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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1

       바루의 이야길 들은 순간 마침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안 그래도 변변찮은 식사조차 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움직이고만 있었거늘 이들이 여러 먹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지 않은가.

       

       그것도 평범한 과자나 음식 같은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세계에 존재하는 미식을 말이다.

       

       본인도 여러 맛있는 것에 큰 관심을 지닌 바 여러 세상의 미식이라는 것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는 군 그래.

       

       물론 음식을 달라한 데에 배가 고프다는 이유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화령냥이는 할지 말지 아직 정확하지 않다만서도 이 회사에서 요리를 하여 회사의 인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미리 이들이 선호하는 음식이 어떤 종류인지 알아낸 다음에 무얼 연습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터.

       

       그를 위해 이들이 어떤 음식을 내어주는 지를 확인하고 보편적으로 어떤 형태를 선호하는 지를 알아낼 생각이다.

       

       쉬이 말해 실리적인 이유 두 개가 섞인 행동이라 이거지.

       

       스스로의 빠른 판단에 뿌듯해 하고 있으려니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이 굳은 얼굴로 가만 내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무어냐. 설마 음식이 다 떨어졌느냐?”

       

       내 사장 녀석과 대화를 나눈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벌써 그대들 수중에 있는 것들이 모두 사라진다 말인가.

       

       질책하듯 말을 했더니 내 앞에 있는 땅딸막한 남자와 기다란 귀를 지닌 남자가 다급히 고개를 내저으며 아직 음식이 남아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

       

       “그럼 내놓아 보거라. 내 아주 공정한 평가를 내려줄 터이니.”

       

       독설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본인의 미각은 무척이나 관대하니 말이다.

       

       어지간히 썩어빠지 음식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무림에서 먹었던 여러 괴악한 것들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그러니 내 앞에 음식을 내어 오도록 하거라.

       

       턱을 치켜든 채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주변에 있던 이들이 서로 시선을 나누었다.

       

       그냥 맛있는 것을 내놓으면 될 터인데 서로 눈치를 보는 것인가.

       

       본인이 본인의 마음을 만족시킬 만한 공물을 내어오라 그런 것도 아닐 터인데.

       

       “화령님.”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갤 돌리니 언젠가 본인에게 회사의 안을 안내해 주었던 녀석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분명 이 녀석의 이름이. 흠. 뭐였더라? 인간이 아닌 용이었던 것은 기억한다만 그것 이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구나.

       

       “무어냐. 용용아.”

       “용용… 크흠. 그것이 잠시 저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와도 괜찮을는지요. 워낙에 갑작스럽게 등장하시는 바람에 다들 당황을 한 듯 싶습니다.”

       “당황하고 말고 할 것이 있느냐?”

       

       그냥 바루에게 주던 음식을 본인에게도 주면 될 뿐이래도?

       

       본인이 뭐 조금 맛없는 음식을 먹었다고 그대들이 살던 세상을 파괴하고 그러진 않을 것 아니더냐.

       

       과거에야 이런저런 일을 저지른 본인이다만 지금에 이르러 대부분의 미혹을 해결한 본인은 무척이나 관대한 인간이다.

       

       최소한 무와 관련된 부분이 아니라면 마음 편히 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지.

       

       그렇지 않고서야 본인이 어찌 방송을 진행하겠는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무래도 화령님께서 지닌 경지가 너무 높으시니 다들 지레 겁을 먹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 그 겁을 풀 시간을 주십시오.”

       “…하아. 알겠다. 다른 놈들을 데리고서 이야길 나누고 오거라.”

       “예. 감사합니다.”

       

       *

       

       사장을 기점으로 하여 수많은 세계의 초월자들이 모인 회사이지만 이 곳에 머무르는 여러 초월자들이 한 군데에 모이는 일은 흔치 않다.

       

       결국에 초월자라는 것은 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한 괴물이고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오만함을 안에 품게 된 존재.

       

       어느 단체에 소속이 되었다 하더라도 유아독존이라는 마음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아니하니.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초월자들은 자신의 마음에 맞는 이들과 적당히 대화를 나눌 뿐. 이외에는 굳이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기보단 개인적인 여유를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허나 오늘은 달랐다. 회사에 출근하여 바루 인근에 모여 있었던 모든 초월자들이 한 테이블을 둘러싼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의 멸망이라도 대비하는 듯한 심각한 모양새에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의문을 표했지만 정작 그 근처에 다가가진 못했다.

       

       저기에 접근하기에는 테이블에 앉아 있는 면면들이 너무도 살벌했으니까.

       

       하나하나가 한 세상에서 신이라 불렸거나 그에 가까운 존재라 여겨지던 괴물들이다.

       

       저들이 한 군데에 모여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데 어찌 감히 관심을 표하겠는가.

       

       그래서 대부분의 이들은 그저 저 먼 곳에서 호기심만을 표할 뿐이었다.

       

       저 대단하신 분들께서 무엇 때문에 한 군데에 모여 있는 것일까.

       

       혹여 회사에 또 다시 커다란 위기가 닥친 거 아냐?

       

       저분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할 정도로 거대한 위기라고? 그럼 우리 어떻게 되는 거야?!

       

       이런저런 수근거림이 새어 나오며 모두가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던 그 때에.

       

       정작 그 관심의 중심이 되어 있던 이들이 나누고 있는 이야기는 이러한 것이었다.

       

       “그러게 내가 바루한테 음식 몇 개만 적당히 주고 말자 그랬잖아.”

       

       어느 세상에서 모든 재앙의 주인이라 여겨졌던 신격이 한탄하자 한 세상의 규율을 정비했던 대마법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말자 그랬다고!? 네 세상의 음식에 대한 자존심을 드높이며 난장판을 만든 게 누구인데!”

