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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지브롤터 협곡에서 있었던 협약 이후,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머니는 출산이 임박했다.

     누아르는 오늘도 연무장을 달린다.

     레타르는 자주 연무장에 구경을 나가, 누아르와 함께 달리는 에단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바야흐로, 일상의 반복.

     그나마 특이점이 두 가지 있다면, 하나는 아버지가 때때로 직접 신체 훈련에 나선다는 것.

     나는 아버지에게 ‘몸을 만들라’라고 부탁했다.

     -아버지를 벗겨, 사진을 찍을 겁니다. 그리고 그걸 팔 겁니다.

     앞으로 우리의 반역이든 매국이든 어느 쪽이든 성공하려면, 몸이라도 팔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사진을 찍을 겁니다. 그리고 ‘큰 손’들을 위해, 바지만 입고 상반신은 벗은 사진도 찍을 예정입니다.

     아버지는 내키지 않는 분위기를 풍겼지만, 나는 아버지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아버지께서 찍은 화보, 사진첩을 보면 국왕이 노발대발할 겁니다. 마지막 장에 어머니랑 같이 둘이서 찍은 사진을 보낼 거라서요.

     -노력은 해보마.

     아버지의 매국에는 무능왕을 향한 분노와 증오가 깊게 깔려있다.

     -다른 사진은 몰라도 네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만큼은 무조건 넣어야겠어.

     누군가는 치졸하고 옹졸한 행위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반역의 날까지 마냥 가만히 있는 것도 이상한 법.

     -우리가 여전히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에 이만한 것도 없지.

     나는 아버지의 행복을 화보로 팔기로 했다.

     두 선남선녀가 여전히 잘살고 있다고.

     왕국뿐만 아니라 제국 쪽으로도 널리 퍼질 것이다.

     제국 사람 중에는 지브롤터를 향한 오랜 증오를 가진 이들도 있겠지만, 그런 이해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지브롤터를 선망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앞으로 변화하게 될 왕국과 제국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현재, 카르멘 왕비와 제국의 황제가 직접 물밑에서 움직이며 정전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도련님. 오늘도 신문이 도착했습니다.”

     “음.”

     나는 로버트 경이 탁자에 놓아둔 신문, [제국일보]의 ‘어제 자’를 펼쳤다.

     하루 전에 발행된 물건.

     하지만 구겨지거나 하지 않고, 봉투에 잘 담겨있고 물기 하나 묻지 않은 새 신문.

     “어이쿠. 제국은 참. 여자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실종되어서야. 쯧쯧.”

     “…혹시 이 중에 경이 알고 있는 아이들이 있나?”

     “아뇨?”

     신문의 뒤에는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여러 여자아이들의 정면 사진과 인적 사항이 기재되어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 로버트 경. 그런데 혹시 1면은 봤나?”

     “아니요. 봉투만 챙겨서 오라고 했습니다.”

     “이거 보게.”

     나는 신문 앞면이 보이게 든 다음, 로버트에게 큼지막하게 적힌 문구를 가리켰다.

     “제국어, 로버트, 모릅니다.”

     “경의 고향에 제국 출신 포로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내가 모를 것 같은가? 제국어를 알고 있다는 게 무슨 반역도 아니고 말이야.”

     “왕도에서는 반역일걸요.”

     “여긴 지브롤터일세.”

     “…[하이레딘 해군 대장, “몸이 먼저 움직였다. 달게 처벌받겠다.]”

     “그래. 정확하게 잘 읽었군.”

     펄럭.

     첫 장을 넘긴다.

     그림보다는 글자가 빼곡하게 박혀있지만, 마도구에 의해 ‘인쇄’된 잉크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거, 전부 다 읽을 수 있는 겁니까?”

     “얼추.”

     “뭐라고 하는 겁니까? 하이레딘은 또 누구고.”

     “제국의 해군사령부 총사령관. 해군 대장이라고도 하지.”

