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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

       

       

       

       그 시간, 홍옥례는 구로베 교수의 마술학 전공수업을 듣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련해온 택견과는 별개로, 그녀의 각성능력은 전격(電擊) 방출계였기에 마술학 전공으로 입학된 것이었다.

       

       홍옥례는 고개를 돌려 이유하를 흘깃 바라보았다. 

       

       이유하는, 물빛이 서린 긴 은발을 단정히 뒤로 땋아내리고, 우수에 찬 듯한 눈길로 조용히 교과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덕수 이씨 충무공파의 13대손이자, 단아한 자태와 고고(孤高)하고 차분한 품성, 그리고 또래에 비해 걸출한 능력으로 인해 어느새 교내 조선인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있던 여학생.

       

       하지만, 백철연의 말에 따르면 백범 김구 선생님의 특명을 받아 이 학교 내에서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하고 있으며, 그 사실이 알려지면 비록 같은 조선인 동지일지라도 피도 눈물도 없이 제거해버리는 냉혹한 살인기계(殺人機械)같은 녀석이라고.

       

       대체 무슨 은밀한 비밀 임무를 맡고 있길래, 대한독립이라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동지마저도 가차없이 처단해버린단 말인가?

       

       하지만 마찬가지로 비밀결사인 태극단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홍옥례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다. 보안 유지를 위해 서로가 같은 조직원인 줄도 모르는 조직들도 존재했으며,

       

       ‘게다가 백범 김구 선생님의 특명이라면.’

       

       배신자 처단 등의 임무를 위해, 동지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와 임무를 비밀로 하는 사례를 그녀 역시 들어본 적 있었다.

       

       백철연과 이유하 역시 그런 케이스인 것이겠지. 임무를 위해서라면, 비록 동지일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는…… 

       

       홍옥례는 며칠 전, 신사 옆의 창고에서 백철연에 의해 묶여 있었을 때, 그가 했던 말을 회상했다.

       

       “너, 학기초에 있던 사이가네 교수 알지?”

       

       백철연은 그렇게 물어왔었다. 홍옥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다마다. 문학이나 사회같은 과목을 담당하던 일반과 교수였다. 말쑥한 외모와 유쾌한 성격, 그리고 일본인이었지만 조선인 학생들에게도 상냥하게 잘 대해주어서 조선인 여학생들 사이에서 나름 인기가 있었던 사람.

       

       그러다가 갑자기 전근을 가 버린 교수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백철연이 이를 왜 묻는단 말인가? 홍옥례는 얼떨떨해하며 대답했다.

       

       “일반과에서 문학을 가르치던 유쾌한 교수였잖아? 일본에 돌아갔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도 이유하가 죽인 거야.”

       

       홍옥례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

       “그 사이가네 교수가 말야, 그만 알아버렸거든. 이유하가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유하가 죽였다. 저항도 못 하는 사이가네 교수를 꽁꽁 얼린 다음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녹여버렸지…….”

       “거, 거짓말.”

       “학생 기숙사랑 교수 연구동을 잇는 오솔길 있지? 거기서 곁길로 빠지면 오래 전에 버려진 절이 하나 있는데, 거기 석탑 아래의 바닥을 잘 살펴 봐. 녹아내린 살점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을 테니…….”

       

       백철연이 홍옥례를 풀어준 이후, 홍옥례는 백철연이 말한 장소를 찾아가 보았다. 백철연의 말은 사실이었다. 절간 석탑 아래의 바닥에는, 자갈 사이사이에 남아있는 부패된 살점과 양복 조각 따위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진짠가봐……!’

       

       홍옥례는 안색이 새파래졌다. 이유하가 사이가네 교수를 살해한 것은 확실해 보였다.

       

       『금일 수업은 여기까지 하지. 다음 수업 때까지 도이치의 우생학이 각성능력 4분류법에 끼친 영향에 대해 각자 정리해 오도록.』

       『네에…….』

       

       구로베 교수가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가자마자 홍옥례는 가방을 싸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곁눈질로, 천천히 교과서와 노트를 정리하고 있는 이유하를 바라보았다. 

       

       ‘이유하랑은 절대로 관계하지 말자.’

       

       말을 붙이기는 커녕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니, 아예 가까이 가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이제부터 며칠 동안은 이유하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오늘 저녁, 홍옥례는 학교를 떠나 원산행 기차를 타기 때문이었다.

       

       신사 폭파의 실패를 폭발물의 원료인 초산풀 수급 부족으로 핑계대는 바람에, 초산풀의 국내 산지인 원산에 가서 재료를 수급해오기로 되었던 것이다. 겸사겸사 원산지부에 있는 옛 동지들도 만나고.

