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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1

       *** ***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여일예 소저, 갑자기 절 왜 피하시는거죠?”

         

       “…딱히.”

         

       “피하시잖아요, 지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진법을 끊고 달아난 것도 저 때문이었나요?”

         

       여일예가 슬쩍 시선을 피했고 혁기린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팔짱을 꼈다.

         

       “나, 참…”

         

       여일예를 바라보던 혁기린이 덥석 여일예의 손을 잡았다.

         

       “고작 그까짓 것 가지고 그래요? 당장 연습 시작하죠.”

         

       “그까짓 것이라뇨.”

         

       “이미 못 보일 꼴 다 보인 사이가 아닌가요? 이제와서 속내를 보는게 뭐 어떻다고.”

         

       “그렇지 않습니다.”

         

       여일예가 혁기린의 손을 뿌리쳤고 혁기린 역시 여일예의 완고한 반응에 인상을 찡그렸다.

         

       “별일 아니라니까요.”

         

       “저한테는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언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또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는군요. 그럴 때마다 별 일 아니지 않았습니까!”

         

       “저에게는 큰일이었습니다! 대, 아니 황소월 소저에게는 별 거 아닐지도 모르겠지만요!”

         

       점차 다툼이 격렬해지는가 싶더니 결국에는 검까지 뽑아들었다.

         

       쿠우우웅!!

         

       한 수를 교환한 뒤 떨어진 여일예가 인상을 찡그렸다.

         

       초절정과 화경이 부딪혔으니 당연히 여일예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노릇.

         

       “지금이라도 순순히 인정하고 진법 수련에 임하거라!”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두 사람.

         

       상대도 안 될 줄 알았다는 투의 혁기린의 발언에 여일에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

         

       “어디 이 수를 견식하고도 그리 말씀하실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여일예가 두 개의 검을 뽑아 들었다.

         

       츠즈즈즈즈!!!

         

       쌍검술.

         

       쌍수무기에 대한 비효율성은 무공에 대해서 별 관심 없는 이들조차도 들어보았을 만큼 악명이 높다.

         

       힘의 낭비가 심하고, 무기술의 동선이 단순해지고, 좌수의 단련을 추가로 진행해야 하며, 공수를 나누어 무기를 착용할 것이라면 아예 방패를 착용하는 것이 낫다는 둥.

         

       대충 생각해 보아도 수많은 단점들이 곧바로 떠오른다.

         

       그러한 단점들이 나열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차하아아아압!!”

         

       한 사람이 본인의 힘과 역량을 모두 쏟아내기 위해서는 무기 한 자루만 있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일예도 그런가.

         

       고수들 사이에서도 기가 질릴만한 방대한 내공을 지닌 여일예는 과연 무기 한 자루에 본인의 힘과 역량을 모두 쏟아낼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여일예가 지닌 내공이 커도 너무 컸다.

         

       그러니 검을 두 자루 쓴다.

         

       그 결과가 지금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어지간한 초절정들이 온 힘을 다해 쏟아낸 것 같은 위력의 검격이 양쪽에서 혁기린을 공격해 들어간다.

         

       “크으읏!”

         

       이번에 손해를 본 것은 혁기린이었다.

         

       아무리 화경이라고 한들 초절정 두 사람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뒤로 물러서 여력을 해소하는 혁기린을 보며 여일예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경지가 뒤처진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우위에 있으실 것이라 여겼습니까?”

         

       “고작 한 수 우위로 경거망동하는 것은 여전하구나!”

         

       두 사람의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어우러졌다.

       

       경지 차이가 있음에도 의외로 팽팽하게 맞물리는 접전이 벌어졌다.

         

       여일예는 혁기린의 사일검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반면 혁기린은 여일예의 쌍검술의 진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단 점이 컸다.

         

       “평시에 기술만을 다투던 비무라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내공은 여일예의 최대 장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보통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비무의 목적은 서로의 기술을 점검하는 것. 그러다보니 여일예는 항상 비무 시에는 스스로의 내공에 제약을 걸고 임하곤 했다.

         

       제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는 비무에 대한 불만을 가슴 한켠에 차곡차곡 쌓아놨던 것일까.

         

       여일예의 얼굴에 통쾌함이 서려 있는 것은 기분탓만은 아니겠지.

         

       여일예의 표정을 확인한 혁기린의 얼굴에도 분노가 어렸다.

         

       “그렇게 전력을 다하고 싶으면 진법 수련에서 전력을 다하면 될 것을! 고작 비무에서 힘을 쓰면서 표정이 그게 무엇이냐!”

         

       “비무에나 집중하시지요!”

         

       “넌 늘 그랬지! 항상 입을 꾹 다물거나 말을 돌리면서 시간을 끌기 일쑤였어!”

         

       “절 다 안다는 듯이 말하지 마십시오!”

         

       “그래서 내가 틀렸더냐? 차라리 거짓말이라도 똑바로 할 것이지 늘 사고를 치고는 엄한 소리를 하고는 했지! 그때마다 내가 얼마나 골치가 아팠는지 아느냐!”

         

       “사형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은 괜한 참견이었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있으면 홀로 수습할 수 있는 문제였단 말입니다!”

         

       검놀림만큼이나 격해지는 말싸움.

         

       혁기린이 뒤집어쓰고 있던 황소월이라는 신분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두 사람은 머리끝까지 화가나서 서로를 쏘아붙였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독고이설.

         

       …독고이설에게는 따로 사정을 설명해야겠지.

       

       그런 고민을 이어나가는 와중에도 두 사람의 다툼은 계속되었다.

