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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1

    <431 – 시험상대3>

     

    “그렘린 교수. 기프트 아카데미의 강의시험상대로 우리 비공강습단을 초빙할 기회를 허락해드리죠. 대가는 금화 300매면 충분합니다. <오래달리기> 강의상대로 날개 달린 놈들은 너무 치사하다고? 거참 양심적인 교수로군요. 음, 대결상대로는 이미 중갑철기병단을… 으음? 그것도 치사하긴 마찬가지 아닌가?”

     

    ━뚜욱. ━뚜욱. ━뚜욱.

     

    “데모니카 교수. 그대의 시험상대로 우리 비공강습단을 초빙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대가는 금화 200매면 충분합니다. 뭐어? 수인 테러리스트들이 날뛰는 요즘 시국에 굳이 수인은 필요 없다고? 그럼 악기 든 테러리스트들인 혈음악단은 어째서 초빙한…”

     

    ━뚜욱. ━뚜욱. ━뚜욱.

     

    “핑크베리 교수. 변장술 시험상대로 우리 수인들을 써보지 않겠습니까? 금화는 으으음… 100매, 아니 50매면 충분한데… 아니 그래도 필요가 없다고? 특별히 10매라면, 그래도 싫어? 그럼 아예 무료라면!?”

     

    ━뚜욱. ━뚜욱. ━뚜욱.

     

    “여보세요, 야, 야!”

     

    아카데미 교수들에게 연달아 퇴짜를 맞은 재단감독관 파시블 예프. 그는 운이 좋지 않았다.

     

    “이상하군요. 분명 기록에 따르면 아카데미에서는 시험상대로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모험가나 수인처럼 사회적 신분이 낮은 이들을 적극 기용했는데.”

     

    평범한 해라면 수인집단도 능히 1학년 시험상대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올해는 유독 평균실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981기 학생들.

    교수들의 눈도 평상시보다 높아져서 싼맛에 굴리거나 죽어도 상관없는 상대들을 들여오는 대신, 엄격한 기준으로 수준 높은 상대들을 불러들였다.

    자연히 파시블 예프의 수족들로 이루어진 <비공강습단>의 아카데미 입성은 쉽지 않았다.

     

    “그 남자의 제안은 아직 유효합니다. 지금이라도 고집을 꺾는 것은 어떠십니까.”

     

    감독보좌 겸 오랜 조언자로 곁을 지키는 까마귀수인 까망의 권고에도 파시블 예프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언제든지 초청을 환영한다는 조나 와이히엠하이의 <마나연단법 수련>강의 초대장.

    아무리 그가 극한의 가능충이라도 제 아가씨를 납치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족속의 초대장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카데미는 넓고 교수는 많습니다. 아직 우리에게도 기회가 남아있을 겁니다.”

     

    강의목록을 보던 파시블 예프가 눈을 빛내며 통신마도구를 들었다.

    통신을 이어가던 파시블의 표정이 처음으로 점차 환해졌고, 울적한 한숨 대신 흡족한 미소와 함께 통신마도구를 내려놓았다.

     

    “되었습니다. 금화를 500매 더 줄 의향도 있으니 야간근무를 부탁하더군요. 이걸로 우리도 아카데미에 잠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독관님이 의욕을 앞세울 때마다 일어난 일들을 떠올리면 그닥 안심이 되질 않는군요.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강의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어려울 건 없지. <모험가의 지형적응>이라는 강의더군요. 교수 이름이 사다코라고 했나?”

     

    전임감독관이 들었다면 당장 그 신청, 위약금을 물어내는 한이 있더라도 취소하라고 기겁할 이름!

    안타깝게도 전임감독관은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손에 급작스럽게 명을 달리 한 탓에 교수진에 대한 정보는 신임감독관 퍼시블 예프에게 이어지지 못했다.

     

    “…역시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무언가 대비를 해두지 않으면 호된 꼴을 겪을 예감이 듭니다.”

     

    단지 감독관의 신난 모습에 감독보좌 까망만이 불길함을 느끼며 날개를 부르르 떨었다.

