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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이리 해도 이해를 못한다면 내 어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만.”

       “농담이에요. 이해는 했어요.”

       

       상대의 행동원리를 파악하고 행동을 유도해 시나리오 위를 걷게 만든다.

       

       말로만 들으면 그리 어려운 소리는 아니다.

       

       그걸 실행할 수 있는가와는 별개로.

       

       “그럼 어디가 문제인 것이냐?”

       “상대를 그 정도로 면밀히 파악하는 게 한 판 만에 가능한 거에요?”

       “물론이지. 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라는 방금 전처럼 설명을 이어가려다 엔리와 채팅창을 번갈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내 직접 증거를 보여주마.”

       

       *

       

       무공을 다루는 자는 결국에 자신이 다루는 이치의 위에서 움직이게 된다.

       

       그러니 상대가 따르는 이치를 알게 된다면 상대의 행동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를 예측할 수 있다.

       

       명가들이 괜히 자신들의 무공을 독문으로 전수하는 것이 아니다.

       

       다 다른 이에게 무공을 파해 당하지 않기 위한 발악인 셈이지.

       

       아라는 이런 것들을 줄줄이 설명을 하려다 지금 앞에 선 상대가 무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만약 이걸 듣는 게 하린이었다면 눈을 빛내고 있었겠지만 지금 나의 말을 듣는 건 엔리와 무에 관심 없는 시청자들뿐이다.

       

       내가 아무리 열성적으로 설명한다 한들 저들이 본인의 말을 이해할 가능성은 적었다.

       

       이럴 땐 그냥 몸으로 보이는 편이 낫지.

       

       방금 그 신창 유저에 대한 걸 모두 다 파악했다는 걸 보이면 끝날 이야기 아니더냐.

       

       그렇담 간단한 방법이 있지.

       

       엔리를 뒤로 물린 후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나의 앞에 상대를 그린다.

       

       내가 보기에 신창이 다루는 창법은 바닥에 깊게 뿌리 내린 나무와 같았다.

       

       신묘한 묘리도, 압도적인 힘도, 바람과 같은 속도도 없다.

       

       다만 밑둥이 너무도 두터워 숙련된 나무꾼조차 엄두를 내지 못할 나무가 되어서 굳건히 자리를 지킬 뿐이다.

       

       상대가 다루는 이치는 부동의 아래에 있으니 그를 기반에 둔 후 그 위에 신창 유저란 사람을 쌓는다.

       

       체격이 좋은 남자다.

       

       기다란 창을 가지고 있다.

       

       몸 안에 맴도는 내기는 정갈하나 그를 다루는 실력은 내기만 못하다.

       

       신중한 성격이지만 궁지에 몰리면 하나밖에 생각하지 못한다.

       

       이런 사실 하나하나를 덧붙이고 나니 머리속에서 상대의 구체적인 모습이 형성되었다.

       

       그 후 눈을 떴음에도 머리에 새겨진 심상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앞에는 여전히 창수가 서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순살 할 수 있는 상대다만 빠르게 끝낼 생각은 없다.

       

       그래서야 엔리도, 시청자들도 내 앞에 서 있는 것이 무엇인지 추측하지 못할 테니까.

       

       조금은 놀아주는 수밖에.

       

       한 발을 내딛자마자 창날이 파고든다.

       

       손등으로 걷어내니 이번에는 창대로 나를 후릴 생각을 한다.

       

       나의 접근을 막겠단 의지가 보인다.

       

       창대를 아래에서 위로 쳐서 머리 위로 날려 보낸다.

       

       접근할 수 있는 틈이 생겼지만 그러지 않고 가만 상대를 바라보았다.

       

       내가 연이어 공격을 파해했기 때문일까. 상대는 조금 더 신중해졌다.

       

       커다란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 두려운 듯 창수의 공격은 좀 더 자잘하고 귀찮은 것들로 바뀌었다.

       

       그 연격은 마치 나무의 뿌리가 자라나 발목을 붙잡는 것처럼 느껴졌다.

       

       허나 자연의 이치를 외면하고 순식간에 키워낸 나무에 굳건함은 없으니.

       

       뿌리는 자신이 얽매려던 것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질 뿐이었다.

       

       상대의 수를 박살낸 후 생각했다.

       

       이 쯤 보여줬으면 다른 이들도 내 앞에 선 게 누구인지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니 슬슬 이 촌극을 끝내자꾸나.

       

       내 다리를 찌르려는 창의 대를 한 손으로 붙잡은 후 끌어당긴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창수는 중심을 잃어버렸다.

