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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EP.43

     

   양의신공 兩儀神功

     

   무당파의 전설로만 내려오는 절기로 음과 양의 기운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무공을 말한다.

     

   허나, 사람의 몸은 애초에 양기나 음기 둘 중 하나만을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 통념을 깨트리는 것은 하늘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

     

   무공을 위해 하늘이 내려 준 신체라는 천무지체 天武肢體 라든가.

   혹은 몸의 균형이 완전해, 틀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무극지체 無極肢體 라든가.

     

   그런 전설로 내려오는 신체를 가진 괴물들이 감히 꿈이나 꿀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양의신공이 신공神功이라 불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양의신공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사람이 몸에 음양지기를 다 담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으니까.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개념이었다.

   내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면 직원은 필시 따뜻한 커피 혹은 차가운 커피를 내놓을 것이다.

     

   만약 그 직원이 따뜻한 커피에 얼음을 담아 내놓았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얼음이 녹아 미지근한 이도 저도 아닌 커피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선보인 조금 전의 광경이 바로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

     

   “1차전 승자는 김시인!”

     

   와아아!

     

   “2차전 승자는 김시인!”

     

   쉬지 않고 달려온 연전연승.

     

   종악과의 비무 이후, 추가적인 비무를 마친 나는 방금 막 준결승 상대를 꺾은 후, 무대에서 내려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쉽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너무 괴랄하게 강해진 탓에 2층이 싱겁게 느껴진 것이었지만, 강함에 대한 척도가 없던 그때는 나의 상태를 눈치챌 수 없었다.

     

   튜토리얼과 탑의 1층에서 갖은 개고생을 했는데 갑자기 쉽다고 느껴지다니…

   뭔가 있지 않나 의심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남은 상대는…’

     

   나는 무대 끝에 세워진 대진표를 확인하며 반대편에서 결승까지 치고 올라온 한 사람의 이름을 확인했다.

     

   【화영 – 천월문】

     

   지금까지 싸웠던 사람들 또한 나름대로 이름이 있는 문파의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해남파의 대제자 종악부터 화산파의 매화검수, 남궁세가의 차남까지.

   하지만 그들은 앞선 비무에서 힘을 쏟아 내 지친 상태였다.

     

   추가적으로 나는 이미 인간 경지를 한참이나 벗어난 회복력을 가진 괴물.

   그들을 상대하는 타이밍에는 거의 풀피가 되어 있었기에 오히려 비무는 더 수월했었다.

     

   – 정무학관에도 괴물이 있었구려… 덕분에 좋은 구경하는구먼.

   – 저 소협 별호가 파면권이라지?

   – 어허, 파면권이라니. 파면권제(帝)라고 바뀐 지가 언젠데.

     

   슬슬 주변에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나를 향해 이런저런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파면권제 김시인.

   연승검수 김시인.

   정무학관 강시 김시인.

     

   사실 이쯤 되니 별호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부르니 재밌어서 막 갖다붙인 별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런 별명이 늘어갈수록 괜히 불편해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닐지도 몰랐다.

     

   “마지막 결승전은 반 시진 동안 휴식을 가진 이후 진행하도록 하겠소!”

     

   심판의 외침에 관객들이 우르르 비무대회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좋은 승부였소.”

     

   비무대회에서 나와 검을 나눴던 검수들.

   매화꽃이 만개한 옷을 입은 화산파의 제자가 옷 끝에 남궁(南宮)이라 적힌 사내와 함께 나에게로 다가왔다.

     

   “저도 한 수 배웠습니다.”

     

   그들이 포권하자 나도 그에 맞춰 공손히 손을 모았다.

   해남파의 종악과 달리 그들은 굉장히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들의 언행에 나 또한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그나저나 어디에 은거하다가 나타난 것이오? 내가 지금까지 정무학관 비무대회를 세 번째 참여했는데 시인 소협을 본 기억은 없소만…”

     

   화산파의 제자의 물음에 남궁의 차남이라는 남자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괜히 힘을 숨기려고 비무대회에 출전을 안 하다가 나이가 차니 한 번 재미로 나와 봤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의문에 솔직담백하게 답변했다.

     

   “이번이 첫 출전이라 그럴 겁니다. 제가 지금 1학년이거든요.”

   “……? 방금 뭐라 하셨소? 1학년?”

     

   나의 답변에 화산제자의 콧구멍이 시원하게 벌름거린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걸.

     

   “하하! 농이 심하시오. 어찌 이제 갓 무림에 나온 초출이 그런 무위를……”

   “그러게나 말이오. 남궁세가의 차기 가주라 불리는 저의 형님께서도 천재라 불렸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소.”

     

   그들이 박장대소하며 나의 등과 어깨를 팡팡! 소리가 날 정도로 두드렸다.

   적의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공을 수련하는 자들의 손이라 그런지 은근히 묵직했다.

     

   “하하……하………설마 진짜?”

     

   하지만 내가 딱히 대답을 하지 않고 그들을 바라보자 화산제자의 얼굴이 차갑게 식으며 동공이 확장됐다.

     

   “아니, 이런 미친? 진짜라고? 매화검수가 정무학관 1학년에게 깨졌다는 걸 내가 믿어야 하오?”

