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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0

       값비싼 비단에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궁장.

         

       기다란 머리를 말아 올려 꽂은 세 개의 옥비녀 등.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몸에 걸치고 있는 북해빙궁의 궁주 용설란을 마주한 감상은 단순했다.

         

       ‘화려하네.’

         

       과할 정도로 화려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평범한 졸부집 여인이 저러고 밖을 돌아다니면 기생이 아닐까 의심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으리라.

         

       그래서 그녀, 용설란이 기생처럼 보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저 과도한 화려함을 소화할 만한 것들을 지니고 있다.

         

       일대의 패자라고 칭할 만한 북해빙궁의 궁주라는 직책.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화려함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외모.

         

       이 두 가지가 용설란을 저렴하게 만들기는커녕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그러니 그녀는 제 직책에, 외모에 걸맞게 꾸민 셈.

         

       ‘제법이야.’

         

       사람들은 잘 꾸미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 있겠으나, 이것 또한 능력이다.

         

       제 분수에 맞게, 상황에 따라 입는 것을 달리하면 때에 맞는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기에.

         

       분위기란 곧 기세.

         

       차림새만으로 상대의 분위기를 흩트리고, 주변을 자신의 것으로 메운다면.

         

       ‘굳이 칼을 맞대고 싸우지 않고도 일정 부분 승리를 점칠 수 있게 되는 거지, 음.’

         

       백우진이 이리 감탄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부럽다.’

         

       다른 건 몰라도 저 능력만큼은 제게 없는 것이기 때문.

         

       물론 그녀 또한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 의해 꾸며졌을지도 모른다.

         

       원래 궁주쯤 되면 그녀를 보좌하는 시녀들이 수십 명은 될 테니.

         

       그걸 감안하더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기 매력이 뭔지 잘 알아.’

         

       자신이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생글거리는 눈웃음으로 상대의 마음을 뒤흔들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을 테지.

         

       첫인상을 통해 얻은 평가를 정리하는 동안, 그는 용설란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은 금여울의 심기를 매우 거슬리게 하였으니.

         

       “…흥.”

         

       놀랍도록 빠르고 은밀하게 움직인 팔꿈치가 백우진의 옆구리를 거세게 찌르고 들어온다.

         

       퍽!

         

       “……!?”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제법 매운 통증에 눈살을 찌푸리는 백우진.

         

       다행인 점은 가까스로 고통 어린 신음이 터져나오는 것만은 막았다는 정도일까.

         

       언제 그랬냐는 듯, 팔꿈치를 제자리로 돌린 금여울이 용설란의 인사에 화답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궁주님. 부족하나마 백금 상단을 운영 중인 금여울입니다.”

         

       속에서 끓는 분노를 완벽하게 감춘 채 은은한 미소로 화답하는 금여울.

         

       그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용설란이 나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감사를 표했다.

         

       “저도 꼭 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어요. 금 상단주께서 소한차의 찻잎을 양심적인 가격에 팔아주신 덕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부지했는지 몰라요.”

       “아, 아닙니다. 저는 그저 상인으로서 적절한 이윤을 남기고 찻잎을 팔았을 뿐인데요.”

         

       그녀가 변명하듯 말하자, 용설란이 웃는다.

         

       “호호홋! 적절한 이윤이라….”

         

       해마다 추워지는 날씨에 추위를 버티지 못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들의 몸을 따뜻하게 하려면 소한차를 일정 주기로 마시게 하는 방법뿐.

         

       그런 상황에서 다른 상인이었다면 소한차의 찻잎에 얼마를 매겼을까.

         

       “금 상단주께서 진정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다행이에요.”

       “상인으로서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으니 염려 놓으세요.”

       “어쩜….”

         

       고사리 같은 주먹을 불끈 쥐며 상인으로서의 의기를 보이는 금여울의 모습에 감탄하는 용설란.

         

       귀엽게만 생긴 여인이 저토록 단단한 의지를 내비치는 것이 마냥 귀엽고, 대견했다.

         

       마음 같아선 그녀와 꼭 붙어 앉아 동생 대하듯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었지만.

         

       “자아…, 그럼 다음 분과도 인사를 나눠야겠죠?”

         

       애석하게도 손님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사실 이쪽이 용설란에게 더 큰 흥미를 끌었다.

         

       금여울의 손을 내려놓은 그녀가 다가서자, 포권을 취하는 백우진.

         

       “백우진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굵직하고 단단한 음성.

         

       한 번 손을 대려 할 때마다 수십 번 고민하여 깎아낸 듯한 외모.

         

       거기에 무복으로도 쉬이 감춰지지 않는 근육으로 오밀조밀 뭉쳐 있는 육체.

         

       마지막으로 제 실력으로는 조금도 파악할 수 없는 까마득한 경지까지.

         

       그녀의 눈에 요사스러운 기운이 감돌았다.

         

       “정말…, 천광검신이란 위명에는 조금도 거짓이 섞여 있지 않았나 봐요.”

