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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0

   파르테스 성단.

     

   그런 성단 소속의 일원들이 지내고 있는 땅.

   검은 땅.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땅 위에 우뚝 솟아올라 있는 성 한 채.

   그곳이 바로 오대 신 중 하나인 죽음의 신, 파르테스가 지내는 성이다.

     

   그런 파르테스의 성과 거리를 한참 둔 장소에 신들은 거대한 도시를 원 그리듯 만들어 생활하고 있었다.

     

   신에게 거처란 그저 잠시 머물 뿐인 장소다.

   그러니 실제로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파르테스 성단 소속의 천족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신들이 지어놓은 도시를 관리하면서도 정작 신들이 거의 지내지 않는 집에서는 생활하지 못한 채 바깥 외부의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 천족들 사이.

   최근 묘한 소문이 하나 돌고 있다.

     

   “레키, 그거 들었어? 최근에 중급 신들이 차례차례 실종되고 있데.”

   “중급 신들이 실종될 수가 있는 거야?”

     

   바로 중급 신들의 실종.

   각 성단 소속에 속해져 있는 중급 신들이 계속해서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하급 신과 달리 영생에 버금가는 삶을 살아가는 중급 신이다.

   그런 그들이 대뜸 실종되고 있다니 당연히 믿어지지 않았다.

     

   “혹시 상급 신 중 어느 분께서 중급 신을 응징하고 있는 거 아니야?”

     

   천족들 중 누군가가 가능성을 제기했다.

     

   “상급 신께서 굳이 중급 신들을?”

   “무언가 심기를 건드렸다든가.”

   “하지만 성단 소속에 속한 중급 신들이잖아. 이런 짓을 하면 다른 상급 신과도 부딪치게 될 거야.”

     

   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신들의 자존심은 높아진다.

   그런 만큼 자신의 성단 소속을 건드리는 일을 자존심 때문에라도 가만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그래서 상급 신들중에서도 유의 깊게 보고 있는 분들이 있으시다던데?”

   “신계가 난장판이 되겠네.”

     

   상급 신이 나선다면 어떻게 될지 잘 아는 천족들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상급 신이 많이 속한 파르테스인 만큼.

   천족들은 상급 신들을 볼 일도 많았다.

     

   상급 신은 재해 그 자체다.

   그들의 단순한 손짓 한 번으로도 천지가 뒤바뀐다.

     

   그런 상급 신들이 서로를 소멸시키기 위해 맞붙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길게 고민하지 않아도 어떻게 될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우리한테 소문이 퍼질 정도라면 신들은 이미 다 알고 계시겠는데.”

   “어쩌면 범인도 알고 있을지도.”

     

   그렇게 천족들 사이 수군거림이 이어진 시각.

     

   중급 신 하나가 바닥을 구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본래라면 화염을 마음껏 다루던 중급 신이었으나 어째선가 그는 지금 어떠한 화염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화르륵!

     

   대신, 그를 쫓는 이에게서는 어김없이 화염이 흘러나왔다.

     

   “이게 대체?!”

     

   그가 경악한 소리를 내뱉었다.

   아무리 신기를 쓰려고 해도 도무지 나오는 것이 없다.

     

   쿵!

     

   그 순간 그의 앞을 잿빛의 화염을 두르고 있는 자가 막아섰다.

     

   그의 검이 뻗어 나오며 중급 신의 목을 반듯하게 잘라 버렸다.

   날아가 버린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이를 본 사내는 그대로 손을 들어 올렸다.

   손아귀에서 흘러나온 빛이 중급 신에게 담겨 있던 신기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든 신기를 뽑아낸 순간 중급 신이 그대로 잿가루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크라슈는 무너지는 중급 신을 힐끗 보고는 손을 쥐었다 폈다.

     

   “이제 몇 명째지.”

   “스무 명째군요.”

     

   크라슈는 뒤에서 들려온 대답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크라슈를 충실히 돕고 있는 마이오스가 있었다.

     

   크라슈에게 소멸당할 뻔한 뒤로 그는 크라슈의 종이 되었다.

   신계 각지에 퍼져 있는 중급 신들의 거처와 위치를 알려준 것도 전부 마이오스의 정보 덕분이었다.

     

   크라슈가 지금 사냥하고 있는 중급 신들은 하나같이 중간계에 손잡고 개입한 이들이었다.

   오죽하면 몇몇 신들은 기술과 연관해 기억에 있었다.

     

   딱히 신을 죽였다는 죄책감은 없다.

