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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베아트리체가 투덜거렸다.

         

       【제 성법을 배우겠다고 하셨으면서, 대체 언제 배우겠다는 건가요?】

       "은근히 배우길 원하네."

       【아, 아니거든요?! 그냥 단순히 은혜를 갚는 행위…!】

         

       투덜거리는 베아트리체를 내버려두고 어둠 속에 잠겨 들었다. 그림자 성법.

       나가의 성력을 일으키자, 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베아트리체가 치를 떨었다.

         

       【감히 라의 성소에서 뱀의 성법을…! 이…이…잠시나마 당신을 좋게 봤던 제가 멍청했어요!】

       "필요해서 하는 거거든요."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로 숨어들었다. 이미 시간은 밤이었다. 그것도 아주 깊은 밤.

       내가 노리는 성물은 제3번 기도실 안에 있었다. 거대한 대형 교회. 수많은 스테인드글라스에 달빛이 닿아서 비치는 곳.

         

       "……?"

         

       복도를 순찰하던 사제가 갑작스레 몸을 빙글 돌았다.

         

       "누구…계신가요?"

       "……."

       "잘못 들었나?"

         

       나는 그녀가 가고 나서 천천히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역시 교단 본부라 그런지, 다들 수준이 상당하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더니, 교단 본부도 딱 그 느낌.

         

       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원하는 곳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이대로 성물을 가지러 가면 될 뿐.

         

       【여…여기는…】

         

       베아트리체가 흠칫했다.

         

       【설마 당신…영원의 분수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생각보다 예리하시네요?"

       【그, 그런데 여기는 왜…】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내 어깨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아무 방비도 안 해놓은 거죠?】

       "잊어버렸거든요."

       【…영원의 분수가 있는 곳을 잊어버렸다고요? 그게 말이 돼요? 그 귀한 성물을? 라의 교단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데?】

       "당신이 살던 시대와는 달라요. 죽은 지 수백 년이 되어서 가진 성물보다 잃어버린 성물이 더 많아요. 브류나크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영원의 분수를 잊어버리다니…】

         

       베아트리체가 나를 쓱 돌아보았다.

         

       【바보들 아닌가요?】

         

       야. 너희 바보 성녀한테 바보 취급받았다.

         

       "일단 싹 털어볼까요?"

       【애초에 당신은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예요?! 나머지는 다 까먹었다면서요?!】

       "저는 라가 아끼는 가장 예쁜 아이거든요."

       【그거 제 타이틀인데…?!】

       "이 시대에선 저에요."

         

       나는 벽에 착 달라붙었다. 좌삼삼 우삼삼. 비밀 공간에 손을 집어넣어 쓱 돌렸다.

         

       드드득거리며 일어나는 작은 진동. 개구멍처럼 생긴 문이 바닥에 툭 하고 생겨났다. 다시금 닫히기 시작하는 구멍 속으로 얼른 뛰어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 속으로 떨어지는 기분. 나는 몸에 성력을 둘렀다. 짧게 숨을 들이켜고, 성법을 일으켰다.

         

       [성화 (A)가 발동합니다.]

         

       그러고보니 내 스펙이 대충 어떻게 됐지? 확인을 제대로 안 했던 거 같은데.

         

         

         

       [자하드 발튼] [레벨 : 54]

       [종족 : ???] [직업 : ???]

         

       [직업 고유 스킬]

       -태양신의 사랑 : 보유한 태양신 관련 스킬이 빠르게 성장한다.

       -태양신의 은혜 : 보유한 성력이 빠르게 회복된다.

       -태양신의 축복 : 태양신의 성물을 리스크 없이 다룰 수 있다.

       -태양신의 기도 : 정신오염이 통하지 않는다.

         

       [직업 고유 스킬]

       -뱀신의 사랑 : 보유한 뱀신과 관련 스킬이 빠르게 성장한다.

       -뱀신의 은혜 : 보유한 성력이 빠르게 회복된다.

       -뱀신의 축복 : 뱀신의 성물을 리스크 없이 다룰 수 있다.

       -뱀신의 기도 : 상태 이상에 면역이 된다.

         

       [사도]

       -뒤섞인 성흔 (A) : 모든 마를 밀어낸다. 타인에게 성흔을 부여할 수 있다. 휘하의 사제들이 뒤섞이며, 일부 신체가 뒤틀릴 수 있다. (5/20)

       -뒤섞인 신성 (A) : 두 가지 신성이 뒤섞였다. 사용법이 더욱 까다로워졌으며, 일반적인 성력 판별기에 검출되지 않는다.

