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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 ***

         

       “오라버니! 가문에서 오라버니의 절연 소식을 들었나 봅니다! 방금 지급 천리응이 도착했어요!”

         

       “도경아! 가주령이 찍힌 전서다! 네가 절연 선언을 취소하지 않으면 당씨 성을 박탈하고 내공을 봉쇄 한 채 뇌옥에 십 년을 가두겠다는구나! 어서 우리와 함께 돌아가자!”

         

       당도연. 당도율.

         

       당도경과 동일한 배분으로 비슷한 시기 학당을 같이 다닌 친우이자 친적이었다. 각자 당도경과는 한 살 터울인 사이.

         

       “허허, 그 말을 해주러 예까지 오셨습니까? 이 소식이 들리면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지금 우리 처지가 대수에요! 오라버니 내공도 없이 뇌옥에서 십 년을 있으면 죽을 지도 몰라요!”

         

       당도연이 발을 동동 굴렀고 당도율이 답답함에 가슴을 쳤다.

         

       “도경아! 가문에 억하심정이 있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어찌 이리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느냐!”

         

       “형님과 도연이에게는 미안한 일임은 알고 있습니다.”

         

       “오라버니…대체 왜 이러시는거에요…”

         

       기어이 당도연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렀다. 당도경은 그 모습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당도연의 훌쩍이는 소리가 조용히 방에 울려 퍼졌다.

         

       “연아. 도율 형님. 지금 제 결정은 충동적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당가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아마 저는 당가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몸이 되겠지요. 적어도 가문에서 내가 충분히 개과천선했다고 여길 때까지 당가 안에서만 지내게 될 것입니다. 그건 아마 권법을 포기하고 암기술을 익히는 일이 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도율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당도경에게 그런 조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었기에.

         

       “그렇게 된다면 제가 창안하고 있던 권법은 어찌 될까요. 암기와 용독이 주인 당가에서는 일반적인 무공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가 없습니다. 이 천하에 가장 널리 쓰이는 무기가 검과 도이거늘 당가에서는 그런 무기를 쓰는 자가 없습니다. 권법은 말할 필요가 없고 장법도 대부분 독공과 연결되어 일반적인 장법과는 아예 궤를 달리하죠. 이런 당가에 갇혀 있어서야 절대 제 무공을 완성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아버지는….어머니는 어찌할 것이냐.”

         

       “려아는 어쩌시려구요! 그 어린 아이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실 겁니까!”

         

       “….”

         

       당도경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절연이라는 것이 쉬울 것이라 여기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가슴이 미어지는 것일지는 또 몰랐던 일이었다.

         

       “젊은 몸이나 일평생을 바쳐왔던 무공입니다. 이 당도경. 당가의 사람이기도 하나 한명의 무인으로서 어찌 무공을 버릴 수 있단 말입니까. 당가와 무공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전 무공을 택하겠습니다.”

         

       당도경의 각오에 도율은 주먹을 꽉 쥘 뿐이었고 당도연 역시 그저 눈물만을 흘렸다.

         

       당도율과 당도연을 보내고 당도경을 눈을 감았다.

         

       그 뒤로 당도경은 방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다.

         

       *** ***

         

       “씨이펄~”

         

       호천안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의자에 늘어졌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객잔을 떠난 당가의 여고수를 본 뒤에 망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고 그 직감은 그대로 현실이 되어 당도경은 그 날 이후로 방에서 나오지조차 않았다.

         

       “당형! 승부는 어찌할 생각이오!”

         

       “미안하오, 야 형. 그저 혼자 있고 싶군.”

         

       야바위조차 당도경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것에 실패했다.

         

       혹여나 낭인들의 기합소리가 당도경을 방 바깥으로 끌어낼까 싶어 낭인들을 죄다 모아다가 악을 써보기도 했고 악에 받쳐서 화재가 난 척 객잔 내부에 검은 연기를 풀어버리기까지 했다.

         

       ‘유사연이 달려와서 이단옆차기만 하지 않았어도 성공할 수도 있었는데.’

         

       머리에 피가 오르고 초조함에 휩싸여 유사연과 사전 합의도 없이 즉석에서 질러버렸으니 진짜 화재가 난 줄 알고 허겁지겁 내려온 유사연이 극대노 하는 것은 당연했고 호천안의 옆구리는 커다란 멍이 들고 오른 뺨에는 긴 손톱 자국이 그어졌다.

         

       당도경이 나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호천안은 그리 투덜거렸다.

         

       똑똑.

         

       “선배~ 들어가도 되나요.”

