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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1

       

        

        

        

        

        

        

       “그래서, 요즘은 다들 어떻게 지내시는지?”

        

       “별 거 있나. 옛날처럼 장구류도 못 벗고 대충 바닥에 널브러져 자는 시대는 끝났지. 네가 안 왔으면 다들 일주일 정도 더 퍼질러져 있었을 거다.”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하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고, 그 모든 상황이 내 기억에도 남아있었다. 옛날에는 일주일씩 씻지 못했던 경우도 다분했으니까. 그것도 수도가 멀쩡한 뉴욕 센트럴 파크 HQ의 한복판에서도. 머리를 감다가 출동 명령이 떨어졌던 횟수만 세도 30번이 넘을 걸.

        

        뉴욕의 상황이 본격적으로 안정됨에 따라 그런 상황은 조금씩 사라졌지만, 그 당시의 상황은 헤드쿼터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조금이라도 자투리 시간이 남게 되면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도 이 즈음이었다.

        

        ‘얘네가…특수부대원이라고?’ 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바닥에 질척하게 늘어진 채 하루의 절반을 잠으로 보내는 대거 팀의 지금 모습도 그 일환이었다. 시간이 남을 때 바닥까지 긁어낸 체력과 정신력을 최대한 빠르게 회복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해야 할까.

        

        

        

       “하긴, 그러니 훈장 수여식도 생략됐겠죠. 아까 전자캘린더 잠깐 뒤져보니 하루 전에 아르테미스 축출 기념 대통령 연설도 있든데…뭐, 갔을 리가 없겠지만.”

        

       “나중에 녹화본으로 적당히 보면 충분하지, 뭘.”

        

        

        

        실로 이들다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해도 이들이 계속해서 쉬는 건 아니었다. 적당히 여유시간을 가진 후에는 다시 일선에 복귀해야만 했으니까. 사실 일선이라고 해봤자 이전처럼 최전방 혹은 적의 후방을 쏘다니며 사보타주와 폭격 유도를 하고 다니는 그런 건 아니긴 했지만.

        

        요컨대…언젠가 말했듯 후임 양성이었다. 이번 전쟁을 통해 사람보다 뉴욕을 활보하는 사슴이 더 많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사슴이 많아졌단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 반대였다.

        

        

        듣자 하니 지금도 센트럴 파크 HQ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정 나이대 이상의 사람들은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이론과 실전적인 전투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시점이라나. 그렇게까지 해야만 할 정도로 전투 인력이 모자라단 소리.

        

        지금까지는 만능해결사인 대거가 눈 앞에 보이는 장애물을 몽땅 때려부수고 돌아오면 그만이었지만, 언제까지나 그런 불구덩이 속에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했고….

        

        슬슬 우리가 아닌 또 다른 대거가 필요한 시점이 오고 있었다.

        

        

        좌우지간, 말이 좀 샜다.

        

        이들이 이렇게 푹 쉬고 있는 걸 보자니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덧붙였다.

        

        

        

       “그러면 한 며칠 후에 올까요?”

        

       “어림도 없지.”

        

       “상어 입방정 때문에 기어코 플로리다까지 가게 생겼구만.”

        

       “흠, 여기 떨어진 이후 미국 투어는커녕 사람만 1만 명 넘게 죽인 막내에게 한 줌의 마음의 위안이라도 되찾아줄 필요는 없다는 뜻이로군요. 그 또한 하나의 의견이니 존중하지요.”

        

       “씨발,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언어의 마술사 로렌티나, 오늘도 대거 팀 한 명을 쓰레기로 만들다.

        

        바닥에 쥐죽은 듯 널브러져있던 체스터가 벌떡 일어나 우우- 하고 야유를 퍼부었고, 다들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낸 마커스에게 잡히는 걸 죄다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먹다 남은 피자와 팝콘이 허공을 날았고, 그의 연인이기도 한 레이피어마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하여 마커스는 반쯤 누덕누덕한 걸레짝이 되었고, 로건은 그 꼬라지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군인이어서 다행이구만.”

        

       “어머, 왜 그러시는지?”

        

       “니가 군인이 아니었으면 역사에 길이 남을 스탠딩 코미디언이 되거나, 두 번째 히틀러가 됐을 걸.”

        

       “상어는 콧수염을 못 기르니 전자가 더 마음에 드는군요.”

        

        

        

        이걸 지금 농담이라고 하는 건지 원.