   그들이 제2 라그나로크를 일으키며 중간계에 만든 사상자만 해도 손을 셀 수 없을 지경이니까.

     

   무엇보다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세계 침식을 재림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가장 괘씸하다.

     

   “그래? 그럼, 지금 네가 보기에 내가 상급 신과 대적할 수 있을 거 같냐?”

     

   마이오스는 크라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난 시간 동안 중급 신만 스무 명을 집어삼킨 크라슈에게서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이렇게나 힘을 흡수하느라 몸이 붕괴했을 테지만.

     

   크라슈의 육체는 성위 마법을 통해 한 번 재구성 된 적이 있다.

   거기에 성계의 영역에 도달하게 되며 얻게 된 내부의 별 또한 총량을 늘리는 데 이바지했다.

     

   그 결과, 크라슈는 지금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신기를 흡수할 수 있었다.

     

   “안 됩니다.”

     

   마이오스는 덤덤하게 지금의 크라슈가 상급 신에게 닿지 못할 거라 대답했다.

   이렇게나 중급 신을 삼켰음에도 아직 모자란다. 이 소리인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벨라의 성위 마법을 부쉈던 당시에 일격은 아직 닿지 못했다.

   신계에 있던 신들조차 놀라 중간계를 엿보게 했던 일격.

     

   그 일격은 세계 침식의 힘과 중간계 모든 힘을 합쳐 쏟아낸 일격이었다.

   상급 신에게도 닿을 필사의 일격이었다.

     

   아직 그 일격에 닿지 못하는 시점에서 확실히 상급 신과는 대적할 수 없겠지.

     

   ‘문제는 그 일격을 자유자재로 다뤄야 한다는 거지.’

     

   크라슈가 침음을 삼켰다.

   확실히 상급 신은 닿지 못할 벽과 같은 존재였다.

     

   아벨라가 사용하던 성위 마법을 자유자재로 펑펑 다룬다고 생각해 보면.

   눈앞이 깜깜하다.

     

   게다가.

     

   ‘신기를 흡수하면 할수록 점점 더 인간과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크라슈는 자신의 손아귀를 내려다보았다.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신기를 흡수하다 보면 중간계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급 신조차 여러 법칙을 무시한 하계문을 통해야 겨우 중간계에 갔을 정도다.

   이미 하급 신은 아득히 넘어서 중급 신 중에서도 완숙한 형태에 이른 크라슈가 과연, 중간계로 갈 수 있을까.

     

   ‘아니, 갈 거다.’

     

   그러나 크라슈는 망설임 없이 확신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일을 마치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돌아가 줄 생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크림슨가든과 아직까지 연락이 닿고 있다는 것.

   크림슨가든 쪽에서도 아서의 실종과 관련해 좋은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하계문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이례적인 것이라 정보를 얻는데, 곤욕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상급 신 데모리스를 쓰러트리지 않으면 하계문에 관해서는 알 수 없는 건가.’

     

   크라슈는 한차례 한숨을 쉬었다.

     

   아서 녀석 괜찮을까.

   이쯤 돼서도 소식이 전혀 없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디 가서 당할 놈은 아니긴 한데.’

     

   차라리 도둑의 신을 먼저 찾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녀라면 아서도 찾아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됐다.’

     

   크라슈는 잿가루가 된 중급 신을 병에 담았다.

   천족, 리지스에게 제조를 부탁한 역천검을 만들기 위함이다.

     

   마음 같아서는 상급 신으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급 신과 상대가 안 된다는 게 현실이니.

   일단은 되는대로 만들어 볼 속셈이었다.

     

   “크라슈 님, 슬슬 위의 신들이 움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기간 내에 벌써 성단 소속이 있는 중급 신을 스무명이나 죽였다.

   당연히 위에 신들도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터.

     

   “내 존재는 알고 있을 거 같냐.”

   “예, 도둑의 신이 날뛸 때와 같은 상황이니까요.”

     

   도둑의 신 또한 크라슈와 같이 신기를 빼앗고 신을 잿가루로 만들어 버린다.

   최대한 잿가루를 치웠다곤 하나 상위 신들 중에는 이를 눈치챈 이가 있을 터.

     

   “중급 신 사냥도 슬슬 한계라는 소리네.”

   “감언하자면 아무리 중급 신을 계속 흡수한다 한들 상급 신과는 맞서지 못할 거라 봅니다.”

   “이유는?”

   “그들과 중급 신은 존재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지요.”

   “근본이 다르다는 건.”

