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3

       *

        

        

        마력을 뻗어 신경 구석구석에 고루 퍼트린다.

        

        호흡을 멈추고,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마력의 감각을 조율하며.

        

        

       -끼릭.

        

        

        평소라면 인지하지 못할 감각이 깨어난다. 시간의 분절, 방아쇠에 걸친 검지 끝이 방아쇠를 당기며, 총기 내부의 용수철이 뒤틀리는 미세한 마찰음까지 감지된다.

        

        바로 이곳이 초인들의 전장이다.

        

        

       -타앙—!

        

        

        격발. 동시에 눈을 떴다.

        

        총구에서 터져 나오는 화염이 어두운 갱도 내부를 한순간 반짝, 밝혔다.

        

        감각을 끌어 올린 이유가 이것이다. 암적응이 끝난 시신경에 갑작스런 광원이 시력 상실을 일으키지 않도록.

        

        자극 받은 시신경 탓에 눈이 시리도록 아파오지만 괜찮다. 이 정도는 익숙하니까.

        

        세 사람의 인영이 이반의 망막에 잔상처럼 맺혔다.

        

        

        “총! 누가 또 있다!”

        “젠장, 어디 숨어 있었지?!”

        

        

        벽에 기대어 있던 인물은 오스칼이다. 갱도 너머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두 소인(小人)이 드워프들이었다.

        

        격발과 동시에 난쟁이의 머리 부근에서 불똥이 튀는 것을 확인했다.

        

        

        드워프 보병 표준 장비를 입고 있군.

        

        이반은 즉시 조준선을 옮기며 앞으로 달렸다.

        

        

        “놈이 온다! 준비!”

        

        

        선두에 선 드워프가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망막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잔상을 고려해볼 때, 이 녀석은 양손 도끼로 무장하고 있었다.

        

        드워프 보병 표준 장비란, 곧 전신을 골렘처럼 뒤덮은 무식한 판금 갑옷이다. 어지간한 공격엔 실금도 가지 않을 두껍고 괴악한 장비.

        

        눈구멍과 관절부의 몇몇 취약점을 제외하면 외부 타격에 거의 절대적인 방어력을 지닌다.

        

        

        ‘그래서 검이지.’

        

        

        도끼를 들지 못한 이유가 그것이다. 도끼로 아무리 찍어 봐야 금도 가지 않으니까. 이 족속들은, 과거 전쟁 시기에 산맥 아래에 매몰된 상태로도 생존한 적 있다.

        

        거대한 바위가 짓눌러도 갑옷의 견고함으로 버틴 것이다.

        

        그런 녀석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발달한 무예가 있었다.

        

        

       -스칵!

        

        “하! 인간! 어림도 없다!”

        

        

        칼날이 불똥을 튀며 판금 갑옷의 표면을 긁었다. 튕겨나가는 검과 동시에 들리는 긴 파공성.

        

        

       -후우웅!

        

        

        방향과 속력을 곧장 감지해 허리를 숙였다. 이반의 바로 위로 큼직한 도끼날이 허공을 가르며 지나쳤다.

        

        그대로 흘려내고 왼손을 들어서, 다시 격발.

        

        

       -타앙—!!

        

        

        이번엔 이 녀석 뒤에 있을 다른 드워프를 향해 쏘았다. 총구에서 불똥이 튀고, 다시 놈의 모습이 보였다.

        

        자세, 균형, 갑옷의 취약점, 비죽 웃는 놈의 표정, 턱 아래로 길게 자란 잿빛 수염까지.

        

        이반은 그대로 검을 곧게 세워 빠르게 찍었다.

        

        

       -카각!!

        

        “이놈!”

        

        

        드워프의 노호성이 들렸다. 관절부를 정확히 노리고 찍어낸 일격, 어둠 속에서 해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정교함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드워프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후우웅—!

        

        

        다시 피하고, 카각. 같은 위치를 찍는다. 이 과정의 기계적인 반복이다.

        

        갑옷의 취약점은 사슬갑과 갬비슨으로 덧댄 관절부. 그 자체로도 충분할 정도로 도검 방호력을 확보하고는 있다지만, 그것이 초인의 검격을 막아낼 수준까진 아니다.

        

        그러니까 다시 카각!

        

        

        “이 기술…! 너, 10년 전 전장에 있었나?”

        “그뿐일까.”

        

        

        저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이반은 피식 웃었다. 내면의 김선우가 20년이었다고 비명을 질렀던 까닭이다.

        

        감정은 어쨌건, 두 손은 해야 할 일은 한다.

        

        

       -타앙—!

        

        

        다시금 격발. 순간의 시야를 확보하고 뒤에서 다가오는 드워프를 피해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검을 휘둘러서. 카각, 사슬을 끊어낸다.

