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3

        “그래서 그때 나에게 달려들었던 강철 거인들을 전부 쓰러뜨린 후에…….”

       

        – 그게…… 설명 끝?

        – 설마 그게 전부인 것은 아니죠?

        – 아닐 거야…….

        – ㄹㅇㅋㅋ

       

        “음?”

       

        뭐가? 뭘?

        그런 내 시선을 보았을까?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통해 나에게 열렬한 요청하기 시작했다.

       

        – 메카물은 박진감 넘치는 전투씬이 중요한데!

        – 옳소!

        – 올타!

        –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설명 좀!!

        – ㄹㅇㅋㅋ

        – 채팅 중간중간 오타 개 많넼ㅋㅋㅋㅋ

        – 오타 신경 쓸 겨를 없다고! ㅋㅋㅋ

       

        “설명 말이냐?”

       

        시청자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냥 쓰러뜨렸다 한마디면 다 되지 않나?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 무엇이 재미있다고?”

       

        – 개 재미있는데요?

        – 그게 재미있는데.

        – ㄹㅇㅋㅋ

        – 싸움의 재미를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

        – 원래 싸움 구경이 꿀잼입니다.

       

        “으음…….”

       

        드래곤으로 태어난 이후로는 투쟁 자체가 삶의 일부분이었던 나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인간이었던 시절의 나도 이랬을까? 이젠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이들은 그냥 ‘내가 쓰러뜨렸다!’라는 말 한마디가 아니라,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고 있다.

        예컨대, 내가 그때 어떻게 싸웠고, 어떤 방식으로 강철 거인들을 쓰러뜨렸는지를 원한다는 소리다.

       

        “…….”

       

        문제는 내가 그것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내 말주변이 부족하다거나, 아니면 나의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단순히, 내가 그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안이 왜…….

        – 믿었는데믿었는데믿었는데!

        – 그냥 설명하기 싫어서죠?

        – 그걸 기억 못 한다고요? 드래곤이?

       

        “너희들은 1년 전 어느 날에, 하루 동안 눌러 죽인 벌레를 하나하나 다 기억하느냐?”

       

        내가 인간들의 투정(?)을 받아 준 것이 그때뿐인 줄 아느냐?

        1만 년의 시간 동안 로봇이라고 부르는 강철 거인과 싸운 것이 그때 한 번뿐인 줄 아느냐?

        너희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상대해 왔단 말이다.

       

        인간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가락 하나로도 처리할 수 있는 녀석들을 수십만, 수백만 이상 상대하였다.

        당연히 그 순간순간을 전부 기억할 수는 없는 법이다.

       

        – 그럼 할 말 없죠.

        – ㄹㅇㅋㅋ

        – 아! 드래곤님에겐 로봇도 벌레 수준이라고!

        – 그렇게 말하면 할 말 없잖습니깤ㅋㅋㅋㅋ

       

        “그래도 너희의 요망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할까?

        양손을 깍지 껴 입술 앞에 댄 후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렇게 해볼까?”

       

        나의 지배력이 발휘되며, 내 아바타로부터 용금이 뽑혀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카메라의 앞, 키보드가 올려져 있는 책상 위에서 형태를 잡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타난 것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작은 미니어처들.

       

        – 오?

        – 오오오!

        – 이건 설마?

        – 오오오오오오오?!

       

        “그러니까…… 그때 상황이…….”

       

        기간트 모드 형태의 나를 본뜬 미니어처와 그 당시 내가 상대했던 강철 거인의 형태를 최대한 기억나는 대로 재현해 보았다.

        물론 완벽하게 기억나지는 않기 때문에, 중간중간 상상력으로 때운 부분은 존재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마 이것과 비슷한 형태였을 것이란다.”

       

        – 오!

        – 금손!

        – 레알 금손 아님?

        – 아! 진짜 금으로 만들어진 손이라곸ㅋㅋㅋ

        – ㄹㅇㅋㅋ

        – 그 금손이 그 금손이기도 하넼ㅋㅋㅋ

       

        “아무튼,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이게 더 낫겠지.”

       

        내 지배력에 따라 미니어처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 내가 싸웠던 장면을 이 자리에서 재현하기 위하여.

       

       

        *           *            *

       

       

        나의 겉날개, 기간트 모드일 때는 팔의 역할을 하는 그것으로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가장 앞섰던 강철 거인이 두 팔을 들며 기묘한 자세를 취했었단다.

       

        “하압!”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런 모습이었을 거란다.

       

        [- 태극권임?]