   “소협. 아무리 놀랐어도 ‘미친’이라뇨. 그래도 도가의 제자로 말씀을 예쁘게 하셔야…”

   “남궁 소협은 안 놀랍소? 나름 재능이 있다 여겼던 나도 3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본선에 발이나 담가 봤는데! 심지어 남궁 소협은 3학년 시절에는 예선 탈락하지 않았소?”

   “어허, 이미 다 지난 일을…”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나에 대한 게슈탈트 붕괴가 온 것인지 점점 헛소리를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헛소리에도 나름 영양가가 있는 새로운 정보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비무대회 우승 이후에 있을 일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시인 소협이라면 우승 이후에 있을 청출어람도 해볼 만하지 않겠소?”

   “……청출어람이요?”

   “어? 모르시오?”

     

   나의 뇌리에 박힌 ‘청출어람’이라는 사자성어.

     

   “그 청출어람이라는 거… 조금만 자세히 설명 부탁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내가 탑의 2층에 들어와 처음으로 받은 임무의 제목이 바로 ‘청출어람’이었다.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더 푸르다는 뜻으로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를 의미하는 말. 하지만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닌 선배와 후배의 관계를 표현하기도 했다.

     

   “청출어람은 비무대회의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하나의 특권이오. 정무학관에는 정말 다양한 고수들이 계시지 않소?”

   “그렇죠.”

     

   정무학관에는 내가 찾았던 C랭크의 사부들 말고도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 각 문파의 고수들이 즐비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을 하나 꼽자면 의약당에 사는 사천당문의 단약 귀신이 있다.

     

   “모든 학관생도가 그분들에게 가르침을 청할 수는 없지. 하지만 비무대회 우승자는 다르오. 학관에 있는 그 어떤 고수라도 원한다면 비무를 신청할 수 있소.”

   “……좀 위험하지 않습니까?”

   “원래라면 자살행위지. 상대에게 비무를 신청한다는 건 내가 당신을 쓰러뜨릴 테니 한 판 뜨자는 말과 다를 게 없으니.”

     

   그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내 표정 뜻을 이해한 남궁의 차남이 설명을 추가했다.

     

   “그래서 특권이라는 거요. 이건 그저 비무를 신청하는 게 아니라 ‘가르침’을 청하는 개념이 될 수 있거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수와 안전한 일대일 비무라니 말도 안 되는 기회지요.”

     

   나는 남궁 차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몇 차례 비무를 펼치며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었으니.

     

   검은 직접 치고받고 싸우면서 익히는 게 가장 효율이 좋았다.

   나와 싸우던 해남파의 종악도 막상 나에게 깨질 때가 되니, 눈깔을 반쯤 뒤집으며 각성하지 않았던가.

     

   물론 가르침을 받으며 훈련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압도적인 고수가 직접 나의 검을 모두 받아 준다면 그 성장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찝찝하다는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임무 제목이 ‘청출어람’이라는 것과 지금 이 타이밍에 같은 이름의 이벤트가 진행되려 한다는 것.

     

   그리고 나의 이 걱정은 화영과의 비무가 진행되며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

     

   띠링!

     

   [비무대회 준결승을 통과했습니다.]

   [‘스승과 제자 – 비무대회’가 완료됩니다.]

     

   당연하게 끝날 줄 알았던 B랭크의 임무.

   하지만 그 임무는 아슬아슬하게도 끝을 맺지 못했다.

     

   [‘스승과 제자’는 연계 임무입니다.]

   [마지막 임무가 도착했습니다.]

     

   —

   『스승과 제자 – 청출어람 (화영)』

     

   주제 : 연계

   난이도 : B

     

   설명 : 당신은 비무대회를 참가하고 관람한 많은 사람에게 천월문의 저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화영을 꺾어 그녀가 당신을 인정하도록 하십시오. 당신이 그녀와의 비무에서 승리한다면 그녀는 당신을 천월문의 후예로 인정해 천월신공의 비전서를 선물할 것입니다.

     

   임무 : 화영에게 승리

   제한 : 천월신공을 익힌 자 / 비무대회 결승에 도달한 자

     

   보상 : 비무대회 상품 / 천월신공 비전서

   실패 페널티 : 화영이 실망합니다.

     

   ※ 해당 임무는 ‘연계 임무의 마지막 장’입니다. 거절할 수 없습니다.

   —

     

   “허허허허.”

     

   천월문의 계승자인 화영과 천월신공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와 비무를 해 본 것은 처음이 아니다.

   물론 수련이었으나 그녀에게 천월신공의 월광검법을 배우며 몇 차례 검을 받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내가 그녀의 검을 제대로 받아 낸 적은 거의 없었다.

     

   ‘이런 젠장.’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은 무공으로 같은 검법을 펼치는데 더 무공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고 더 많이 펼쳐본 사람이 강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으니.

     

   그나마 그녀를 상대할 방법이라면…

     

   [근력 Lv. 25]

   [민첩 Lv. 27]

   [체력 Lv. 26]

   [남은 코인 : 100,800 C]

     

   지금까지 쌓아왔던 체급으로 상대하는 것.

     

   실력이 딸리면 딜로 찍어 누르는 게 상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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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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