     

     

    * * *

     

     

    여름 내내 활활 짖던 화염개도 동면자리를 알아보느라 굴을 파고 사라지고, 이미 동면중이던 얼음개는 기지개를 켜며 쩡쩡 짖기 시작하는 계절.

    9월의 마지막 주에 이르러 드디어 학생들이 고대한 적 없던 시험주간이 찾아왔다.

     

    “안녕하신가요 여러분. 오늘도 돌아온 월요일 1교시 홈룸시간과 담당교수 마하바라타 교수입니다. 평소 주간이벤트 전달사항으로 여러분께 얼굴을 비치고 있지만 오늘은 시험주간을 맞이하여 특별한 안내사항을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교장님이 동면에 들어가시나요?”

    “학점 무료 나눔 이벤트가 있나요?”

    “전부 아닙니다. 이미 알고 계실 분들도 있겠지만 이번 시험에는 각 분야의 <시험상대>를 초빙했습니다. 이번 홈룸은 그 맛보기를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마하바라타 교수가 손가락을 튕기자 마나역장 너머에 숨어있던 손님들이 나타났다.

     

    “아앗~~핫핫하! 안녕들 하시와요 후배들!”

    “여전히 임마누엘께서 진노할 악독한 기가 진동을 하는군요. 전보다도 더욱 심하게.”

    “엑소시스트로서도 암흑마나의 독한 기운은 간과할 수 없군.”

    “뭘 보냐. 얻어맞고 싶다냐.”

     

    정통파 귀족영애 만델라 카스테라.

    백색의 성기사 루.

    푸른주먹의 이오.

    공포의 데드캣.

    2학년 사천왕을 위시로 한 상급반들의 등장에 1학년 상급반 학생들이 적을 경계하는 뱀처럼 꼿꼿이 허리를 펴고 긴장의 기색을 드러냈다.

     

    “이건 불합리하잖아요! 시험상대인데 저희보다 더 강한 사람들을 데려오다니.”

     

    도로시의 투정에 책상 위에 걸터앉은 데드캣이 이를 드러내며 위협했다.

     

    “바보다냐?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허접들은 한 무더기를 가져와도 시험상대로 시원찮다냐. 상대가 더 강한 건 당연하다냐.”

    “그런 관계로 여러분은 저희와 간이대결을 벌여서 이기는 분만이 홈룸강의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대신 대결상대와 대결종목은 모두 1학년이 고를 수 있사와요!”

     

    격투가 롯토가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서 질문했다.

     

    “저 2교시에 강의가 있는데… 만일 1교시가 끝날 때까지 대결에서 이기지 못하면 그 전에는 보내주시는 거 맞죠?”

    “하. 당연한 소릴 하는군.”

     

    푸른주먹의 이오가 두 손 가득 새파란 뇌전을 파직파직 뿜어내며 쿵쿵 양 주먹을 부딪쳤다.

     

    “2교시가 아니라 점심시간이 되어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흐에엑!!”

    “현재 아카데미를 방문한 시험상대들은 모두 교수들이 엄선하여 초빙한 상대들. 그들 앞에 내놓기에 부끄러운 약자들은 시험을 치를 자격도 없다!”

     

    1학년들, 그 중에서도 만델라 카스테라의 강함을 체험했던 지고쿠는 심각한 얼굴로 총구를 만지작거리다가 교수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마하바라타 교수. 일단 한발 쏘고 빨리 쏘기 대결이라고 우겨도 됩니까?”

    “그러다 규칙 없이 무제한급 대결로 2학년한테 얻어터져도 저는 책임지지 않는답니다.”

    “…”

     

    규칙을 세우고 싸우지 않아서 손해를 보는 쪽은 오직 1학년뿐!

    그런데 내가 보기엔 왜들 저렇게 다 쫄아있나 모르겠다.

     

    “꼬마숙녀는 긴장도 안 됩니까?”

    “상대도 우리가 고를 수 있고 대결방법도 우리가 고를 수 있잖아요. 합법적으로 선배들을 골탕 먹일 기회인데 제가 왜 긴장을 해요?”

     

    긴장을 할 거면 2학년 선배들이 해야지!

     

    “과연…”

    “그럼 이 몸부터 나서보지.”