       

       ‘차라리 원산으로 가서 돌아오지 말까.’

       

       홍옥례는 생각했다. 태극단 동지들 중에서 유일하게 입학 조건에 맞아 이 경성 엽사전문학교 잠입 임무를 맡게 되었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힘겨웠다.

       

       하필이면 고되기로 유명한 마술과 전공으로 들어오게 되어서 어마어마한 학업량에 시달려야 했는데, 거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유하 문제까지 생기고 말았다.

        

       그 뿐만이랴, 애당초 이곳 경성은 각성능력자를 향한 경찰의 감시도 심한 탓에 자신의 능력을 독립운동에 제대로 활용할 수도 없었고, 

       

       그러면서도 학교를 다니며 공부에 시달려야 하는 홍옥례로서는, 차라리 원산 지부에서 활동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원산 지부에 있는 동지들은 그곳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맺는다고 여름이면 바다에서 해수욕이요 겨울이면 설산에서 ‘스키’를 지친다던데……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마음편히 휴양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끔 보내오는 사진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경원선 열차가 오후 다섯 시였지. 어서 기숙사에 돌아가서 짐부터 싸고……’

       

       그런 생각을 하며 별관 건물을 빠져나가 기숙사를 향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데, 학생이 드문 길목에 이유하가 떡하니 서있는 것이 아닌가. 홍옥례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나쳐가려 했지만,

       

       “홍옥례.”

       

       하고, 이유하는 홍옥례를 불러세우는 것이었다.

       

       “내 그대에게 묻고자 하는 것이 있소만.”

       “뭐, 뭐, 뭔데?”

        

       홍옥례는 얼어붙듯이 멈춰서서 이유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돌아본 이유하의 얼굴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홍옥례는 머리에서 핏기가 가시는 듯 했다.

       

       ‘설마, 알아차린 건가? 내가 자신의 비밀을 안다는 사실을?’

       

       이유하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사방을 둘러싼 공기의 온도가 내려갔다고 착각될 정도로 홍옥례는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홍옥례의 그런 불안과는 달리, 이유하가 홍옥례를 불러세워놓고 추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백철연은 정녕 이 홍가 여식과 더불어 해괴한 짓을 하였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아까 양복자가 했던 말의 탓도 있었지만, 그렇잖아도 오늘 교정을 지나다가 이런 풍문을 들었던 탓이었다.

       

       『아까 보니까 신사에 경비원들이 와 있던데, 뭐지?』

       『거기서 뭔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나?』

       『불미스러운 일?』

       『남학생 한 명이랑 여학생 한 명이 신사 제기고에 몰래 들어갔었다는데…… 호호, 남녀가 으슥한 곳에 만나서 하는 일이 뭐겠어?』

       『어머나……』

       『그래서 봉쇄해둔 거래.』

       

       신사 창고에 들어간 남녀 학생. 이유하가 알기로 이것은 분명, 엊그제의 백철연과 홍옥례의 일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 때 백철연과 홍옥례는, 기절한 나까모리 교수를 위해 기도하러 신사에 왔다고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황이 수상하지 않던가? 게다가 지금 홍옥례가 자신을 보고 허둥대는 모습 역시 뭔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양가의 말대로, 백철연은 정녕 바람둥이요 난봉꾼이란 말인가? 

       

       백철연이 정녕 그런 사내라면, 내가 그런 자를 벗으로 삼아 믿고 의지할 수 있겠는가?

       

       이유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는 일.’

       

       이유하는 백철연을 믿고 싶었다. 이 학교에 입학했던 첫 날부터 지금껏 어려울 때마다 자신과 함께해온 벗이었기에.

       

       하지만 모든 정황이 그를 난봉꾼으로 가리키고 있었기에, 이유하는 마음의 각오를 다지고, 홍옥례를 대면해서 사실을 알고자 했던 것이다.

       

       이유하는 다시 한 번 홍옥례에게 물었다. 

       

       “그대, 혹여나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지 않소? 백철연과 관련해서—”

       

       백철연의 이름까지 나오자, 홍옥례는 적갈색 말총머리가 휘날리도록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하면, 그대가 나를 피하는 듯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이오? 그대의 일이 다망(多忙)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 아니! 피하는 거 아니야! 바쁘지도 않아!”

       “잘 됐구려. 하면 오늘 밤, 나와 동행해줄 수 있겠소?”

       “응……?”