       -치료 (B) : 치료와 전투를 병행할 수 있다. 세간은 이를 '불사자의 싸움'이라 칭한다.

       -축복 (B) : 상태 이상 저항력이 많이 늘어나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 신체능력이 크게 상승하며, 성력이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한다.

         

       [라의 교단]

       -성화 (A) : 신성한 불꽃을 만들어낸다. 악을 정화하고, 태울 수 없는 것을 일부 태울 수 있다. 불꽃의 크기와 한계는 성력에 비례한다. 효율이 매우 증가했으며, 세세한 형태까지 설정할 수 있다.

       -불의 기도 (B) : 기도를 하면 긴 시간 동안 체온이 유지된다. 신체 능력이 대폭 향상된다.

       -성수 제조 (C) : 물에 성력을 담는다. 몸의 치유력을 활성화하며, 마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성스러운 벽 (B) : 일부 구역을 차단할 수 있다. 피부 위에 얇게 발라, 불을 휘감을 수 있다. 갑옷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하며, 기준치 이하의 충격을 상쇄한다.

       -불의 속삭임 (B) : 무기의 성능이 높아진다. 불꽃이 내려앉으며, 타인의 무기에도 부여할 수 있다. 마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다.

       -정화 (C) : 저주를 몰아내며, 오염된 것을 정화한다.

       -단죄의 검 (A) : 태양신교의 기초적인 검술 '불의 노래'에서 파생되었다. 불필요한 부분을 줄였으며, 이단심문관의 검은 예전부터 자비가 없기로 유명하다. 수많은 사선을 넘으며 더욱 날카로워진 검은 적을 심판한다.

       -재의 왕관 (EX) : 공물을 바쳐 태양신과 관련된 스킬의 등급을 올린다.

         

       [나가의 교단]

       -영련 (C) : 조용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어둠에 스며들 수 있으며, 소리 없이 움직일 수 있다.

       -비늘의 기도 (C) : 기도를 하면 일정 시간 동안 인기척이 사라진다.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

       -독액 생성 (C) : 체내에서 복통을 유발하는 독액을 제조할 수 있다.

       -뱀의 속삭임 (C) : 물건의 외형이 일부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물건을 숨길 수 있으며, 잡고 있는 물건에만 해당한다.

       -침식 (C) : 정신에 스며들어, 타인의 정신에 암시를 흘린다.

       -흑색 비늘 (B) : 뱀 교단의 기초적인 검술 '그림자의 노래'에서 파생되었다. 불필요한 부분을 줄였으며, 검을 익힌 자들은 어둠 속에서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용 스킬]

       -고기 요리법(C) : 고기를 맛있게 굽는다.

       -해산물 요리법 (B) : 요리할 수 없는 해산물도 맛있게 만들 수 있다.

       -음료수 제조법 (C) : 맛있는 음료수를 만들 수 있다.

         

         

         

       이 세계에서 중상위권 정도에 발끝을 살짝 들일 수 있겠군.

         

       이곳으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정도라니.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주교급을 넘어서 대주교급을 바라볼 정도 아닌가.

         

       이대로 가면 빠샤! 다 갈아버리겠군! 드웨인! 넌 뒤졌다!

         

       【끝이 보이네요.】

         

       베아트리체의 말이 맞았다. 나는 충격에 대비해 몸에 성력을 둘렀다.

         

       [성스러운 벽(B)이 당신의 몸을 감쌉니다.]

       [일정 이상의 충격을 상쇄합니다.]

         

       콰아아아앙!

         

       먼지가 사방으로 밀려났다. 나는 옷을 툭툭 털었다. 한참을 떨어졌군. 빠져나갈 구멍이 있어서 망정이지, 도로 기어 올라가야 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어디 보자.

         

       나는 성화로 주변을 비췄다. 넓은 공터 안쪽에는 문이 하나 있었다. 그 위에 간단히 적힌 글자.

         

       "자격을 증명하시오…라."

         

       간단하지.

         

       "베아트리체 성녀님. 무기 좀 빌릴게요."

       【아읏…?!】

         

       어깨에 앉아 있던 영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짧게 헐떡였다.

         

       【이…이 무슨 기분 나쁜 성력…불결…불결해요!】

       "더 싸줄까요?"

       【뭐라고요?!】

       "더 쏟아줄까요를 잘못 말했네."

       【이 변태! 치한! 저질! 사디스…!】

       "읏챠."