     

    손오천이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지젤에게 큰 소리로 외쳐 물었다.

     

    “샌님! 2학년 상급반에서 제일 약한 놈이 누구냐?”

    “제일 구석에서 자신감 없이 구부정하게 서있는 앞머리가 눈을 덮는 더벅머리 남학생입니다.”

    “그래, 너! 나와 겨뤄보자. 대결방법은 원 펀치. 서로 면상에 번갈아가며 펀치를 날려서 먼저 쓰러지는 쪽이 지는 거다. 선타는 물론 내가 먹이겠어!”

     

    손오천의 도발을 받은 2학년 선배가 더벅머리로도 가려지지 않는 입가를 우물거리며 곤란한 기색을 드러내었다.

    키도 170이나 겨우 될법한 선도 가느다란 허접선배와 190을 찍은 근육질의 선이 굵은 손오천의 대결구도는 승기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보였다.

     

    “기, 기권할게…”

    “승자, 손오천. 오천군은 먼저 돌아가도 됩니다.”

    “으하핫. 이거 낙승이구만. 힘 한번 쓰지 않고 이기다니 이게 일상의 단련으로 몸을 키운 덕을 보는 상덕치인의 묘리인가?”

    “참고로 손오천군이 얻은 승리포인트는 2학년 상급반 최하순위에게 지급된 2000포인트의 절반인 1000포인트입니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손오천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뭐야. 그럼 난 제일 적은 보상만 받았다는 거잖아.”

    “꼭 그렇게 손해는 아니라고 봐요!”

     

    나는 손오천의 허벅지를 토닥이며 위로해주었다.

     

    “1학년한테 패배한 선배들은 지급받은 포인트의 반을 1학년에게 주어야하지만 손오천의 다음으로 상급반 꼴찌선배를 무찌른 사람은 500포인트를 받는걸요.”

     

    도전도 같은 난이도에 먼저 도전해서 승리한 사람이 가장 크게 한몫 챙긴다.

     

    “그건 설마 이 뒤에 있을 다른 강의들의 시험에서도 해당되는 사항이냐?”

     

    마하바라타 교수님이 웃는 낯으로 긍정했다.

     

    “하. 겁쟁이답게 도전을 모르는군. 결국 꼴찌를 노려서 강의실에서 탈출하고 시험에서 합격하는 것에 연연하는 것들끼리나 한 바구니를 나눠 갖지.”

     

    호너 후라이드치킨이 오연한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창을 들어 겨누었다.

     

    “백색의 성기사 루. 일기토로 당신에게 도전하겠다. 이 대결에서 30합 이상을 버티면 나의 승리다.”

    “기개 있는 후배는 싫어하지 않습니다. 전력을 다해 버텨보십시오.”

     

    당당하게 나선 호너 후라이드치킨은 10합 만에 창이 날아가고 연무장 바닥에 처박혔다.

     

    “저렇게 자기 실력에 맞지 않는 고수를 상대로 객기를 부리다가 패배하면 포인트 욕심 부리다가 성적도 말아먹는 거예요!”

    “누, 누가 의료동에 나 좀…”

    “아참. 시험은 강의실을 나가야 끝나요. 의료동에 가면 탈락이지만 부상을 입고도 어떻게든 버텨서 일어나서 다시 다른 시험상대에게 도전하면 간신히 통과는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사벨과 지젤도 미리 알아두세요!”

     

    호너 후라이드치킨을 의료동에 데려가려고 다가온 교관들이 멀뚱멀뚱 그를 내려다보았다.

     

    “의료동 갈거냐, 말거냐?”

    “…안 갑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일어선 호너 후라이드치킨이 미워 죽겠다는 눈으로 나를 째려봤다.

    참나.

    억까이벤트로 여기서 덜컥 의료동 가버렸다가 시험 탈락하고 낙제당할 위기에서 구해줬더니 저 괘씸한 표정 봐라?

    자기가 유급생이 됐다는 현실을 못 받아들이고 자퇴하고 빌런으로 흑화할 걸 구해준 줄도 모르고 용사처럼 굴다니.

    다음엔 힌트도 주지 말아야지!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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