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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앨리스가 내 표정을 읽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아니지, 이제는 늘어났다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내 표정을 읽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내 표정을 읽게 된 것이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나를 일종의 ‘경쟁자’로 보고 있던 앨리스는 그다지 내 표정 읽기에 능숙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관심 자체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나에게는 관심이 있어도 내가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게 개인적으로 친근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내 표정까지 알아맞히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 ‘어느 순간’이 언제인지 곰곰이 따져 보자면……

        

       역시 그 3자회담 때부터 일까.

        

       그 이전부터 조금씩 ‘친해지고 있다’라는 기분은 받았다. 어쩌면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 모른다. 내용물이야 어떻든 나는 앨리스와 동갑이었고, 황궁 내에서 앨리스와 말을 터놓고 지낼 또래 아이는 나 뿐이었으니까.

        

       시녀 중에서는 앨리스와 비슷한 나이도 있었지만, ‘시녀’잖은가. 황궁 내에서 시녀 노릇을 할 정도라면 최소 백작 이상의 귀족가 아이였다. 황녀와 자신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아이들이었으니 친구처럼 가까워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앨리스 본인이 적극적으로 친한 척을 하지 않은 것도 있겠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앨리스에게 굉장히 유화적인 입장이었다.

        

       게임의 주요 히로인이고, 게임하는 내내 얼굴—물론 그것이 실제 얼굴이 아닌 폴리곤 덩어리이긴 했지만—을 보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내적으로 친밀함을 느끼고 있었고, 그런 태도가 앨리스를 대할 때마다 드러났다.

        

       게다가, 조금 불쌍하기도 했고.

        

       앨리스가 열등감을 느끼던 상대인 클레어가 사라졌지만, 그 대신에 내가 옆에 튀어나왔으니까. 클레어처럼 적극적으로 놀리지는 않았더라도, 능력 자체는 거의 비슷했다. 아니지, 황제나 그 주변 인물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생각하면 적어도 상대가 느끼기에는 그 상위호환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와중에 나까지 앨리스를 놀리고 깔본다면, 앨리스의 인성이 그대로 망가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진짜로 어른스러운 사람인지 아닌지는 둘째치더라도,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애를 그렇게 심하게 놀릴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었고.

        

       나름대로 앨리스 자신감을 높여주겠다고 이런저런 일을 하는데 풀어주기까지 했으니, 앨리스가 나에게 벽을 느낀다면 그건 그거대로 엄청나게 서운했을 것이다.

        

       서운했겠지만…….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어?”

        

       “…….”

        

       사람 걱정하는 표정으로 저렇게 말을 걸어오면 대체 어떻게 나의 표정을 읽는 건지 궁금해진다.

        

       그도 그럴 게, 나는 아침에 나오기 전에 거울로 내 얼굴을 보며 꼼꼼하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피곤해 보이지 않을지, 어떻게 하면 지쳐 보이지 않을지.

        

       그리고 내 무표정은 꽤 성공적으로 완성된 무표정이기도 했다. 단순히 ‘아무 표정도 없겠지’하고 생각하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지적할 때마다 어떻게든 주변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나름대로 교정까지 해가며 완성한 무표정이니까.

        

       그러니까, 나의 무표정은 나조차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무표정이라는 소리다.

        

       이걸 대체 어떻게 알아보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실비아?”

        

       걱정된다는 듯 그렇게 물어오는 앨리스를 보며,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앨리스의 저 말은 확실히 맞는 말이기는 했으니까.

        

       오늘 새벽, 네 시에 일어났거든.

        

       *

        

       내 본성은 씹덕이다.

        

       과거에는 어떻게든 부정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나의 취미는 어떻게든 원상 복구되었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끊으면 일본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로 취미가 넘어갔고, 피규어 사다 모으는 취미를 끊으면 프라모델을 사다가 조립하고 있었으며, 씹덕 게임을 끊어도 서양 게임을 사다 모으며 하고 있었다.

        

       게다가 돌고 돌아 원점이 되기도 했다. 밀리터리 프라모델을 사다 조립하다가, 건프라를 사다가, 다시 미소녀 프라모델을 사고, 최종적으로는 미소녀 액션 피규어와 스테츄를 사다 모으는 취미로 원상 복구되는 것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 블루레이를 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극장판 애니메이션 블루레이를 사고 있었고, 결국에는 TVA, OVA 블루레이를 사고 있었다.

        

       십 대 후반부터 한 10년 정도 그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결국 30세가 될 때쯤에는 그냥 다 포기하고 내 본성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심지어 그 10년 중 7년 동안 나는 아제르나 전기를 계속하고 있었으니, 사실 그 탈출은 애초부터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그런 씹덕이었던 나였기에 당연히 라이트 노벨이나 웹소설도 주야장천 읽어댔다.

