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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축제요?”

       “그렇다.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축제가 어울리지 않느냐?”

         

       진성은 눈웃음을 치며 물었다.

         

       “…싫어하진 않아요. 하지만 그렇게 본격적으로요…?”

         

       리세는 슬쩍 진성의 눈치를 보았다.

       진성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여기는 듯했다.

         

       ‘축제’라는 단어가 워낙 거창한 느낌을 주는지라 부담스럽기도 했고 말이다.

         

       “부담스러워할 것 없노라. 나도 좋고 너도 좋으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지 않겠느냐?”

         

       진성은 그렇게 말하며 슬쩍 슬라임을 쳐다보았다.

         

       슬라임은 몸 안에서 가시들을 뽑아내 빛의 구체 주변에 빼곡하게 꽂아 넣음으로써 울타리 같은 것을 만들어냈는데, 마치 자신이 경비원이라도 되는 듯 울타리 밖을 슬금슬금 돌아다니며 순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새타니는 뭐가 즐거운지 그런 슬라임의 위에 타올라서 낄낄낄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고, 그러다가도 목구멍 안에 손을 집어넣어 혀를 길게 빼내 슬라임의 머리를 찰싹찰싹 때리기도 했다.

         

       슬라임은 머리를 맞을 때마다 무언가 화가 나기라도 하는 듯 핵 부분에서 밝은 빛을 깜빡깜빡하며 의사 표현을 했지만, 새타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혀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슬라임의 머리를 계속 때렸다.

         

       부르르!

         

       “악!”

         

       결국, 화가 난 슬라임이 신력을 끌어올려 새타니를 집어던졌다.

         

       ‘이젠 신력을 익숙하게 잘 사용하는구나.’

         

       기괴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으며, 이미 광기로 물들어버린 신사에서는 일상이 되어버린 풍경이었다.

         

       ‘저리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니 필시 용량에는 여유가 있으렷다.’

         

       진성은 슬라임과 리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슬라임의 핵 부분은 무언가를 쥐어짜기라도 하는 듯 연신 맥동하며 신력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었고, 그렇게 끄집어낸 신력은 슬라임의 몸속을 몇 바퀴 헤엄치다 밖으로 빠져나와 리세에게 연결되었다.

         

       그렇게 연결된 패스는 리세의 몸에 결코 부족함이 없도록 신력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리세의 신체는 무쿠리코쿠리노이누가미의 신력에 걸맞은 몸으로 점점 최적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직 성장이 다 끝나지 않았기에 가능한 기연이었다.

         

       ‘성장통도 없는 것을 보니 출력이 더 강해져도 문제가 없겠고, 정신도 심마에 들 정도면 그 한계가 높을 터이니 잘만 키우면 참으로 쓸만할 것이다.’

         

       게다가 배신의 위험조차 없다.

       리세가 사용하는 신력은 그가 만들어낸 슬라임에서 공급받고 있는 것이고, 슬라임은 온전히 진성의 통제를 따르고 있었다. 거기다가 만에 하나 진성보다 뛰어난 주술사가 있어 통제가 빼앗긴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자폭시킬 수 있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리세를 무능력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게다가 리세의 아버지는 광기에 미쳐서 진성을 따르고 있는 데다가, 몸 안에 심어놓은 스파르가눔 때문에 육체까지 진성에게 속해있는 상황이다. 만약 켄지가 진성을 배신하려고 한다면 몸 안에 심어놓은 스파르가눔이 즉각 뇌혈관을 끊어놓기 시작하리라.

       만약 뇌수술이나 이능을 통해 스파르가눔을 제거하려고 한다고 해도 이미 상당한 숫자가 되어버린 ‘동료’들 전부 같은 시간에 스파르가눔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은 보복을 당할 것이다.

         

       ‘죄다 수살귀(水殺鬼)나 아귀 같은 인간들이니만큼 누구 하나가 빠져나가려 하는 것을 그냥 보진 않을 것이다.’

         

       켄지는, 그리고 그의 동료들은 전부 제들이 쳐놓은 올가미에 걸려있는 처지다.

       그들 전부가 이타적인 마음을 갖지 않는 이상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슬슬 안정권에 들어섰으니 다른 신사로 손을 뻗는 것도 좋으리.’

         

       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리세에게 말했다.

         

       “행복은 여유에서 나오는 법이지. 축제에서 즐기고 놀면서 취미에 대한 고찰도 해보고, 부산물을 얻어 신사도 키우고 신력도 키우고. 좋지 않겠느냐?”

       “네? 부산…물이요?”

         

       부산물.

       그 단어에 리세의 얼굴의 핏기가 살짝 가셨다.

         

       자신이 겪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무쿠리코쿠리노이누가미를, 그리고 지금을 생각해보아라. 내가 가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 있어서 해방이요, 그들에게 있어 복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

         

       방식이 거칠었을 뿐 결과는 좋았다.

       그러니 자신이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말도 안 되는 궤변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리세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며, 진성을 모시기로 맹세한 만큼 그가 하는 일에 군말 없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온 힘을 다해 진성을 돕는 것.

       그것이 자신의 본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축제에 대해 알아야겠지. 보자. 곧 열리는 축제가 있느냐?”

         

       하지만 이어지는 진성의 질문에 자신의 부족함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자, 잘 모르겠어요….”

         

       리세는 축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냥 신사 딸내미이자 데릴사위를 받아들이면 얌전히 내조나 할 운명이었기 때문에, 중요한 것들은 하나도 교육받지 못했다. 그리고 그 교육받지 못한 것에는 항상 신사가 끼는 중요한 행사인 축제에 대한 것들도 있었다.