       

       이유하는 생각했다. 자신이 이 홍가 여식을 추궁해 보았자 어디까지나 부정할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백철연과 이 홍가 여식을 만나게 하여 대질하면 자연 알 수 있으리라.

       

       더불어, 오늘 밤에 백철연을 찾아간다면…… 양가 계집과 어떤 해괴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역시 알 수 있을 터.

       

       ‘바…… 밤이라니? 어째서?’

       

       하지만, 홍옥례는 여전히 이유하에 대한 오해를 이어가며 생각했다. 왜 하필이면 밤에? 설마, 나를 처리하려는 것일까? 사이가네 교수에게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이유하에게 잔뜩 위축된 홍옥례는, 오늘 저녁에 기차를 타야한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이유하를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

       

       

       

       그날 이른 밤, 나는 양복자와 함께 실습용 마수 축사 앞의 수풀에 몸을 숨긴 채 쭈구려 앉아 있었다.

       

       “흐흥, 시라바야시 군. 무서운 건 아니지?”

       

       양복자는 어둠 속에서 자신만만하게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마치 옛날 기자들이나 가지고 있었을 법한, 커다란 플래쉬 조명이 달린 휴대용 사진기까지 목에 걸고 온 양복자였다.

       

       “준비가 철저한데.”

       “응응! 미스테리- 연구부에 있던 걸 「스리」해왔어! 혹시나 심령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도 몰라서!”

       

       ‘귀신은 안 나올텐데, 아쉽게 됐네.’

       

       지하에는 귀신은 커녕 과학의 첨단인 컴퓨터가 있었다. 물론 진공관 컴퓨터였지만, 지금 시대를 생각한다면 오버테크놀로지에 가까운 물건. 얘는 아마 직접 두 눈으로 봐도 뭔지도 모를 것이다.

       

       그렇게 잠시 수풀 뒤에 몸을 숨기고, 풀벌레 우는 소리 속에서 잠시 근처의 기색을 살피고 있자니, 어디선가 코를 간지럽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어딘지, 전생에서는 익숙하게 맡았던, 하지만 불길한 냄새…… 시체를 태우는 냄새였다.

       

       “이건…… 시체 타는 냄새?”

       “모오, 시라바야시 군도 참. 저 쪽이 마수 축사 소각장이잖아. 실습에서 죽은 마수들은 여기 데려와서 소각하는 걸로 되어 있거든.” 

       

       아. 그런 건가. 그러고보니 이 곳에 소각장도 있었던 것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 용도로 쓰는 소각장이었구나.

       

       ‘나랑 렌까가 많이 죽여놨으니 소각장 풀가동중이겠네.’

       

       밤도 무르익었고, 이제 슬슬 움직여도 되겠다 판단한 나는 양복자에게 말했다.

       

       “가자.”

       “응!”

       

       나와 양복자는 몸을 숙인 채, 마수 축사의 바로 옆, 이계식물원과 붙어있는 나까모리 교수의 개인 연구실을 향해 이동했다. 그 안에 마수 축사의 열쇠가 있을 테니까.

       

       그런데, 연구실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까모리 교수?’

       

       이계생물학을 담당하는, 수더분한 학자 타입의 나까모리 교수. 생각해보면, 이계식물원과 마수 축사의 관리인이 이 사람이니 밤에도 여기서 숙식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어…… 시라바야시 군, 어쩌지? 나까모리 선생이 있나 봐.”

       

       양복자도 당황해하며 말했다. 당연하지만 양복자의 최면 능력으로는 낮은 지능의 생물을 잠시 잠재우는 것이 한계. 아직 사람을 상대로는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문득, 교수 연구실로부터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나까모리 교수의 그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다.

       

       “쉬잇.”

       

       나는 양복자에게 ‘쉿’ 하며 조용히 시키고는 다시 수풀 뒤에 숨어있게 하고, 나는 창문에 가까이 가서 안에서부터 들려오는 대화를 엿들었다.

       

       『나까모리 선생. 이게 다 뭐요? 전부 소각이라니. 실습에서 죽은 마수는 내가 가져가서 연구용으로 쓰는 것으로 되어있지 않았던가.』

       

       아까보다 또렷하게 들려오는, 중년 남성의 낮고 음울한 음색의 목소리. 나 역시 익히 아는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는, 마술학의 구로베 교수가 아닌가.

       

       ‘구로베 교수가?’

       

       구로베 교수가 왜 밤중에 여길 와 있지? 

