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3

       43. 놀이터의 왕 (1)

       

       

       한 10살쯤인가.

       내가 어렸을 때.

       나도 부모님과 함께 서점에 간 적이 있었다.

       

       ‘책을 사주면 얘가 읽으려나…’

       

       그곳에서 내 부모님은 내게 책을 사줄까 고민했었다.

       남자아이가 바깥에 나가기나 하고, 책을 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나는 의심 어린 눈빛을 한 부모님께 자신 있게 소리쳤다.

       

       ‘나 책 잘 읽어! 다 읽을 거야!’

       

       부모님은 여전히 의심을 지우지 않았지만, 큰맘을 먹고 세계 명작 동화 전집 세트를 구매했다.

       아이들의 환상이 담긴 동화책은 내 방 책장을 꽉 채웠다.

       어린 시절의 나는 가득 찬 동화책을 보며 만족감을 느꼈었다.

       

       ‘…내 손으로 동화책을 꺼내서 읽은 적은 없었던 것 같네.’

       

       아무튼.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수련이가 거실에 누워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다.

       

       “어떻게 어린애가 가만히 책을 읽고 있을 수 있지?”

       

       놀랍다!

       나 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인데.

       수련이를 공중제비 도는 원숭이처럼 쳐다보고 있자, 수련이가 책 위로 흘깃-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아빠, 책을 조용히 못 읽는 게 비정상이 아닐까?”

       “화련이를 욕하지 마렴.”

       “내가 언제 욕을 했다고…”

       

       수련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런 수련이의 옆에 살포시 누워 책을 확인했다.

       

       “어린 왕자를 읽고 있었구나.”

       

       언제 읽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내용은 기억난다.

       

       “결말이 뭐였더라… 아마 마지막에…”

       

       결말에 대해 기억을 탐색하고 있던 순간.

       

       “…아빠.”

       

       찌릿-

       옆에서 수련이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수련이는 나를 차갑게 노려보며 작은 입으로 말했다.

       

       “나 아직 다 안 읽었는데.”

       “아, 습관적으로 말할 뻔했네. 미안.”

       “…다음부터 조심하도록 해.”

       

       무섭네.

       수련이는 작은 입에 숨겨진 이빨을 살짝 드러내고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결말에 대해 스포일러를 해버리면, 그때는 내 딸이 아닌 드래곤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날이 선 수련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일어났다.

       

       “근데 책이 하나 더 있지 않나? 이방인이었나. 그거는 어떻게 됐어, 수련아?”

       

       멈칫-

       수련이는 책을 넘기려다 말고, 내 시선을 살짝 회피하며 대답했다.

       

       “…이거 먼저 읽을 거야.”

       “무슨 이유라도 있어?”

       “…그냥, 그건 나중에 읽고 싶어서.”

       “으음, 그렇구나.”

       

       뭔가 대충 둘러대는 느낌이네.

       이 상태에서 더 질문하면 수련이는 입을 닫는다.

       그렇기에, 나는 수련이를 더 이상 건들지 않기로 했다.

       

       ‘열심히 집중하도록 냅둬야겠다.’

       

       조용히 집중하고 있는데, 괜히 더 관심을 줄 필요는 없으니까.

       지금 당장 내 관심이 필요한 녀석은.

       저기서 책을 읽으며 크게 소리치고 있는 녀석이다.

       녀석은 집중을 하다못해, 완전히 몰입하고 있었다.

       

       “뭐, 뭐어?! 티타노사우루스 얘는 뭐야! 왜 초식 공룡이 육식 공룡보다 더 쎈 건데!! 인정 못해!”

       

       쿵-!

       화련이는 Y공룡 시리즈를 벽에 책을 던졌다.

       

       ‘또 시작인가.’

       

       나는 벽에 맞고 떨어진 책을 들고 화련이에게 다가갔다.

       

       “야, 이화련. 위험하게 책을 왜 던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내가 책을 혼내준 거야!”

       “대체 뭐가 또 마음에 안 들어?”

       

       나는 책을 펼쳐 책의 내용을 확인했다.

       화련이는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거 봐! 티타노사우르스는 초식 공룡이야! 근데, 육식 공룡보다 크고 강해!”