         

       “오냐 들어와라..”

         

       “여기 금창약이에요. 아 그리고 당도경이 잡혀가면 받을 형벌에 대해서도 알아왔어요.”

         

       “…말해봐.”

         

       “내공을 봉인하고 뇌옥에서 10년형. 절연한 것 치고는 온건한 편이네요. 10년뒤에 풀려나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악명 높은 당가의 뇌옥에서 10년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당도경에게 달린 일이긴 하지만요.”

         

       “시발.”

         

       절연치고는 아주 온건한 조치라는 것은 안다. 뇌옥에 가두어 놓기는 하겠지만 저 정도로 온건하게 조치했으니 실제 죽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공 없이 10년을 보낸다는 것은 무인으로서의 당도경이 멈춘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니 어쩌면 무인으로서의 죽음일지도 모른다. 내공이 10년이나 봉인당하면 기혈이 망가지고 기감 역시 퇴화할 테니까.

         

       그리고 권법 수련 역시 할 수 없겠지. 충기를 사용하지 않는 권법 수련은 그냥 몸부림에 불과하니까.

         

       “아…”

         

       호천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냥 당도경이 듣도록 깨달음을 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도경을 걱정하는 낭인들이 3층이 보이는 자리에서 죽치고 있는 상황이다.

         

       당도경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하는 상황이니 그 방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도 없고.

         

       내일 아침이면 당독기가 약속했던 그 시간이 온다.

         

       “흑묘…후 아니다.”

         

       깨달음을 지르려면 당문기의 문 앞까지는 가야 한다. 흑묘에게 기막을 둘러 달라고 요청하려던 호천안은 그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리를 차단하는 기막은 소리만 차단하지 기의 흐름은 거의 기상나팔을 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수준이다.

         

       일류나 절정인 낭인객잔의 낭인들이라면 단잠을 자고 있더라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기의 흐름이 동반되니…결국 소리만 못 듣는다 뿐이지 호천안이 당도경에게 깨달음을 주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어쩌시려고요.”

         

       “….”

         

       “할 만큼 하지 않았나요? 당도경을 구하기 위해서 선배는 모든 행동을 다 했잖아요.”

         

       흑묘의 말에 호천안은 생각했다. 어쩌면 흑묘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이 정도 했으면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으나 하늘이 돕지 않은 것을 어쩌겠는가.

         

       ‘시벌 그러니까 아직 안 한 것이 강조되잖아.’

         

       속마음조차 제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호천안은 눈을 감았고.

         

       일어섰다.

         

       “가시려고요?”

         

       문고리에 손을 올린 호천안에게 흑묘가 말했다.

         

       “왜요?”

         

       어쩐지 즐거워보이는 흑묘를 째려본 호천안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밤잠 못 잘 거 같아서.”

         

       “아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흑묘가 박장대소를 터트리는 모습에 호천안이 흠칫했다. 몸을 구부리고 탁상을 치며 깔깔대던 흑묘가 눈물을 닦아냈다.

         

       “선배, 그거 알아요? 선배 가끔 너무 귀엽다는거? 당도경을 구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으면서 아닌 척 하기는!”

         

       “뭐, 뭔소리야…”

         

       “비.밀.”

         

       호천안은 흑묘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반사적으로 피하려고는 했지만 초절정까지 딱 한 걸음만 남겨 놓은 수준의 흑묘가 던진 암기를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호천안은 목에 따끔함을 느꼈다.

         

       “너…이…”

         

       “잘자요 선배.”

         

       “배은망덕한…고앙…”

         

       흑묘는 입을 삐죽였다. 쓰러질 때 받아줄 생각이었지만 배은망덕한 고양이라니 너무 하잖아. 이게 다 선배를 위한 일인데.

         

       쿵!

         

       흑묘는 쓰러진 호천안의 뒷목을 집어 의자에 널었다. 흑묘는 싱글싱글 웃으며 호천안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암만 봐도 잘나기는커녕 못난 얼굴이었다. 아니 못난 정도까지는 아닌가? 그래도 저잣거리에서 사람 구경하고 있으면 한 시진에 한 사람 정도는 똑 닮은 사람을 만날 정도로 흔한 인상이었다.

         

       “흥흥~”

         

       잠시 호천안을 의자에 넣어놓은 흑묘는 품에 있는 비도에 글귀를 적어 바깥으로 던졌다. 대기하고 있던 월복당원이 그것을 주워 가는 것을 보며 월복당원들이 물건을 공수해올 때까지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흑묘는 호천안의 볼을 꼬집었다. 상처가 나지 않은 쪽을 꼬집어 늘렸지만 얼굴 가죽이 늘어나는 바람에 다른 쪽 볼까지 아픈지 몸이 흠칫거렸다. 그 모습이 제법 우스꽝스러워 흑묘는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 손놀림은 곧 섬세하게 변했다.