       

       『그것이……』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들려오는 나까모리 교수의 목소리. 보이진 않았지만, 자신없다는 듯이 뒤통수를 긁으며 말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게다가 수상하군. 중상급 마수 수십 마리가 하루 동안에 죽다니. 생도의 실습에서 이만한 수의 마수가 하루만에 죽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것이, 저…… 실습이 아니라, ‘지하’에서 죽은 놈들이라서 말이죠.』

       『……‘지하’에서?』

       『예에. 구로베 선생께서도 아실지 모르겠지만 지하에는 저희의-』

       『당신들의 모임에는 관심 없지만, 지하에 무엇이 있는지 정도는 나 역시 알고 있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여기서 ‘지하’ 얘기가 나오다니? 학교 지하에 있는 진공관 컴퓨터에 대해 교수들도 알고 있는 건가?

       

       하긴, 학교의 지하에 그렇게 커다란 시설이 있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원로 교수인 구로베 교수가 그 존재를 모르면 이상한 일이겠지. 

       

       조금 얘기를 들어보니 나까모리 교수는 ‘지하’와 뭔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듯 했고, 구로베 교수는 대강 알면서도 선을 긋는 눈치였다.

       

       구로베 교수가 재차 물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수들이 죽다니. 누가 그곳에 들어가기라도 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저도 전해듣기로는…… 일학년 생도 중에서, 그 시마즈 가(家)의 아가씨가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마수를 죄다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는 모양입니다.』

       『시마즈 렌까 생도 말이군.』

       『예에. 물론 그 아이 역시 저희의 계획에 들어있긴 하지만, 아직 그 아이는 지하의 존재를 몰라야 하는데, 일이 좀 곤란하게 되었지요…….』

       

       나까모리 교수의 입에서 나온 ‘시마즈 가의 아가씨’는, 분명 렌까를 말하는 것이리라.

       

       ‘렌까가 마수를 죽인 것으로 알고있어?’

       

       그러고보니 그때 지하에서 마주쳤던 ‘히가시노리 박사’라는 사람은 렌까를 알아보았으니, 학교 지하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지하에 침입해 마수를 죽인 사람을 렌까라고 일러주었을 것이다.

       

       누군지도 모를 내가 주도해서 마수를 죽였다고 생각되지는 않았겠지. 다행히 내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누누 말하지만 당신들의 계획에는 관심 없소, 나까모리 선생. 다만 다음번에도 이러한 일로 마수가 대량으로 죽거든, 나와 상의도 없이 소각하지 말고 나에게 제공해 주시오.』

       『하지만 소각이 원칙인지라…….』

       

       나는 창문 아래에 숨어 잠시동안 더 엿들었지만, 이어지는 대화에서는 ‘지하’는 더이상 언급되지 않고 죽은 마수의 처리에 대해 일상적인 의견을 나눌 뿐이었다. 나는 다시 양복자가 숨어있는 곳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젠장, 어디까지 얽혀있는 거지?’

       

       구로베 교수가 나까모리 교수에게 ‘당신들의 모임’ 운운한 것을 보면, 학교 지하에 숨겨진 진공관 컴퓨터는 비단 나까모리 교수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얽혀 있는 일인 듯 했다.

       

       그 규모를 보자면 교장이나 학교 운영측들도 알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학교 지하에 그 정체와 목적을 알 수 없는 진공관 컴퓨터가 있는데, 심지어 학교를 운영하는 수많은 어른들의 묵인 하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안심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겠는가.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

       

       ‘하지만, 저렇게 교수 연구실에 교수들이 죽치고 있어서야……’

       

       마수 축사는 나까모리 교수 연구실의 바로 근처. 아무리 마수들을 잠재우고 조심한다고 해도 들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수 축사의 열쇠는 연구실 안에 있을테니 지금으로서는 움직일 방도가 없었다.

       

       양복자가 속삭였다.

       

       “우웅…… 시라바야시 군, 안에 교수님들 있는 거지? 돌아가야 할까?”

       “잠깐만. 생각 중이야. 기다려 봐.”

       

       하지만 생각한다고 없던 방법이 나올 리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양복자와 내가 숨어있는 수풀로부터 멀리 떨어진 저편에서,

       

       별안간 웬 여학생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히야아아악! 도깨비불! 도깨비불이에요! 꺄악! 시, 시마즈 오죠—웁? 우웁!』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올립니다……!

    하지만, 정기연재일인 수요일인 내일은 휴재하도록 하겠습니다……ㅠㅠ
    대신 목요일·금요일에 이어서 올릴게용!
    (이러면 주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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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ongseong’s Hunter Academy

Gyeongseong’s Hunter Academy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oke up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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