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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2

   불의 신을 잡아먹을 정도로 거대한 불꽃.

   이를 만들기 위해 인페르노는 크라슈를 데리고, 떠났다.

     

   “……크라슈 님, 제가 따라갈 필요가 있습니까?”

     

   크라슈를 따라 인페르노가 지내던 신계로 끌려온 마이오스가 억울함을 담아 이야기했다.

     

   “이거, 끝나고 나서 상급 신들 찾으러 가야 하는데. 그쪽은 네가 빠삭하잖아.”

     

   기어코, 상급 신과 싸우겠다는 건가.

   기겁할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크라슈를 보며 마이오스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너로서도 마냥 나쁜 이야기는 아닐 텐데?”

     

   그러자 크라슈가 마이오스 쪽을 돌아봤다.

     

   “상급 신께서 주는 가르침은 너도 도움 될 테니까.”

   “아.”

     

   뒤늦게 그 사실을 자각한 마이오스가 눈을 크게 떴다.

   크라슈의 말대로 상급 신의 가르침은 중급 신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다.

     

   이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던 마이오스는 뒤늦게 엄청난 기회를 얻었음을 깨달았다.

     

   “눈치챘으면 그만 투덜거리고 따라와.”

     

   마이오스는 이제 입을 다물기로 했다.

   전에 없던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크라슈의 눈이 다시 인페르노에게 닿았다.

   크라슈는 현재 인페르노가 타고 온 유성을 따라 그의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

     

   유성을 타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정말로 유성을 타고 나아가는 중이라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유성을 타고 갔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다들 어떻게 생각할까.

     

   ‘돌아가면 이야기 해줄 게 잔뜩 생기고 있네.’

     

   아내들을 떠올리며 크라슈가 주변 풍경을 눈에 담았다.

   벌써 다들 보고 싶어진다.

     

   새삼 크라슈가 그 아이들을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깨달았다.

     

   [ 청승 떨기는. ]

     

   그런 크라슈의 생각을 눈치챈 크림슨가든이 콧방귀를 내쉬었다.

     

   [ 다 너에게 밥 잘 먹고 다니란다. ]

     

   그러자 크림슨가든이 아내들 쪽 소식을 전해줬다.

   크라슈가 짧게 웃었다.

   크림슨가든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머나먼 신계에서도 그다지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았으니까.

     

   얼마 후, 유성이 서서히 수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구름을 뚫고, 크라슈의 눈에 보인 것은 화산 지대였다.

     

   여기저기 용암이 들끓고, 유독 가스가 올라오는 장소.

   인간이라면 발을 들이지도 못할 그런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자연적 영향을 받기에는 이미 너무 높은 경지에 올랐다.

   그러니 온도가 올라갔음을 느낄 뿐 별다른 피해는 보지 않았다.

     

   이는 마이오스도 마찬가지다.

   크라슈의 앞에서나 꼬랑지를 만 강아지처럼 굴뿐.

   그 또한 중급 신이었다.

     

   중간계에 등장한다면 중간계가 뒤집힐 만한 괴물.

   그런 그가 자연의 영향을 받는다면 그보다 웃긴 일도 없다.

     

   인페르노는 얼마 후 화산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크라슈는 화산 특유의 진한 향을 느끼며 인페르노의 앞에 따라 섰다.

     

   [ 도둑의 아이, 너는 지금까지 내가 부여해 준 이그니스만을 사용해 힘을 써왔지. ]

     

   그 말대로 크라슈는 인페르노가 부여해 준 이그니스를 주력기로 써왔다.

   크라슈가 만들어 낸 모든 비기는 이그니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 지금부터는 이그니스를 쓰지 마라. ]

     

   그리고 주력기가 봉인 당했다.

     

   [ 내가 부여한 힘이 아닌 너 자신이 스스로 불꽃을 태울 줄 알아야 한다. ]

   “그런 게 가능합니까?”

   [ 지금까지 스스로를 태워 온 너라면 어련히 알아서 깨닫게 될 것이다. ]

     

   믿음이 과하다.

     

   [ 그걸 빨리 깨우치게 하려고 너를 가장 불의 힘이 밀집된 곳에 데려왔다. ]

     

   이곳의 이름은 금천 세계.

   모든 곳이 사시사철 불타고 있는 곳이다.

