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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3

   크라슈가 용암에 들어간 이후.

   인페르노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용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이오스도 며칠 동안은 인페르노와 같이 가만히 용암을 보며 기다렸으나.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이 넘도록 이렇게 있기에는 지쳤다.

     

   결국 마이오스는 주변을 둘러보고 오겠다며 금천 세계를 간단히 돌아보고 왔다.

   크라슈의 훈련은 마이오스로서는 상급 신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탓이다.

     

   마이오스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구태여 집착하지 않았다.

   어차피 상급 신이 된다는 것이 한순간에 일어날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이오스가 금천 세계를 돌아보고 다녀온 뒤.

   그 뒤에도 인페르노는 여전히 그때와 같은 자리에 앉아 용암 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급 신에게 제일 중요한 건 사실 인내심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인페르노는 앉은 자리에서 떠나가지 않고, 용암만을 보고 있었다.

     

   마이오스가 그 모습에 도리어 두려움을 느끼는 사이.

     

   쿵!

     

   드디어 인페르노가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마이오스가 집중을 방해했나 싶어 깜짝 놀라자, 인페르노가 입가에 환한 웃음을 그렸다.

     

   [ 드디어로군. ]

     

   그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마이오스도 용암 속을 돌아봤다.

   그러자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던 용암이 대뜸 어딘가로 전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를 본 마이오스가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

     

   고작 용암만이 아니다.

   금천 세계 전역에 있는 불의 힘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금천 세계가 전부 끌려 들어가고 있다.

     

   거대한 힘의 움직임에 마이오스는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중급 신조차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힘의 흐름이었다.

     

   멀미하는 것처럼 머리가 어지럽다.

   힘의 흐름이 너무 거대한 탓에 마이오스는 거대한 통속에 갇힌 채 굴려지는 기분을 느꼈다.

     

   “으헉!”

     

   마이오스가 침음을 삼키며 바닥에 주저앉자, 인페르노가 경쾌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 그래, 그거다. 신들은 멍청하게도 강해지는 방법을 다른 신들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스스로가 자신만의 방법을 개척해야만 하는 자만이 더 너머로 갈 수 있는 법이다. ]

     

   마이오스의 눈이 인페르노에게 향했다.

   지난날, 다른 상급 신들에게서도 듣지 못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마이오스가 경악을 보이는 사이.

     

   쿵!

     

   화산 위에 손 하나가 치솟아 올라왔다.

   마이오스는 그 순간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검푸른 머리카락의 남성이 몸을 일으키며 화산 위로 올라왔다.

   이를 본 순간 마이오스의 얼굴이 서서히 굳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나 남자의 머리카락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금천 세계로는 그에게 간섭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분명 크라슈의 상태는 일반적인 상급 신이라고는 할 수 없다.

   상급 신에게서는 은하를 눈앞에서 보는 듯한 압도적인 감각을 주니까.

     

   그러니 크라슈는 아직 상급 신이라고 할 수 없다.

     

   은하와는 다른 하나의 별.

     

   그러나 그 별을 마주한 순간.

   마이오스는 은하와는 다른 압도감을 느꼈다.

     

   크다.

   거대해도 너무 거대하다.

     

   마이오스는 너무 거대한 별 앞에 넋을 놓듯 입을 벌렸다.

     

   크라슈의 별은 더 이상 시야에 담을 수 없었다.

   은하조차 집어삼킬 만큼 압도적인 크기의 별이 빛을 쏟아내며 시야를 가득 채웠다.

     

   눈이 멀 것 같다.

   너무 강한 별빛이 몸을 투과하고 있었다.

     

   [ 아직 별빛을 제대로 관리 못 하는군. ]

     

   인페르노가 마이오스의 앞을 가렸다.

   이 이상 크라슈의 별빛을 쬐었다가는 마이오스가 이대로 소멸해 버렸을 것이다.

     

   [ 별을 밖으로 분산시키지만 말고, 스스로 내면을 향해 몰아 넣어라. ]

     

   인페르노의 조언을 들은 크라슈가 숨을 당겼다.

   그러고는 이내 바깥으로 빠져나온 별빛을 내면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정도 거대한 별빛을 다루는 건 처음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니, 아예 처음은 아니지.’

     

   아벨라를 쓰러트리던 그날.