       “아하.”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야!”

       

       씨익- 씨익-

       화련이는 티타노가 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채소만 먹는 초식 공룡이 어떻게 육식 공룡을 이기는지.

       이해를 못 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얘는 완전 느리게 생기고, 강해 보이지도 않아! 멋있지가 않다구!”

       “간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기는 하지.”

       

       느릿느릿한 초식 공룡이 이기는 걸 용납하지 않는 화련이.

       싸우는 걸 좋아하기 때문일까.

       벌써부터 갈라치기에 소질을 보이다니.

       나중에는 코끼리도 혐오하지 않을까 싶다.

       

       탁-

       나는 화련이의 정신 건강을 위해 책을 덮었다.

       

       “공룡 갈드컵은 이제 그만.”

       “누구 마음대로! 나 계속 볼 거야!”

       “책 계속 볼래. 아니면, 밖에 나갈래?”

       

       화련이는 망설이지 않고 소리쳤다.

       

       “밖으로 갈래!”

       

       호다다닥-

       화련이는 곧바로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수련이랑 초련이는?”

       

       수련이는 책 위로 나를 슬쩍 보더니 가볍게 대답했다.

       

       “나는 집에 있을래. 책 읽고 싶어.”

       

       책을 괜히 사달라고 한게 아니네.

       새로운 취미.

       독서에 맛을 들인 모양이다.

       나는 밥을 먹고 낮잠을 때리고 있던 초련이를 흔들어 깨웠다.

       

       “초련아.”

       “네, 네에… 아버지…”

       “지금 우리 밖에 나갈 건데. 어떻게 할래?”

       “저 오늘은 집에서 잘래요… 졸려요오…”

       

       초련이는 그리 말하고는 곧바로 눈을 감았다.

       졸리면 어쩔 수 없지.

       나는 준비를 다 끝내고 현관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화련이를 향해 다가갔다.

       

       “오늘은 화련이 너랑 나 둘뿐이야.”

       “흥, 상관없어! 빨리 가자!”

       

       화련이는 문 앞에 서서 발을 동동 굴렀다.

       나는 빨리 열리기를 기대하는 녀석을 위해 문을 열었다.

       

       “빨리 갈래!”

       

       호다다다-

       화련이는 신이 나서 놀이터가 있는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

       나는 녀석의 뒤를 쫓아가며 소리쳤다.

       

       “천천히 가! 넘어지겠다!”

       “나 안 넘어져!”

       

       화련이가 넘어지지 않는다고 말한지 10초가 지나고.

       

       꽈당-!

       

       “아악!”

       

       화련이는 아스팔트 위에 대차게 넘어졌다.

       

       “도로 정비를 안 해서 길이 위험하다니까…”

       

       에휴.

       나는 넘어진 화련이를 향해 재빨리 달려갔다.

       그리고는 넘어진 화련이를 조심스레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 어디 아픈 곳은 없어?”

       “괘, 괜찮아…! 나 안 아파…!”

       

       화련이는 그리 말하며 두손의 주먹을 꽉 쥐었다.

       붉은 눈망울에 눈물이 살짝 고이려는 것 같았다.

       

       “안 아프기는. 무릎 까졌네.”

       “드, 드래곤은 안 아파…!”

       “가만히 있어. 반창고 붙여줄 테니까.”

       

       나는 작은 가방에서 반창고를 꺼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화련이의 얇은 무릎에 조심스레 붙여줬다.

       

       “조금 아프니까 참아.”

       “아, 안 아프다니까아…!!”

       

       화련이는 역으로 성질을 냈다.

       나는 반창고를 다 붙여주고 일어났다.

       방금처럼 혼자 뛰다가 다치지 않도록.

       이번에는 녀석의 손을 잡았다.

       

       “뛰지 말고 천천히 가자, 화련아.”

       “나, 나 알아서 할 거야!”

       

       화련이는 그렇게 말해 놓고.

       나의 손을 꽉 잡은 채 놀이터로 향했다.

       속도에 맞춰 천천히.

       

       

       ***

       

       

       나와 화련이는 손을 잡고 놀이터에 도착했다.