     평민 출신. 나이 44세.

     “실력으로는 중급 기사 수준이지만, 해군에 대한 통솔력이 마스터 급이라 장군에 오른 남자.”

     “그런 사람이 책임지겠다고 하는 건…?”

     “왕국 사람을 구했거든. 해적 때문에 난파된 배를 보고 뛰어내려서 말이야.”

     “어, 으음….”

     “그래. 제국 사람이 왕국 사람을 구했지. 이건 사흘 전의 신문인데.”

     나는 신문의 한 페이지를 스크랩해둔 책자를 펼쳤다.

     “왕국의 무역선이 해적에게 나포되었고, 제국군이 해적들을 소탕했지. 해적들이 최후의 순간 자폭을 선택했고, 하이레딘 대장이 직접 바다에 뛰어들어 왕국의 귀족 영애를 구했어.”

     “…….”

     “여기까지 보면 참 우연히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음모론이라는 걸 좋아해서 말이야.”

     나는 스크랩된 신문을 쭉 넘겼다.

     “[왕국과의 전쟁,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가]. [홍차의 효능에 대하여. 최고는 왕국산?].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피 묻은 칼을 쥐여줘서는 안 된다].”

     “…뭡니까?”

     “지난 한 달 사이에 배달된 신문에 적힌 칼럼. 논객들이 남긴 여론이라고도 할 수 있지.”

     “……??”

     로버트 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정답을.”

     “경이라면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그, 대충 흐름은 알겠습니다. 저도 도련님 옆에서 보고 듣던 게 있으니까!”

     로버트 경이 잠시 성을 냈다.

     “제국에서 왕국과 화해를 하고 정전을 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이런 분위기를 퍼뜨리고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해상 사고는 우연이잖습니까?”

     “경은 여전히 사람이 너무 착해.”

     “…이거, 혹시 짜고 친 연기입니까?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이렇게 극적인 연출을?”

     “당사자들은 모르겠지. 원래 이런 연극, 주연은 뒷 사정을 몰라야 더 극적인 분위기가 나오는 법이거든.”

     로버트 경이 경악과 공포, 그리고 인간에 대한 환멸이 섞인 표정으로 눈을 찡그렸다.

     “로버트 경. 이건 내 추측이니까, 어디 가서 말하지 말게.”

     “아무렴요.”

     “남부 해협에 나타나는 해적 말이지. 제국의 제2함대야.”

     “……예?”

     “추측이라고, 추측.”

     추측이라고 쓰고, 스포일러라고 읽는다.

     저들은 해적이라는 이름의, 제국 정규군 제2함대다.

     “내가 하나 예언해볼까? 내일 제국일보 1면에 뭐가 나올지.”

     “그냥 그렇다고 말씀하십시오. 도련님 예상이 빗나가는 경우가 있습니까? 이런 제국의 음흉한 협잡질에서…크흠.”

     로버트 경이 슬쩍 눈치를 본다.

     나를 한 번 바라보고, 내 옆 테이블에 앉아 묵묵히 차만 마시고 있던 멘테 경도 함께.

     “멘테 경. 뭐라고 말씀 좀 해주십시오.”

     “내가 뭘? 나는 그냥 신문 배달한 걸로 충분한데? 그리고 내 역할은 그게 아니잖아.”

     멘테 경은 어깨만 으쓱이며, 벽에 놓여있는 여러 종류의 무기만 가리켰다.

     “도련님이 배우고 싶어 하는 무기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 그것 말고는 내 역할 아니야.”

     “끄응….”

     멘테 경은 정식으로 지브롤터 기사단에 합류했다.

     나의 무술 스승으로서.

     “이런 복잡한 정치 술수는 로버트 경이 배워야지. 로버트 경은 도련님의 오른팔이잖아?”

     “아니, 그렇다고는 하지만….”

     “경. 경이 한 번 맞추면 내일 휴가를 보내주지.”

     “!!”