         

       “으음…이 더러운 수염을 정리하면 좀 괜찮아 지려나.”

         

       잡생각을 하고 있자니 배은망덕한 고양이라는 말이 다시 떠올라서 입술을 한번 꼬집었다.

         

       “내가 선배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 선배는 내 맘도 몰라주고.”

         

       흑묘가 호천안을 위해 한 일은 많았다.

         

       우선 여일예가 낭인에게 깨달음을 얻었다는 소문부터 진화했다. 퍼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월복당의 힘을 총동원해서 소문을 지우고 은폐했다. 황금가에서 호천안의 신상정보를 찾으려고 했던 것 역시 무마했다. 황금가에 도착한 호천안에 대한 정보는 모든 알맹이가 빠진 쭉정이뿐.

         

       황금 다섯 냥을 가지고 나타나야 할 여일예는 왜 지금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가. 그건 다 흑묘가 여일예를 사천성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인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호천안을 위해 무척 귀한 기진이보 하나를 소모하기로 마음을 먹었거늘.

         

       호천안의 가치는 확정되었다. 흑묘는 호천안이 어떤 행동을 할지 충분히 짐작했다. 아마 당도경에게 깨달음을 주면 여일예와 같이 사람이 바뀌겠지. 그리고 당독기의 제안에 응할 것이다.

         

       ‘뭐 일생일대의 사건을 겪고 나면 사람이 바뀌는 경우는 흔하니까.’

         

       당도경을 바꿀 자신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 사건이 바깥으로 퍼지면 어떤 처지가 될지 아니까 지금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흑묘는 호천안이 다른 사람의 깨달음을 보거나 알 수 있다는 사실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선배, 제가 마음만 먹었으면 선배를 그냥 홀라당 납치 감금해서 필요한 깨달음만 쏙쏙 빼 먹을 수 있는데 말이에요.”

         

       고작 독침 하나 견디지 못하는 이류다. 인간적인 감정이 없었다면 이대로 납치해 어딘가에 감금시켜 놓은 뒤 약물을 먹이거나 고문을 하거나 금제법을 새기거나 했을 것이다.

         

       흑묘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이것도 나름대로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이 호천안이라는 실뭉치를 나만의 실뭉치로 만들어 내 정원에 넣어두는 것.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착해빠진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는데.”

         

       선인이라고 추앙받는 이들이 얼마나 추악한 짓을 일삼는지. 흑묘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그 이면을 잘 알고 있었다.

         

       도귀도 그렇고 당도경도 그렇고 참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다 싶었다. 지닌 바 재주가 좋아서 지금까지 살아남았지 안 그러면 어느 뒷골목에서 객사하지 않아도 이상할 호인이다.

         

       경수시장도 황금가 앞 사술공연도 그렇고 문학의 날도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진 사술공연도.

         

       그 뒤에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호천안의 좌충우돌 사고도 모두 재미있었다.

         

       흑묘는 자신의 마음 속에 호천안을 향한 호감이 싹텄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호천안을 위해 기진이보까지 소진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그 마음을 부정할까.

         

       착하고 재미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실뭉치.

         

       그렇지만 너무 연약한 이류인지라 조금만 세상의 불맛을 보면 금세 타버릴 실뭉치.

         

       ‘내가 보호해 줘야지 어쩌겠어.’

       

       당도경에게 쳐들어가면 낭인들이 호천안이 깨달음을 쥐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겠지만…호천안도 나름대로 머릿속에 계획은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호천안은 기상천외한 해답으로 사건들을 해결해오곤 했으니까.

         

       그러나 상황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꼬이고 꼬인 상황은 호천안의 기지만으로 풀어가기에는 너무 버겁다. 당장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급하게 처리한 일은 어쩔 수 없이 틈을 남긴다.

         

       그 틈은 언제가 벌어지고 갈라져 호천안을 집어 삼키겠지.

         

       그러니 개입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틈만 남기고 모든 일을 깨끗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호천안이 이토록 망설이다가 끝의 끝에 움직인 것은 결국 그만큼 일을 마무리하기가 어렵다는 반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번만큼은 강제로 개입하는 것이 옳다 여겼다. 