       그러나, 화련이는 기분이 별로인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여기 내 구역인데!!”

       

       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화련이는 저번에 봤던 5명의 아이를 향해 외쳤다.

       

       “너희들 지금 누구 허락받고 놀이터에서 노는 거야!!”

       

       멈칫-

       그에 아이들은 행동을 정지하고 화련이를 쳐다봤다.

       녀석들의 눈에는 호승심이 가득해 보였다.

       

       “나타났다! 드래곤 호소인!”

       “드디어 복수할 차례인가…”

       

       터벅터벅-

       아이들은 한곳에 뭉쳐 화련이를 향해 다가왔다.

       

       ‘…이번에는 뒤에 있어야지.’

       

       상황이 심각해지면 개입하자.

       나는 이번에 최대한 뒤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그중에서 머리를 세운 리더급의 아이가 나와 말했다.

       

       “어이, 너 나 기억하지?”

       

       자신만만하게 외친 남자아이.

       그에 화련이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누구야 너!”

       “뭐, 뭣…?”

       “너가 누군데!”

       

       화련이는 정말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남자아이는 당황하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나, 나라고! 봉 유치원의 1짱 구민구라고!”

       

       화련이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게 뭔데! 난 기억 안 나!”

       “네, 네가 저번에 때렸던-“

       “아, 그건 기억나!”

       

       화련이는 진짜 기억이 났는지,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

       자존심이 팍 상한 민구는 살짝 뒤로 물러났다.

       

       “어, 어떻게 자기가 때린 사람을 기억을 못 하지…?”

       “너 약하잖아! 나는 엄청 강한 사람만 기억 해!”

       “으, 으윽…”

       

       털썩-

       마음의 데미지가 컸던 걸까.

       민구는 싸우기도 전에 무릎을 꿇었다.

       녀석의 동료는 민구의 등에 손을 올려 목소리를 높였다.

       

       “대장! 포기하지 마! 그럴 수도 있지!”

       “한 방에 나가떨어졌으니까! 기억하기 힘들 수도 있어!”

       “항상 있는 일이잖아, 대장! 새삼스럽게 왜 그래!”

       

       …악의가 없었지만.

       아무튼 녀석들은 진심으로 응원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도 친구들의 도움이 나름 힘이 됐던 걸까.

       민구는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이제 기억하게 만들면 되는 거야…”

       “얘네는 왜 이렇게 말이 많아! 비켜! 나 시간 없단 말이야!”

       “시간이 없어…? 그럼, 내가 빨리 끝내줄게…!!”

       

       마음을 단단히 먹은 걸까.

       민구라는 녀석은 침을 꼴깍 삼키고는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화련이를 향해 소리쳤다.

       

       “드래곤 호소인! 저번에는 내가 졌지만! 이번에는 절대 지지 않아!”

       “머라는 거야! 시끄럽고 내 구역에서 당장 나가!”

       “간다!”

       

       타다다닥-

       민구는 화련이를 향해 주먹을 쥐고 달려왔다.

       화련이는 녀석이 다가올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녀석은 화련이가 사정거리에 들자, 몸을 뒤로 젖히며 소리쳤다.

       

       “죽어어어!!”

       

       화련이는 민구의 주먹을 가만히 노려보더니.

       

       “시끄러워!”

       

       슉-

       살짝 몸을 틀어 피했다.

       그리고.

       

       “드래곤 펀치!”

       “커억-!”

       

       민구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털썩-

       

       민구는 그 주먹에 맞고 모래 사장에 누웠다.

       저번처럼 코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화련이는 녀석을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귀찮게 굴고 있어! 여기는 내 구역이라니까!”

       “…”

       

       아이들은 또다시 패배했다.

       그리고, 패배한 아이들은.

       

       “…대장 바꿀까?”

       “쟤 대장으로 모시자.”

       “패배한 대장은 더 이상 대장이 아니야.”

       

       왕위 찬탈을 모의하기 시작했다.

       골목대장이란 자리는 그런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차가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추천 눌러주면 다르팽이 기분 좋아짐!
    컴백!
    다음화 보기


           


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