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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궁극스킬

         

        [제단: 다크팽 생츄어리]

         

        여태까지 거의 등장하지 않던 장판류 스킬.

         

        게임상에서는 종합적인 컨디션 저하와 아주 미약한 도트 데미지가 들어가고 반대로 데나루아는 공속과 이속 증가 효과를 얻는 결계다.

         

        막대한 위력을 한 방에 때려넣어 전황을 바꾸는 다른 궁극스킬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타고난 스탯이 높은 쌍검사가 사용하니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끄학!”

         

         

        아르실의 주먹을 피한 데나루아는 검을 쥔 손으로 뺨을 후려쳤다.

         

        입안이 터지며 날아간 그녀를 방패기사가 보호했다.

         

         

        “아르실! 전위로 나서지 마라, 뒤에서 파티 회복에 전념해.”

         

        “쳇!”

         

         

        핏덩이를 뱉어낸 아르실은 곧장 신성력을 일으켜 자신을 회복시켰다.

         

        툭하면 앞으로 뛰쳐나가서 그렇지 힐러로서의 역량은 누구보다 뛰어난 그녀였다.

         

         

        “버프도 부탁드려요!”

         

        “이미 했어! 저년 결계 디버프랑 맞물려서 이 정도인 거야!”

         

         

        오히려 평소보다 모든 스탯이 조금 하락한 상태였다.

         

        버프를 걸었음에도 깎였다.

         

        용사 파티는 여지껏 이런 적을 마주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마왕조차도 깡딜이 쎘던 거지 디버프 스킬은 없었다.

         

        나이드리안이 3연발 화살을 쏘았다.

         

        그걸 쌍검사는 여유롭게 받아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루시에게로 보냈다.

         

         

        “하앗!”

         

         

        굳이 막을 필요없이 자세를 낮춰 피하며 검을 휘두르지만 데나루아는 한 손으로 막은 뒤, 반대쪽 검으로 찔러 들어왔다.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가능한 쌍검의 장점이 빛을 발했다.

         

        용사는 재빨리 허리를 숙여 피했다.

         

        [에스텔류 비기: 하늘 내려찍기]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 손으로 검을 쥐다보니 두 손 공격과 방어보다 위력이 적을 터.

         

        루시는 아까 방패기사를 압박했던 내려찍기를 시전했다.

         

        하지만 데나루아는 두 검을 교차하여 막아내고 바로 루시의 복부에 발차기를 먹였다.

         

         

        “으윽!”

         

         

        멀리 날아가면서도 이를 악물고 버텨낸다.

         

        다시 자세를 고쳐잡는데 라인폴드가 그녀에게 외쳤다.

         

         

        “루시에나! 지금은 협력해야 한다! 해오던 것처럼 큰 기술을 준비해! 우리가 시간을 끌겠다!”

         

         

        그러나 라인폴드는 말이 끝나자마자 분노한 루시의 내려찍기를 막아야만 했다.

         

        카-앙!

         

         

        “해오던 것처럼 준비하고 있으면 이번에는 내 모가지를 따려고?!”

         

        “화만 내서 해결될 일이 아니잖나! 짐꾼은 계속 출혈 상태야. 이대로 두면 죽는다!”

         

        “내가 그렇게 두지 않아!”

         

         

        루시도 알고 있었다.

         

        힐끔 보기만 해도 린 주위에 고인 피웅덩이가 아까보다 더 커졌다.

         

        두렵다.

         

        그를 잃게 될까봐 두렵다.

         

         

        [나를 써, 힘을 빌려줄게.]

         

        “시끄러워! 모습도 안보이면서 대체 어디서 지껄이는 거야!”

         

        [결계 밖에서 대기중~. 자, 어서. 고개만 한 번 끄덕이면 돼. 어차피 내가 없으면 저 마족한테 제대로 데미지도 못 입히잖아?]