       “내가 언제 그랬어! 난 그냥 좀 더 맛있지 않으냐고 그랬을 뿐이야!”

       “하?! 풀밖에 모르는 놈팽이의 음식보다는 이게 낫지 않으냐는 말이 좀 더 맛있다는 소리인가?!”

       “거기. 둘 다 일단 진정하게. 지금에 와서 과거의 잘못을 돌이킨다고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하나 더. 풀밖에 모르는 놈팽이의 음식은 분명 맛난 것이었다.”

       

       둘의 목소리가 높아지려하자 그 한 가운데에 있던 노인이 중재의 말을 내뱉는다.

       

       세계수와 함께 태어나 오랜 시간 지혜를 쌓아온 이의 말에는 그가 살아온 세월에 비견되는 무게가 담겨 있었으니.

       

       당장에라도 힘싸움을 할 것 같았던 두 존재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보다는 실리적인 이야기를 나누자고. 예를 들어 지금 어찌할 가에 대해서라던가 말이다.”

       “어떡할지는 정해져 있지 않나? 화령님께 음식을 드려야지,”

       

       노인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 옆에 앉아 있던 젊어 보이는 남자가 답을 한다.

       

       어려 보이는 겉모습을 생각한다면 무례하단 말이 절로 새 나올 행동이었지만 그의 태도를 지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외견에서 드러나는 차이와는 다르게 오랜 세월을 산 노인과 우화등선을 통해 영원한 젊음을 손에 넣은 신선의 나이는 비슷했으니까.

       

       “그 분이 직접 부탁을 하셨는데 그걸 어찌 거부하겠는가.”

       “물론 그래야하기는 하겠지. 문제는 어떤 음식을 드려야 할지다. 만일 그 분의 심기를 건드렸을 경우에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모르지 않은가.”

       

       이 곳에 있는 이들이 지닌 권능이 막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이 초월자들 중에서 화령을 깔보는 이는 존재치 아니했다.

       

       방금 전 화령이 주변에 퍼트린 살의를 경험함에 따라 격의 차이를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기에 도저히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하아. 정말. 우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데 한 인간의 눈치를 봐야 한다니.”

       “어쩌겠는가. 화령님께서 지닌 격이 한없이 드높으신 것을.”

       

       테이블 위에 대답대신 한탄만이 쌓이던 그 때에 한 쪽에 있던 여성이 손을 들었다.

       

       과거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 존재라 여겨졌던 악룡이자 지금은 회사의 일원이며 화령 방송의 애청자인 샤인이었다.

       

       “저 한 말씀 올려도 될는지요?”

       “무어지?”

       “화령님께서는 무슨 음식을 드시더라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그 분 입맛이 까탈스럽지는 않은지라.”

       

       평소 화령이 방송에서 보인 모습을 생각해 보았을 때 지금 이 고민 자체가 헛된 것 같다 샤인이 이야기했지만 테이블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방금 전 화령의 공포를 느낀 이들의 입장에서 편하게 대하면 될 것 같단 이야기가 받아들여질 수 없었던 것이다.

       

       “으음. 글쎄.”

       “그게 좋은 생각 같지 않군.”

       “최소한 대접 받는다는 느낌은 드려야지.”

       “바루에게 이런저런 것을 챙겨줄 때와는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이런저런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을 본 샤인은 마음대로 하시라는 말과 함께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다시금 테이블 위에 대화가 진행된다.

       

       “화령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음식인가.”

       “일단 엘프놈들이 먹는 풀떼기는 제외하자고. 그건 귀큰놈들 말고 아무도 안 좋아하잖아.”

       “무슨 소리를! 우리의 음식이 얼마나 다양한데!”

       “보편적으로 좋아하실 법한 음식을 고르긴 해야겠지.”

       “그러면서도 비싸 보이고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느낌을 주는 음식이여야 할 것이다.”

       

       화령에 입가에서 훌륭하다는 말이 나오게 만들겠다는 계획이 여러 초월자들의 협의 하에 구성되어가던 그 때.

       

       한 사람이 그들이 머무르는 테이블으로 다가왔다.

       

       “다들 여기서 뭐 해? 점심시간 끝난 지 오래잖아.”

       

       회사의 사장. 수많은 초월자들의 구심점이자 여러 세상의 구원자라 여겨지는 존재.

       

       미래를 보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힘이 없는 필멸자에 불과하지만 여태까지 이룬 여러 업적 덕분에 초월자의 인정을 받는 사람.

       

       “사장. 그것이.”

       “화령님께서 음식을 대접받고 싶다 하셔서 말입니다.”

       “마침 잘 되었군요. 무슨 메뉴가 적절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사장님께서 조언을 해주시죠.”

       

       사장이 등장한 것만으로 방금 전까지 난장판이었던 테이블의 분위기가 바로 잡힌다.

       

       초월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진 않지만 사장만큼은 속으로 인정하고 있기에 다들 발언을 양보하는 것이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은 사장은 곰곰이 생각하는 듯 턱을 매만지면서 침음성을 흘리다가 좋은 것이 떠올랐다는 냥 아! 하는 소리를 내고는 말을 이었다.

       

       “너희들. 안 그래도 만날 각자의 세상 음식이 뛰어나다 그랬었잖아. 이 기회에 화령님에게 평가해 달라 그러는 건 어때?”

       

       자존심을 걸만한 음식이면 분명 여러모로 신경을 쓴 것일 테니 대접의 의미를 지닐 것이고.

       

       또한 화령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객관적인 평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니 서로 간의 자존심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사장의 말에 테이블에 재차 침묵이 감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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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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