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32

       무거운 침묵이 자리한 테이블 위에서 평온한 것은 오롯이 사장 하나였다.

       

       그는 다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갤 갸웃거릴 뿐 테이블 위에 머무르는 이들이 왜 심각한 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허나 테이블을 둘러 싼 이들은 사장의 저 태도가 기만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곳에 자리한 이들이 사장과 함께 한 세월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던가.

       

       평상시 주변 이들의 표정을 항시 신경 쓰고 사는 이 인간이 테이블의 분위기를 모를 리가.

       

       “무슨 의도이십니까.”

       

       방금 전까지 이야기의 진행을 맡았던 엘프가 목소리를 내자 사장이 웃음을 지어보였다.

       

       “무슨 의도냐니? 너네들이 만날 이런저런 걸로 서열 매기길 좋아하길래 도와주려는 것뿐인데.”

       “미래를 보셨습니까. 하아. 항시 생각하는 것이지만 예언자의 제약은 무척이나 까다롭군요.”

       

       이쯤 되니 테이블 위의 초월자들도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

       

       사장이 영문도 모를 명령을 내린 것이 후일 커다란 성공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흔했기에 이번에도 무언가가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저 요리 대회라는 것을 해야만 하는가.

       

       인근에 자리한 여러 초월자들이 머리를 굴리던 그 때. 사장이 쓴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라니까?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화령님께선 살짝 기분 상했다고 다 때려 부수고 그러실 분은 아니거든.”

       “정말입니까?”

       “그래. 장로 네가 패배할까봐 겁먹어서 물러난 건 놀랍지만 뭐 어때. 하기 싫다는 게 강요할 수는 없지.”

       

       사장이 어깨를 으쓱이며 한 말에 테이블 위에 다시 한 번 침묵이 자리한다.

       

       다만 그 침묵이 방금 전과 달랐던 것은 이번의 침묵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푸하하! 뭐냐! 귀큰놈! 너네 풀떼기가 하도 구리니 요리 경연 같은 게 열리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냐!”

       

       드워프가 탁자를 두드리며 웃음을 터트리자 표정이 흐트러지는 일이 거의 없는 엘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슨 소리를! 우리가 자연이 베풀어준 은혜를 가벼이 대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하! 그럼 어디 한 번 붙어보자고! 우리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극상의 맛을 보여줄 테니!”

       “극상의 맛? 헛소리! 네놈들 땅딸보가 사는 어두컴컴한 지하처럼 밑바닥에 처박힌 맛이겠지!”

       

       엘프와 드워프가 서로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드높임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점차 바뀌어 간다.

       

       여태까지 테이블에서 논의되던 이야기는 화령의 눈치를 살피기 위한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금 이 순간 테이블 위에 나누어지는 것은 각자가 살던 세상의 자존심이 걸린 이야기로 변질되었으니까.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어떤 음식을 내놓으면 좋을지를 고민하는 걸 보던 사장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테이블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럼 모두 동의한 걸로 알고 화령님께 말씀을 드려놓도록 할게. 준비해둬.”

       

       *

       

       처음 샤인이 논의를 하러 간다 그랬을 적에 본인은 그 논의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그저 먹을 만한 음식을 내달라는 부탁일 뿐인데 오래 걸릴 구석이 없다 생각했지.

       

       허나 본인의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가 버렸다. 입에 물고 있던 곰방대 안의 잎이 재로 바뀌었을 즈음에도 그 놈팽이들이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이 이상 기다리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판단내린 나는 백호에게 식당으로 안내해 달라 부탁했다.

       

       한참 동안 무언가 먹은 것이 없어서 허기가 진다는 건 분명한 진실이었으니까.

       

       “일반적인 사원들이 가는 곳과 여러 세계의 사람들이 모이는 식당이 있는데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그 둘에 차이가 있느냐?”