         

        “그러다 나 혼자 마족을 상대하는 게 되면? 그 사이에 저 자식들이 린을 데려갈 수도 있어.”

         

         

        머릿속을 전음으로 헤집는 덕분에 강제로 루시가 마검과 대화하는 사이, 티그리아가 완성한 마법 술식을 시전했다.

         

         

        “한정.”

         

         

        포착이 아니었다.

         

        범위를 빠르게 잡고 좁히는 한정 술식이 가장 처음 순서를 가져갔다.

         

         

        “추출, 전달, 제거, 복사, 냉각!”

         

         

        발 밑에서 마법진이 발현되자 슬쩍 내려다본 데나루아는 씨익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쩌저적

         

        마법진의 영역이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하반신이 얼어붙고 마법이 배꼽 위를 타고 올라오자 데나루아는 힘 한 번 주는 걸로 결빙 상태에서 벗어났다.

         

        땅을 박차고 달리는 쌍검사.

         

        공속과 이속을 올려주는 자신의 결계 속에서 보여주는 움직임은 루시도 방심하면 놓칠 수준이었다.

         

         

        “경질….”

         

        “너무 느려.”

         

         

        그리고 당연히 그 속도는 나이드리안이나 아르실이 따라잡을 수 없었다.

         

        티그리아의 뒤를 잡은 흡혈귀는 그대로 목덜미에 이빨을 박아넣었다.

         

         

        “아악!”

         

         

        피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결계 내에 섬뜩하게 울렸다.

         

        한 모금 크게 빤 뒤 데나루아는 인상을 찡그리며 바닥에 피를 뱉어 버렸다.

         

         

        “퉷, 그 동안 뭘하고 다닌 거니? 공허한 호기심 밖에 느껴지지 않다니. 그년과 똑 닮았구나.”

         

        “모욕…! 난 그 사람과 다름!”

         

        “그 여자도 호기심 밖에 없었지. 그러다 애정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그 애정이 진짜인 지 검증해보려고 허튼 짓을 했다가 세상에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난 그래서… 내가 주체가 되지 않고, 관찰과 연구를….”

         

        “아하?”

         

         

        데나루아는 마법사를 비웃으며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사랑 받아본 적도 없는 인형이 자신을 주체로 삼을 수 있을 리가 있나.”

         

        “절대 아님!”

         

         

        분노한 마법사가 마력을 일으켰지만 데나루아는 무심하게 어깨죽지부터 복부까지 그어버렸다.

         

        “아…!”

         

        “티그리아!”

         

         

        마법사가 쓰러지는 걸 본 나이드리안이 활시위를 매겼지만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쌍검사는 궁수의 복부에 칼을 꽂아넣고 바로 곁에 있던 아르실까지 베어버렸다.

         

         

        “젠장!”

         

         

        방패기사가 태클을 시도했지만 나이드리안과 아르실에게 접근했다는 건, 그의 방패를 넘어 후방에 침투했다는 것.

         

         

        “소용없다.”

         

         

        서걱

         

        방패기사는 뒤도는 순간, 아주 부드럽게 방패와 상반신이 반쯤 잘리고 말았다.

         

        그렇게 용사 파티는 모두 행동불능이 되었다.

         

         

        “남은 건 너뿐이야, 용사.”

         

        “큭!”

         

         

        자세를 취하지만 루시는 골통에 시도때도없이 속삭이는 마검 때문에 적에게 집중할 수 없었다.

         

         

        [다 당했다! 오또케! 오또케!]

         

        “시끄러워!”

         

        [이봐~ 인정하자고. 저 녀석은 마용사 중에서도 최강이야. 지금의 너로는 역부족이야.]

         

        “네가 조잘대는 것만 멈춰도 상대할 수 있어!”

         

        [아하하하.]

         

         

        이거 시간이 늘어지네.

         

        마침 데나루아는 린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게 용사인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여유.

         

        마검은 그 여유를 이용하기로 했다.