        [- 미친! 로봇 타고 무공을 쓴다고?!]

        [- 이런 건 무협이 아니야아아아!!!]

       

        원을 그리며 가운데로 모인 강철 거인의 양손이 내 주먹을 붙잡았고.

       

        콰직!

       

        퍼어엉!

       

        “크아아악!”

       

        내 주먹이 강철 거인을 부수었단다.

       

        [- 아닠ㅋㅋㅋㅋㅋ]

        [- 보통은 거기서 막혀야 하는 거 아님?]

        [- 빠꾸 없으시넼ㅋㅋㅋㅋㅋ]

        [- 닌겐 따위론 드래곤님을 막을 수 없으셈ㅋㅋㅋㅋ]

       

        “아닛?!”

       

        “장군님!”

       

        “태극반탄공이 통하지 않다니?!”

       

        아마 인간들이 그때 당황해했던 것 같구나.

        물론 당황하면서도 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는 않았지.

       

        “쇠 그물을 던져라!”

       

        “주술사들은 주술을 준비하라!”

       

        “공격!”

       

        “거철병은 저 요물을 붙들어라!”

       

        쿵! 쿵! 쿵! 쿵!

       

        나를 향해 달려드는 1만여 명의 인간 군세.

        나는 그들을 향해 내 용금에 장착된 모든 발사관을 열었지.

       

        = 쏘거라!

       

        투다다다다다다다!!

       

        [- 오오! 미사일!]

        [- 풀 버스트는 진리지!]

        [- 라그나는 신이야! 라그나는 신이야! 라그나는 신이야! 라그나는 신이…….]

        [- 미니어처인데도 쩐다!]

        [- ㄹㅇㅋㅋ]

       

        인간들의 군세 사이로 날아간 수백의 폭렬어들.

        너희에게 익숙한 단어로 이야기하자면, 그래. 미사일이라고 하자꾸나.

        인간들의 군세 사이사이로 떨어진 미사일들이 터지며 1만의 인간들을 혼란스럽게 했지.

       

        [- 오!]

        [- 그래서요?]

        [- 그다음에는 어떤 쩌는 이야기를 보여주실 건가요?!]

       

        그다음에는…… 으음. 잠깐.

        그런데 내가 그때 미사일들을 쏘았던가?

        미사일이 아니라, 그때는 이렇게 했던 것 같은…….

       

        [- 뭐임?]

        [- 갑자기 미니어처들이 리셋되는데?]

        [- 화면 되감기도 아니곸ㅋㅋㅋㅋ]

       

        그래.

        그때 나는 미사일들을 쏜 것이 아니었단다.

       

        = 하압!

       

        채앵!

       

        내 양팔에서 칼날을 꺼내 나를 향해 달려드는 강철 거인들을 직접 베어 버렸을 것이다.

       

        [- 와씨.]

        [- 칼질 잘하시는데?]

        [- 미니어처인데 왜 박진감이 넘치지?]

        [- ㅋㅋㅋㅋㅋㅋ]

       

        ……아닌가? 이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인간과 같은 이족보행의 형태로 이렇게 잘 움직일 리가 없는데?

        다시. 아무래도 이건 아니었던 것 같구나.

       

        [- 아닠ㅋㅋㅋㅋㅋ]

        [- 몇 번을 리셋하는 거에욬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

        [- 계속 미니어처들 리셋되는 거 실화임ㅋㅋㅋㅋㅋ]

        [- 그냥 하나로 정하시죠?]

       

        재촉하지 말거라. 나도 지금 노력 중이니까.

        으음. 아무래도 오래된 기억이라서 그런지 잘 기억나지 않는구나.

        아무래도 이 부분은 내 상상으로 채워야겠구나.

        괜찮겠느냐?

       

        [- ㅇㅋ]

        [- 괜찮아요!]

        [- ㅇㅇ]

       

        이해해 줘서 고맙구나.

        그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내가 양팔에 만들어 낸 칼날로 강철 거인들을 모두 쓰러뜨렸단다.

       

        [- 방금 그럴 리 없다면서요?]

        [- 이족보행 잘못하신다면서요?]

        [- ㄹㅇㅋㅋ]

       

        어차피 내 상상이지 않느냐?

        냉정히 말해서 나는 직접 붙어서 치고받고 싸우는 타입은 아니란다.

        그런 내가,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내가 이렇게 싸운다고 설명하겠느냐.

       

        [- 본인도 인정했엌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는 법이란다.

       

        아무튼 계속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내가 강철 거인들을 전부 처리하자 인간들은 눈에 띄게 혼란에 빠졌지.