       【하으으읏?!】

         

       귀걸이가 움직였다. 한순간 창으로 변해 내 손에 내려앉았다.

         

       빛의 창 브류나크. 나는 그것으로 문을 톡 건드렸다.

         

       드드득.

         

       문이 열렸다. 베아트리체가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더…더럽혀졌어요오오…】

         

       애도 은근 수르트 과네. 괴롭히는 맛이 있어.

         

       나는 문 안쪽을 조심스레 살폈다. 안은 거대한 석상들로 가득 이루어져 있었다.

         

       자격을 증명하지 못한 자. 또는 낯선 힘을 감지하면 석상들이 곧바로 움직였다. 황금시대에 만들어진 물건들이라 하나하나가 거의 주교급이었다. 다구리 맞으면 죽을 게 뻔하지.

         

       하지만 석상들은 움찔거릴 뿐, 크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돌처럼 굳은 눈을 굴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석상이 다른 석상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헷갈리는 듯 눈으로 대화했다.

         

       "워워! 저 라님의 사제 맞아요! 자 보세요!"

         

       나는 손에 성화를 일으켰다. 움찔거리며 주저하던 석상들이 조용해졌다. 하마터면 창 꽃이 가 되어버릴 뻔 했군.

         

       [라의 성소에 진입하셨습니다.]

       [훼손된 육체가 빠르게 회복됩니다.]

       [전신이 성력으로 충만해집니다.]

       [작은 기적이 당신 앞에 내려앉습니다.]

         

       멀리서 희미한 물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것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붉은 카펫.

         

       그것을 살포시 밟은 순간 세상이 뒤바뀌었다. 끝도 없는 고급스러운 복도의 끝에는 희미한 꽃향이 감돌았다.

         

       화원.

         

       눈에 닿는 곳은 모두 아름다운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귀족 영애들이 차를 기울일 거 같은 건물이 가득한, 음침한 지하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장소로 바뀌었다.

         

       이곳이 라의 화원이자, 성소. 그녀가 직접 꾸몄다는 신성이 깃든 장소.

         

       환영으로 가려져 있던 진짜 모습에 나는 감회에 젖었다. 게임 속에서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 탄성을 질렀었지.

         

       붉은 새가 지저귀었다. 내 어깨에 앉았다. 베아트리체가 훌쩍였다.

         

       【라마트닉스! 오랜만이에요!】

         

       나는 붉은 새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불타는 듯한 깃털이 촤르륵 움직였다.

         

       라의 성물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성물은 여기서 가지고 나갈 수 없다.

         

       라의 애완동물이나 마찬가지. 현세에 강림한 불새 라마트닉스는 라의 사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일명 계시를 내려주는 천사 느낌이랄까.

         

       불새가 물고 있던 종이를 내 손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는 그것을 그대로 펼쳤다.

         

       -좀 더 시간이 걸릴 예정.

         

       【계시에요?! 무슨 뜻일까요…?】

       "그냥 말 그대로인 거 같네요."

         

       아직도 뒤틀린 성흔에 대해서 파헤치고 있는 걸까.

         

       나는 종이를 대충 구겨서 뒤로 던졌다. 베아트리체가 버럭 화냈다.

         

       【감히 라의 신성한 계시를 뒤로 던지다니!】

       "이미 읽었잖아요. 좀 있으면 불에 타버리는 걸 무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금 더 소중하게 다루세요!】

       "예이예이."

         

       나는 물소리를 따라 움직였다. 화원은 넓었다. 넘쳐나는 것들이 죄다 영약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따가고 싶지만 참아야겠지. 라의 허락 없이는 손을 댈 수 없다. 그녀와 소통을 할 수 없는 지금은 허락 또한 받을 수 없다.

         

       노리는 게 다른 거기도 하고.

         

       "…찾았다."

         

       물소리의 근원지. 화원의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은 분수대.

         

       자주색 액체는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베아트리체가 감상에 젖은 듯 중얼거렸다.

         

       【신들의 음료…넥타르(Nectar)…오랜만이네요.】

         

       ['영원의 분수'를 발견하셨습니다.]

       [넥타르(Nectar)를 발견하셨습니다.]

       [신앙심이 충만해집니다.]

       [향기에 취합니다.]

       ['태양신의 기도'가 이를 극복합니다.]

         

       한순간 멀어졌던 의식이 다시금 제자리를 되찾았다. 역시 강력하군. 누가 넥타르 아니랄까 봐.