         

       소문이란 본디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수록 그 크기를 부풀리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북해빙궁의 땅에 닿는 중원의 소식들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특히 중원에 뿌리내린 제 직속 정보원이 아닌 다른 이들의 입으로부터 전해지는 정보는 더욱 그러했다.

         

       한데.

         

       ‘이 사내는 기대 이상이야.’

         

       그를 보자마자 깨달았다.

         

       천광검신이라는 이름이 쌓아 올린 명성에는 그 어떤 거짓도 없을 거라고.

         

       도리어 소문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백우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과찬이십니다.”

         

       제 위명을 겸연쩍어하는 모습마저도 좋게 본 그녀가 두 사람을 자리로 안내했다.

         

       “자, 인사도 나눴으니 나머지 얘기는 앉아서 해요.”

         

       의자에 앉는 세 사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전속 시녀가 세 잔의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오직 빙궁에서만 나는 풀로 만든 차예요. 뜨거운 찻물을 마시면 신기하게도 시원함이 입에 감돈답니다.”

         

       그녀의 말에 찻물을 들이켜는 두 사람.

         

       연녹색의 찻물을 입에 머금고서 천천히 혀를 굴려본 두 사람의 눈이 조금씩 커졌다.

         

       “와아…, 정말이네요. 뜨거운 찻물을 마셨는데 입이 시원해요.”

       “호호, 그렇죠?”

         

       그녀의 말대로 입 안이 시원하다.

         

       입에 시원하면서 쌉싸름한 느낌을 전하는 박하와는 조금 다른 느낌.

         

       마치 겉이 불타고 있는 얼음이 있고, 그것을 먹는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한 차례 찻물을 들이켠 뒤, 용설란이 물었다.

         

       “그래서…, 금 상단주와 백 대협께선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나요?”

       “그게….”

         

       말끝을 흐리며 백우진에게로 눈길을 던지는 금여울.

         

       이에 그가 나서서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찾는 물건이 있는데, 이곳에 그중 하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발걸음 했습니다.”

       “찾는 물건이라…,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수행신주라는 물건입니다.”

       “수행신주….”

         

       수행신주…, 수행신주.

         

       그의 대답을 몇 번인가 입에 굴려보던 그녀가 이내 미안하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수행신주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어요.”

       “음.”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주먹만 한 크기의 구슬입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으나…, 아마 구슬에서 푸른빛을 내뿜고 있을 것입니다.”

         

       목령신주에서는 찬란한 녹색 빛이 뿜어졌다.

         

       그렇다면 수행신주에는 그에 걸맞게 푸른 빛이 뿜어질 터.

         

       이를 골똘히 생각하던 용설란이 입을 열었다.

         

       “아…, 본궁에 그런 비슷한 물건이 있기는 해요.”

         

       그녀의 대답에 눈을 부릅뜨는 백우진.

         

       “…정말입니까?”

       “네, 주먹만 한 크기에 푸른빛을 내뿜는 구슬이요. 이름은 틀리지만요.”

         

       말한 것과 비슷한 형태에 이름이 틀리다, 라.

         

       어쩌면 과거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면서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름을 숨겼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백우진이 물었다.

         

       “그 구슬의 이름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거야 어렵지 않은 일이네요. 그 구슬의 이름은….”

         

       그녀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만년빙정(萬年氷精)이랍니다.”

         

       만년빙정(萬年氷精).

         

       북해빙궁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보물이다.

         

       손에 쥐면 단숨에 빙공의 대가가 되어 세상을 발아래 둘 수 있다는 오만한 전설이 깃든.

         

       이러한 만년빙정은 실제로 존재한다.

         

       다만, 누구도 이를 손에 넣지는 못했다.

         

       과거 북해빙궁의 궁주들이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 의기양양하게 다가가 만년빙정에 손을 뻗었으나, 그들은 모두 똑같은 결말을 맞이했다.

         

       죽음.

         

       빙공을 극성으로 익힌 몸으로도 만년빙정의 냉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온몸이 얼어 죽어버린 것.

         

       ‘만년빙정이란 말이지….’

         

       만년빙정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한기가 한 곳에 모여 만들어진 보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속설일 뿐.

         

       만약 만년빙정의 원래 이름이 수행신주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도 그럴 것이.

         

       ‘얼음은 동시에 물이기도 하니까.’

         

       묘목의 말대로 얼음과 물은 서로 같은 본질을 지녔으니까.

         

       수행신주에 어떤 문제가 생겨 물 대신 얼음을 쏟아내고 있는 거라면 얼추 말이 되기도 하고.

         

       하나 추측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법.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기에.

         

       “혹시 그 만년빙정을 견식해볼 수는 없겠습니까?”

         

       백우진은 간절한 눈빛과 말투로 용설란에게 애원하였으나.

         

       “죄송해요, 그건 어려울 것 같네요.”

         

       그녀는 단호하게 제안을 거절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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