     로버트 경이 표정을 바꾸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혹시.”

     그리고 나온 그의 대답은.

     “그 영애, 남부 해안의 귀족입니까?”

     “힌트를 요구하는 건가? 맞아.”

     “그렇다면, 정식으로 초대해서 파티를 열겠군요.”

     “역시, 경이야. 틀렸어.”

     “……아.”

     “그 내용은 적어도 일주일 뒤에 나올 이야기거든.”

     앞으로의 일을 약간은 꿰뚫어 보는, 스포일러성 정답이었다.

     “제국의 황제 폐하의 말씀이 담길 거야. 하이레딘 장군의 행동에 대한 문책은 최소화하며, 인자한 자비로움을 보이는 동시에 왕국에 친선을 보내는 선언이 담기겠지.”

     그리고 파티는 그 뒤, 왕국에서 정식으로 하이레딘 장군을 초청한 뒤에 열릴 것이다.

     “이 모든 게 다 다음 달에 있을 ‘대협정’을 위한 사전 작업인 거지.”

     대협정.

     “황제가 직접 왕국으로 와서 화친을 맺을 협정 말이야.”

     * * *

     

     자정.

     먹구름이 잔뜩 끼어 달조차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날.

     “날씨가 참 좋네요.”

     나는 검은 로브에 후드까지 깊게 눌러쓴 한 남자와 함께, 지브롤터 협곡 1관문 앞에 도착했다.

     “앞서 말씀드렸든, 모든 시선은 남부에 쏠려있습니다.”

     국가 간 협정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하이레딘 대장과 세이레네 부인 사이의 로맨스. 그로부터 발전한 황제의 왕국 방문. 정전을 통해 양국이 나아갈 미래의 청사진은 이미 지금 그려지고 있죠.”

     물밑에서 온갖 협상을 마친 뒤, 마치 ‘처음 만나는 것’처럼 악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 자리에서 대승적으로 결정한 것처럼 선언하기 마련이다.

     “세이레네 백작령은 개방될 것입니다. 허가받은 제국민들이 관광이든 상업활동이든, 하나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 방문하겠죠.”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지브롤터에서 이렇게 협곡 문을 열고 제국 사람들을 맞이할 거라는 건, 꿈에도 모른 채.”

     남부 해협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끌린 지금, 진짜 협상은 이곳 지브롤터 협곡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열겠습니다.”

     끼이익.

     협곡의 문이 열린다.

     제 1관문의 문이 열리고, 곧 관문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밤을 뒤흔드는 명랑한 목소리와 함께, 하얀 머리칼을 흩날리는 여인-에르윈 회장이 들어왔다.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이페리아 회장님.”

     “어머. 엄청 딱딱하게 구는구나?”

     “일단은 통역이니까요.”

     사람은 그야말로, 최소.

     나는 로브의 남자를 한 명 데리고 왔고, 에르윈 회장은 뒤에 남자 둘만 데리고 왔다.

     “내가 왕국어를 할 줄 아는데?”

     “분명하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함이니, 양해 바랍니다. 어차피 회장님도 통역 데리고 왔잖습니까?”

     “그렇긴 해. 여기가 우리 통역. 혹시나 장난치면 재미없을 줄 알아?”

     “예.”

     회장의 옆, 갈색 머리칼에 안경을 쓴 청년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바닥만 바라본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왕국에서 제국으로 넘어간 사람이겠지.

     ‘견장은 일부러 빼고 온 것 같지만, 걸음걸이는 제식 군인이란 말이지.’

     머리는 똑똑하지만 신분에 막혀 출세하지 못하고, 제국으로 넘어가 제국군에서 일하고 있는 문관 정도?

     “끄응. 정말로 저 아이를 믿어도 되는 거요?”

     회장의 옆, 거구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아이잖소.”

     “천재라니까요.”

     “나는 그런 거 안 믿어.”

     “그분이랑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어요?”