     

   [ 들어 가면 된다. ]

     

   그리고 크라슈는 지금 금천 세계에서도 가장 뜨거운 화산에 들어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그니스도 쓰지 말고, 여기 들어가라는 건 죽으란 소리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배움을 청해 놓고, 안 하겠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크라슈가 화산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모락모락 피어오른 연기와 함께 용암이 거품을 터트리는 광경이 보였다.

     

   역시 죽으란 거군.

     

   등 뒤에서 인페르노의 시선이 느껴진다.

   크라슈는 한숨을 삼키고, 결국 용암을 향해 몸을 던졌다.

     

   잠시간 부유감이 있었던 후, 몸이 용암 안으로 퐁하니 잠겨 들어갔다.

     

   본래라면 녹아 없어졌을 테지만.

   크라슈도 그동안 해 온 것들이 무수히 많다.

     

   크라슈의 몸 겉면에 신기가 둘리며 용암을 막아냈다.

   하지만 평소 사용하던 이그니스가 비어서인지 영 시원치 않다.

     

   용암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며 이마에 땀을 맺히게 하였다.

   호흡이 꽤 버겁다.

     

   그러나 크라슈는 이를 감내하며 천천히 자신의 별을 의식해 나갔다.

     

   인페르노는 스스로 불꽃이 되라고 하였다.

   이는 비유가 아니라 정말 불꽃 자체가 되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불꽃이 되거나 할 수 없다.

     

   ‘그러니 인간으로서 해내라는 이야기가 아니겠지.’

     

   이곳 신계에서는 중간계에 통념적으로 받아들이던 상식이 통하지 않기 일쑤다.

     

   그러니 크라슈는 스스로가 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인간으로서의 관점이 아닌 신으로서의 관점으로.

     

   ‘검존이 말해준 성계의 영역.’

     

   스스로가 별이 되라는 그 말.

   이는 생물이 반신을 넘어 신으로 넘어가는 과정과 같다.

     

   태어날 때부터 신으로 태어나는 이들은 내재한 별을 당연하게 다룬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 별을 만들어야 함은 물론 별을 다루는 법까지도 의식하여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점이 인간의 가능성을 시인한 것이기도 했다.

     

   신은 결국 타고 난 별밖에 다루지 못한다.

   그러니 대부분 신들이 별 하나에 그쳐 하급 신에서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은 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 별을 창조해야 한다.

   그 말은 즉, 인간은 자신의 별을 창조할 줄 안다는 점이고 이는 곧 별을 무수히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소리와 같다.

     

   크라슈가 보기에 인페르노는 은하를 연상케 했다.

   수도 없이 많은 별이 인페르노 안에 내재한 채 저마다 다른 빛들을 거세게 쏟아냈다.

     

   마이오스가 상급 신이 되지 못한다고 한 것은 인페르노와 같이 여러 별을 만들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하급 신은 하나의 별을 다룬다.

   중급 신은 하나의 거대한 별을 여러 방향으로 다룬다.

   상급 신은 무수히 많은 별을 다룬다.

     

   이것이 신 사이에 나뉜 절대적 계급이었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새로운 별을 만든다.

   그것도 이그니스 없이도 혼자서 거세게 타오를 수 있는 별을.

     

   크라슈의 눈이 뜨여졌다.

     

   마이오스는 대적할 수 없다고 한 존재, 상급 신.

   그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크라슈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 순간이었다.

     

     

   * * *

     

     

   하늘에는 별이 무수히 많다.

   저토록 환하게 빛나는 별은 중간계에 살아가는 인간보다도 훨씬 많았다.

     

   그렇게 많은 별이 그토록 빛나는 건.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적은 수의 빛나지 못한 인간들에게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너 또한 스스로 별이 될 수 있다고.

     

   그리고 지금.

   신계의 금천 세계.

     

   그곳에서 한 인간이 별을 넘어 별을 이루는 은하가 되고자 용암 속에 담겨 있었다.

     

   크라슈는 과거, 별이 샬롯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빛이 강하기에 다른 별의 빛마저 잡아먹는 별.

     

   그러나 시간이 흘러 스스로 별이 된 크라슈는 깨달았다.

   별이란 누군가에게 이정표이자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어쩌면 굉장히 오래전부터 별이 되기를 갈망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토록 갈망하여 별이 되어 세계를 구했을 때.

   크라슈는 후련함과 별개로 아쉬움이 들었었다.