       

        “이럴 수가?!”

       

        “거철병들이 전부?”

       

        “젠장! 저걸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아무리 훈련이 잘된 군대라고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까지 사기를 유지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란다.

        특히 생존본능이라는 것은 모든 생물체가 가진 가장 근본적인 욕구다.

        최대한 오랫동안 살아남아, 종을 보존하고 번식하려는 욕망.

        그것이 바로 생명체들이 오랜 진화의 결과로 찾아낸, 가장 효율적인 생존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성체는 이성을 통해 그 생존본능을 억누를 수 있단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가 있는 법.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지성체라고 하더라도 생존 본능을 억누를 수는 없지.

       

        “주술사들은 공격하라!”

       

        “급급여율령!”

       

        “천상태제님께서 굽어살피시리라!”

       

        = 흠?

       

        가장 앞에서 나와 맞서 싸워야 할 인간 병사들이 두려움에 주춤거릴 때.

        인간 군세의 가장 뒤에서 마법을 준비하던 인간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마법을 쏘아내기 시작했단다.

        당연하지만 나는 그들의 마법을 그냥 맞아주었지.

       

        [- 끄덕없으니까요?]

       

        ……그래.

       

        텅! 팅! 팅!

       

        “주, 주술이 듣지 않습니다!”

       

        “이럴 수가?!”

       

        [- 이쯤 되면 그냥 양민 학살 아님?]

        [- ㄹㅇㅋㅋ]

        [- 이 정도면 그냥 깔끔하게 끝내주는 게 더 나을지도?]

        [-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었냐면…….

       

       

        *            *            *

       

       

        “으음…….”

       

        – 왜 그러세요?

        – ??

        – ?

        – 무슨 고민 있으세요?

       

        “솔직히 말하마.”

       

        아무래도 나에게 창작의 재주는 없는 것 같다.

        방금 전부터 본체의 연산력까지 빌려서 열심히 뒤 내용을 떠올려 보곤 있는데, 도무지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야 시청자들이 재미있어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 엌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이곸ㅋㅋㅋㅋㅋ

        – ㄹㅇㅋㅋㅋㅋㅋㅋ

        – 그냥 편하신 대로 하셔욬ㅋㅋㅋㅋ

       

        “그래도 되느냐?”

       

        시청자들이 허락해 준다면, 나야 좋다.

        내 의지에 따라 책상 위의 기간트 모드의 내 형태가 움직인다.

       

        한쪽 팔을 앞으로 뻗은 기간트 모드의 내 미니어처.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본뜬 미니어처들이 덜덜 떨듯 몸을 웅크린다.

       

        “이들이 이렇게 떠는 이유는, 이때 내가 나의 기세를 온전히 발산했기 때문이란다.”

       

        일정 경지에 오른 이들은 버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존재는 온전히 발산되는 내 기세를 받아 낼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날 수 없는 동물이 한없이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추락할 때 느끼는 죽음의 공포와도 같기 때문이다.

       

        “항거할 수 없는 죽음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 느낌은…… 느껴보지 못한 이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지.”

       

        – 라나님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래. 내가 약했던 어린 시절에는 자주 느꼈단다.”

       

        뭔 놈의 천적들이 그렇게 많던지.

        자는 것, 먹는 것 하나 마음 편하게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기세를 흘리며 지배력을 행사했단다.”

       

        인간들의 미니어처에서, 금속으로 이루어졌을 것들이 전부 녹아 사라진다.

        무기와 갑옷, 투구, 강철 거인들까지.

        일부 마나와 오러를 다룰 수 있는 이들은 마나와 오러를 사용해 내 지배력에 저항했지만, 그들을 제외한 이들은 순식간에 무방비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 상태에서 나는 이렇게 선언했단다.”

       

        잠시 목을 풀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릎 꿇어라. 인간들이여. 이 이상의 도전은 나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 ㅎㄷㄷ

        – 지렸다.

        – 날 가져요!

        – ㄹㅇㅋㅋ

        – 캬~!

       

        “그렇게 인간 군대와 나의 싸움을 끝났단다.”

       

        물론 내 상상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애초에 기간트 모드라는 것이 이 사건 이후에 만들어졌던 것이었구나.”

       

        – 엌ㅋㅋㅋ

        – 설정 붕굌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수했네.

        에라 모르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간트 모드는 적혈국 시점보다 이후에 나온 모드입니당.

    위 이야기는 드래곤님의 처참한 창작 실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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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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