       

       중심을 잃은 부동은 과녁에 불과하니 그 머리통을 날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심상으로 이루어진 비무에서 빠져나와 뒤를 돌아보자 엔리가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보았느냐?”

       “…네?”

       “내 앞에 선 이를 보았느냐 물었다.”

       “네. 봤어요.”

       “누구였느냐?”

       “제가 방금 전에 상대했던 신창이요.”

       

       눈이 좋구나.

       

       맞다. 본인은 방금 그 자를 상대했다.

       

       내가 파악한 것을 토대로 나의 앞에 그 자의 심상을 만들어 내 싸웠다.

       

       “이제 상대를 파악했다는 나의 말에 신빙성이 생겼느냐?”

       “이런 걸 보여줬는데 어떻게 안 믿어요.”

       

       나의 비무가 인상 깊었느냐?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방금 전 그대에게 이길 방법을 알려준 것도 이 비무의 연장이다.”

       

       나의 심상 아래에서 엔리와 신창을 싸우게 만들어 엔리가 이기는 길을 찾아냈을 뿐.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 와. 방금 전에 화령 앞에 한 명 더 있는 거 같았음.

       – 님도 그럼? 나 환각이라도 보는 줄 알았는데.

       – 쉐복이 이렇게 생생한 건가?

       – 프로 선수들이 하는 건 좀 격이 다르긴 한데 이 정도는 아냐.

       

       무덤덤하게 설명을 해줬으나 엔리 방송의 시청자들은 호들갑을 멈추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나를 골려먹던 이들이 맞나 싶구나. 전환이 아주 빠른 것이 박쥐보다 박쥐같은 작자들이야.

       

       저들에게 면박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하나 일단은 넘어가자꾸나. 지금은 더 중한 상대가 있으니.

       

       “자아. 엔리. 그럼 가르쳐 주려는 이를 의심한 대가를 치러야겠구나.”

       “네? 대가요?”

       “그래. 무엄하게도 본인을 의심하지 않았나.”

       

       본인은 순수히 그대를 돕기 위해 노력했거늘. 그대는 나를 믿지 않아주었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야.

       

       “왜 슬픈 일이라고 하면서 웃어요?! 무섭잖아요!”

       

       엔리. 그대는 기억하는가.

       

       지난 번 나에게 공부를 가르치겠다며 쉴 시간도 없이 나를 겁박하던 때를.

       

       본인은 마음이 비뚤어진 치졸한 인간이어서 말이다.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정당하고도 당당하게 그대를 괴롭혀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

       

       그런데 그대가 적절한 시기에 알아서 사유를 만들어 줄 줄은!

       

       어쩜 이리 고마울 수가.

       

       “저만. 저만 의심한 거 아니잖아요! 여기 사람들 다 의심했는데!”

       

       – 우리가 언제?

       – 천마님을 향한 신앙을 무시하지 마시오!

       – 에잌ㅋㅋㅋㅋ. 다 농담이지.

       – 맞음. 진심으로 의심한 사람이 어딨음?

       – 맞아. 맞아. 우린 항상 화령님을 믿었어.

       

       채팅창에 거짓말쟁이들이 한가득이었지만 저들을 내버려 두는 편이 엔리를 더 울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내버려 두었다.

       

       “흐음. 다들 그렇다는 구나. 아무래도 엔리 그대 혼자만 진심이었던 모양이야.”

       “저 사람들도 다 거짓말 하는 거라고요!”

       “설령 그렇다 한들 저들의 대표는 그대 아닌가. 그러니 죄악도 그대가 감당해야지.”

       “네?! 제가 왜요?! 저는 저 사람들하고 관계없어요!”

       

       – 엔리 우리 버려?

       – 실망이야. 자기 살겠다고 시청자들을 버리다니.

         

       “여러분도 자기 살겠다고 날 버렸잖아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눈치 챈 듯 엔리가 발악을 했으나 이미 난 그녀의 말을 들어 줄 생각이 없었다.

       

       “시끄럽다. 이제 실력 점검이 끝났으니 수련을 하러 가야지. 그러려고 온 것 아닌가.”

       “잠깐. 잠시만요. 우리 대화로 풀자구요!”

       

       내가 억지로 끌고가자 엔리가 처절한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를 동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것도 다 그대의 업보이니라. 엔리.

       

       *

       

       이전에 화령이 등장했던 장인 초대석의 편집을 막 마친 하늘은 바깥에 나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그의 눈 밑에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최근 그의 생활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요즘 들어서, 정확하게는 엔리가 공포게임을 하겠다며 여우 씨라는 사람을 데려온 후로 하늘은 일복이 터지는 중이었다.

