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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사실, 앨리스는 자신이 가장 유진과 친하다 자신하고 있었다.

        SNS 탓이었다.

        

        

        [Alice Littlewood]

        

        (유진과 같이 솔의 눈 마시는 사진)

        오늘도 솔잎의 눈!

        맛있습니다!

        

        ===

        좋아요 7.2만

        

        ‘아웃스타를 봐도, 유진이랑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는 건 보찌꽁 님과 저뿐이네요. 후후.’

        

        

        아카데미의 SNS 금지가 풀린 후, 그녀가 재차 시작한 아웃스타.

        거기 사람들 보기엔 그녀야말로 유진의 유일한 친구였다.

        사진도 같이 찍어 올리고, 애초에 입학 시험 영상에도 같이 찍혔었으니까.

        다들 유명인과 친구인 그녀를 부러워한 건 당연한 반응.

        

        덕분에 앨리스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자신과 유진은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솔잎의 눈 동료.

        행복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주말이 오기 전까진, 분명 그랬다.

        

        

        ‘일요일에 하루 종일 시아 양이랑? 게다가 아버님까지 만나러!?’

        

        

        일요일에 쏟아진 유진의 클랜 가입 기사들.

        

        천화와 계약한 것까진 축하할 일이지만…

        하필 클랜장이 시아의 아버지 아닌가.

        그를 천화까지 데려온 것도 보나 마나 시아일 테고.

        

        딸아이가 남자를 아빠한테 보여줘?

        서양인 보기에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버지는 아버지.

        딸이 남자를 데려오면, 아버지로서 의식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 시아가 이걸 모를 리가.

        분명 알면서 데려간 거겠지. 순진한 유진을 속여.

        

        앨리스 보기에 이건 시아의 농간질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 누구랑 사귀든, 저한테 뭐라 할 수 있는 권리는 없지만… 아니. 그 여자는 보나 마나 유진의 능력이 목적이잖아요? 동료로서 절대 못 참아요.’

        

        

        앨리스의 마음 속, 집착이 불타올랐다.

        

        어차피 시아 양은 유진의 힘 때문에 그러는 거잖아요.

        전 그런 거 없이도 이미 끈끈한 동료 사이예요.

        유진의 능력을 알기 전부터 그랬다고요.

        

        제가 먼저 유진과 친구가 됐는데, 그저 능력 때문에 꽃뱀처럼 구는 시아 양께?

        절대 안 돼요. 유진은 제가 지켜야 해요.

        

        …어째 이러면서도 자꾸 머릿속에 NTR이니 BSS니 하는 전문용어가 떠오르긴 했지만. 아무튼.

       ​

        이런 생각에 조금 표독해진 앨리스였다.

        

        

        -띠링.

        

        ‘DM이… 어?! 이, 이거예요!!’

        

        

        때마침 온 메시지 하나.

        앨리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눈에 의기를 가득 담고.

        

        

        ‘이걸 받아들이고, 유진이랑 더 친해져서…!’

        

        

        그녀가 유진에게 아이돌 운운하기 12시간쯤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 * *

        

        

        월요일 아침.

        앨리스가 아침부터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유진, 저희 같이 티비에 나가요!! 아이돌이 되는 거예요!!”

        “……?”

        

        

        갑자기 아이돌이 왜 나와.

        그런 거 좋아하는 시아라면 모를까, 비틀즈 같은 팝송만 좋아하는 앨리스 입에서.

        

        

        “실은, 어제 솔잎의 눈 광고를 촬영하지 않겠냐는 DM이 왔거든요! 저희 솔잎단을 좋게 봐주셨나 봐요!”

        “아.”

        

        

        광고 얘기였구나. 난 또 뭐라고.

        

        다시 여유를 되찾았다.

        광고 촬영 같은 건 회귀 전에도 여러 번 겪어봤으니까.

        새삼 당황할 일도 아니었다.

        

        

        “광고라… 솔직히 안 내키는데.”

        “에엑!!? 솔잎의 눈 광고인데요? 왜요!?”

        “이상한 광고 나가면 이미지 다 망치거든. 평생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고.”

        

        

        2회차 최면 교배 아저씨 생각하기에, 지금 광고를 찍는 건 섣부른 판단이었다.

        

        광고 내용에 따라 이미지가 망가질 수도 있는 데다…

        무엇보다, 괜히 ‘나 세거든’ 같은 말 했다가 흑역사로 박제되면 어떡해.

        

        1회차 때처럼 ‘멋진 대사 해달래서 했는데 왜 다들 놀리는 거야’ 하며 부끄러워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지 말고요, 네? 네? 솔잎의 눈이잖아요! 좋은 이미지 뿐이에요!”