        

        그 와중 스탠딩 코미디언과 히틀러를 둘 다 모르는 진과 레인은 이건 무슨 대화냐면서 주변에 묻고 있었다. 실로 기막힌 희극 그 자체였다.

        

        그 꼬라지를 보면서 한숨을 터뜨린 오웬스가 홀로그램을 켰다. 뭔가 했더니 플로리다의 날씨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현재 7월 말이었기에 다행히도 허리케인이 느닷없이 날아들 걱정은 비교적 적었다. 남부에 폭풍이 상륙하는 때는 보통 8월부터 11월 사이였기도 하고.

        

        한두 명씩 유심히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하더니, 이내 한두 마디씩 던졌다.

        

        

        

       “오늘 바로 갈 예정인지?”

        

       “플로리다 쪽이면 스펜서 장군이 관할하는 곳이겠구만. 작년에 허리케인 큰 게 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막상 갔더니 쑥대밭이 되어있지 않기를 바라야겠어.”

        

       “마이애미까지 한 1700km 가량 되니, 수송기 하나 빌려타고 가면 되겠구만.”

        

       “여자친구 입히려고 산 수영복을 제가 입게 될 줄은 몰랐…악!”

        

       “그냥 대충 입어, 그런 거 입지 말고. 이 망할 놈아.”

        

        

        

        드물게도 얼굴에 부끄러움을 띄운 로건이 로렌티나의 말을 원천차단했다.

        

        모두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아직 수영복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진과 레인을 뒤로 하고, 주변에 있는 이들이 슬그머니 로건의 눈치를 보았다. 당연하겠지만 얼마 지나지도 않아 꿈도 꾸지 말라는 로건의 일갈이 들려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로건은 그저…누구나 생각하는 그런 천쪼가리에 가까운 수영복을 입기 싫은 것이었다.

        

        

        

       “슬슬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는지?”

        

       “지랄하지 마라, 진짜.”

        

       “그럼 막내는 어떤지?”

        

       “그건 좀….”

        

        

        

        시선이 오갔다.

        

        물론 이 상황을 직선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됐다. 로렌티나가 어떤 사람인지를 간단하게 생각해본다면, 이 양반은 자기가 입고 싶어서 수영복을 입는 게 아니라 ‘왜 나는 입는데 너희들은 안 입느냐’는 추궁을 할 기회로 삼기 위해 입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양반은 설령 실제로 수영복을 입더라도 단 1도 신경쓰지 않을 사람이기도 했다. 듣자 하니 원래도 마이페이스였는데 여자가 되고 나서는 그야말로 기행의 덩어리가 되었다나 뭐라나.

        

        자신조차 희생해서 기회를 만드는 사람은 이토록 무서운 법이었다.

        

        

        그로부터 몇 분이나 지났을까, 로렌티나의 수영복 난이 성공적으로 진압된 후 계획이 한 단계씩 전진한다.

        

        거기까지 가는 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직 철도망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기에 이용 가능한 공항에는 하루에도 몇십 번씩 수송기가 이착륙했고, 그 사이에서 마이애미로 향하는 항공편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 그리하여 이동 문제도 간단히 해결되었다.

        

        본래라면 태스크포스가 담당 지역을 벗어나 다른 곳에 잠시 들리는 건 어느 정도 빡빡한 보고가 필요했고, 적당한 명분도 있어야만 했으나…불과 며칠 전 아르테미스의 목을 뽑아버리고 무사히 생환한 우리한테 그런 게 필요하기나 할까.

        

        그리하여 아-주 심플한 다수결이 이어졌다.

        

        

        

       “막내랑 같이 마이애미 모래사장 밟으러 갈 사람?”

        

        

        

        물론 거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장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팀원 전체의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걸 어떻게 보고해야 좋으려나.”

        

        

        

        태스크포스 대거 – 지역 방문 신청.

        

        사유는 신규 인원 영입 및 기존 인원 복귀로 인한 여가 활동 및 여행.

        

        세상이 실로 기이했다.

        

        

        

        

        

        

        

        

        

        

        

        

        

        

        

        

        

        

        

        

        

        

       “여기는 생각보다 분위기가…편안하군요.”

        

       “그럴 수밖에. 빅 애플이랑 다르게 여기는 전장의 화마가 꺼진 지 꽤 오래 됐거든.”

        

        

        

        마이애미, 도랄.

