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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1

   예술 교단의 사도 프레테는 최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일 년의 대부분을 대륙 이곳저곳을 방랑하는 데 사용하는 그가 어떤 곳에도 가지 못한 채 예술 교단에 틀어박히게 될 정도로.

   

   이는 제발 사도다운 일을 좀 하라며 난리를 치던 이들 입장에서는 분명 반길 일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아니었다.

   

   평상시 프레테를 닦달하던 이들조차도 폭증하는 장신구에 대한 수요를 따라잡느라 죽어라고 손을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처음 예술 교단에서 루시와 관계된 장신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을 때 교단에 속한 이들은 이 장신구가 인기가 끌 것을 확신했다.

   

   교단이 지니고 있는 예술적 감각과 루시 알른이라는 예술품이 합쳐졌는데 어찌 사람들이 이를 탐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교단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대량생산을 할 것을 염두에 두었다.

   

   더 많은 이들이 루시 알른이라는 여신의 현신에 대해 알기를 바라며 개처럼 구를 준비를 한 것이다.

   

   허나 교단도 지금처럼 장신구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설마 수요가 넘쳐나서 높은 가격에 되파는 이들까지 생겨날 정도일 줄은.”

   

   요 근래 잠다운 잠을 단 한 번도 취하지 못한 프레테의 얼굴은 뭇 귀족 여인들의 마음을 빼앗아 간 남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초췌했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열정이 가득했다.

   

   “영애의 아름다움이 그만큼 압도적이었단 거겠죠. 기쁜 일입니다. 더 노력을 해야겠어요.”

   

   광기에 다다른 뜨거움을 마주한 카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질색을 하고 말았다.

   

   예전에도 미친 놈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고용주님이랑 관계되면 더 한 것 같네.

   

   진짜 이 녀석이 지닌 지위만 아니면 상종하고 싶지 않을 지경이야.

   

   고용주님은 이런 놈을 대체 어떻게 견디는 거지? 나 같으면 진짜 베네딕한테 이야기해서라도 반쯤 죽여 놨을 것 같은데.

   

   “카리아님? 제 말 듣고 계십니까?”

   “걱정 마. 한 귀로 흘려듣고 있어.”

   “어쨌든 듣고 계시긴 하다는 거군요.”

   “안 듣고 있단 소리잖아. 좋을 대로 해석하지 마. 이 자식아.”

   

   한숨을 푹 내쉰 카리아는 소파에 몸을 기대고서 말을 이었다.

   

   “네 이야기가 맞다면 예술교단은 당분간 여기에서 장신구를 만드는 데 몰두할 거라는 이야기네.”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악신의 추종자들을 물리치는 일도 지지부진해 지는 중이었으니 마침 잘되었다고 해도 되겠죠.”

   “하긴. 연말에 너무 의욕적으로 움직이긴 했어.”

   

   카리아가 방학 기간 동안 한 일은 단순히 자칼을 가르치는 것 뿐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자칼을 가르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요소에 불과했고 실질적으로 그녀가 수행한 것은 악신의 추종자들이 지닌 세력을 줄이는 일이었다.

   

   작년. 루시에게 구원받은 후부터 그녀의 부탁을 수행해 왔던 카리아는 자연스레 루시가 악신과 대적할 운명을 지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따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하여 모르기도 어려웠다.

   

   루시 알른이 걸어온 길은 누가 보더라도 신의 사도가 걸을 만한 것이었으니까.

   

   악신에게 잠식되었던 자신을 구해주었단 은혜가 있기에 카리아는 그를 갚기 위해 루시 알른을 위한 일을 여러 가지 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악신의 세력을 미리 줄여 놓는 일이었다.

   

   그들의 활동이 적으면 적을수록 루시 알른이 겪어야 할 위험 또한 확연히 줄 테니까.

   

   자신의 과거 인맥을 이용해서 여러 교단들과 협력해 일을 해 온 카리아는 프레테의 말대로 슬슬 정비할 때가 되었음을 인정했다.

   

   악신의 추종자들을 향한 공격이 거셌던 탓에 추종자들도 자신의 자취를 지워내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공허의 추종자들의 경우에는 그들이 움직이는 걸 카리아가 파악하기조차 어려웠을 정도이니.

