스트를 진행 중인 유저의 외형은 아바타로 덧씌워진 형태로 편집되었습니다.]

        

       -[추가적인 내용은….] 

        

        

        

        과거 다크 존이 여전히 인터넷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있었던 때.

        

        당시에는 일일히 세기조차 힘든 수의 핵들이 범람하였고, 핵의 종류보다도 많은 핵유저들이 넘쳐날 때가 있었으나 – 수많은 패치로 인해, 이들 모두가 처참하게 침몰하여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설령 완강하게 사실을 부인하는 유저들조차,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본사에 와서 직접 증명해보라는 말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본사에서 직접 보내온 입증은 그 무엇도 범접할 수 없는 권위와 안정성을 가졌다.

        

        

        

       -?????????????????????

       -아니뭐임?이걸 진짜 본사까지 가서 기어코 증명해낸다고?

       -유진우승!유진우승!유진우승!유진우승!유진우승!유진우승!유진우승!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또 처음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핵무새들 개같이멸망!핵무새들 개같이멸망!핵무새들 개같이멸망!

        

        

        

        비록 많은 부분이 글로만 이루어져 있었기에 이해하는 데엔 생각보다는 시간이 걸렸음에도, 그 결과는 충분히 그것을 감내할 만하고도 남았다.

        

        채팅창의 반응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을 확인하며, 하모니가 입을 열었다.

        

        

        

       “자자. 이걸 여기서 다 보여줄수는 없고, 오늘 제가 이걸 꺼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유진 씨가 며칠 후에 직접 방송을 켜서 이걸 보여줄 거예요.

        

        뿐만이 아니라 이카루스 직원분들도 유진 씨가 핵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언해주기 위해 출연할 예정이니, 부디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짤막한 정적 – 물론 채팅창은 계속해서 난장판이었다.

        

        보통 이 시점에서는 도네이션이든 뭐든 해서 이것저것 질문이 들어올 법도 하지만, 의외로 그렇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하모니는 사전에 예상하고 있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리 말하는 것으로 침묵을 깨었다.

        

        

        

       “이걸 제가 방송에서 말하는 이유는 사실 별 건 없고, 유진 씨가 일일히 돌아다니면서 공식적으로 해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것도 있잖아요?

        

        사이트에 홍보를 한다고 해도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릴 테니, 그래서 그냥 제가 말해주기로 했어요. 이것도 어떻게 보면 상부상조죠, 뭐.”

        

        

        

        그렇게 마무리를 끝내고는, 하모니는 저스트 채팅을 종료하며 덧붙였다.

        

        

        

       “자아, 그래서. 일단 오늘은 다크 존을 할지 안 할지는 확실하지 않으니, 예열 게임 좀 한 다음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그때 결정할게요.”

        

        

        

        그리고 켜지는 게임.

        

        기이하리만치 넘쳐나는 도트 감성. 기묘하기 그지없는 인게임 비주얼에 이어, 한 눈에 보아도 심상치 않은 외형의 유니콘이 땅을 디디고 서 있었다.

        

        온통 보라색의 수평선과 삽시간에 요상해지는 채팅창 분위기를 배경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자! 오늘 할 예열 게임은…키보드로 유니콘의 다리 하나하나를 조종하며 목적지까지 가는 홀스런! 얼마 전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낸 따끈따끈한 똥게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아───!”

        

        

        

       -?

       -?????

       -시잇프알 누가 또 이누나한테 이상한 거 추천했냐?????????

       -이정도면 진짜 즐기는거다…진짜 똥게임에 미친 똥믈리에….

       -선생님 제발 이런 게임을 그만해주십시오……….

        

        

        

       <호구와트 님이 40,000원 후원!>

       -누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기강을 잡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저희가 잘못했으니 일단 좀 이 돈을 받고 진정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아아, 호구와트 님! 무려 4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그러고선 이어지는 말.

        

        

        

       “하지만 여러분들의 도네이션은 편집자월급주고월세내고식비내고휴대폰비내고저축하는 것 외에도 이런 똥겜을 구입하는 용도로 아주 잘 사용할 예정입니다. 오늘도 도네이션 정말 감사합니다!”

        

        

        

       <랭소히무헵 님이 1,000원 후원!>

       -무친련…무친련…무친련…무친련…무친련….

        

        

        

        오직 도네이션 하나가 모든 시청자들의 속마음을 대변할 뿐이었다.

        

        물론, 그 후 그녀는 다섯 시간이 넘도록 똥겜을 즐기며 시청자의 기강을 잡았고, 이것이 단순한 방송의 포문이었단 사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살다살다 방송 준비를 다 해보게 되네요.”