         

       “괜찮다. 모든 것에는 적재적소가 있는 법. 저격수에게는 저격용 총을, 기관총 사수에게는 기관총을 주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겠느냐?”

         

       하지만 진성은 리세에게 실망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진성은 리세를 데리고 켄지에게 가서 축제에 관해 물어보았다.

         

       “네? 축제요? 물론입니다! 잘 알고 있어요!”

         

       켄지는 눈알을 번들거리며 물음에 답했다.

         

       “하지만 저보다 이 모리타 녀석이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저는 기껏해야 이 근방에서 일어나는 축제에 관여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 녀석은 유명한 경호회사 사장이라서 축제가 일어날 때마다 직원을 파견하곤 하거든요!”

         

       그는 한 번 깨어났다가 다시 정신적 충격에 혼절해버린 모리타를 손가락질했다.

         

       “위에서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시현류 후원자이기까지 합니다. 유명한 경호회사인 데다가 시현류 후원자라는 위치를 통해 시현류 무인들을 잔뜩 경호원으로 가지고 있어서 인기가 많지요! 그러니 이 녀석을 깨우면 듣고 싶은 것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하!”

         

       그 말을 들은 진성은 허공을 움켜잡아 모리타를 자신의 앞까지 끌고 온 뒤,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작게 주언(呪言)을 읊었다.

         

       “으억!”

         

       그러자 모리타는 마치 전기충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누, 누구십니까?”

         

       진성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리타의 머리카락을 뭉텅 뽑으며 말했다.

         

       “이제 알게 될 것이니라.”

         

       진성의 손에 들린 머리카락 일부가 검은 재처럼 변하고, 몇 개는 꿈틀거리는 가느다란 애벌레가 되었다.

         

         

         

        * * *

         

         

         

       “원하시는 모든 걸 물어보십시오! 다 대답해드리겠습니다!”

         

       모리타가 진성의 발아래 넙죽 엎드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직종에 종사해서 그런 것인지 모리타는 상황 판단을 끝내자마자 진성을 윗사람으로 대우하기를 망설이지 않았고, 다시는 맛볼 수 없을 쾌락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충견이 되기를 자처했다.

         

       진성은 그 모습을 만족스러운 듯 보았다.

         

       “그래. 아주 좋구나. 그럼 묻노니, 이 근방에서 곧 열릴 축제에 대해 아느냐?”

       “예! 알고말고요! 요 근처 이즈미시(出水市)에서 곧 축제가 있습니다!”

       “아주 좋구나! 그래, 어디 설명을 좀 해보게.”

         

       그런데 무엇이든 답해주겠다는 듯 열의가 가득했던 모리타가 말하기를 주저하며 진성과 리세를 슬쩍슬쩍 보는 것이 아닌가.

         

       모리타는 조심스럽게 진성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차기 신관님? 저 무녀분과 같이 갈 생각입니까?”

       “그러하다.”

         

       모리타는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그리곤 딱 봐도 규중처녀 같아 보이는 리세를 쳐다보았고, 남자와 사귀기는커녕 아예 남자에게 면역조차 없을 것 같은 청순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결심했다는 듯 말했다.

         

       “…다른 축제를 추천해드리겠습니다.”

       “어찌하여?”

       “그것이…. 거기서 하는 축제는 두 분이 가기엔 적합하지 않을 겁니다.”

         

       모리타는 살짝 한숨을 쉬고는 진성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서 하는 축제 이름이 훈도시 사나이 축제입니다….”

       “훈도시 사나이?”

       “그렇습니다. 그…. 훈도시만 입은 남자들이 잔뜩 뒤엉키는….”

         

       진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것을 추천해보게.”

         

       대안이 없다면 모를까, 굳이 대안이 있는데 그런 곳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

         

       “음…. 그거 말고 가장 빠른 것은. 아, 그렇지! 미나미사쓰마시(南さつま市)에서 해신 맞이 축제가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관광객이 오는 아주 커다란 축제입니다!”

       “그것도 괜찮구나. 시일이 어떻게 되느냐?”

       “정확히 30일 후입니다!”

       “30일 후?”

         

       진성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더 빨리 열리는 것은 없느냐?”

       “일단 제가 아는 것 중에는 훈도시 사나이 축제 말고는 없습니다. 이 근방은 요새 축제 가뭄이라서….”

       “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본디 축제라는 것은 시기가 정해진 행사였다.

       곡물의 수확이 끝난 뒤에 하거나, 본격적으로 고기잡이를 하기 전 풍어를 기원한다거나, 농사를 시작하기 전 풍년을 기원한다거나.

         

       그랬기에 축제는 비슷한 시기에 몰려서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 근방이 아닌 다른 지역은 어떠한가?”

       “일단 시마네현(島根県)의 이즈모시(出雲市)에서 인연맺기 축제가 있습니다! 수많은 음양사와 신관들이 모여서 남녀의 연을 맺어주고 축복해준다고 하는 유명한 축제입니다! 꽤 유명해서 축제가 열릴 때마다 각 지역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오기도 합니다!”

       “음양사, 신관이라?”

         

       진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른 곳을 말해보게.”

       “어…. 그러면 돗토리현(鳥取県)에서 하는 유부 축제는 어떠십니까? 이나리(稲荷)님께 유부를 바치는 축제인데, 각종 유부 요리가 나와서 미식가들에게 호평입니다. 최근에는 유부가 건강식으로 주목받으면서 일본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옵니다.”

       “유부 축제. 이나리.”

         

       진성은 귀에 들어오는 몇몇 단어에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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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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