         

       ‘선배가 깨어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흑묘가 호천안의 표정을 상상하며 웃었다.  아마 침의 여파로 침 전후의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당도경이 깨달음을 얻은 것을 직접 알려줘야겠지.  호천안의 기억으로는 한참 고민하다가 의식을 잃었다 일어난 셈이니 멍청한 표정을 짓겠지만 어쩐지 이제는 상상속의 그 표정도 정감이 갔다.

         

       흑묘는 호천안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월복당의 단원이 물건을 건네주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었지만.

         

       그리 지루한 시간은 아니었다.

         

       *** ***

         

       [나오세요]

         

       끝없는 번민에 휩싸여 있던 당도경은 뇌리를 울리는 전음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흑묘. 당도경은 이름을 모르는 여 낭인.

         

       무시하려고 했던 당도경은 자신에게 쏘아지는 살기에 눈을 떴다.

         

       [저는 선배랑 달라요. 나오지 않으면 정말로 객잔에 불을 질러버릴지도 모르겠네요.]

         

       당도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암살기공을 운용하는 그 낭인 여자는 당도경이 보기에도 수상쩍은 인물이었고 또한 범상치 않았다. 사천낭인들의 행보를 한 발자국 떨어져 지켜보며 뻥튀기를 먹는 모습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었으니까.

         

       ‘제법 기이한 구석이 많았으니 마냥 무시할 수는 없겠군.’

         

       한밤중. 자신이 방을 나선 모습을 들켜서 좋을 것 없는 당도경이 소리를 죽이며 1층으로 내려갔다.

         

       ‘야 형…’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호천안과 그 곁에 서 있는 흑묘의 모습이 보였다.

         

       [선배가 할 말이 있다고 하니 조금 더 가까이.]

         

       [이 밤중에 무슨 소란이오? 야 형의 방식은 이런 것이 아닐 터. 소저가 꾸민 짓이오?]

         

       [물론 제가 꾸미기는 했지요. 그러나 당도경 소협. 선배가 당신을 위해 나서려고 했던 것은 진실이에요. 그저 이 일이 바깥으로 퍼지면 선배가 아주 곤란해 질 수 있으니 제가 판을 마련한 것일 뿐. 오늘 밤의 일은 모두 비밀이에요. 타인은 물론 선배에게도 말이지요.]

         

       이게 무슨 소리지. 뜬금없는 소리에 당도경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사이에 흑묘는 구슬을 꺼내 바닥에 굴리고 허공에 뿌렸다. 딱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색을 뽐내는 구슬들이 바람을 토해냈다.

         

       스스스스…

         

       8개의 구슬이 서로 바람을 주고 받으며 완전한 바람의 장막이 이루어졌다. 미세하게 바람이 새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이 장막 안에서 퍼지는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 나갈 일은 없을 터.

         

       ‘기보로군.’

         

       이런 것까지 사용해가면서 해야 할 말이 무엇일까. 당도경은 호천안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는 흑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 야 형에게 무슨 짓을..?”

         

       호천안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한 당도경이 무언가 말을 하려 할 때였다.

         

       “뿌리가 빈약한 식물이 어찌 거목이 될 수 있겠는가. 사람의 뿌리라 하면 가족과 핏줄이니 결코 그들을 소홀히 하는 자들은 성할 수 없으며 크게 될 수 없는 법이다. 누군가는 인생을 독존한다 여기겠지만 어찌 인연이 뿌리임을 잊을까.”

         

       갑작스럽게 주어진 화두에 당도경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거목이라 불리는 자들은 의를 행한 자들이다. 의(義)란 무엇인가. 내(我)가 양(羊)과 같이 선한 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뜻을 세우고 행해야 비로소 의가 된다. 지키고자 하는 양. 지키고자 하는 연(連)이 없는 자들은 어째서 거목이 되고자 하는가?”

         

       “고근약식(孤根弱植) 불의문거(不義問巨).”

         

       ‘이것이 깨달음인가.’

         

       흑묘는 눈을 반개한 채 눈동자 안에서 온갖 상념이 휘몰아치는 듯한 당도경을 바라보았다. 자백 성분이 몸을 돌게 하는 침을 뽑고 호천안의 몸에 해독 성분이 있는 침을 투입한 흑묘는 조용히 풍령옥들을 회수했다.

         

       이대로 조용히 사라지면 아침에 수련을 나서는 낭인들이 당도경을 발견할 테고 호법을 선답시고 호들갑을 떨 터.

         

       그럼 그때 자연스럽게 호천안을 깨워 1층으로 향하면 완전 범죄가 되겠지.

         

       호천안을 업어든 흑묘는 아무 소리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2/5/26 묘사 수정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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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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