   크라슈는 세상에서 가장 환한 별이 되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새삼 그게 얼마나 미친 짓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자칫했으면 그대로 몸이 산산조각이 나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있기에.’

     

   크라슈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어느새 차츰차츰 크라슈의 몸 밖으로 새어 나가던 별빛들이 잦아들었다.

   잠시 후, 모든 별빛을 정리한 크라슈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몸에서는 더 이상 별빛이 무분별하게 흘러나오지 않았다.

     

   인페르노가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며 씩 웃었다.

     

   [ 어때, 나보다 더 타오를 수 있겠나? ]

     

   그의 질문을 듣고, 크라슈가 인페르노를 돌아봤다.

   그러고는 시험 삼아 자기 몸에서 완연한 불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인페르노도 크라슈의 불꽃에 대응하듯 자신의 불꽃을 태워나갔다.

     

   어느새 마이오스는 그 자리에서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자칫해서 불꽃에 휘말리면 자신이 타 죽을 거란 걸 잘 알았던 덕분이다.

     

   타드드득!

     

   타오른 불꽃이 서로에게 부딪치며 열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곧 크라슈의 불꽃이 꺼졌다.

     

   “아직 멀었군요.”

     

   크라슈는 금천 세계가 식어 버릴 정도로 불꽃의 힘을 흡수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인페르노에게 닿기에는 한참 멀었다.

     

   은하를 삼키겠다고는 했지만, 그의 별은 그 정도 크기가 되지 못했다.

     

   [ 하지만 가능성은 보았겠지. ]

     

   인페르노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말대로다.

   크라슈는 이번 일을 통해 분명히 가능성을 보았다.

     

   지금 크라슈 내면에 자리 잡은 이 별이 어느 것보다도 커질 가능성을 말이다.

     

   “신계에는 여러 세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많은 세계가 여기저기 만들어져 있는 신계다.

   당연히 그곳에 담긴 힘도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을 터.

     

   “신계의 힘, 그 자체를 훔치면 결국 인페르노 님보다 타오를 수 있겠죠.”

     

   더욱더 거대한 별이 되기 위해.

   크라슈는 신계를 전전할 것을 결심했다.

     

   그 말을 들은 인페르노는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하는 불꽃의 성장에 기대감에 차올랐다.

     

   그는 불의 신이다.

   그는 불이다.

     

   결국 모든 불은 인페르노로 귀결되는 이상.

   크라슈의 불 또한 인페르노에게는 자신이 타오르는 것과 같았다.

     

   오래도록 시간이 지나 이 이상 타오르지 못하던 불이.

   삼라만상의 세계에서 다시금 새로운 불꽃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인페르노는 이 사실에 고조되는 감정을 느꼈다.

     

   [ 크흐, 흐흐흐. ]

     

   크라슈로서는 여러 감정이 담긴 인페르노의 웃음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상급 신이라는 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신에겐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새삼 체감했다.

     

   [ 더 타오르기를 기대하지. ]

     

   크라슈는 인페르노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그가 길잡이 역할을 해줬기에 크라슈는 또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더불어 인페르노가 부여해 준 이그니스도 있다.

     

   비록, 벨로킨에게 훔친 것이긴 하나.

   이그니스는 크라슈가 수많은 난관을 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어떻게 보면 인페르노는 지난날 크라슈가 나아온 길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이 중 하나였다.

     

   인페르노와 인사를 마친 크라슈는 곧바로 금천 세계를 떠날 준비를 마쳤다.

   크라슈가 준비를 마치자 잠시 후, 마이오스도 돌아와 그와 떠날 채비를 하였다.

     

   마이오스의 눈이 크라슈에게 머물렀다.

   급히 도망치긴 했지만, 크라슈를 통해 그 또한 무언가를 깨달은 것인지.

     

   “개척…….”

     

   마이오스는 조용히 혼자서 곱씹었다.

     

   어쩌면 마이오스도 상급 신으로 나아가는 실마리를 잡은 걸지도 모른다.

     

   마이오스의 바람을 따라 크라슈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두 사람은 인페르노의 배웅을 받으며 그대로 신계의 하늘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크라슈 님, 이제 어쩌실 생각입니까?”

   “신계에서 가장 세계의 힘이 많이 깃든 장소에는 신들이 터전을 잡고 있지?”

