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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3

        

       *** ***

         

       “갔군.”

         

       서문연은 잠시 거두어들인 진법을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되살려냈다.

         

       아마도 긴 시간동안 집을 비울 것이고 진법으로 집을 지켜야 했으니까.

         

       봇짐을 짊어진 서문연은 망설임없이 제갈세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서문연은 방금 헤어진 호천안 일행을 떠올리며 투덜거렸다.

         

       “나쁘지 않게 대해주었건만 야박하기는. 그깟 마차 태워주는 것이 뭐 그리 대수라고.”

         

       제갈세가에 방문할 일이 있다고 마차에 좀 태워 주면 안 되겠느냐 물었더니 단체로 정색할 것까지는 뭐람. 마부인 당도연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한사코 갈 길이 바쁘다고 막아서던 호천안 일행들.

         

       호천안 일행이 뜯어말린 덕에 횡액을 면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서문연은 불만에 가득 차 발을 움직였다.

         

       가볍게 경공을 전개하며 걷기를 하루. 서문연은 제갈세가에 도착했다.

         

       늘 진법 의뢰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정문.

         

       정문을 지키는 무사 중 한명이 서문연을 알아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이내 서문연은 제갈영명을 마주볼 수 있었다.

         

       “오셨습니까.”

         

       “누가 제갈씨 아니랄까봐 머리를 잘 굴렸더구나.”

         

       서문연의 가벼운 타박에 제갈영명은 빙그레 웃었다.

         

       “제 역량으로는 도무지 답을 낼 수 없는 문제인지라 선배 진법가님을 소개시켜 드렸을 뿐입니다.”

         

       시치미 떼기는.

         

       서문연의 눈총을 받는 제갈영명이 그 눈빛을 피하며 화제를 돌렸다.

         

       “어째 뇌검낭인님께는 좋은 진법을 드렸습니까?”

         

       “그래. 네가 원하는대로 통심법을 기반으로 한 진법을 줬다.”

         

       “어떤 방식의 진법인지 궁금하군요.”

         

       두 사람은 가볍게 한담을 나누었다. 호천안과 함께하며 있었던 일이나 요새 제갈세가의 근황 등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용세가에서 섬서분타 일로 제대로 칼을 뽑아든 모양입니다. 직계들을 대거 분타에 투입할 요량인지 모용세가 전체에 진법 설치를 하겠다지 뭡니까.”

         

       “그런가…혈교의 일로 망신을 크게 당했으니 그럴 법도 하지.”

         

       “예. 진법가가 열 명이 가도 부족한 작업량이지만 현재 모용세가의 진법은 형님 홀로 도맡고 계시지요.”

         

       서문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통심법으로 인해 갈라섰다고는 하나 혼약까지 했던 사이.

         

       일에 자신을 내던져 아픔을 잊고자 하는 제갈성찬의 모습이 훤히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

         

       “누군가가 도와 준다면 형님 역시 한숨 돌릴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 그러려고 했다.”

         

       조심스럽게 서문연을 떠보던 제갈영명은 서문연의 시원한 대답에 눈을 크게 떴다.

         

       “…음. 하나만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되돌리려 노력해 볼 생각이다.”

         

       서문연은 호천안 일행을 떠올렸다. 통심법 앞에서 무너진 서문연과 제살정찬과 달리 어째서 그들은 오성진을 온전히 성취할 수 있었을까.

         

       호천안 일행을 지켜본 서문연은 그 답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호천안을 보며 서문연은 그 답을 깨달았다.

         

       “마음을 들여다 본다는 건…분명 특별한 일이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더구나.”

         

       행동.

         

       호천안은 일행들이 다툼을 벌일 때도 계속해서 움직였다. 화난 사람을 다독이고 싸운 이들의 화해를 위해 중재를 서고 때로는 욕심 내는 부분을 질타하거나 채워 주기도 했다.

         

       겉으로는 영락없이 네 여자의 치여 갈팡질팡하는 형편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렇게 치이면서도 부지런히 움직인 호천안의 행동이야말로 오성진을 성취한 원동력이었다.

         

       “서로의 마음이 맞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면 맞추려 노력해야 했거늘…그저 지켜보기만 했지.”

         

       그러니 서문연은 한참 늦은 지금이라도 움직이고자 했다.

         

       ‘모용세가라…’

         

       서문연은 빙그레 웃었다. 참 핑계도 적절하기도 하지.

         

       서문연이 모용세가에 찾아간다면 제갈성찬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둘러댈 적절한 핑계가 있는 편이 일이 수월하게 풀릴 터.

         

       “모용세가에 진법을 설치해 준다면 뇌검낭인 일행에게도 도움이 되겠구나.”

         

       모용세가는 혈교의 일로 명성에 타격을 입었다.

         

       본가의 수비를 진법으로 대체해 전력을 확보한다면 분타의 관리에도 힘을 쓰겠지만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혈교의 준동을 적극적으로 막으려 들 터.