         

       신들의 음료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그 효능만큼은 무척이나 강력하다.

         

       생으로 마시면 오장육부가 녹아내리고, 인간의 육신 자체가 터져나간다. 처음 이것을 발견한 사제가 산채로 터져 죽은 걸 보고 라의 사제들이 독이라며 놀라기도 했었다지.

         

       하지만 이것의 효능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극상의 명약으로 통한다. 즉, 희석해서 팔면 성수나 포션 저리 가라 하는 엄청난 물건이 된다는 말.

         

       그리고 이 영원의 분수는 그런 넥타르가 꾸준히 솟아나는 분수였다. 괜히 성물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마시면 안 돼요. 희석해서 마셔야만 진가를 발휘할 수 있어요. 생으로 마시면 사도라도 죽어요.】

       "걱정해주시는 건가요?"

       【무, 무슨! 그냥 은혜 갚기도 아직 안 끝났으니까, 죽으면 안 된다는 말…!】

         

       투덜거리는 베아트리체의 말을 귓등으로 넘겼다. 미리 가지고 온 수통에 넥타르를 집어넣었다.

       엄청나게 향기로워서 머리가 한순간 띵해지는 향. 정신오염의 면역이 없다면 게걸스럽게 들이마시려 하다가 뇌가 터져 죽는다는 성수다.

         

       나중에 희석할 때도 잘 꺼내야겠군.

         

       수통 하나를 다 채웠지만 뭔가 좀 찜찜했다. 애초에 숨어드느라 그렇게 많은 수통을 가지고 올 수도 없었지만…이대로 가기엔 보상이 부족하달까.

         

       그러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베아트리체의 시체 주변에서 이상한 물건을 하나 줍지 않았던가?

         

       나는 품을 뒤져 '일그러진 성배'를 꺼냈다. 베아트리체가 흠칫 놀랐다.

         

       【그건 또 어디서 났어요?!】

       "성녀님 시체 옆에서 주웠는데요?"

       【그, 그거 갖다버려요! 제가 없앨 수도 없어서 들고 다녔던 저주받은 성물이에요! 그 '일그러진 성배'는 닿는 모든 액체를 치료할 수도 없는 극독으로 만들어버려서, 뱀 교단이 쓰던 걸 제가 압수한…!】

         

       ['일그러진 성배'가 신들의 음료에 반응합니다.]

       ['영원의 분수'가 사라졌던 자신의 반쪽에 공명합니다.]

         

       웅웅웅.

         

       흔들리기 시작한 영원의 분수에서 넥타르가 솟아올랐다. 내 손에 들린 성배를 채가며 넥타르 안으로 퐁당 빠트렸다.

         

       "이건 또 뭐…"

       【네, 넥타르가 오염될 거예요! 안 돼애애애애!!】

       "그건 아닌 거 같은데요?"

         

       들끓던 수면이 점차 조용해졌다. 침묵 속에서 퐁-하며 작게 파문이 생겼다.

         

       영원의 분수에서 흘러나오던 넥타르가 멈췄다. 분수대 위에 고여있던 넥타르 또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영원의 분수'가 제 모습을 되찾습니다.]

         

       잔과 음료.

         

       두 가지가 합쳐지자 진정으로 하나 된 성물이 영원의 분수 꼭대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의 그 일그러진 성배인 거 같긴 한데…

         

       뭔가 모양이 달랐다. 찌그러진 잔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원통 형태의 긴 수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영원의 잔'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영원의 잔?

         

       내가 모르는 히든 피스가 있다고?

         

       【여, 영원의 분수가 어디로 가고…이런 조그마한…?】

         

       베아트리체의 물음 속에 나는 수통을 들었다. '영원의 잔'이라 불린 통 안에서 넥타르가 흔들렸다.

         

         

       [영원의 잔]

       라의 영광과 신성을 탐냈던 한 사제는 그녀의 잔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반쪽짜리라는 사실을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영원의 분수는 제 색을 유지했으나, 담을 음료를 잃어버린 잔은 그 신성함을 잃었습니다.

       빈자리에 스며든 건 자신을 이별시킨 이에 대한 원망.

       그렇게 탄생한 일그러진 성배는 담는 모든 것을 극독으로 만드는 효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그러진 성배는 지금에 이르러 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영원의 분수는 자신의 반쪽을 더는 놓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그 신성함과 위광이 전과 같지 않을지라도, 그녀의 반쪽과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영원의 잔이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영원의 잔은 하루 100ml 넥타르(Nectar)를 생산합니다.