         

       “채선당에서 배식 받는 법을 몰라서 일주일이나 계란을 못 먹은 녀석이 잘도 그랬겠구나!”

         

       “그러는 대사형은요? 경지가 올랐답시고 매일 들떠 밤산책을 나갔다가 들켜 고양이 흉내를 내셨던건 잊으셨습니까!”

         

       이제는 숫제 상대방을 열 받게 하기 위해 묵은 옛날일까지 죄다 꺼내들기 시작했다.

       

       “흥! 네가 채선당의 식사를 빼돌려 오소리에게 먹이를 주었을 때 그냥 넘어간게 누구 덕이라고 생각하느냐!”

         

       “밤중에 당과 먹다 걸려서 한달동안 간식이 금지되었을 때 그 범인이 대사형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폭로전.

         

       솔직히 폭로전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귀여운 다툼이었다.

         

       밤산책을 즐기다가 어설프게 야옹야옹 울어대며 잠자리로 들어올 혁기린이나 삐뚤어진 눈매로 오소리에게 먹이를 주고 있을 소녀 시절의 여일예를 상상하자니 절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으니까.

         

       늘 사이 좋던 혁기린과 여일예가 대판 싸우니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던 일행들은 지금 이 다툼을 보고 이게 뭔가 싶은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

         

       크게 놀라 긴장했던 일행들이 이 하찮은 다툼에 미적지근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정작 두 사람은 목에 핏대까지 올리며 싸우고 있었다.

         

       아마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일들이었겠지.

         

       우애 좋은 사형제인 혁기린과 여일예.

         

       황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점창파에 몸을 담게 된 혁기린과 불타버린 산장의 잿더미 속에서 구조된 여일예.

         

       그런 두 사람이 지금처럼 막역한 관계가 되기까지 좋은 일들만 있고 서로에게 솔직하지만 했을까.

         

       알게 모르게 쌓인 것들이 많았겠지.

         

       “고백 했으면 고백했다고 귀뜸이라도 줄 것이지! 내가 그날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대사형이야말로 섭섭합니다! 대사형이 은공에게 연심을 품었다는 사실을 흑묘 소저의 입을 통해서 전해받는 것이 어디 정상입니까!”

         

       …대화 주제가 좀 불편하게 흘러가기 시작할 때 즈음에는 이미 두 사람은 비무보다는 말싸움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만큼 두 사람의 비무는 길게 이어졌으니까.

         

       방대한 여일예의 내공도 바닥이 나고 화경인 혁기린도 온 힘을 다한 탓에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쉴 정도.

         

       혁기린이 남은 힘을 쥐어짜 여일예의 검을 떨쳐냈다.

         

       “이런 사제는 꼴도보기 싫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씩씩거리며 서로를 노려본 두 사람은 각기 돌아섰다.

         

       혁기린은 가옥으로 여일예는 다시 바깥으로.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짓고는 서문연 쪽을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혁기린과 여일예가 따로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였다.

         

       “죄송하지만 진법을 좀 열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마차에서 야영에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와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지.”

         

       “아, 차라리 비천마차를 끌고 들어오는 편이 낫겟군요.”

         

       서문연, 당도연과 함께 진법 바깥으로 나갔다.

         

       찍찍!

         

       비천마차에서 쉬고 있던 서공이 나와 나를 맞이해 주었다. 서문연에게 흥미가 도는지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는다.

         

       “어허.”

         

       서문연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길래 서공을 안아올렸다.

         

       “이 쥐도 영물인가?”

         

       “예. 서공이라고 합니다.”

         

       “…그렇군.”

         

       당도연이 서문연에게 비천마차를 타보라고 권하는 소동 아닌 소동이 있었지만 다행히 서문연은 짧은 산길을 이동하는데 마차를 탈 필요가 없다고 잘라 거절했다.

         

       역시 진법을 대성한 자답게 불길함을 감지하는 것일까.

         

       서문연은 내 팔에 꼬리를 감아 안정적으로 안겨 있는 서공을 힐끔힐끔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대는 진법을 성취할 수 있다고 여기는가?”

         

       무슨 의미일까.

         

       내가 의아함을 담아 서문연을 바라보자 서문연은 계속해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일을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두 사람을 어찌어찌 설득해 진법에 합류한다 치더라도 이번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계속해서 문제가 일어날 테고 그때마다 서로에게 피로감이 쌓이겠지. 마음이 통한다는 건 그런 의미니까.”

         

       “그럴지도 모르지요.”

         

       나는 서문연의 말에 동의했다. 확실히 이런저런 다툼이 계속해서 이어지겠지. 혁기린의 연심도 그렇고 독고이설의 집착과 야심도 그렇고…나 역시도 그렇다.

         

       막말로 내가 오늘 여일예와 혁기린의 소녀 시절을 상상하며 귀엽게 여겼던 생각을 읽고 지금 그 상황에서 할 생각이냐고 두 사람이 화를 낼지도 모를 일이니까.

         

       “뭐 화가 났으면 다독이면서 풀어 줘야지요.”

         

       “…그 정도 일로 지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나는 서문연의 말에 답은 하지 못한 채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화해를 하는 것은 혁기린과 여일예의 의지에 달린 일이다.

         

       나는 두 사람이 화해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으니 그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저 야영지에서 여일예가 머리를 식히길 바랄 뿐이고 서공을 품에 안은 혁기린의 기분이 나아지길 바랄 뿐이지.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지요.”

         

       혁기린과 여일예의 화해할 리 없다 생각하는 서문연에게 내 말이 충분한 답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서문연이 더 이상 나에게 무언가를 묻는 일은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음이 슬쩍 느슨해지자마자 며칠이나 쉬게 되었군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다음 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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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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