   “예,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인페르노와 같이 상급 신들일수록 신계에서 힘이 강한 세계에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이번에는 크라슈가 금천 세계의 힘을 이렇게 한 번에 흡수해서 그렇지.

   평소에도 신들은 신계의 힘을 차츰차츰 흡수하고 있었다.

     

   물론 이는 인간이 바치는 재능에 비하면 워낙 적은 수준이라 신들은 구태여 힘을 흡수하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이는 어디까지나 크라슈였기에 가능한 각성이었다.

     

   “그렇다면 마이오스, 하나만 묻자.”

   “예.”

   “묵시록의 4기사, 그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다음 질문을 듣고, 마이오스가 멈칫하였다.

     

   중간계에서 금역이 전부 종식된 이후.

   신들은 연합을 하여 다시금 세계 침식을 중간계에 분포시키자 하였다.

     

   그들의 주된 목적은 바로 묵시록의 4기사를 강림시키는 것.

     

   마이오스가 소속된 파르테스 성단 또한 이와 같은 짓을 저지르려 하였다.

   그렇다면 파르테스 성단 소속이었던 마이오스가 묵시록의 4기사에 관해 알 가능성도 있었다.

     

   크라슈가 질문하자 마이오스는 살짝 복잡한 얼굴을 하였다.

     

   “예, 알고는 있긴 합니다. 하지만 묵시록의 4기사에 관한 것은 포기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이유는.”

   “그들을 관리하는 건 다름아닌 최상위 신 분들이시니까요.”

     

   신계에 존재하는 다섯 명의 최상위 신.

   그들이 묵시록의 4기사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말에 크라슈가 눈을 찡그렸다.

     

   “최상위 신들이 직접?”

     

   묵시록의 4기사는 중간계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신계라고 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당장 마이오스만 해도 크라슈가 보기에 중간계에 강림한 묵시록의 4기사보다 강했다.

     

   그도 괜히 신인 게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힘을 흡수할 겸 묵시록의 4기사부터 제거해 볼까, 했더니.

   뜬금없이 그들이 최상위 신들이 관리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크라슈 님은 묵시록의 4기사라는 것들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시는 것 같아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마이오스는 차분한 얼굴로 삼라만상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크라슈 님께서 아시다시피 신계에는 여러 세계가 존재합니다.

   삼라만상으로 이루어진 신계는 무척이나 거대한 만큼 정말 말도 안 되는 세계도 존재하죠.”

     

   금천 세계만 해도 중간계보다 거대하다.

   신계의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 알았다.

     

   “문제는 상급 신들조차 전혀 알 수가 없는 세계 또한 존재한다는 겁니다.”

     

   삼라만상 하나의 현상이 된 상급 신.

   그들조차 모르는 게 있다는 말에 크라슈가 의아한 얼굴을 하였다.

     

   “신들 사이에서 그런 세계들은 삼라만상의 뒷면이라 이야기하고 있죠. 앞면에 살고 있는 저희는 절대 볼 수 없는 면입니다.”

     

   크라슈는 마이오스가 왜 이 이야기를 꺼냈는지 눈치챘다.

     

   “묵시록의 4기사들은 설마.”

   “예, 뒷면의 세계에서 나타난 자들입니다.”

     

   그런 게 있었던 건가.

   크라슈는 막연히 묵시록의 4기사는 상급 신들과 같은 이들이 세계 침식을 범람시키고자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들은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존재였다.

     

   “그리고 신들은 묵시록의 4기사를 보고, 공통적인 이야기를 내놓았죠.”

     

   마이오스는 한차례 뜸을 들였다.

   말하기를 꺼리는 눈치였지만 그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들은 신과 그리 다르지 않다.”

   “뭐?”

   “묵시록의 4기사는 뒷면 세계의 신들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크라슈의 얼굴이 굳었다.

   그 말이 가리키는 바가 무엇인지 눈치챈 탓이다.

     

   “그렇다는 건 묵시록의 4기사들은.”

   “예, 신계에서는 중간계와 달리 제약 없이 본연의 힘을 다룰 수 있죠.”

     

   중간계에 강림했던 묵시록의 4기사.

   그들은 중간계의 제약으로 약해진 존재였을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외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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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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