        

        이 기교를 처음 창안했던 이가 바로 그였다. 이반 페트로비치 중령. 그 당시엔 대위였다.

        

        이 기술의 이름은 ‘드워프 박피기’.

        

        

        “이이익…!!”

        

        

        카각, 캉!

        

        마침내 놈의 견갑이 뜯겨 나갔다. 충격에 칼날이 튕겨 위로 향할 때 자연스럽게 칼자루를 놓고, 곧장 허리에 손을 뻗는다.

        

        허릿춤 수납대에서 단검 한 자루를 꺼내들어, 그대로 놈의 드러난 맨어깨에 처박을 때까지 한 호흡도 걸리지 않았다.

        

        

       -푸욱!

        

        “끄으으으악!!”

        

        

        어깨의 부상은 전사에겐 치명적이다. 한쪽 팔을 잃어버린 것과 다름없으니. 양손 도끼를 든 녀석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진다.

        

        하지만 적은 둘이다. 마침내 다가온 드워프 전사가 병기를 휘둘렀다.

        

        

        “멈춰라!!”

        

       -후웅—!!

        

        

        이번에도 병기를 피하며 왼손의 권총을 들어 올렸다. 이번 격발은 정확히 조준해서 호흡을 정돈한 채로, 격발.

        

        

       -타앙—!

        

        “끄아아아악!!”

        

        

        어깨에 박힌 단검, 그 칼자루를 노려 정확히 한 발. 단검이 튕겨나가 갱도의 어둠으로 사라졌다. 강제로 어깨가 뜯겨 나간 드워프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았다.

        

        이제 몸을 빙글 돌려 위치를 다시 잡았다. 권총을 놓고 허릿춤에서 다시 단검 한 자루를 뽑아낼 때.

        

        

       -스릉.

        

        

        처음 허공으로 던졌던 검이 이제야 낙하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정확히 칼자루를 낚아채고 다시 휘두른다.

        

        

       -카각!

        

        

        새로 나타난 드워프를 향해 다시금 ‘박피기’를 박아 넣는다. 호흡과 시간을 도해하는 이 순간에.

        

        휘몰아치듯, 칼날을 꼽아 넣고 비틀어 갑옷을 한 꺼풀씩.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의의 정교함으로, 정확히. 한 땀 한 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 속에서, 암흑 시야를 지닌 드워프 둘을 상대로. 양손을 동시에 놀려서.

        

        각자의 갑옷을 해체하고 드러난 맨살에 단검을 박아 넣고, 쥔 검을 허공에 던지고, 권총을 발포하고, 다시 떨어지는 검을 낚아채 휘두르며.

        

        

       *

        

        

        “이게… 무슨….”

        

        

        오스칼은 입을 떡 벌리고 신음을 삼켰다.

        

        목숨을 걸고 한바탕 싸워서 기사도에 부끄럽지 않게 산화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방금 전이었는데.

        

        당장 눈 앞에 한 괴인이 나타나 미지의 적들을 도살하고 있었다.

        

        

        “소리가, 거의 겹쳐서 들리는데.”

        

        

        이건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 일이다. 검을 휘두르는 소리가 거의 겹쳐 들렸다. 즉, 검격과 검격 사이의 간극이 극도로 조밀하다는 뜻이다.

        

        대체 어떻게 그런 움직임이 가능하단 말인가. 오스칼은 허탈하게 웃었다.

        

        습격자가 저 사내라면 죽는 수밖에 없겠군.

        

        전투는 한순간에 끝났다. 첫 격발음이 들린 순간에 뛰어든 정체 모를 사내는, 두 호흡이 끝나기도 전에 짙은 피냄새와 함께 다시 돌아왔다.

        

        

        “혹시 뭐가 보이십니까?”

        

        

        인간은 암흑 시야가 없다. 이걸 지닌 종족이라고 해봐야 드워프나 마족 정도에 그친다. 그러니까, 이 질문은 인간이냐는 의미이기도 했다.

        

        

        “보여야 싸울 수 있는 건 아니지.”

        “하….”

        “다리는 부상인가?”

        “예, 부끄럽게도 토사에 휘말릴 때에 부러졌습니다.”

        “구슬은 가지고 있겠지?”

        “예.”

        “그럼 이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려라. 조용히.”

        

        

        사내는 뒤를 돌아 떠나갔다. 오스칼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잠시! 잠시만요! 혹시 이름이라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이반 페트로비치.”

        “어디로, 어디로 가십니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다면 돕겠습니다!”

        “학생은 학업에 열중해야지.”