        

       그리고 빙의물 주인공의 클리셰도 꿰찰 만큼 꿰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주인공이 아니라 내용상 별로 비중 없는 조연이 된 후, 원래는 주인공이 차지해야 할 기연이나 아이템을 독식해 결국 주인공보다 훨씬 강하고 중요한 등장인물이 되는 클리셰.

        

       나는 굳이 그렇게까지 될 생각은 없었다.

        

       레오도, 클레어도. 앨리스나 샤를로트, 심지어 미아 크로우필드나 아직 주인공 파티에 합류하지 못한 다른 캐릭터들까지. 나는 그 모든 캐릭터에게 나름대로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등장인물들의 모든 멋진 장면을 빼앗아 갈 생각은 없다.

        

       나는 어디까지나 주인공 일행 중 죽는 인물이 나오지 않기 위한 방지책.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이미 그 의뢰가 완료되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 예. 죄, 죄송합니다, 황녀님…….”

        

       아니, 뭐, 당신이 죄송할 일은 아닌데.

        

       나는 내 앞에서 벌벌 떨며 서 있는 안내원을 그대로 둔 채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무게추로 작동되는 커다란 태엽 식 시계는, 지금이 새벽 6시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그렇다. 새벽 여섯 시.

        

       “……근무 시간은 새벽 여섯 시부터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 아카데미 내부 직원들의 근무 시간은 기본적으로 새벽 여섯 시부터였다.

        

       물론 모든 직원이 그 시간부터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듣기로는 아침 당번이 따로 있다는 모양이니까.

        

       그리고 기숙사 경비처럼 밤새도록 근무하는 직종도 있고.

        

       오늘은 일요일.

        

       어제,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당연히 학생들은 모두 수업이 없다.

        

       수업은 없지만, 자발적으로 하는 봉사활동은 있었다.

        

       이 세계에는 모험가 협회 같은, 종종 판타지 소설에서 등장하는 흔한 아르바이트 일이 없다. 제국은 기본적으로 황제가 집권하는 중앙집권적인 나라였고, 다른 왕국들도 비슷했다. 귀족제 공화국 같은 곳이 있기는 한데, 거기라고 해서 치안을 모험가 협회 같은 곳에 맡기지는 않는다.

        

       근대라는 시기는 슬슬 ‘민족’이라는 개념이 싹트던 시기다. 금요일 방과 후에 앨리스와 샤를로트가 말싸움을 했던 것도 슬슬 그런 사상에 영향을 받은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근거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 ‘민족’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그 민족이 모여 사는 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치안도 그 안에 들어간다.

        

       ……고아원 출신인 내 기준으로는 그렇게 좋은 치안은 아니긴 했지만, 뭐, 그래도 중산층 이상은 살기 좋은 나라라니 그러려니 하련다.

        

       아무튼, 그렇기에 모험가 협회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RPG의 꽃, ‘퀘스트’기능을 아예 넣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세계관에 있는 제도가 바로 ‘봉사활동’이었다.

        

       아카데미에 들어온 학생들은 강하고, 제국의 치안은 아직 불안정한 곳이 있다. 근처 뒷골목은 물론이고, 간혹 도시에서 도시로 오가는 곳에서 나타난 짐승들에게 인적, 물적 피해가 나기도 한다.

        

       그런 피해를 방지하고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봉사활동이긴 한데…… 퀘스트에서 아무런 보상도 안 주기는 조금 그러니까, 그 봉사활동을 신청하는 인물들이 ‘선의’로 주는 선물이라는 식으로 나름대로 보상안을 마련해 두었다.

        

       이미 일전에 제니퍼에게서 보상을 받아본 나였다. 그렇게 대놓고 사람에게 받는 보상이라면 더욱 확실하게 내 손에 들어올 수 있을 터였다.

        

       “아, 그것이…….”

        

       그런데.

        

       “제가 평소에 다섯 시 반 정도에 나와서 근무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 먼저 문 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이 있어서, 기특한 마음에…….”

        

       “…….”

        

       그러니까, 무려 새벽 6시에 근무 시작하는 곳에.

        

       먼저 의뢰를 완료하고 와서 죽치고 앉아 기다리다가.

        

       성실하게도 근무 30분 전에 먼저 출근해 근무 준비를 하는 접수원의 눈에 들어 의뢰를 완료하고 보상을 받아 갔다는 뜻이다.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 콧잔등을 꾸욱 눌렀다.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죽을 뻔했는데, 그 정신 나간 학생들은 그것보다도 먼저 일을 하고 있었다는 소리다.