       -영원의 잔이 최대로 저장할 수 있는 분량은 100ml입니다.

       -소유주의 요청에 따라 원하는 만큼의 넥타르(Nectar)를 스프레이 형태로 분사할 수 있습니다.

       -넥타르(Nectar)를 처음 복용 시 그릇이 넓어집니다.

       -넥타르(Nectar)를 처음 복용 시 영혼이 넓어집니다.

       -넥타르(Nectar)를 처음 복용 시 성흔이 짙어집니다.

       -넥타르(Nectar)는 지독한 최면 작용을 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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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타르(Nectar)를 과다복용 시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하루 10ml의 넥타르(Nectar)의 사용 시 고위의 존재들이 넥타르(Nectar)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습니다.

       -넥타르(Nectar)의 사용 시 근처에 있는 악마들이 넥타르(Nectar)의 존재를 눈치챕니다.

       -넥타르(Nectar)의 사용 시 극도로 주의할 것을 경고합니다.

         

         

       "…이런 미친."

         

       휴대용 영원의 분수라고?!

         

       이게 웬 떡이냐!

         

         

         

       , , ,

         

         

         

       나는 이자벨의 눈앞에 9ml의 넥타르를 채운 병을 내려놓았다. 이자벨이 조심스럽게 뚜껑을 땄다.

         

       "…흐읍!"

         

       동공이 확장됐다. 힘이 풀린 손이 병을 떨어트렸다. 나는 재빨리 낚아채, 뚜껑을 도로 닫았다.

         

       "어때?"

       "이, 이게 정말…당신이 사업 계획서에 적어두었던…"

       "넥타르지."

       "신들의 음료…기록 상으로 보면…단순히 1/1000을 희석한 것만으로도 극상의 하이 포션으로 만들 수 있는 재료…!"

         

       이자벨이 숨을 몰아쉬었다. 흥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 거 같았다.

         

       "이 정도 양이면 하이 포션 90개 제조 가능…제조 공정…단순 포션 제조 공장으로는 불가능하고…하이 포션에 걸맞은 재료가 필요…자본금은…"

       "자본금은 이제부터 구해야겠지."

       "아니요. 필요 없어요."

         

       헤벌레 벌어진 입에서 침이 뚝 떨어졌다.

         

       "할 수 있어요. 제가 모아 놓은 돈이 있어요. 그거면 충분해요. 흐읏…흐으읏…좋아…좋아…자, 자하드. 나랑 할래요?"

       "진정해."

       "아으으…몸이…몸이 달아올라서…"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사업 파트너를 덮칠 수는 없지.

         

       [정화(C)를 발동합니다.]

       [넥타르(Nectar)의 효과가 옅어집니다.]

         

       "내, 내가 무슨 말을."

       "그래서?"

       "……"

         

       이자벨이 눈을 찌푸렸다.

         

       "일단…이걸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그건 제가 어찌어찌 할 수 있어요. 연금술사를 몇 명 알고 있어요. 돈만 주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죠."

       "경매장에 냅다 던질 건 아니지?"

       "아니에요. 경매장에서 비싼 물건을 사는 고객들을 위주로 명단을 정리할 거예요. 그건 쉬워요.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하지만?"

       "약의 출처가 드러나지 않게 돈을 한 번 세탁해줄 조직이 하나 필요해요. 믿을 수 있는 조직으로. 덩치가 커야 해요. 저희가 쫓길 걱정을 하지 않을 만큼, 강한 세력."

       "조직이라."

         

       나는 의자에 기댔다. 빙글 돌렸다. 손을 싹싹 비볐다.

         

       "때마침 좋은 녀석들이 있긴 하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참은…처음이죠?

    플러스 기념이에요 감사합니다 ^~^

    다음화 보기


           


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The Paladin Monopolizes the Sacred Relics

성기사가 성물을 독차지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n a world where magic reigns supreme and the influence of gods wanes, a young boy finds himself unexpectedly thrust into the role of an acolyte in the declining Sun God’s Temple. Blessed with the divine stigma of the Sun God, he must navigate the temple’s internal politics, the hostility of his fellow acolytes, and the challenges that come with his newfound powers.

As he delves deeper into the mysteries of the temple, he discovers hidden secrets and powerful artifacts that could change the course of his destiny. With the guidance of an enigmatic senior acolyte and the unwavering faith in his own abilities, he sets out to prove his worth and carve his own path in a world that has all but forgotten the true power of the di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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