         

       즉 모용세가에 진법을 설치하는 일은 인연이 있는 뇌검낭인을 돕는 일로 이어지는 셈이었다.

         

       무림의 영웅을 돕는다.

         

       제갈성찬이 서문연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할지라도 쉬이 내치기 어려운 핑계였다.

         

       서문연의 의도를 읽은 제갈영명이 맞장구를 쳤다.

         

       “그렇겠지요.”

         

       “교통편을 마련해 주겠느냐?”

         

       “하하.”

         

       제갈영명은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 ***

         

       영물이라 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보통 영물이라 하면 비처에 거대한 몸을 웅크린 채 도전자를 기다리는 고고한 모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영물들은 영물들 중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만날 확률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런 영물들은 인간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자리잡고 있으니까.

         

       대부분의 영물들은 서공과 같이 살아간다.

         

       찍찍!

         

       “이 녀석은 왜 자꾸 귀찮게 영초를 물어오는거냐.”

         

       “또또! 흙투성이가 되었군요. 이리 오세요!”

         

       영초 손질은 당소열에게 맡기고 털 관리는 혁기린이 해 주는 애완 영물의 삶…이 아니라.

         

       평범한 산과 들과 숲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니 영물 사냥을 위해서는 우선 정보부터 수집해야 했다.

         

       어느 산에 덩치 큰 호랑이가 나타났다더라.

         

       누가 밤중에 거대한 안광을 뿜어내는 괴물을 보았다더라.

         

       어느 숲길에서 실종자가 많이 발생한다더라.

         

       영물 사냥을 위해서는 수많은 소문을 수집하고 그 소문의 진위 여부를 가리며 영물의 존재 유무를 파악하는 것이 바로 영물 사냥의 첫 단계이자 영물 사냥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작업이었다.

         

       번듯한 문파가 달려들어도 몇 년이고 허탕을 칠 수도 있는 작업이 바로 이 과정이었다.

       

       그러나 다대한 노동과 긴 시간을 투자할 필요 없이 바로 영물 사냥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이 이 무림천하에 존재했는데.

       

       그곳이 바로 천수림이었다.

         

       천수림(天樹林).

         

       말 그대로 거목이 끝도 없이 이어진 거대한 숲, 천수림은 영물이 자리를 잡고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으니 영물의 존재 유무를 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곳이었다.

         

       일종의 영수사냥 입문 장소라고 할 수 있을까.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영수림, 혹은 영수사냥터라고 불리는 장소였다.

       

        뭐 사냥터라고는 하지만 정말로 영물들이 우글거리는 건 아니고 끽해야 한 두 마리 정도 있는 것이지만. 

       

       확정적으로 영물을 사냥할 수 있는 곳이 사냥터라는 표현도 틀린 표현은 아니었다.

         

       찍찍!

         

       천수림에 진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꼬리를 세우며 우리에게 위험이 닥치고 있음을 알리는 서공.

         

       서공의 경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실체화되었다.

         

       수십 마리의 늑대 무리가 비천마차를 둘러싸기 시작했으니까.

         

       “어떻게 할까요? 딱 봐도 마차를 습격해 사람을 잡아먹은 경험이 있는 녀석들입니다만.”

         

       마차를 몰던 당도연이 딱딱한 목소리로 내 의견을 물었다.

         

       “분명 이 녀석들을 지휘하는 늑대 영물이 있을 겁니다. 적당히 늑대들을 처리해서 녀석을 불러내도록 하죠.”

         

       “예.”

         

       무공을 익히지 않는 이들에게는 산속이나 숲속의 짐승들은 위협의 대상이다.

         

       그런 위협으로부터 몸을 지켜줄 호위무사가 없다면 보통 천수림 같은 곳에 발을 딛지 않는다.

         

       천수림에서 살아가는 이 늑대들은 호위무사(무림고수)의 무서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텐데도 조심성 하나 없이 다짜고짜 비천마차를 포위해왔다.

         

       그만큼 우리들을 사냥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뒤를 봐주는 영물이 없으면 나올 수가 없는 자신감이다.

         

       “잡것들은 나랑 도연이가 정리할 테니 너희들은 영물을 상대할 때를 대비해서 쉬고 있도록.”

         

       당소열이 마차 천장에 달린 문을 열고 위로 올라갔다.

         

       철컥! 투우웅!!

         

       퍼버버벅!

         

       깨갱! 깨애앵!!

         

       아무래도 선공을 당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인지 무방비하게 쓰러지는 늑대들. 잠시 당황한 듯 거리를 벌렸던 늑대들은 이내 사나운 기세를 드러내며 비천마차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당소열이 천장에서 부지런히 암기와 장치를 발사했지만 그렇다고 한들 전방위에서 달려드는 모든 늑대를 쳐낼 수는 없는 노릇.