        

        

        어둠 속에서 사내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떠나던 발걸음이 저벅저벅, 다시 돌아와서 오스칼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네 아버지를 좋아했던 적은 없지만, 자식 교육은 성공했나 보구나. 질 베르의 아들, 오스칼. 네 행동은 훌륭했다.”

        “…아버지를 아십니까?”

        “그 작자가 날 아직 잊지 않았다면, 친구다.”

        

        

        사내는 다시 뒤를 돌아 떠났다. 이번엔 다시 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갱도 너머 어딘가를 향해서, 저벅저벅. 규칙적인 발걸음이 차츰 멀어져갔다.

        

        

       *

        

        

        이자벨은 어둠 속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내려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섣불리 몸을 움직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시험 취소되겠지? 이대로 낙제는 아니겠지?”

        

        

        그녀의 걱정은 그것뿐이었다. 4시간은 이미 지난 것 같은데, 정확히 지금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저벅, 저벅.

        

        

        이자벨의 고개가 퍼뜩 올라갔다.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구조대가 도착했나? 이자벨은 벌떡 일어서서 외쳤다.

        

        

        “여기! 사람 있어요!”

        “이름이 뭡니까?”

        “이자벨이요! 아니 그럼 사람 이름 따라 구하게요?!”

        “찾았다! 타겟 확보!! 대장님을 불러!”

        “엥?”

        

        

        타겟? 대장?

        

        이자벨의 머리가 핑핑 돌아가며 순간 화들짝 놀랐다.

        

        갑작스레 허물어진 대지, 밀려드는 토사, 그리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동굴.

        

        거기에 ‘타겟’, ‘대장’. 이거 설마…?

        

        

        “진짜아! 지긋지긋하네!”

        

        

        또! 또 이 숲에서 테러가, 그것도 그녀 자신을 노린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과연 몇 명이나 이 테러에 휘말렸을까. 그 와중에 몇 명이나 희생되었을까.

        

        이자벨은 이를 으드득 갈았다.

        

        타겟을 찾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그녀가 함정에 빠진 후 한참이 지나서야 놈들이 나타난 것을 보면 이건 분명 한두 명만 휘말린 사건이 아닐 터.

        

        곧,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동굴 너머 전체에 가득 울렸다.

        

        

       -저벅, 저벅, 저벅.

        

        

        한 무리의 집단이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웅성거림조차 없이 묵묵히.

        

        훈련 받은 군인이다. 그리고 ‘암흑 시야’나 그에 준하는 주문을 걸어둔. 이 어두운 동굴에서 단체로 걸어 다니기 위해선 그 정도는 필요할 테니까.

        

        이자벨은 칼을 곧게 세웠다. 그녀의 눈이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를 대신해 희생하는 것은 이제 사양이다.

        

        희생한 이들에게 죄책감을 떠안고 살아가는 것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그러니까, 이 갈 곳 없는 분노를 풀어 놓기 위해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나는 막시밀리앙과 마리의 딸, 이자벨. 틸레스의 기사다. 이름을 밝혀라!”

        “과연 기개가 좋군.”

        

        

        저 멀리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제 5 용장 직할 3대대, ‘웹메이커’ 공병단 소속. 아스투크 상급대위다. 너희의 개념으로는, 그래. 천인대장 정도가 되겠군.”

        

        

        그 말을 들은 즉시 이자벨은 아이펠로스라는 백인장을 떠올렸다. 이반이 거뒀던 그 마족 출신 장교.

        

        그 녀석과 벌였던 싸움은 그야말로 생사결이었다. 그 녀석의 계급이 백인장이었으니, 마족의 계급이 힘의 논리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때….

        

        

        ‘그때 그 녀석보다 강하다.’

        

        

        이자벨은 입을 꽉 다물었다. 천인대장이라고 정말 백인장보다 단순히 열 배 강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무력의 차이가 그만큼 벌어지리란 것은 자명했다.

        

        거기에 놈은 혼자가 아니다. 일련의 무리가 녀석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시야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제한 정도가 아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수준이니까.

        

        

        ‘진짜 이렇게 죽어…?’

        

        

        두려움은 없다. 검을 든 순간 죽음이야 언제든 예상하고 있던 일 아닌가.

        

        그녀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막시밀리앙은 이런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마족들 앞에서 죽음 앞에 두려움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녀는 틸레스의 기사다. 그리고 용사의 딸이다. 그녀가 누려왔던 수많은 혜택의 대가 중엔, 두려움을 느낄 권리 따윈 없었다.

        

        오직 의무뿐. 죽음 앞에서도 의연할 의무뿐이다.

        

        

        “오라. 나, 틸레스의 이자벨은 오늘 서서 죽겠다!”

        “…동무. 저 녀석 나이가 어떻게 된다 했지?”

        “예, 대장 동지! 저 꼬마의 나이는 올해로 스물이 됩니다!”