        

        다르게 말하면 미합중국 남부사령부가 있는 바로 그 곳. 대략 4시간 가량을 날아 오후 3시 즈음 마이애미에 도착한 대거 팀을 맞이한 건 그 누구도 아닌…하워드 리지웨이 스펜서 대장이었다. 무려 어깨에 별 네 개가 달린 사람이자 미합중국 남부사령부 사령관이기도 했다.

        

        근데 그런 사람이 도대체 왜 우리를 직접 불렀냐-를 묻는다면, 이 역시 과거의 이야기를 조금 캐내야만 했다.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이 양반이 전선에 직접 나와서 지휘하던 와중, 지휘차량을 피격당해 간신히 응전하고 있는 순간 우리가 구해준 적이 있었다…정도일까.

        

        아무튼 이 사람이 직접 우리를 맞이한 이유는 그닥 큰 건 아니었다.

        

        그냥 시간이 남아서였다.

        

        

        

       “보다시피 미 남부는 생각보다 적적하다네. 물론 이리 말하면 휴스턴, 샌 안토니오, 피닉스에 있는 하급자 친구들이 아우성을 쳐대겠지만, 이쪽은 병력 배분 이외에는 크게 할 일이 없지. 오죽하면 이곳의 서류상 병력 중 절반은 다른 곳으로 지원 파견을 나가있을 정도니.”

        

       “하하, 그렇습니까?”

        

       “다 자네들 덕분이 아니겠나. 채리엇 작전 이후로 쿠바를 거쳐서 통통배를 타고 밀입국하려는 쓰레기들이 확 줄었어. 아직 간간히 넘어오려는 녀석들도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 멕시코 만에 사는 물고기들의 배를 불려줄 뿐이니.”

        

        

        

        그는 그리 말하면서 홀로그램 화면을 켜서 보여주었다.

        

        기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 너머의…뭔가가 돌아간다. 거대한 대포였다. 아니, 사실 대포라고 하기도 뭐했다. 어지간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 준하는 사정거리를 지닌 레일건이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탄환을 극초음속으로 가속시켰다.

        

        그리하여 저 멀리서 무언가가 폭발했다. 물론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다지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요컨대 일종의…배 요격 체계처럼 보였으니까. 아마 미국으로 넘어오려는 밀입국자 친구들을 황천으로 보내주기 위한 용도인 듯했다.

        

        

        

       “…뭐어, 이곳에서 가장 바쁜 건 저걸 조종하는 코스트가드 정도겠지. 저걸 보여준 이유는 별 건 아니고, 별 걱정 하지 말고 놀다 가란 말이나 하러 왔네.”

        

       “와우.”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군수담당관에게 말하면 금방 찾아줄걸세. 아마 30초나 걸릴지 모르겠군. 비록 발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는 관광객들은 더 이상 없지만, 이 근방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전부 자신만의 해변-캠핑 포인트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정도니.”

        

        

        

        하하.

        

        물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편히 쉰다고 해서 그에 대해 별 생각이 드는 건 아니었다. 대전쟁이 끝나며 많은 미군들은 순환 근무를 시행했고, 지금 힘든 곳에서 근무 중인 이들도 1년 가량 후에는 시카고, 인디애나폴리스, 신시내티, 그리고 플로리다 같은 곳에서 일할 터였으니.

        

        방금 나열한 곳의 공통점을 뽑자면…비교적 전쟁의 포화에서 빗겨나갔거나, 혹은 예전의 모습을 비교적 빠르게 회복한 도시 혹은 지역이었다.

        

        아무튼 사담이 길었다.

        

        경례를 한 후 나가기 전 스펜서 장군이 덧붙였다.

        

        

        

       “플로리다 방어전이 벌써 4년 전이었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자네들은 이제서야 제대로 된 환영 파티를 해주는 셈이로군.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할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게. 시간은 유한하고, 무엇보다도…한 번 잃어버릴 뻔했잖은가.”

        

        

        

        앗.

        

        물론 그는 대거 팀의 누군가가 무어라 입을 열 시간조차 주지 않고 자신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떠나버렸고, 그제서야 다들 미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내게는 실로 다행스럽게도 외부로 나오자마자 군수담당관 한 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급은 상사였다. 본래라면 계급적으로는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저쪽은 깍듯하게 우리를 맞이했고, 이어 골프 카트를 크게 만든 것처럼 생긴 트럭에 우리를 태웠다.

        

        꽤나 큼지막한 식료품 창고 앞에서 카트가 멈춰서더니, 이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수많은 아이스박스들이 외부로 반출되었다. 그 와중 뒤쪽에서는 12명을 족히 수송하고도 남을 것만 같은 크기의 버스 한 대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중이었고.