     

   마이오스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이 대뜸 사라졌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게 사라진 게 아님을 알고 있다.

   육체를 벗어 던지고, 대신 몸의 일부가 별의 빛으로 바뀐 것이다.

     

   “중급 신에 이르면 조금은 육체를 벗어날 수 있긴 하나, 고작해야 이 정도가 한계죠.

   이마저도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상급 신이라면.”

     

   마이오스는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하였다.

     

   상급 신은 별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그들은 육체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들이 육체를 지닌 것도 어디까지나 상대가 자신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함.

   실질적으로 그들은 이미 육체란 탈을 벗어낸 신적 존재다.

     

   “중간계의 비유를 돕자면 하급 신은 애벌레 상태, 중급 신은 고치, 그리고 상급 신은 나비죠.

   고치와 나비에게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고치 상태로 아무리 날뛰어봤자 날개를 펼친 나비를 따라갈 수 없는 것처럼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별이 돼야 한다. 이런 건가.”

   “개념은 비슷합니다. 정확한 건 저도 아직 깨닫지 못한 부분이지만요.”

     

   육체를 벗어내는 방법을 알았다면 마이오스도 이미 진작 상급 신이 됐을 거다.

   이 방법을 모르기에 그는 여전히 중급 신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비와 고치는 싸우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되겠죠.”

     

   나비에게 있어 고치란 기껏해야 움직이지 않는 존재일 뿐.

   아무런 피해도 끼칠 수 없다.

     

   “그렇다면 최상위라고 불리는 다섯 신은.”

   “그분들에 관해서는 저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저 뭐라 해야 할까, 어떠한 현상에 더 가까운 존재들이십니다.

   신들 중에서도 가장 오랜 기간을 살아오신 분들이니까요.”

     

   상급 신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최상위 신은 애초에 이야기를 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한다.

   새삼, 신계란 곳이 어떤 곳인지 깨닫게 된다.

     

   “어쩌면 지금도 저희를 보고 계실지도 모르죠. 신계 전체가 그분들의 것이니.”

     

   마이오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하늘에는 코앞에 보이는 거대한 위성들과 별들만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괴물 소굴.’

     

   중급 신, 한 명만 해도 중간계에 재림한다면 쑥대밭이 될 텐데.

   그런 중급 신이 이곳에서는 발에 채는 수준이다.

     

   ‘새삼 터무니없는 곳에 들어왔네.’

     

   도둑의 신은 정말로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해서 데려온 걸까.

   솔직히 말해 크라슈는 신계를 보고 질리는 기분이었다.

     

   왜 인간과 신이라는 틀이 나뉘어져 있는지 자꾸만 깨닫게 된다.

     

   “어?”

     

   그 순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마이오스가 반응했다.

     

   크라슈가 그의 반응을 듣고, 고개를 돌린 찰나.

   크라슈는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유성 하나를 보았다.

     

   이를 보고 크라슈가 의문을 보이자, 마이오스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어 갔다.

     

   “크, 크라슈 님, 큰일입니다!”

   “저게 뭔데.”

   “상급 신입니다! 상급 신 중 한 분이 이쪽으로 오고 계신 겁니다!”

     

   크라슈의 얼굴이 굳었다.

   설마하니 상급 신이 직접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썩을, 꼬리가 잡혔나.”

     

   크라슈가 당장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성은 꼬리를 물고 크라슈를 집요히 쫓아왔다.

     

   크라슈의 몸이 인비저블이 발동되며 사라져갔다.

     

   동시에 몸에 엑셀이 서렸다.

   이걸로 시간을 벌어 최대한 도망쳐 볼 속셈이었다.

     

   화륵!

     

   동시에 크라슈의 몸에서 대뜸 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불길에 크라슈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이그니스?’

     

   이그니스가 대뜸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리고 곧 크라슈의 고개가 다시금 유성을 향했다.

     

   ‘설마.’

     

   쿠우우우웅!

     

   그 순간 눈앞에 무언가 착지하며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크라슈가 착지한 이를 피해 두 걸음 물러서자 연기는 그대로 불타 없어져 버렸다.

     

   잠시 후, 연기 속에서 나타난 인물을 보고 크라슈의 눈이 서서히 뜨여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타오르고 있는 머리카락과 새빨간 눈동자.

   전신이 화염으로 휘감겨 있는 존재는 크라슈를 보고, 천천히 웃음 지었다.

     

   [ 내 이그니스를 지금까지 잘도 멋대로 써먹었군. ]

     

   상급 신.

   인페르노.

     

   이그니스의 주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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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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