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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2

       여행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아, 이게 이런데 쓰는 말은 아닌가?

        

       뭐, 아무튼 의미만 맞으면 그만이지.

        

       제주도 공항에서 다시 인천 공항에 도착해 직통 열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다만, 시간이 조금 애매하게 남았다.

        

       방송은 오늘까지 쉬었지만, 그래도 집으로 들어가기에는 다소 애매한 오후 두 시.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클레어는 물론이고, 아직 힘이 남아있는 앨리스와 샤를로트,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 자는 동안 체력이 조금 돌아온 듯한 미아까지.

        

       그리고 애초부터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까지, 한마음으로 통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나온 김에 그냥 조금 놀다가 들어가는 건 어떻습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광화문으로 가기로 했다.

        

       근처 코인 로커에 가방을 넣어두고 곧장 역 밖으로 나와, 먼저 식사부터 챙겼다.

        

       그렇게 긴 고민 없이 향한 곳은 패스트푸드점.

        

       햄버거를 배 안에 넣고 나니 허기는 가셨다.

        

       “그러고 보니, 미아랑 샤를로트는 한복 안 입어봤지?”

        

       일한 햄버거를 처치하고 세트로 나온 감자튀김을 하나씩 집어 입에 넣으면서 대화하던 도중, 클레어가 그런 질문을 했다.

        

       “한복이요?”

        

       샤를로트가 되물었다.

        

       한복이 이 나라 전통의상이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샤를로트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자주 찾아보곤 했으니까.

        

       “응. 이 근처에 옛 왕조가 쓰던 궁궐이 있는데, 한복을 입고 있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

        

       사실 한복을 입은 김에 무료로 입장한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지만, 아무튼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경복궁 입장료가 한복 대여료보다 비싸지는 않았으니까.

        

       “여러분은 입어보셨나요?”

        

       샤를로트의 질문에, 클레어가 활짝 웃으며 곧장 스마트폰을 켰다.

        

       그리고 찾아낸 건 그 안에 있는 우리 사진.

        

       각자 한복을 입고 서서 활짝 웃으며 찍힌 사진이었다.

        

       단순히 옷만 입은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도 그에 맞게 잘 꾸며주었다. 대여점에서는 그런 서비스도 함께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저희 두 사람이 오기 전에, 여러분은 이렇게 마음 놓고 놀고 있었다는 뜻이네요?”

        

       샤를로트가 조금 토라진 듯 말하자,

        

       “너희들 오기 전에 5분 정도 놀고 있었던 걸로 왜 그래?”

        

       앨리스가 말했다.

        

       자리에 작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음,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여기 온 김에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으니까요. 분명 돌아가면…… 이렇게 편하게 지내지는 못하겠죠.”

        

       미아의 말에 우리 모두 잠깐 생각에 잠겼다.

        

       여기 있는 다섯 명 모두, 이제 곧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여신이 아무리 우리를 이곳에 밀어내려고 해도, 우리의 생각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 네 사람은 내가 여기 남는다고 해도 분명 돌아갈 것이다. 그만큼 책임감이 강한 애들이니까. 애초에 그러지 않으면 여신과 싸운 의미도 없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돌아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존재고.

        

       그러니까, 모두가 돌아간다.

        

       돌아간다고 해서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마음 놓고 놀던 시절도 돌아오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몇 년 뒤에는 평생 제대로 만나기 힘든 처지가 될 것이다.

        

       그걸 알고 있기에, 여기가 그렇게 달콤하게 느껴지는 거겠지. 아무런 책임도 질 필요 없는 또 다른 세상.

        

       “정말 만에 하나라도,”

        

       그렇기에 나는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남겠다고 한다면, 저도 여기 남겠습니다.”

        

       “…….”

        

       나의 말에 다들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 있으면, 레오는 누가 돌봐주겠어.”

        

       클레어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응? 그렇다는 건 실비아는 필요 없다는 얘기?”

        

       “누가 그렇데?”

        

       앨리스가 놀리듯 말하자 클레어가 발끈해서 대답했다.

        

       “당연히 언니도 납치해서 돌아갈 건데?”

        

       너무 당당한 선언에 나는 잠깐 할 말을 잃었다.

        

       “그것 때문에 언니가 날 싫어하게 되어도 상관없어. 하지만 언니는 내 가족인걸. 만약 싫어하게 된다면 내가 어떻게 해서든 좋아할 수 있도록 할거고.”

        

       그 방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같이 돌아가자고 하면 돌아갈 테니 안심하십시오. 저도 여기서 계속 살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냥 만에 하나라고 물어봤을 뿐이니까요.”