     “…끙. 쳇. 상대하기 더럽게 까다롭겠군.”

     제국식 검은 정장을 입고 있지만 근육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남자.

     “클레이돌 후작을 뵙습니다.”

     “나를 아느냐?”

     “3년 전에 야밤에 고성을 지르고 가셨잖습니까. 그때는 투구를 쓰고 계셔서 몰랐습니다만.”

     “그래? 네 뒤에 로브를 입고 있는 저자가 말해준 게 아니고?”

     클레이돌 후작이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내 뒤에 딱 붙어 선 로브의 남자를 노려봤다.

     “숨기려고 해도 소용없다. 회장. 옆으로 비키시오. 저자는-”

     “대머리.”

     “!!”

     남자가 제국어와 함께 로브를 벗는다.

     “만나서 반갑다고 전하거라. 그레이.”

     나의 아버지는 제국어가 아닌 왕국어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알고 계신 제국어가 저것밖에 없어서.”

     “……하, 하하.”

     클레이돌 후작이 머리를 쓱 넘긴다.

     아래로 수염은 짙지만, 그의 머리는 어둠 속에서도 반짝였다.

     “확 어떻게 해버릴 수도 없고.”

     “대머리 클레이돌.”

     “이봐. 지브롤터의 아들. 네 아버지는 예의라고는 모르는 건가?”

     “대머리 클레이돌.”

     “…하아.”

     에르윈 회장이 한숨을 내쉬며 품에서 뭔가를 꺼낸다.

     “미안해. 통역보다는 이쪽이 더 좋을 것 같네.”

     “번역마법기입니까?”

     “어머, 그것도 신문에 적혀있었니?”

     “신문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두 손바닥에 올려놓기 딱 좋은 크기의 반구형 마석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아아. 들리시나요, 지브롤터 변경백?”

     에르윈 회장이 말을 하자, 곧 마석이 반짝이며 유창한 왕국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저희가 하는 말은 전부 왕국어로 번역될 거예요. 이상 없나요?”

     “이상…없다.”

     아버지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 촌뜨기 백작님께서 우리 제국의 기술력을 보고 놀라신 모양이군.”

     “대머리.”

     “…이봐. 그쪽에서 왕국어로 이야기하는 것도 우리에게 제국어로 들린다고 설명을 해줘야겠나?”

     “대머리.”

     “……너도 늙었을 때 벗겨질 거다.”

     “미안하지만 지브롤터는 시조부터 그 누구도 대머리가 없었다.”

     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내 옆으로 나섰다.

     “자기소개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아버지가 잠시 심호흡하며 입을 열었다.

     “카르멘 왕비께서 제국과의 평화를 결정하기로 한 이상, 지브롤터 또한 변해야 하는 법. 협곡의 문을 열어주겠다.”

     “와아!”

     에르윈 회장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만세를 취했다.

     “제가 협곡의 문을 열었어요! 봤죠? 서로 싸우고 피 흘리는 방법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없다니까요!”

     “크흠. 그건 아니긴 하지만….”

     “고마워요, 백작님!”

     에르윈 회장이 싱글벙글 웃으며, 아버지를 위아래로 훑었다.

     “우리의 건전하고 밝고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레이. 지금 제대로 번역되고 있는 거 맞나?”

     아버지가 에르윈 회장을 무시하며 슬쩍 내게 물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상인의 화법입니다. 아버지의 화보를 제국 곳곳에 팔아치우는 것을 시작으로, 지브롤터와 아이페리아의 관계가 돈독해지자는 말이죠.”

     “에에, 그걸 벌써 말해버리면.”

     에르윈 회장이 어딘가 뚱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였다.

     “그런 걸 말해버리면 미인계로 홀린 다음에 계약을 싸게 하려는 계획이 다 물거품이 되어버리잖니!”

     “죄송합니다. 제가 아버지의 잘생김은 팔 생각은 있어도, 아버지의 마음마저 팔 생각은 없어서.”