         

         

        [참고로 저대로 린이 죽으면 마족이 될 거야.]

         

        “말도 안되는 소리!”

         

        [마기에 침식당해 죽는다는 건 그런 거야. 여태껏 상대해온 약한 마족들 있지? 대개 그렇게 만들어졌어.]

         

         

        둘이서 대화하는 동안, 데나루아 역시 린의 가면을 쓰다듬었다.

         

         

        “오빠와 언니는 인류를 위해 자신들을 희생했지. 하지만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어.”

         

         

        당장 자신부터 행복하지 않은 평화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국, 가문에서 살아남은 것은 훌륭했던 오빠도, 자상했던 언니도 아닌, 실험을 통해 흡혈귀로 태어나 뒤틀린 자신이었다.

         

         

        “환술사는 계획을 위해서 널 잠시 용사쪽에 맡겨야 한다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라.”

         

         

        시간이 없기는 데나루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이대로 린을 마족으로 만들어 데려갈 심산이었다.

         

         

        “우리들의 구세주, 영겁 같았던 억겁의 무간지옥에서 구해준 너라면… 반할 수 밖에 없잖아?”

         

         

        린만 있다면 그녀의 결핍을 채워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내가 성격이 못되서 까칠하게 굴긴 하지만, 그렇다고 미워하진 말아줘.”

         

         

        그렇게 데나루아는 린의 가면을 벗기려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가면에 닿자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야.”

         

        “동료도, 사랑도 갖지 못한 비루한 용사야. 네 처지가 딱해 가만 둔 것이니 알아서 떠나거라.”

         

        “아니 그런 건 난 모르겠고.”

         

         

        루시는 검을 치켜올렸다.

         

         

        “너 뭔데 내 린한테 손을 대?”

         

         

        붉은 검이 아닌 묵빛의 칙칙한 검을.

         

        데나루아는 그걸 한눈에 알아봤다.

         

         

        “마검! 네 녀석, 용사에게 붙겠다는 것이냐!”

         

        [아, 미안미안. 원래 내가 성검이기도 했고, 뭣보다도….]

         

         

        심연의 장난스런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렸다.

         

         

        [나, 이쪽에서 봐야할 후회가 너무 기대되거든. 아주 최상급 양질의 후회일 거야. 후후훗!]

         

        “이 빌어먹을 쾌락주의자가!”

         

         

        그때, 실로 오랜만에 묵빛의 마검이 천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봐요 용사님? 내 기운을 정화시켜서 쓰는 거라 신성 데미지가 2대 흐노니처럼 팍팍 박히지는 안을거야, 주의해 알았지?]

         

        “이 정도면 충분해.”

         

        [에이, 그래도 내 컴백무대인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지.]

         

         

        루시의 마력을 머금은 마검은 이제 완연한 백색을 띄며 붉은 금빛을 찬란하게 내뿜었다.

         

        콰아아아아아-!

         

        천지가 울리는 가공된 신성의 힘은 데나루아의 결계를 빛으로 풀어버렸다.

         

        유리가 깨지는 듯한 연출과 함께 검붉은 결계는 깨져나가고, 다시 드러난 해안선.

         

         

        “저기다! 빛이다!”

         

        “저건 성검인가? 저 여자가 바로 용사님?!”

         

         

        군도의 모든 사람들이 몰려나와 있었다.

         

        린에게 달려들었던 겐드리도, 경비대도, 황급히 호위들과 함께 달려온 갸날도.

         

        모두가 빛을 두른 성검을 치켜올린 루시를 보고 있었다.

         

         

        “그렇다해도 날 이길 수는 없다! 나는 데나루아! 마용사의 최강이다!”

         

         

        그러면서도 린이 다칠까 봐 최대한 멀어지는 데나루아.

         

        덕분에 루시는 가감없이 성검(임시)를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에스텔류 비기]

         

         

        “베어 가르기!!”

