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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0

       “자. 이것도 한 번 먹어봐. 우리 세상에서 이백년 정도 요리만 한 녀석이 만든 거야.”

       “어이. 수염 땅딸보. 이백년 경력을 도대체 어디다 써먹는가? 최소한 오백년 정도는 한 직종에 종사해야 장인이라고 부르지.”

       “내가 언제 장인이라 그랬어?! 요리만 한 녀석이라고 그랬잖아! 이 귀큰놈아! 그리고 말이다! 오랜 시간을 들인다고 실력이 높아진다는 건 네 놈들의 낡고 고리타분한 편견이다! 재능이란 건 세월에 의해 정해지지 않아!”

       “아. 그래서 우리보다 열등한 대장장이 실력을 지니고 계신가?”

       “…이 미친놈이. 한 번 해보자는 거냐!?”

       “거 양쪽 다 적당히 하시죠. 이 자리는 각 세계의 요리로써 겨루는 자리입니다. 무력을 사용하실 거면 사장님께 허락을 받으십쇼.”

       “…쯧. 운 좋은 줄 알아라. 귀큰놈. 네 무릎을 반토막 내려다가 봐주는 거니까.”

       “네 수염을 뜯어내려다가 봐준 거란 생각은 안 드나? 멍청한 땅딸보 같으니.”

       

       서로 이를 악무는 두 존재를 가만 바라보던 바루는 그 신경질적인 시선의 한 가운데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난 단순히 이 곳에 존재하는 분들께서 주신 음식을 받아먹고 있었을 뿐인데 어쩌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 된 것이냔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이 분 저 분이 주시는 맛난 음식을 받아먹었을 뿐이었다.

       

       아라와 만나고 나서 세상에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이 많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던 본인이다.

       

       본인이 지니 미식의 세계를 한층 더 넓힐 기회가 찾아왔는데 그를 어찌 거절하겠는가.

       

       뭣보다 이 곳에 자리한 분들은 하나하나가 본인을 따위로 만들어 버릴 고강하신 분들.

       

       아무리 아라가 뒤에 있다지만 저분들의 호의를 무시하는 것은 거대한 결례가 될 터이니. 본인은 모든 음식을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다양하고도 맛난 음식을 먹으며 귀여움을 받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으니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 그래. 어떤 한 분께서 꺼낸.

       

       ‘바루야. 우리 세상의 음식이 저 예술감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멍청이의 세상에서 가져 온 음식보다 훨씬 낫지?’

       

       라는 말에 시비가 걸리신 분께서.

       

       ‘뭐래는 거냐. 그 똥 같은 음식을 내밀고 압박을 주니까 바루 표정이 썩어 들어가는 거 안 보여?’

       

       라고 대답을 함에 따라 난장판이 시작되었다.

       

       분명 처음엔 단순히 나에게 각 세계의 미식을 선보이겠단 느낌으로 이어지던 행사가 어느새 본인의 혀에 의해 각 세계의 미식을 평가하는 자리로 변질된 것이다.

       

       졸지에 여러 세상의 음식을 평가하게 된 본인은 그 때부터 여러 고강한 분들의 무시무시한 시선을 받으며 여러 음식을 먹어야 했지.

       

       위장에 구멍이 뚫릴 듯한 느낌이었지만 도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본인이 슬며시 물러설 기색을 보이면 다음에 나올 음식이 별로여서 저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음식을 준비하던 분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는 게 훤히 보였으니까.

       

       신수께 도움을 요청해 보아도 별 달라질 것은 없었다.

       

       내 요청을 파악한 신수께서는 이 열기를 진압해 보려고 노력하셨지만 이내 몇 사람에게 힘으로 포박 당해버리셨으니.

       

       결국에 아라가 와야지만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일 텐데.

       

       아라야.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냐. 빨리 와서 본인을 좀 살려다오. 이러다가 위장에 구멍이 나서 죽어버릴 것만 같구나.