       “예. 앞 쪽은 이 세계에서 이름 있는 셰프를 중심으로 한 뷔페 형식이고. 뒤 쪽은 어느 세상에서 요리의 신격이라 여겨졌던 이가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요리의 신격?”

       “진짜 신은 아니고요. 장수종이면서 오랜 시간 요리에 대한 연구를 해왔기에 그렇게 불리게 된 자입니다.”

       

       백호의 물음에 대한 답은 한 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요리의 신이라니?! 그런 재밌을 것 같은 이름이 있는데 어찌 본인이 평범한 곳으로 향하겠는가!

       

       “신수님. 신수님. 요리의 신격이라 여겨질 정도라면 필시 어마어마한 실력을 지니신 분이겠군요?”

       

       이런 감상은 바루도 비슷했던 듯 이리저리 휘둘러지는 바루의 꼬리는 멈출 줄을 몰랐다.

       

       그렇게 상당한 들뜸을 지닌 채로 도착한 식당은 사내에 존재하는 식당이라기보다는 누군가 공을 들여서 꾸민 비싸디 비싼 식당처럼 느껴졌다.

       

       거칠게 일을 시키는 대신 이런 복지 같은 것은 진심으로 챙겨준다는 것일까.

       

       “멋지게 꾸며진 곳치고 손님은 몇 명 보이지 않는구나.”

       “점심시간이 끝났으니까요. 지금은 다들 일을 할 시간입니다.”

       

       모두 일을 끝낼 무렵이면 손님으로 북적여서 일반 식당으로 쫓겨나는 이들도 있을 지경이라.

       

       이 놈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좋은 시간대에 방문한 것이 되겠구나.

       

       여기에 자주 방문한 듯 백호를 따라 자리에 착석하자 저 멀리에서 흙으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인형이 이 곳으로 뛰어왔다.

       

       “저것은?”

       “식당을 운영하는 이가 만들어 낸 골렘입니다. 종업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죠.”

       

       호오. 본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신기하다 여겼거늘 애초에 지성이 없는 존재였는가.

       

       자그마하고 멍청해 보이는 것이 귀여워서 좋구나.

       

       탁자에 식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내려놓은 녀석은 우리의 면면을 살피다가 고갤 갸웃거리고는 주방 안 쪽으로 되돌아갔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방 안 쪽에서 한 여성이 걸어 나왔다.

       

       어깨로부터 뻗어 나와 있는 여덟 개의 팔이 인상적인 여성은 우리 근처로 와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식당의 요리사. 만그로우라고 합니다.”

       

       흐음. 본인의 눈으로 보기에 딱히 특출난 부분은 없어 보이는 군.

       

       안에 마력이라 불리는 기운을 꽤 많이 품고 있는데다가 신체의 단련을 오래 해 온 듯 단단한 몸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 뿐.

       

       신을 자칭하는 멍청이들이 지녔던 권능 같은 건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신격이란 것은 별칭일 뿐이라던 백호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살짝 기대를 했다만 아쉽게 되었어.

       

       “오랜만에 뵙습니다. 만그로우님. 이 쪽은 아라님이시고 여기는 바루님이십니다.”

       “반갑군. 아라라고 한다.”

       “안녕하십니까. 바루입니다.”

       “두 분 다 저희 회사의 손님으로 오신 분들입니다.”

       “과연. 손님분들이셨군요.”

       

       만그로우는 백호에게 대답을 하곤 우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라님. 바루님. 잠시 여러분들을 살펴도 괜찮을까요?”

       “무얼 하려 그러는 게지?”

       “여러분들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사람을 관찰하는 것으로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낼 수 있다는 만그로우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

       “예. 예를 들어 바루님처럼 단 음식을 좋아하시는 분은 머리카락에서 단 내가 나죠. 또한 육류의 향이 짙은 것으로 보아 채소보다는 고기를 선호하시는 게 분명하고. 이외에도…”

       

       그녀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설명을 이어나갔지만 그 설명에 들어있는 내용은 상당히 놀라운 것이었다.