         

       “어딜.”

         

       쉬이이익!!

         

       당도연이 편을 휘두르며 접근하는 늑대들을 쳐냈다.

         

       순식간에 십여 마리의 늑대들이 나가 떨어지자 이내 숲속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아우우우우!!

         

       울음이라기보다는 파동에 가까운 묵직한 음파.

         

       영물이 나타났음을 직감한 나와 일행들은 비천마차에서 뛰어내려 진형을 갖추었다.

         

       이내 숲속 깊은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늑대 영물.

         

       체고만 해도 족히 1장은 넘어 보였고 몸 길이도 4~5장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덩치. 으르렁거리며 드러난 이빨들은 물렸을 때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영물 늑대의 등장에 물러나는 늑대들.

         

       물러나긴 했지만 영물 늑대와 함께 보조를 맞추어 들어올 심산인지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늑대들은 당도연과 당소열이 최대한 대응해 주겠지.

         

       방해가 들어오더라도 오성진이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개진.”

         

       “개진!”

         

       이제는 충분히 능숙해진 구령과 움직임. 얼마 지나지 않아 오성진의 기본 형태가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크아앙!

         

       본능적으로 진법을 구성하게 두면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는지 바람처럼 달려오는 늑대.

         

       나는 그런 영물 늑대의 움직임에 앞으로 나섰다.

         

       영물 늑대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을 모르는 이상 일단 공격을 피하고 보는 것이 맞았지만 아직 진법이 온전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피하기만 하다보면 진법의 기세를 제대로 올릴 수가 없었다.

         

       진법의 기운을 흩뿌리는 한편 뇌륜의 기운을 끌어올려 늑대의 이빨을 받아쳤다.

         

       콰앙!!

         

       트럭에 치여본 적은 없었지만 트럭에 치인다면 이런 느낌일까.

         

       충격에 대비할 준비를 모두 갖추고 천근추의 묘리까지 극성으로 끌어 올린 채 늑대의 이빨을 받아냈지만 저 커다란 놈이 전력으로 달려와 날 씹어먹으려 들었으니 그 충격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촤아아아악!!

         

       순식간에 팔이 얼얼해지고 온몸이 뒤로 밀렸다.

         

       제 힘에 질질 끌려가는 상황에서 균형을 잡고 버티고 있는 내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늑대 영물이 내 대검을 문 채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개과 동물 특유의 털기 공격은 이미 예상했던 바.

       

       온몸을 비틀어가며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좌우로 날 흔들던 녀석이 안되겠다 싶었는지 머리를 크게 치켜들었다. 천근추를 운용하고 있었지만 손쉽게 딸려 올라가는 나.

         

       영물 늑대가 그대로 머리를 떨어뜨리면 나 역시 지면에 처박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늑대의 움직임보다 일행의 움직임이 더욱더 빨랐다.

         

       “하아압!”

         

       일성.

         

       오성진의 전력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힘이었지만 충분히 영물에게 타격을 줄 만한 힘을 휘감은 혁기린의 작은 신형이 궁신탄영의 묘리에 따라 매섭게 쏘아진다.

         

       목표는 훤히 드러난 늑대의 목!

         

       여일예의 별무리에 비견될 만한 검강을 휘감은 혁기린의 검이 늑대의 목을 찔러 들어갔다.

         

       캐애앵!!

         

       늑대 영물이 고통에 못 이겨 입을 별렸고 나는 그런 녀석의 주둥이를 걷어차며 탈출했다.

         

       그 와중 나는 몸부림치는 녀석의 목덜미를 살폈다.

         

       목덜미에서 핏기가 보이기는 했지만 깊은 상처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

         

       역시 영물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는 온전한 오성진의 힘이 필요한 모양이다.

         

       내 몸 상태를 염려하는 일행들의 기색에 멀쩡하다는 답을 돌려주며 내 위치를 찾아 돌아갔다.

         

       오성진의 기본형을 갖추며 진을 재정비 했을 때 목을 찔린 충격에 몸부림치던 영물 늑대도 충격을 수습했다.

         

       크르르르르!!

         

       사람에게 이만한 상처를 입었던 것이 처음이었을까. 아니면 생명의 위협을 느낀 탓일까.

         

       아까와는 달리 완전히 흉성에 잠긴 붉은 눈동자가 우리를 노려보았다.

         

       더 이상의 탐색은 필요없다는 듯이 우리를 완전히 전력으로 처부술 기세였다.

         

       전면전이라면 우리 역시 바라는 바였다.

         

       오성진의 힘은 과연 어느 정도이고 어디까지가 한계인가.

         

       그 사실을 확일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크아아아앙!!

         

       커다란 울음소리와 함께 영물 늑대가 흉성을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수림에 다수의 영물이 떼지어 존재하는 듯한 묘사를 수정했습니다.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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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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