       

       “이번에는 이걸 먹어 보겠나? 세상이 멸망하기 전에 박제해 둔 음식 중 하나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아라를 기다리던 바루는 자신의 위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듣고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곳에 자리한 남자를 본 순간 바루는 꼬리를 바짝 세우면서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어이. 서버 노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바루한테 음식 가져다주랬지 위협하랬어?”

       “이러다 우리 귀여운 바루가 울려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라님한테 발렸다고 바루한테 복수하려고 그런 거야?”

       

       도술을 펼쳐 자신의 몸을 지키기까지 한 바루의 모습에 여기저기에서 남자를 향한 타박이 들어왔다.

       

       “아무것도 안 했다! 계약에 의해 수많은 제약이 걸려 7일 168시간을 일하는 내가 남을 해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 비난에 남자는 억울한 듯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을 했지만 그 주장을 믿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 세상을 멸망시키고 다른 세상까지 손을 뻗으려했던 미치광이와 자그마하고 귀여운데다 풋풋하기까지한 여자아이 중에서 누가 더 믿음직스러울지는 분명하니까.

       

       “서버 팀장! 팀원 관리 안 해?!”

       “쯧. 이래서 귀 큰 놈들은.”

       “요즘 고생하는 건 알겠지만 이렇게 사고 치게 내버려 두면 안 되지.”

       “관리고 나발이고 그냥 다 같이 조져. 얘가 좀 덜 맞았나 보지.”

       “그래도 됨까?”

       “안 그래도 요즘 스트레스 쌓였는데 잘 됐다!”

       “잠시! 진짜다! 난 순수한 호의로! 끄아아아악!”

       

       여러 존재에게 둘러쌓인 남자에게서 참혹한 소리가 나오던 그 때에. 바루의 옆을 지키던 샤인이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튕기자 남자와 그를 둘러싼 이들의 모습이 자취를 감추었다.

       

       “이 어린 애한테 참혹한 모습을 보여줘서 어쩌잔 건지”

       “저어. 샤인님. 어리다고 하기엔 제 나이가.”

       “여기에 있는 온갖 노괴들에 비하면 어린 게 맞답니다. 바루. 괜히 많은 분들께서 당신에게 맛있는 걸 먹이려 한 게 아니에요.”

       “…어. 그건 알겠습니다만. 저 분께서는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는데요.”

       

       바루가 다급히 물러선 이유는 저 남자에게서 강렬한 거부감이 느껴져서 그랬던 것뿐이다.

       

       결코 남자가 무슨 악행을 한 것은 아니었다.

       

       억울하게 처벌받고 있는 남자를 구원하기 위해 다급히 목소리를 낸 바루였지만 샤인은 그 말을 듣고서도 부드러운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건 저희도 알아요.”

       “…예?”

       “그냥 저 건방진 남자를 때릴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랍니다.”

       

       평소 자기 마법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 나대는 게 보기 싫었을 뿐이니 신경 쓰지 말란 샤인의 말에 바루는 눈을 끔뻑이다가 이내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샤인의 말이 옳으니 저건 신경 쓰지 말고 이 귀큰놈과 우리 멋진 드워프의 음식 중 뭐가 더 나은지가 평가해다오.”

       “하. 어차피 뻔한 결과인데 굳이 패배의 결과를 들으려 하는가. 보는 풍경이 작아서 지혜도 자그마한가 보군.”

       “쫄았냐? 네 음식이 질 것 같아서 쫀 거지?”

       “천한 어투로 지껄여대긴.”

       

       …아라야! 본인은 이 이상 시간을 끌 수가 없다!

       

       제발 좀 본인을 도와주러 와다오!

       

       이러다가 본인이 방금 전의 남자처럼 처참한 꼴을 당할 것 같단 말이다!

       

       그녀의 외침이 저 먼 곳에 닿은 것일까.