   

   이제는 움직이기보다는 내부를 정리하며 다시 움직일 때를 기다리는 것이 옳았다.

   

   “주신 교회 쪽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것 같으니 잠시 멈출 때가 됐지.”

   “주신 교회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어. 그 쪽에 돼지 몇 명이 행방불명 됐다더라. 외부로 흘러나온 이야기는 악신의 추종자들이 한 일이라고 그러는데. 그 쪽 협력자의 말에 따르면 내부 갈등일 가능성이 높다더라.”

   

   교황이 직접 손을 쓰고 있는 듯 하단 요한의 이야기를 떠올린 카리아가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려던 순간 프레테가 품 안에 지니고 있던 수정구가 갑작스레 빛을 발했다.

   

   프레테는 그 빛을 보자마자 눈 앞에 카리아가 있단 사실조차 잊고 즉시 수정구를 꺼내 그를 발현했다.

   

   대체 누구 연락이길래 저러는 걸까라는 카리아의 의문은 수정구 위로 루시의 얼굴이 드러남에 따라 빠르게 해소됐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 이 미친 변태가 환장할 일은 저것뿐일 테니까 말야.

   

   카리아가 한심하단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는 동안 프레테는 루시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루시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감동을 받은 듯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모습이었다.

   

   거기에 기겁한 루시가 연락을 끊어버린 후 프레테는 즉시 자리에서 퍼뜩 일어났다.

   

   “실례하겠습니다. 카리아님. 즉시 움직여야 할 일이 생겨서요.”

   “아니. 나도 방금 전에 이야기 같이 듣고 있었거든. 지금 당장 갈 필요 없잖아.”

   “아뇨. 가야 합니다. 이 못난 사람이 어찌 영애를 기다리게 하겠습니까!”

   

   당장에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루시가 이야기한 장소로 가야 한다 소리친 프레테는 인사를 하는둥 하는둥 하며 방 바깥으로 뛰쳐나가버렸다.

   

   그렇게 홀로 남은 카리아는 미간을 꾹꾹 누르다가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주님이 저 변태를 굳이 부른 걸 보면 또 뭔가 계시를 받은 건가 보네. 그것도 상당히 위험한 무언가가.

   

   내가 파악하지 못한 위협이 아직까지 대륙에 존재한다니. 역시 정보망이 아직은 허술한가봐.

   

   좀 정비를 하긴 해야 겠어. 그리 생각을 한 카리아는 외부의 일은 알새틴에게 맡기고 자신은 아카데미의 거리에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지금 뻗어 있는 정보망을 정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루시 알른을 향한 1왕비의 관심이 커져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

   

   “근데 지금 쟤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나? 예술 교단의 상황이 그리 여유롭진 않은 것 같은데.”

   

   자기도 떠나기 위해 일어나며 카리아가 떠올린 의문은 어떤 의미로는 옳았고 어떤 의미로는 틀렸다.

   

   교단 바깥의 일을 수행하고 오겠다는 프레테의 이야기가 쉬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까지는 옳았지만 그 다음이 달랐던 것이다.

   

   “이번에는 제가 갈 겁니다!”

   “아닙니다! 저입니다!”

   “사도님께서 영애를 독점하게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헛소리들 마십시오! 영애께서 부탁한 건 저입니다! 저 프레테를 영애께서 직접 부르셨는데 어딜 여러분들이 가시려는 겁니까!”

   

   교단을 빠져나가는 길에 예술 교단의 사람들과 프레테가 서로를 죽일 것처럼 살벌하게 다투는 걸 본 카리아는 여기에 멀쩡한 사람은 없는건가 하는 의구심을 품었다.

   

   *

   

   내기에서 패배한 그 순간부터 아서는 루시 알른에게 조롱당할 것을 예감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기가 성립된 그 때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다. 남을 놀리길 좋아하는 루시 알른이 내기에서 패배한 이들을 가만 내버려 둘 리가 없잖은가.