        

        그 와중 담당관은 마이애미 전체가 표시된 지도 한 장을 공유했고,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괜찮은 곳 몇 군데를 추천해주었다.

        

        

        

       “즐거운 휴식 보내고 오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하여 실로 엉성하지만, 어떻게든 출발은 할 수 있었다.

        

        기지를 벗어난 버스가 실로 조용한 도심을 가로질렀다. 사실 도심이라고 하기도 뭐했다. 건물은 그리 높지 않았고, 도로는 넓었으며, 주변에는 지나다니는 차도 없었다. 흡사 사람이 전부 사라져버린 도심을 가로지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운전병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최근에는 마이애미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편이지요.”

        

       “그렇지요. 마지막으로 방문한 건 4년 전이긴 한데.”

        

       “그땐 어땠습니까?”

        

       “엉망진창이었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미국의 인구는 기존의 1/7로 줄어버렸고, 어딜 둘러보아도 흔히 사람을 볼 수 있었던 미국은 더 이상 없었다. 이전에 비해 실감날 정도로 맑아진 공기와 아직 치우지 못한 무너진 건물 잔해, 보수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도로와 깨끗한 바닷물만이 우릴 반겨줄 뿐.

        

        그러던 와중 옆에서 말이 이어졌다.

        

        

        

       “…이거 먹어보고 싶은데, 나는 음식 섭취 기능이 없어.”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그래도 언젠가는 가능할지도.”

        

       “이씨….”

        

        

        

        그 반응에 모두가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보던 로렌티나가 입을 열었다.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오자고 말은 했지만, 막내를 두 명이나 더 끌고 오게 될 줄은 몰랐군요.”

        

       “그래도 오긴 왔잖아요?”

        

       “…그 말이 맞군요.”

        

        

        

        쏟아지는 햇빛을 맞으며 그녀가 덧붙였다.

        

        

        

       “이런 날이 드디어 왔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이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감회에 젖은 눈동자가 바깥 광경을 바라보았다. 아직 지기까지는 한참이 남은 태양도, 길을 따라 자란 야자수도, 오늘따라 한 점도 없는 구름도.

        

        그제서야 나는 전쟁이 끝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마 다른 이들도 그리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몰랐다. 어느덧 버스는 해변 한 켠에 있다고 하기에는 꽤나 잘 정돈된 주차장에서 멈춰섰고, 이어 열두 명이 차례로 내렸다. 모래사장은 하얬고 바닷물은 너무나도 맑았다.

        

        생각보다는 잘 다져진 모래 지면이 우리를 반겼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기지로 호출하시길. 제가 다시 올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대신 올지도 모릅니다. 그것만 알고 있으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수고 많았어요.”

        

       “별 말씀을.”

        

        

        

        각자가 수많은 아이스박스와 자재를 들고 내렸고, 아무도 없는 해변의 한복판에 쌓아두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해변에 온 것치곤 다들 평상복 차림이었다. 단지 반팔에 반바지 차림 정도라는 점을 감안해야 했지만 – 그 와중 몇몇은 상의를 망설임없이 벗어던지고는 신체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당연하겠지만 몸에 지방이 붙어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개중엔 우락부락하지는 않아도 몸의 데피니션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람도 많은…게 아니라 그냥 대다수였다.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해야 하는 편이 빠를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로건이 덧붙였다.

        

        

        

       “거 더럽게 편하겠구만. 나도 저랬어야 하는데.”

        

       “어쩌겠어요, 뭐.”

        

       “그건 그렇고….”

        

        

        

        힐끔.

        

        로건은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를 드물게 입에 띄우며 고개를 돌렸고, 이내 로렌티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드디어 막내를 데려오셨구만.”

        

       “그럼요. 내뱉은 말은 지키는 주의라서.”

        

        

        

        스윽.

        

        살그머니 손을 내민 로렌티나가 덧붙였다.

        

        

        

       “이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영영 보여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그렇지도 않았네요.”

        

       “…보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그래요. 그런 대답을 원했어요.”

        

        

        

        팟.

        

        그리고 그녀는 내 손을 잡으며 덧붙였다.

        

        

        

       “그럼 즐겨봅시다.”

        

        

        

        물론, 나 또한 거절하지 않았다.

        

        대거 팀에게 드디어 휴식이라는 단어가 도래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평화와 휴식

    대거팀과는 제일 안어울리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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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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