        

       “그, 학생들 이름을 조금 알 수 있겠습니까?”

        

       나의 말에, 직원은 황급히 책상에 있던 서류 더미를 뒤졌다.

        

       사실 이런 식으로 그냥 물어본다고 학생의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직원으로서 해도 되는 일이 아니지만, 눈앞에서 ‘황녀’가 누가 봐도 확연하게 알 수 있는 언짢은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면 거절하기 쉽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레오 그레이스 군과 클레어 그레이스 양입니다.”

        

       “…….”

        

       그런 거냐.

        

       나는 스읍, 하고 숨을 살짝 들이쉬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다시.”

        

       “예?”

        

       “다시!”

        

       *

        

       새벽 여섯 시.

        

       그래, 새벽 여섯 시란 말이지.

        

       그렇다는 말은 이미 일을 끝내고 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직원의 말로는 이미 30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니, 실제로는 새벽 다섯 시 반 전에 일을 끝마쳤다는 뜻이다.

        

       ……그래, 사실 봉사활동 개시일이 오늘 정각부터이긴 했다. 아마 게시판에 의뢰서를 붙여둔 사람은 어제저녁에 일하던 사람이겠지. 정각부터 시작이니 정각에 미리 붙여두고 퇴근했을 것이다.

        

       주민과 정부 기관의 불편 신고를 받아, 학생들이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일들을 골라 뽑은 의뢰서들이었다. 그러니, 사실 편법으로 시도했다면 어제저녁부터 일을 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레오와 클레어가 그렇게까지 새치기를 시도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정당당’이 그레이스 가의 모토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 애들은 분명 날짜가 넘어온 뒤에 행동하기 시작했을 거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밤을 새워 가면서 기다려서 할만한 일도 아니었으니까. 아직 초반이다. 막 본편이 시작했는데 서브퀘스트가 메인 스토리에 영향을 줄 리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선택한 시간은 새벽 다섯 시였다.

        

       전날로 돌아가, 새벽 네 시 반에 알람을 맞추고,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한 뒤 나가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막 잠에서 깬 처량한 모습이 될 테니까.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일어나는 데 실패했다.

        

       겨우 깨기는 했는데, 그때는 이미 네 시 오십 분이었다. 내가 긴 생머리가 아니라 단발머리를 고수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감사하며, 나는 최대한 빠르게 씻고 준비한 뒤 기숙사를 뛰쳐나가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퀘스트 예정지까지는 걸어서 가면 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는 것을.

        

       게임에서야 구역에서 구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스킵되고, 특정 이벤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시간이 흐르지 않지만, 현실은 다르다.

        

       퀘스트 예정지는 제도 바깥의 가도. 그곳에서 골치를 썩이는 짐승들을 사냥하는 것.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도는 무지막지하게 넓다.

        

       레오와 클레어는 그러니까 이런 새벽에 일어나 역마차를 타고 퀘스트 처리를 하러 나갔다는 소리다.

        

       ……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름싫어요 님, 후원 감사합니다!

    네! 아틀리에에 올라온 팬아트는 봤습니다! 실비아의 모습이 너무 귀엽게 잘 나와서 그려주신 작가님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려주신 분이 무려 이 소설의 표지를 그려주신 분이었으니까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노벨피아에 와서 글 쓰는 것 외에 하는 것이 소설 읽는 것 뿐이라, 아틀리에같은 곳은 잘 들어가보지 않게 되네요… 그러니 이렇게 알려주시는 분이 계시면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의 글에 관심을 보여주시고,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시간과 돈을 선물받은만큼, 저도 그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새우냥 님, 후원 감사합니다!

    제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칭찬 덕분에 저는 오늘도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글 쓰는 것, 글자수 채우는 것이 마냥 힘들게 느껴졌었는데, 그래도 이제는 그렇게까지 고통스러운 부분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충동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각 잡고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을 전재로 생각하다보니 틀이 잡힌 채 시작해서 글이 막히는 빈도도 상당히 줄어들고,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한 부분도 많이 사라졌네요.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앞으로 갈 수 있는 것은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거기 감사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십사밀 님, 후원 감사합니다!

    저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번달 초에 막 연재하기 시작했을 때는 엄청 불안했습니다. 전작을 읽어주신 분들이 이번 작품도 읽어주실지, 새로 오시는 분들이 얼마나 될지. 솔직히 수익같은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구요. 하지만 늘어나는 선작수와 조회수, 추천수를 보니 제가 썼던 모든 작품 중 가장 빠르게 늘어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댓글도 어마어마하게 달리고,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도 엄청 많고… 그러니 저도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히 쓸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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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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