        

       “뭐라고 해야 할까, 방학 끝나서 아카데미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네요.”

        

       샤를로트는 크게 한숨 쉬며 말했다.

        

       “뭐, 방학 중에 오히려 마음이 더 조마조마했던 걸 생각하면,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게 더 좋았을지도요. 어차피 지금 돌아가도 앞으로 2년은 추억을 만들 시간이 있잖아요?”

        

       샤를로트의 말에 미아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평생 절대로 잊지 못할 추억을 열심히 만들어요, 우리.”

        

       말도 참 예쁘게 한다.

        

       나를 죽여버리겠다고 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니, 실질적으로 1년도 지나지 않았으니 진짜 엊그제 같아도 이상하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얼른 흑역사를 머리에서 치워버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11월의 말이다.

        

       우리가 제주도에 간 사이에 서울에도 첫눈이 내렸던 모양이다.

        

       아직 완전히 쌓였다고 할만한 정도는 아니고, 구석구석, 살짝 쌓였던 눈을 밀어놓은 흔적이 있는 정도랄까.

        

       나, 앨리스, 클레어가 왔던 때와 비교하면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클레어와 내가 다시 만나 보낸 시간과 비교해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바꿔말하자면, 클레어와 미아도 그랬고.

        

       대여점에는 겨울용 한복도 있어서, 밖을 돌아다닐 때 큰 문제는 없었다.

        

       겨울이라고 관광지가 문을 닫지는 않는다. 바닷가라면 몰라도, 서울은 사시사철 서울일 뿐이니까.

        

       처음에 혼자 돌아왔을 때는 그저 여신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만 들었었는데, 인제 와서 생각해보면 또 한 번의 기회였던 것 같다.

        

       아무리 사람의 기억력이 좋아도,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자기 고향을 세세하게 떠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그랬다.

        

       지난 몇 년간 보지 못했던 고향을, 내가 그래도 그럭저럭 좋아했던 공간들을 세세하게 다시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사진도 잔뜩 찍었다. 예전에 여기서 살 때였다면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던 사진이었는데, 이제는 잊어버릴까 봐 무서워서 찍었다.

        

       우리 사이에 이런 좋은 시절이 있었다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 불행해질까 봐.

        

       그리고—

        

       “…….”

        

       종로 한가운데의 관광 요소를 다 즐기고, 옷도 다시 갈아입고.

        

       조금 어둑어둑해질 때 쯤, 우리는 한동네를 들렸다.

        

       나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모두 말없이 따라와 주었다. 아마 내 진지한 표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울에선 흔하디흔한 아파트 단지.

        

       그 단지 근처의 카페에 앉아 우리는 꽤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벌써 다 먹어버린 케이크 접시와 빈 잔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밖을 보고 있으니,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창밖을 본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몇 분 정도.

        

       “아.”

        

       저 멀리, 한 여성이 지나간다.

        

       나이는 오십 대 후반정도. 옆에는 내 원래 나이보다는 조금 어릴듯한 남자가 함께 있었다.

        

       주변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나와 함께 앉아있는 아이들도 내가 누굴 보고 그런 소리를 냈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그 두 사람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그러다가 그 뒤쪽으로 여인보다 조금 더 나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 따라붙어, 세 사람은 나란히 이야기를 나누며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

        

       다들 잘 지내고 있구나.

        

       “이제 됐습니다.”

        

       “정말?”

        

       내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클레어가 깜짝 놀라 물었다.

        

       내가 대놓고 누구라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세 사람이 내 원래 가족이었다는 생각은 들었던 모양이다.

        

       “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이 다짜고짜 말을 걸어 가족이었다고 하면 놀라기만 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클레어.”

        

       앨리스가 클레어를 불렀다.

        

       “정말 괜찮습니다.”

        

       나는 그런 클레어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지금 제 가족은 여기 있으니까요.”

        

       그랬다. 지금의 내 가족은 클레어와 앨리스였고, 친구들은 여기 있는 친구들이었다.

        

       그거면 충분해.

        

       “그렇군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샤를로트도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나를 따라 일어났다.

        

       그런 표정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보니, 분명 그분들도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부디, 언젠가 서로 다시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라요.”

        

       미아는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한때 원수였던 사람을 위해서 눈물지어줄 수 있다니, 역시 미아는 나보다 훨씬 나은 아이인 것 같다.

        

       나는 괜히 테이블 위의 쟁반을 잡아 들며 말했다.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요.”

        

       “응.”

        

       앨리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클레어는 마지막까지 창문 바깥을 흘끗거리다가, 작게 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가 그렇다면.”

        

       나는 클레어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났다.

        

       즐거웠다, 정말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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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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