        “광고는 얘기가 다르다니까?”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평생 솔잎의 눈 공짜로 마시게도 해준대요!”

        “어우.”

        

        

        설명해 봐도 앨리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음이 점점 약해졌다.

        

        

        “그렇게 찍고 싶어? 광고가.”

        “그럼요! 유진과 저, 솔잎단 둘이서 솔잎의 눈을 전 세계에 퍼트리는 거예요!”

        

        

        내키진 않지만…

        내 아내, 앨리스가 이렇게 찍고 싶어 하니까.

        

        거절 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추가 반대로 확 기울었다.

        사랑이라는 무게추 덕분이었다.

        

        

        ‘그래, 눈 딱 감고 하자.’

        “크흠. 그럼….”

        

        

        마음을 정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앨리스가 가장 원해할 대답.

        ‘그래, 같이 찍자’를 들려주기 위해.

        

        ———분명, 그러려고 했는데.

        

        

        -덥썩.

       

        “솔잎단 동료인 저희라면 해낼 수 있어요!”

        “……!!!!!!?”

        

        

        급작스러운 팔짱 한 방에 머릿속이 초토화됐다.

        

        훅 풍기는 향수 냄새. 20대 초반 특유의 싱그러움.

        팔뚝에 닿아 뭉크러지는… 스승님과는 결이 다른, 탄력 있는 부드러움.

        

        뭐지. 아직 앨리스는 나한테 그런 마음 없을 텐데.

        왜 이런 스킨십을? 영국에선 이 정도는 일상인가?

        

        

        “애, 애, 앨리스. 그, 가슴 닿고.”

        “말 돌리지 말고요~ 솔잎의 눈 광고! 같이 찍어요 저희! 온 세상을 솔잎으로 뒤덮는 거예요!”

        

        

        와중에 앨리스는 천진난만했다.

        이 정도 스킨십은 그리 부끄럽지 않은 모양.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말캉말캉.

        

        ‘내 아내 진짜 최고다….’

        

        

        세상 그 누구보다 예쁜 아내와의 스킨십.

        서로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심장이 아플 정도로 뛰었다.

        문득 새삼스럽게 아내가 사랑스러웠으니까.

        회귀 전이였으면 바로 안아들고 침대로 뛰쳐들어갔을 정도로.

        

        내 아랫도리 역시…

        

        

        -멈칫.

        

        ‘……!? 나, 난 앞으로 1시간 성욕 못 느낀다!!!!’

        

        

        기나긴 상념, 반쯤 발도한 유진도 탓에 끊기다.

        

        얼른 최면으로 성욕을 억제했다.

        앨리스가 아직 20대 초반이라는 거부감 덕에 반 발도로 끝났지만…

        이 막강한 공격력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친근한 스킨십.

        3초만 더 있었어도 풀 발도해버릴 뻔했으니까.

        

        그러나, 최면으로 봉변을 모면했음에도 불구.

        아직 위험은 남아있었다.

        

        

        ‘바로 안 가라앉는단 말이지.’

        

        

        뽑힌 칼을 다시 납도하는 데엔 시간이 걸린다.

        남자라면 다들 알고 있는 ‘상식’ 아닌가.

        아침에 화장실에서 고생해 본 경험, 다들 한 번씩은 있을 테니까.

        

        심지어 내 유진도는 양손검.

        반밖에 안 뽑혔다 한들 존재감이 엄청난 녀석이었다.

        

        다행히 시간은 이른 아침.

        주변에 아무도 없어, 사회적으로 죽을 염려는 없지만…

        정작 앨리스 본인이 봐버리면 끝장이잖아.

        

        어쩌지? 지금이라도 손으로 가려?

        불가. 오히려 티 더 나.

        

        책 같은 걸로 가리면…

        나 공부 안 할 거라 진짜 맨몸만 달랑 왔잖아.

        

        회피 불가능한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앨리스.”

        

        -불쑥.

        

        “……!!!!?”

        

        

        앨리스의 어깨를 잡고, 그대로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눈과 눈이 지근거리에서 맞도록.

        꼭 키스하기 직전 같은 거리감이었다.

        

        

        “유, 유, 유진? 갑자기 무슨.”

        “힘든 길일 거야. 한국에서 솔잎의 눈은 박해받는 음료수거든. 송충이라면서 욕하는 사람도 있어.”

        

        

        물론, 내가 미쳤다고 키스 같은 급발진을 하겠는가.

        이건 그저 앨리스가 아래를 보지 못하게끔 하는 것뿐.

        납도 시간을 벌기 위한 시선 끌기였다.