       

       그 한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엔리의 밑에 있는 편집자들은 요즘 들어 잠을 자는 대신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마이 튜브 시장은 물이들어올 때 노를 젓지 않으면 들어오던 물이 썩은 물로 바뀌는 장소였으니까.

       

       화령이라는 치트키가 제 역할을 하고 있을 때 최대한 조회수를 뽑아 먹어야 했다.

       

       그를 위해서는 영상을 만드는 편집자들이 갈리는 수밖에 없었다.

       

       불만은 크지 않았다.

       

       그의 사장인 엔리는 일을 시키는 만큼 챙겨주는 사람이었으니까.

       

       풍족해지는 통장을 대가로 갉아먹는다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이틀 연속으로 밤을 새는 건 좀 미친 짓이긴 했어.

       

       담배를 피우는 지금도 각성이 되기는커녕 담배를 입에 문 채 꾸벅거리는 중이니까.

       

       슬슬 잠을 자긴 해야겠다. 아직 하드디스크 정리도 못했는데 죽어버리면 지옥에서 한 번 더 혀를 깨물어야 할 거야.

       

       피던 담배를 끈 그는 하품을 빽 내쉬며 집 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 때 전화가 걸려왔다.

       

       엔리의 밑에서 일하는 편집자 중 하나였다.

       

       이 녀석 오늘 사장님 영상 보면서 편집점 잡기로 한 애 아니었나? 왜 방송 안 보고 전화를 걸고 있어.

       

       [형. 좆됐어요.]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반대편에서 담백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 어떤 미사여구도 없이 전해진 선언은 사태의 심각성을 이야기해주는 듯 했다.

       

       “뭔데. 사장님이 논란 탭이라도 신설했냐?”

       [편집할 영상이 또 늘었어요.]

       

       얘가 요새 잠을 못 자서 정신이 나갔나.

       

       그야 당연히 늘어나지. 사장님이 방송을 쉬는 것도 아니고 매일 8시간 이상을 방송하는데 영상거리가 줄겠냐고.

       

       “일단 사장님 영상은 뒤로 빼고.”

       [화령님이 나왔어요!]

       

       어우. 야. 그것부터 말했어야지.

       

       나 방금 전까지 너를 정신병원에 데려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잖아.

       

       “재미는 있고?”

       [재미없었으면 전화도 안했죠.]

       

       그치. 네가 편집자 생활을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고.

       

       하늘은 그의 동료 하진에게 방송 내용을 읊어보라고 말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하진이 말을 꺼냈다.

       

       사장님이 준비한 컨텐츠는 최근 여러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끌어 모으는 천마님께서 미천한 사장님을 가르쳐 주는 내용이었다.

       

       아무런 악의 없이 트롤링을 해대는 사장님과 그를 보며 어질어질해 하는 화령님의 모습이라니.

       

       이건 무조건 맛있다.

       

       [처음엔 화령님이 사장님 랭크 게임을 보며 훈수하는 식으로 진행이 됐어요]

       

       첫 판은 엔리의 성대한 트롤링으로 시작됐다.

       

       마음이 조급해진 건지 안 해도 될 짓을 하는 엔리와 그를 보며 답답해하는 화령. 그야말로 모두가 기대하는 장면 그 자체였다.

       

       [이게 재밌긴 했는데. 화령님이 생각보다 진지해서 예능각이 안 나오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다음 판부터 화령이 직접 예능을 시전 했다.

       

       암살자 캐릭터를 상대하기 위해 유적 건물을 박살내서 개활지를 만들라고 하지를 않나.

       

       포인트 배팅 하나를 못 열어서 헤매다 시청자들의 이를 갈리게 만들지를 않나.

       

       그 와중에 엔리가 건물을 부수어 가며 암살자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었다던가.

       

       하진의 설명을 듣던 하늘은 절로 잠이 깨는 것을 느꼈다.

       

       와. 저거 한 편이 십 분씩 잡는다 쳐도 몇 편 짜리야?

       

       화령이라는 치트키가 나오니 조회수는 보장된다 치고.

       

       빠르게 영상을 편집해야겠는데? 커뮤니티에 이야기가 돌 때 마이튜브에 올려서 노를 저어야 해.

       

       집에 에너지 드링크가 몇 개 더 남아 있었지.

       

       [여기까진 다 좋았는데 세 번째 판에 신창 저격러가 튀어나왔어요.]

       “아. 그 악질 새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회수가 드디어 십 만을 넘겼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

    악질애옹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또 다시 후원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잠결에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제 글을 좋아해주셔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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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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