        

       “나름 좋은 경험이에요. 재미있을걸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방송이 당장 목전으로 다가오게 되니 생각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단순히 그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일러준 대로 게임을 했을 뿐인데, 고작해야 열흘 남짓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

        

        많긴 하네, 정말. 이것도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떨린다거나 하는 감정은 없었다. 이런 걸로 떨리기에는 겪어온 일들이 좀 심각하게 많았다.

        

        만약 내 스스로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면 또 몰랐겠지만…그렇기에 이 며칠간 이카루스 빌딩을 쏘다니며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 전부 확인했다.

        

        그 결과, 당연하게도 핵 – 구체적으로는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흔적은…나올 리가 있을까.

        

        오히려 핵 이야기가 아직도 나오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는 말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돌 정도였으니, 굳이 더 설명이 필요할까.

        

        

        무언가를 확인하던 하모니가 내게 덧붙인다.

        

        

        

       “서버 할당이 나온 걸 보니 스트리머 신청은 하셨나보네요. 앞으로 방송해볼 생각은 없어요?”

        

       “앞으로 마땅히 할 일이 없으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만약 미국에 살거나 했다면 사격장을 운영하든 전술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든 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안타깝게도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그 와중 어째 하모니의 표정이 요상하다. 구체적으로는 뭔가 굉장히 기대하는 듯한 그런 표정이다. 크게 생각하지 않고 던진 말이었는데, 왜지?

        

        

        

       “그럼 방송 시간은 언제로 하실 거예요? 고정적으로 방송하실 건가요?”

        

       “너무 가셨어요.”

        

       “나름 되게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둘만 있으니까 말하는 거긴 한데…아무래도 저로서는 유진 씨가 한 명의 스트리머로서 독립하는 게 더 낫죠. 지금 제 방송은 유저 한 명에 의존하는 그림이라고 해도 무방하니까요.”

        

       “그도 그렇긴 하네요.”

        

       “VR 게임들이 나오면서 많이 완화되긴 했는데, 사실 예전 같았으면 갑자기 왠 고정 시참 멤버냐고 딴지를 거는 이상한 애들도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

        

        

        

        스트리머의 고충이란 게 바로 저런 걸까. 참으로 신경써야할 게 많구나.

        

        만약 내가 방송을 한다면,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나도 이를 알기에 그렇게 진지하게 답변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었던, 말 그대로 텅텅 비어있는 방이 하모니의 손짓 한 번에 가구가 생겨나고 마이크가 나타난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렇게 속으로는 상당히 당황한 채로,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을 맘 속으로 억지로 구겨접으며 가끔씩 너무 튀지 않나 싶은 물품만 제지를 해주었다.

        

        시간이 흘러가며, 점차 내 방을 좀 심하게 개조해버린 듯한 외형의 방이 내 눈 앞에 드러났다.

        

        이런 방 비주얼로 내 첫 방송을 시작하다니 괜찮을까 싶긴 했지만…나중에 정 이상하다 싶으면 괜찮은 인테리어를 구매하고 적용하면 된다니까.

        

        

        

       “저 말고도 다른 두 분이 앉을 거라 의자가 두 개 더 필요해요.”

        

       “아, 맞다. 이카루스 직원이 앉을 자리라고 했죠? 어떻게 섭외하셨대….”

        

       “신체검사 하다가 알게 됐어요.”

        

       “아아, 자사 건물에 다녀오셨다고 했지.”

        

        

        

        뭔가 대화가 엇나가는 것 같은데….

        

        하지만 굳이 지금 정정해줄 이유는 없을 듯했다. 나중에 진상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긴 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여태까지 번호도 교환하고 꽤나 많이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사실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그 흔한 전화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튼, 그건 나중의 일로 남겨두기로 하고. 어느새 방송 준비가 다 되었다.

        

        만족한 표정의 민트맛 고양이가 날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간다.

        

        

        

       “다 됐어요. 지금 당장 방송을 송출해도 크게 문제는 없을 거예요. 자잘한 설정은 차차 알려드릴테니, 궁금한 게 있으면 많이 물어봐도 괜찮아요.”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한움큼 도움받았는데요, 뭐. 당연한 호의에 부담갖지 마셔요.”

        

        

        

        그에, 나는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이 머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행스럽게도 4일간 푹 쉬니 목은 많이 회복이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라 단순 감기라 다행이군요

    하지만 내일부터는 개강이라는거….

    본격적으로 연재 주기를 확정지을 때가 왔나봅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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