        

        

        “그, 저기. 가까운….”

        “그래도 하고 싶어? 나랑?”

        “……!!!!!?”

        

        

        세상 진지하게 들리지만, 까보면 별거 아닌 대화가 이어졌다.

        

        이대로 소박하고 행복한 송충이의 삶을 살 것인가.

        광고를 찍고 네임드 송충이가 될 것인가.

        

        

        “네가 원한다면, 나도 기꺼이 할게.”

        

        

        난 송충이 동료로서 너와 함께하겠다.

        

        앨리스의 동공이 사방팔방을 헤맸다.

        

        

        “그, 그게. 어? 진심이에요? 진짜, 하려고요!? 그걸!!?”

        “당연하지. 열심히 노력해 볼게. 네가 만족할 수 있도록.”

        “마, 마, 만족이라니….”

        “연기는 자신 없지만, 광고주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될 테니까.”

        “……네?”

        

        

        동공, 다시 제자리.

        마침 내 유진도도 납도 완료.

        

        쓸데없이 웅장하게 말해서 시간 끌기 작전.

        미션 컴플리트였다.

        

        

        “뭐, 이리 거창하게 말했지만. 별거 아닐 수도 있으니까 말야? 평범한 광고일 수도 있고.”

        “아.”

        “그러니까, 앨리스가 찍을 거면 나도 찍을게. 솔잎 동지로서 함께.”

        “아… 예. 그럼 해요. 광고 촬영.”

        

        

        어째 앨리스의 눈이 조금 싸해진 것 같은 건…

        뭐. 느닷없이 어깨를 붙잡았으니까.

        조금 위협적인 스킨십이라 경계하는 걸지도.

        

        

        “마침 나 어제 천화랑 계약했으니까, 계약 조건은 거기서 조율해 줄 거야. 네 것도 같이 부탁드릴게.”

        “네. 그럼 음료회사 담당자 분한텐 그렇게 답장해둘게요.”

        

        -중얼중얼.

        

        “쓸데없이 건실한 주제에, 말은 왜 이렇게 헷갈리게 해요? 이 분위기에서 한다고 하면 당연히….”

        

        

        그 후로도 한참 뭐라 쫑알대는 게, 호감도가 꽤 심하게 까인 모양.

        억울했다.

        

        

        * * *

        

        

        물밑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간 후.

        솔잎의 눈 광고 촬영일은 이번 주 목요일로 결정되었다.

        

        너무 급한 거 아닌가 싶지만…

        뭐, 음료 회사 입장에선 서두르고 싶겠지.

        못 먹는 감 앨리스 통해서 찔러나 봤는데, 나라는 대어가 낚여버렸으니.

        맘 바뀌기 전에 찍어두고 싶은 모양이었다.

        

        추가로, 지금 내 인기는 아마 고공행진 중.

        천화의 언론 플레이 덕에 꽤 평이 좋을 나 아닌가.

        특수효과 누리려면 빨리 찍고 내보내야지. 암.

        

        때문에 별 생각 없이 그러려니 했던 나였지만…

        

        

        ‘잠깐, 2주 차 목요일?’

        

        

        문득 머리를 스친 게임에서의 이벤트 정보.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바로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삑.

        

        “아버님. 접니다. 유진.”

        

        [이게 누구야. 유진 군 아닌가. 지난번에 홍삼주는 잘 마셨다네. 담근 이가 정성을 가득 담은 티가 나더군.]

        

        “…하하.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약간 양심 찔리는 형식적인 인사 후.

        

        

        “그것보다, 그 광고 촬영 말인데요. 혹시 촬영지를 제가 정해도 될까요? 한강공원으로.”

        

        [음? 네 뜻이라면 가능은 하겠다만… 어째서지?]

        

        “좋잖아요, 한강공원.”

        

        [뭐. 알겠다.]

        

        

        난 촬영 장소를 바꿔달라 요청했다.

        

        한강공원.

        ———목요일, A급 게이트가 발생할 곳으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김이파리 님 510코인, Jisss 님 10코인 선물 감사합니다!
    감사의 하프 밀리언 기념 도게자를 전부독자님들덕분이에요사랑해애애애애ㅠㅠㅠㅠ

    + 오늘 일러 매우 마음에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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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The Man with Hypnotic Powers Doesn’t Hold Back the Second Time Around

2회차 최면교배 아저씨가 능력을 안숨김
Score 5.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Since I regressed, I decided not to hide my abilities.

“Hypnosis, huh? That’s amazing! Hypnotize me too!”

“How about me, instead of that sly fox? If you join our clan… you, you can hypnotize me!”

…Maybe I exposed it too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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