         

         

        찬란한 붉은 금빛의 검기가 데나루아를 집어삼킬듯이 날아왔다.

         

        굵기도 폭도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이건 위험하다!’

         

         

        어쩔 수 없이 몸으로 받아내기 위해 방어 자세를 취한 그 때,

         

         

        “네에~. 구하러 왔습니다아~.”

         

         

        마용사 창잡이가 나타나 데나루아를 들쳐업고 루시에 버금가는 도약력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콰광!

         

        맥없이 지나가버린 검기는 해안선 저편 어딘가에 부딪쳐 굉음을 만들어 냈다.

         

         

        “저 녀석은!”

         

         

        간신히 신성력으로 몸을 회복시킨 아르실은 경악했다.

         

        마찬가지로 아르실의 치료를 받은 용사 파티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이것 참, 처음 뵙겠습니다. 저희는 마용사 파티, 파티 대 파티로는 첫 대면이네요.”

         

         

        창잡이와 쌍검사가 착지한 커다란 바위에는 환술사, 아도라가 서있었다.

         

         

        “아도라!”

         

         

        단번에 환술사를 알아본 루시가 검을 고쳐쥐었지만 아도라는 그런 그녀를 비웃었다.

         

         

        “또 저번과 같은 실수를 할 셈인가요? 가엾은 우리 용사 파티의 짐꾼, 죽어가고 있잖아요?”

         

        “그 사람, 죽게 놔두면 그때는 바로 전면전이야~. 창으로 다 찔러죽일 거야.”

         

        “흥, 그대로 뒀으면 동족이 되었을 것을.”

         

         

        데나루아가 작게 불평하자 아도라가 속삭였다.

         

         

        “감히, 린을 하급 마족 따위로 만들려구요?”

         

        “…우리와 같이 만들기에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그는 충.분.히. 고통스러웠어요. 왜 이렇게 됐는지 잘 아시면서 고집 부릴래요?”

         

        “…알았다.”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우물거리며 데나루아가 납득하자 아도라는 빙긋 웃으며 다시 용사 파티쪽을 바라보았다.

         

         

        “아쉽지만 저희도 만전의 상태가 아니라서요. 그쪽도 음~ 짐꾼부터 죄다 그로기인 듯하니 여기까지 하죠. 아! 그리고 군도에 걸어놓았던 환술도 해제할게요.”

         

         

        딱!

         

        아도라는 손가락을 튕겨 즈라문 군도 전체에 걸었던 최면을 풀었다.

         

        겐드리를 제외한 군도의 주민들은 저마다 그동안 잊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혼란스러워 했다.

         

         

        “뭐지? 왜 갸날님께서 하녀복을?”

         

         

        그리고 그건 갸날도 똑같았다.

         

         

        “젠드리, 이게 대체….”

         

        “갸날! 오, 드디어!”

         

         

        민간인들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해안선.

         

        용사 파티도, 루시도 전의를 잃었다.

         

         

        “이만 물러가도록 하죠. 다음 번에 마주칠 때는 부디 몰살을 각오해주시길.”

         

         

        환술사는 손짓으로 마용사 파티를 후퇴시켰다.

         

        검은 연기로 변한 그들이 바다 너머로 흘러가며 사라져갔지만, 마용사 파티에서 누구 하나 린을 걱정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마족들이 물러난다!”

         

        “용사 파티 만세!”

         

        “용사님 만세!”

         

         

        상처뿐인 승리에 루시는 이를 악 물었다.

         

        밤이 지나간 해안선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부랴부랴 용사 파티와 루시가 린을 데려가 고비를 넘겼을 때는 이미 해는 하늘 높이 뜬 뒤였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He Became the Only Ally of the Abandoned Warrior

Abandoned Hero's Only Ally, 버림받은 용사의 유일한 아군이 되었다.
Score 6.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saved the Warrior who used to ignore and bully me and now she is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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