     사실, 팔려고 했다.

     근데 내가 매물로 내놓아봐야, 정작 아버지 본인이 어디 매물로 내놓겠는가?

     “그래? 그러면 내기는 내 승리인 걸까? 너, 네 아버지를 보면 한눈에 반할 거라고 했잖니.”

     “하지만 반했죠?”

     “아버지께 이성적인 반함이 아니라, 모델이자 상품으로서 반했다고 전해주지 않을래?”

     “어쨌든, 반하셨죠?”

     “하아. 그래. 정말 놓치기 싫을 정도로. 제국 사람이었으면 진작 우리 회사 얼굴로 내세웠을 거야. 상품 포장지마다 얼굴이랑 상반신 라벨 붙여서.”

     “…….”

     

     아버지가 침묵했다.

     무슨 말인지 잠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곧 알게 되겠지.’

     제국의 공장제 물건들이 들어오고, 토마토소스가 담긴 유리병 겉에 붙은 포장지에 본인의 사진이 붙어나오는 걸 보고 나면.

     “그러니까, 사진이라는 걸로 내 얼굴을 붙여서 상품의 가치를 높인다는 거냐?”

     “그렇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그래봐야 뭐 어디 아버지 저주하겠다고 나이프로 지지고 불태우고 그런 것밖에 더하겠습니까?”

     “크하하하하하ㅡㅡㅡㅡ!!”

     협곡이 울릴 정도로, 클레이돌 후작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자식 농사 조졌군!! 지브롤터 변경백!!”

     “……유감이지만, 자식 농사가 잘되었는지 아닌지는 결과가 알려줄 거다.”

     아버지가 한 손을 내 어깨에 올리며 두드렸다.

     “적어도 내 아들은 대머리는 안 될 거라서.”

     “너 이….”

     “하아. 그레이. 너랑 나랑 이야기하는 게 더 빠르겠네.”

     에르윈 회장이 어딘가 반쯤 포기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편지는 잘 받았니? 신문 보낼 때마다 같이 끼워뒀는데.”

     “예. 확실하게 회수했고, 검토도 마쳤습니다. 모르가니아의 검수도 끝났습니다.”

     “좋아, 그러면….”

     에르윈 회장이 반색하며 두 손을 모았다.

     “지브롤터 백작령의 보육원에서 제국식 아카데미 교육 방식의 시범 운영 및 그에 대한 지원 방안에 대하여, 우리 한번 진지하게 논의해볼까?”

     “그 전에,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응, 뭔데?”

     “예산을 지원해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나는 미리 스크랩 해온 신문의 뒷장을 가리켰다.

     “…보육원을 빙자한 지브롤터 시범 운영 아카데미, 통칭 ‘분교’에 보낼 아이들. 꼭 이런 식으로 명단을 보내야했던 겁니까?”

     “보안이라는 게 있잖니. 그레이 너라면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했고.”

     “당사자들 허락은 받은 건지.”

     “음, 내가 보호자니까?”

     아이를 찾습니다.

     실제 행방불명된 아이들도 있겠지만, 아이페리아에서 보호 중인 아이들도 있겠지.

     “좋습니다. 그러면 여자아이밖에 없는 이유는 뭡니까?”

     “…….”

     “그리고.”

     나는 오늘 아침에 도착한 마지막 장을 꺼냈다.

     “이 수상할 정도로 회장님과 닮은 소녀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하얀 머리카락에 하늘색과 보라색이 섞인 눈동자를 가진 소녀를 가리키며.

     “누구냐면.”

     에르윈 회장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아이들 모두, 우리 제국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공주님들이에요~”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어때? 다들 사랑스럽지? 키워주고 싶지? 응?”

     어딘가, 상당히 절박해 보이기도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국어만 따로 볼드체로 표기하려고 했으나
    그러니까 좀 번잡해져서 그냥 구분 없이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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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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