        “계획을 수정하지. 반드시 죽여라. 후환을 남겨선 안 될 것이다.”

        

        

        천인대장쯤 되는 마족이라면 누구나 용사 파티를 기억하고 있다. 직접 마주한 적은 없어도, 마족들에게 용사란 ‘죽음’이 형상화된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마주치면 죽는다. 가까이 가면 죽는다. 풍문이 들린 순간 도망치지 않으면 죽는다.

        

        그야말로 자연 재해다. 거기에, 예측조차 불가능한 재해에 속한다. 용사 파티의 이동 경로는 연합왕국 최고 등급의 극비 사항이었으므로, 용사 파티는 언제나 적진을 ‘급습’해왔다.

        

        추적대를 아무리 뿌려도 돌아오는 이들은 없었다. 놈들은 그야말로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위치를 은폐했었다.

        

        그렇게 마족들의 공포로 군림하던 용사 파티는 끝내 마왕을 참살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났다. 마족들에겐 안타깝게도 ‘용사 트라우마’를 극복할 기회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저 나이대에 있을 수 없는 용맹을 과시하는 저 꼬마.

        

        저 녀석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 수급을 취해 돌아가야 할 것이다.

        

        본국의 동지들에게 ‘공포의 상징’조차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알려야 한다….

        

        

        “그래, 죽여봐라. 틸레스의 기사는 홀로 쓰러지지 않는다!”

        

        

        이자벨은 도망치고 싶었다. 주저 앉고 싶었다. 그녀는 이제 막 스물을 넘긴 여자아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그날 열차 테러에서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과, 또 지금의 테러에 휘말린 그녀의 동기들을 떠올린다면.

        

        그녀는 다가오는 죽음 앞에 절망할 권리가 없었다.

        

        

        ‘그건 좀 미련이 남네.’

        

        

        아저씨랑 결국 데이트를 하지 못했던 미련은 확실히 남는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자면, 그녀가 아저씨를 떠올릴 때 느끼는 감정은 확실히 호감만은 아닌 듯했다.

        

        그러니까 아쉽다. 조금 더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

        

        

       -츳, 츳, 츳.

        

        

        “…?”

        

        

        동굴 너머에서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츳, 츳. 혀와 앞니를 마찰 시키는 짧은 소음이.

        

        이게 무슨 소리지? 아스투크는 눈가를 좁히며 생각했다. 전투 직전의 긴장감과 고요 속에서 울리는 이 소리. 어쩐지 익숙하다.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규칙적으로 혀를 차는 소리…? 인간, 반향정위!?’

        

        

        기억이 떠오른 순간 연쇄적으로 몇 가지 가정들이 잇따랐다.

        

        

        ‘반향정위를 전투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익힌 인간 집단은 하나뿐이다.’

        

        ‘그 집단은 지난 전쟁 시절, 크라실로프 왕정이 비밀리에 육성했었다.’

        

        ‘그리고 이곳은 크라실로프다….’

        

        

        아스투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무기를 바싹 들었다.

        

        용사 파티가 죽음의 공포를 형상화시킨 존재라면,

        

        ‘그 집단’은. 암흑 시야를 지닌 마족들에게조차 어둠을 두렵게 만들었던. ‘밤의 공포’를 형상화시킨 존재들이었다.

        

        그림자칼 엔리케가 전력을 다해 육성한 암살자들.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라는 질문이 무의미한 이들.

        

        문자 그대로, ‘언제든’, ‘어디서든’, 그리고 ‘어떻게든’ 목표를 완수하고 한밤의 그림자처럼 사라지는 이들이다.

        

        

        “절멸부대!! 그 저주 받을 것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고?! 동무들, 무기를 들어! 경계해라!”

        

        

       -츳, 츳, 츳….

        

        

        규칙적인 소음이 동굴 속을 울리다가, 뚝 끊겼다.

        

        고요가 사위를 무겁게 내려 앉는다.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 같았던 드워프들은 제 자리에 방진을 구축하고 단단히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이자벨이 침을 꿀꺽 삼키며 주위를 살폈다. 아무것도 보이진 않았지만, 적들의 기색이 이상하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절멸부대…? 그게 무슨…?’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하지만 놈들에겐 유명한 듯했다. 방금까진 동네 산책이라도 나온 듯 차분했던 기색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날이 서 있었으니까.

        

        그리고.

        

        

       -철컥.

        

        

        금속 뭉치가 마찰하는 묵직한 소음과 함께.

        

        

       -타앙—!

        

        

        빛이 있었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하! 아침에 올렸다고 밤엔 안 올릴 줄 알았지?!

    짜잔, 절멸부대의 급습이다!

    다음화 보기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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