       

       드워프와 엘프의 목소리가 점차 크기를 키워가던 그 때. 바루의 옆에 균열이 생겨나더니 그 곳에서 아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간을 찌푸린 채 곰방대를 피워대는 그녀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잠시 떠나간 사이에 무슨 대화를 나누었기에 표정이 저리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말인가. 무엇이 잘 안 풀린 것일까?

       

       “바루야.”

       “으. 응?”

       “왜 그리 표정이 좋지 못한게냐. 설마 이 멍청한 놈팽이들이 주제를 모르고 그대에게 패악질을 부린 게냐?”

       

       아라는 그대의 뒤에 본인이 있을 지언데 간도 크군 그래. 라고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기운으로 주변을 짓눌렀다.

       

       변화는 즉각적이었다. 바루로써는 감히 자신을 비교할 수도 없었던 여러 고강한 존재들이 하나 둘 얼굴을 창백히 물들이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다! 아라야! 이 분들은 본인을 챙겨주려 했을 뿐 딱히 본인을 곤란케 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이런. 그대가 울상을 짓고 있기에 괴롭힘이라도 당한 줄 알았더니.”

       

       아라가 눈썹을 살짝 치켜들면서 기운을 거두자 주변에 서 있던 이들이 긴 한숨과 함께 바닥에 널부러진다.

       

       시간 상으로는 아주 짧은 겁박에 불과했지만 그 겁박이 다른 이들에게 가져다 준 공포는 더할 나위 없이 거대했던 것이다.

       

       “다들 미안하게 되었군. 방금 전에 좀 안 좋은 일을 처리하고 와서 성질이 급해졌던 모양이야. 내 사과하지.”

       “아…아뇨. 괜찮습니다. 그렇지? 땅딸보?”

       “물론이지요. 아라님.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 귀큰놈이 말했듯 저희는 괜찮습니다.”

       

       아라가 선선히 고개를 숙이자 방금 전까지 으르렁대던 엘프와 드워프가 손을 맞잡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니 다행이다만. 바루야. 백호 녀석은 저기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이냐?”

       “일이 소란스러워 지는 것을 막으려다 포박 당하셨다. 나름대로 노력을 하셨지만 혼자서는 한계가 있으셨던 모양이야.”

       “하아. 거 녀석. 나약해서는. 회사의 일에만 치중하지 말고 개인을 단련하는 데에도 집중을 해야지.”

       

       한숨과 함께 아라가 기운을 움직이자 백호를 포박하던 모든 마법이 사라지며 백호가 자유를 되찾았다.

       

       그는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 주위의 다른 이들을 노려보았지만 바로 앞에 아라가 있었기에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슬며시 아라의 눈치만을 보았다.

       

       “이야기는 끝나셨습니까?”

       “그래. 원하던 것은 얻었다만 내어준 것이 너무도 크군.”

       “고생하셨습니다.”

       “되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그보다 방금 전까지 이 곳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설명을 해보거라.”

       “아. 그것이.”

       

       회사에 머무르던 이들이 바루를 심판 삼아 각자 세상에 존재하던 음식을 내놓으며 서로의 요리가 우월함을 주장하고 있었단 백호의 설명에 아라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바루야. 저들이 내어준 음식은 어땠느냐. 맛이 있었느냐?”

       “그야 물론이다. 어느 하나 미식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뿐이었다. 무엇이 낫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별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지.”

       “흐음. 그렇단 말이지.”

       

       곰방대를 입에 문 채로 입꼬리를 끌어올린 아라는 연기를 내뱉고 나서 느긋하게 목소리를 냈다.

       

       “마침 잘 되었구나. 신경질도 나고 배도 고픈지라 무엇을 먹을 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본인이 직접 음식을 평가해주도록 하겠다. 다들 자신이 자랑하는 음식을 가지고 오도록.”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협박이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음식을 제공해 달라 ‘요청’한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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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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