     

   모든 빛을 다한 그는 이제 더는 빛을 낼 수 없게 됐으니까.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한 번 빛나봤기에 크라슈는 다시금 빛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성공에서 고꾸라지더라도 성공하는 법을 알기에 다시 도전하는 것처럼.

   크라슈는 또다시 별이 되기 위해 빛을 쏟아냈다.

     

   크라슈는 검존의 가르침을 머릿속에 새겼다.

     

   그가 알려준 별을 만드는 방법.

   이번에는 검존이 만들어 준 별이 아닌 자신만의 별을 만들어야 했다.

     

   용암의 열기가 크라슈의 몸을 감돌았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크라슈는 점차 그곳에서 따스함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 많은 열기로 인해 뇌가 녹아버리기라도 한 걸까.

     

   아니다.

   이곳은 신계에서 가장 불의 힘이 강한 곳.

     

   크라슈는 무수히 많은 세계 침식을 흡수해 봤다.

   그러니 그의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힘이라는 근본적인 것을 흡수하는 방법을 말이다.

     

   ‘블랙 후드.’

     

   크라슈가 이그니스보다 오랜 기간 사용하고, 많이 발동시켰던 스킬.

   블랙 후드는 이제 스킬이라는 개념을 넘어 크라슈 본연의 힘에 가깝게 변해 있었다.

     

   크라슈가 첫 번째로 만든 별.

   이 별이 크라슈에게 내재한 블랙 후드의 기원이 되었다.

     

   금천 세계에 깃든 불의 힘.

   그 힘을 훔치기 위해 크라슈의 별이 완연하게 빛났다.

     

   육체로 열기가 스며든다.

   이제껏 이그니스로 가공하여 태운 불과는 확연히 다른 불꽃.

     

   크라슈는 한 번 자신을 불살라 전부 태운 이후.

   색을 잃어버리고, 잿빛이 되고 말았다.

     

   다 타버린 잿불.

   그런 불꽃을 지닌 채 크라슈는 지난 시간 신들과 맞서 싸워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잿불 위.

   선명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검은색의 불도, 백색의 불도, 회색의 불도 아닌.

   크라슈 본인 스스로가 직접 타오르는 불.

     

   검푸른색의 불꽃이 크라슈의 몸 전신에서 완연하게 피어올랐다.

     

   금천 세계의 불의 힘을 크라슈의 불이 오히려 역으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불은 불을 끌어당긴다.

     

   크라슈에게 수많은 사람이 이끌려 기어코, 모두가 함께 세계를 지켰을 때와 같이.

   크라슈에게 불의 힘 자체가 이끌려 왔다.

     

   스스로 타오른다.

   그것이 무엇인지 크라슈는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크라슈는 인페르노가 부여한 스킬 이그니스를 마주했다.

   오랜 기간 정들 만큼 참으로 많은 것을 해주었던 이그니스다.

     

   그러니 이제는 작별을 고할 때다.

     

   ‘고생했다.’

     

   짧은 인사말과 함께 크라슈의 불길이 이그니스를 불태웠다.

   신기로 녹아든 이그니스가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대신, 그 자리를 메꾼 것은 크라슈의 불이었다.

     

   크라슈의 내면 깊숙한 곳.

   커다란 별 하나가 새로이 자리를 잡았다.

     

   검푸른 불길로 거세게 타오르는 별은 어느 별들보다 가장 빛나는 별이 되었다.

     

   크라슈가 기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만든 두 번째 별.

   그러나 상급 신이 저마다 지닌 은하에 비하면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들을 쫓아 은하를 만들겠다고 별만 만들다 보면.

   이를 쫓아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막연히 들었다.

     

   시간이 무한한 신들에 비해 크라슈는 무한한 시간을 보내지 않으니까.

     

   크라슈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계에 오래도록 머물러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크라슈는 방향성을 바꾸기로 했다.

     

   상급 신들이 여러 개의 별을 만들어 은하를 이룩했다면.

     

   ‘나는 하나의 별로 은하를 삼키겠다.’

     

   새롭게 만들어진 크라슈의 별이 기존에 있던 별을 입을 벌려 집어삼켰다.

   그리고 곧 별의 덩치가 이전보다 훨씬 비대하게 커졌다.

     

   크라슈의 눈이 스산히 빛났다.

     

   은하조차 삼켜낼 별.

   그 거대한 별이 아무도 모르게 신계에 도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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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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