       

       얼마 관찰하지도 않았는데 바루의 음식 취향을 정확히 알아맞췄으니까.

       

       오죽했으면 바루가 자신에게서 그런 냄새 난다고?! 하고 놀라며 이곳저곳을 킁킁대고 있었을까.

       

       흐음. 그러니까 자신의 세밀한 관찰력에 스스로가 지닌 음식의 지식을 더해 개인이 선호하는 음식을 알아내어 그에 맞춘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인가.

       

       “그대가 보기에 본인은 어떠한가?”

       

       바루를 분석하는 걸 보고 있자니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저 자가 분석한 본인의 취향은 어떤 것일까.

       

       무엇이든 가리는 것 없이 먹는 본인인지라 스스로도 스스로의 취향을 잘 알지 못하는 데 이 녀석이 보기에는 어떨지.

       

       “아라님께서는.”

       “여기에 계셨군요!”

       

       만그로우가 입을 열려던 그 순간 저 멀리에서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은 저 멀리에서 손을 흔들더니 웃으면서 우리 근처로 다가왔다.

       

       “식사를 하러 오신 겁니까?”

       “그렇다만.”

       “마침 잘 됐네요! 저도 아직 식사를 하기 전이거든요!”

       “그럼 사장님것까지 준비하도록 할까요?”

       “만그로우. 부탁할게.”

       “예. 금방 내오겠습니다.”

       “…쯧. 쓸데없는 짓을.”

       

       저 녀석에게 답을 들으려 했거늘 중간에 끼어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놓고 혀를 찼지만 사장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갤 갸웃거릴 뿐이었다.

       

       한 회사의 최상층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필 줄을 모르다니.

       

       이러니 아래에 있는 이들이 고생을 하는 것 아닌가.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이냐.”

       

       한 시라도 빨리 내쫓을 생각으로 물음을 던졌더니 사장 녀석이 웃음을 흘렸다.

       

       “아라님. 저희 직원들에게 요리를 대접해주시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 전에 우선 여러 직원들의 세상에서 가지고 온 요리를 심사해주시기 않겠습니까? 높은 순위를 거둔 몇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식으로요.”

       

       사장 녀석은 나의 권위로 서열을 정해 괜한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려 한다 설명을 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여러 세상에서 손에 꼽히는 요리와 본인의 요리를 비교케 함으로써 본인에게 굴욕을 안겨줄 셈이냐.”

       

       엔리에게 요리하는 법의 기초를 배운 본인이다만 아직까지 요리에 능하다고는 할 수 없다.

       

       먹을 만한 것을 만들 수 있지만 맛있는 것을 만들 수 있는가 하면 애매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세상의 자존심이 걸린 요리 뒤에 본인의 요리를 배치하겠다면.

       

       그 속에 담긴 의도는 당연 음흉한 종류겠지.

       

       “예? 아뇨. 그런 것이 아니라 며칠 동안 아라님을 귀찮게 해드릴 수 없어서.”

       “권위를 이용하겠다면서 그 후에 권위를 망칠 계획을 짜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하는가.”

       

       어설픈 변명을 지적했더니 사장 놈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광신을 벗기기 위해 본인을 망가트릴 필요가 있다 이야기하면 될 것을 말을 비비 꼬는 것이 사람을 더 짜증나게 만드는 구나.

       

       하아. 여태까지는 협력을 구하는 입장인지라 어지간하면 좋게좋게 넘어가려고 했다만 이제는 안 되겠군.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어이. 사장. 네 녀석에게도 VR계정정도는 존재하겠지?”

       “네? 네. 있기야 하죠.”

       “이 식사가 끝나고 VR의 세상에 따라오도록. 네 놈의 썩어빠진 정신을 교육해주도록 하겠다.”

       “…네?”

       “도망칠 생각은 마라. 이는 권유가 아닌 명령이니.”

       

       모든 걸 예견하고 있다는 듯 능글거리는 네 녀석에게 남을 존중하는 법을 알려주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