   

   ‘왜 이렇게 독촉을 하세요? 패배자는 쭈굴쭈굴거려야 한단 걸 왜 모르시죠? 저한테 처발린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이렇게 주제를 모르시니. 참. 지능이 너무 처참해서 동정이 갈 지경이에요. 불쌍하셔라~’

   

   물론 알고 있다 해서 열이 받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아서는 손바닥에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꾹 쥐는 걸로 분노를 억눌렀다.

   

   지금 루시 알른은 내기에서 승리해 우리에게 무언갈 요구할 권리를 얻었다.

   

   그러니 괜히 밉보여봐야 괴악한 일을 겪게 될 뿐.

   

   얼마 전 군도에서 던전을 공략할 당시 바니걸이라는 옷을 입을 뻔 했던 아서는 루시를 도발해서 좋을 것이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얌전히 자존심을 굽혔다.

   

   문제는 그 비굴한 모습이 루시의 가학심을 자극했다는 거겠지만.

   

   ‘제가 시킬 게 많이 무섭긴 한 가봐요? 목소리 하나 못 내는 꼴이라니. 아무리 불쌍하고 처량해도 왕자님은 왕자님인데 이렇게 찌질해선 곤란하지 않을까요?’

   ‘걱정마세요. 세상에 저처럼 착하고 귀여운 사람이 어디 있어요? 왕자님께서 아주 좋아할 일을 시킬 테니까 기대감만 가지시면 돼요.’

   

   루시 알른이 키득대는 모습에서 악마의 꼬리를 보았던 아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루시가 하는 여러 말들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존엄이 박살날지 모른단 위기감이 있었기에.

   

   ‘외부 던전을 공략하러 갈 건데 만약의 위기가 생겨도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만한 실력을 길러둬야겠죠?’

   

   라는 명분에서 시작된 단독으로 던전을 공략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당연하게도 아서만이 이런 것은 아니었다.

   

   자꾸 그러면 다신 대련을 안 해줄 것이란 협박에 굴복한 프레이는 반 강제적으로 홀로 던전을 공략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고.

   

   굳이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자긴 말리지 않겠단 협박 앞에 굴복한 조이 또한 열성적으로 던전 공략에 임했으며.

   

   어떤 말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 같았던 페이비 또한 루시가 무어라무어라 그러자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말없이 던전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렇게 아서 일행은 외부 던전에 들어가기 전 날까지 아카데미의 던전을 돌아다니며 그 곳의 상세한 지도를 그렸다.

   

   루시 알른의 장난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흐응. 솔직히 별로긴 한데. 여자애 하나한테 발리는 허접들이란 걸 생각해보면 나름 괜찮다고 해야 하려나?”

   

   그들이 그려 온 아카데미 던전의 여러 구조를 눈에 담은 루시는 고갤 주억거리며 그 지도들을 챙겼다.

   

   “이 정도면 던전에 혼자 떨어져도 미아가 돼서 엉엉 울진 않겠죠.”

   “그렇단 건.”

   “내일 외부 던전으로 갈 거에요. 준비해 둬요. 불쌍왕자님.”

   

   *

   

   북부에 존재하는 거대한 숲의 주인이자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닌 늑대라 불리는 영물. 뮤러는 리나로부터 연락을 전해들은 후 한 숲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약간 특이한 구석이 있긴 하나 능력은 여러 영물들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리나다.

   

   그녀가 확신에 찬 목소리를 냈다면 분명 그 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일 터.

   

   뮤러는 지난 날 리나의 숲을 방문했던 때를 떠올리며 자신을 칭찬했다.

   

   그 때 리나라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었을 테지.

   

   솔직히 리나에게 모든 걸 털리고 나선 약간 후회하기도 했었다만 지금에 와서는 그것도 다 투자였단 생각이 드는 군.

   

   아. 그러고 보면 이번에 내게 도움을 청한 것이 장신구 속에 그려져 있던 장본인이라 그랬던가.

   

   그림으로 봤을 때에도 절로 탄성이 새어나왔는데 실물은 또 어떨지.

   

   그 까탈스러운 취향을 지닌 리나가 이성을 잃어버릴 정도이니 분명 아름답겠지.

   

   기대가 되는 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시의 주변에는 개과동물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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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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