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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4

        

       기괴한 가면을 쓴 고용주는 건물을 보았다.

       예술적인 겉모습과는 달리 흉흉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감추고 있는 건물을.

         

       저 안에는 분명히 경비를 위해서 온갖 장치들이 깔려있으리라.

         

       일본의 뛰어난 과학기술을 사용해 만든 기계.

       발전된 마도 과학의 기술을 한껏 투입해 만든 군사용 설비.

       건물을 지을 때부터 미리 설치해놓은 침입자 격퇴용 아티팩트.

       외국의 주술사를 감지하기 위해 아낌없이 음양술을 사용해 만든 주물들까지.

         

       아무리 악명 높은 도둑이라고 할지라도 저 안으로 몰래 침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도둑이 아니라 괴도가 온다고 할지라도 목표지점까지 반도 가지 못한 채 감시에 걸려들고 말겠지.

         

       물론 이렇게 감시 장비가 철저한 만큼 내부에 있는 인원들의 질이 한국보다 낮기는 했다.

       한국처럼 군인을 깔아놓지도 않았고, 군부대와 연계가 되어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다고 한다면…그렇진 않았다.

       오히려 한국보다 난이도가 높다고 하는 것이 옳겠지.

         

       어차피 한국과 일본은 현재 애매한 상황 때문에 주물을 보관해놓는 창고나 연구소에 큰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전시에 파견될 우수한 인재는 당연히 없고, 평시에 머무르고 있던 쓸만한 이들 역시 없다.

       두 나라 모두 창고와 연구소에는 보여주기식으로 최소 인원만 투입된 상황.

       그 정도라면 용병들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뚫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주의해야 하는 것은 변수.

         

       그리고 그 변수는 연구소에 설치된 침입자 격퇴용 보안 설비와 외부에 지원 요청하는 경보 장치에서 나온다.

         

       고립된 환경 속에서 기괴한 방향으로 발전해온…상식과 묘하게 어긋난 아티팩트와 보안 장치들. 2차 세계대전 당시 노하우를 쏟아부어서 만든 보안 장치. 거기에 한국에는 없는 음양술과 주술, 신력과 관련된 장치까지.

       그 모든 것들은 그와 용병들을 골치 아프게 만들기에 충분하리라.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다.

         

       외부의 지원 역시 생각해야만 한다.

         

       음양사들이 올 수도 있고, 오사카의 무인들이 몰려들 수도 있다.

       어쩌면 근처 기지에서 자위대가 올 수도 있고, 헬기를 타고 능력자가 올 수도 있다.

       경찰은 당연히 올 것이고, 잘못하면 경찰청 소속 대테러부대가 올 수도 있겠지.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인다면 그들을 상대하지 못할 것도 없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도 없고, 할 생각도 없었다.

         

       최단 시간 동안,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이득을 본다.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태도가 아니겠는가.

         

       “경비가 아무리 삼엄하다고 할지라도 일반적인 도둑이나 강도를 생각하고 만든 것이겠지요.”

         

       고용주는 기괴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리석게도.”

         

       그리고 고용주의 음산한 목소리에 용병들을 이끌고 있던 팀장이 대답했다.

         

       “그렇지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팀장은 미소를 지으며 다른 용병들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용병들은 부산하게 움직이며 근처에 잘 숨겨놓은 물건들을 하나둘 들고 오기 시작했다.

         

       위장막을 덮어 감쪽같이 숨겨놓았던 커다란 배낭.

       광학 위장(Optical camouflage) 기능이 있는 아티팩트를 사용해 숨겨놓았던 드럼통과 상자들.

       뭔가 흉흉한 기운이 풍기는 캐리어까지.

         

       그들 앞에는 순식간에 이삿짐을 연상케 할 정도의 물자가 쌓였다.

         

       팀장은 그걸 보며 비뚤어진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나 많은 폭탄 앞에서는…저깟 수준의 보안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요.”

         

       그는 그 말과 함께 용병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 ‘부품’들을 사용해서 쓸만한 무기를 만들라는 신호를 말이다.

         

       그렇게 신호와 함께 용병들이 움직였다.

       온갖 험지에서, 야전에서 경험을 쌓아온 그들의 노하우가 여과 없이 발휘되며 물건들이 조립되었다.

         

       캐리어가 열리고 화약과 폭탄이 쏟아져 나왔고, 쓸모가 사라진 캐리어는 분해되었다. 손잡이는 드럼통에 붙어 지지대 역할을 했으며, 캐리어의 판은 미리 그어놓은 금을 따라 조각조각 분해되며 속살을 드러내었다.

         

       캐리어의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얀 가루들.

       오사카의 슬럼가라 불리는 니시나리구(西成区)의 아이린 지구(あいりん地区)에서 조달해온 필로폰이었다.

         

       물론 저 하얀 가루 전부가 필로폰은 아니었다.

       고작 의뢰하는데 사용하기에는 단가가 맞질 않았으니까 말이다.

         

       저 하얀 가루는 필로폰과 현지에서 조달한 화학 물질, 멀미약에서 추출한 스코폴라민(scopolamine)과 항상 가지고 다니는 독극물을 섞어서 만든 물건이었다.

       마시는 즉시 제압이 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혼란을 부추기기에는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비전이었다.

       혼란이 가라앉고 진정이 될 즈음에 약효가 퍼져나가며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들은 하얀 가루를 자그마한 밥솥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부서진 캐리어 조각 역시 밥솥에다가 집어넣었는데, 밥솥에 들어갈 때 금속음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캐리어는 아닌 듯 보였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종이로 잘 싸여있는 물건들이 드럼통에 쑤셔박히고 있었다.

       종이에 쌓인 물건은 비스듬히 누워있는 드럼통 안에 차곡차곡 쌓였고, 물건들 사이에 도폭선으로 보이는 굵은 선이 껴서 드럼통 바깥쪽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어느 정도 채워지자 그들은 상자에서 포탄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가스통을 개조해서 만든 것 같은 폭탄이었는데, 고철을 주워다가 붙인 듯 어설프게 날개가 달려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준비가 되어갔다.

         

       드럼통에는 화약과 폭탄이.

       밥솥에는 가루와 캐리어 조각이.

       얇은 사슬이 붙어있는 포환에는 독이 묻어있는 못과 유리 조각이.

       드론에는 알루미늄 분말을 집어넣어 만든 특제 폭탄이.

         

       그리고.

         

       철컥.

         

       “고용주님. 혹시 몸을 보호할 수단이 있습니까?”

         

       “괜찮습니다. 신경 써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팀장의 손에는, EMP 폭탄이 들렸다.

         

       온갖 기계장치가 덕지덕지 붙은 못생긴 모양의 폭탄은 팀장이 버튼을 누르자 붉은색 숫자를 띄웠고, 카운트다운이라도 하는 듯 빠르게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팀장은 작동을 시작한 EMP 폭탄을 손에 든 채 고용주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고는 비스듬히 고개를 들었고, 건물 위쪽을 노려보며 기를 끌어올렸다.

         

       기혈(氣穴)에 잠들어있던 내공이 그의 의지에 반응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새에 몸을 휘저으며 그의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었고, 그가 EMP 폭탄을 들고 있는 손에 몰려들며 그의 근육을 강화해주었다.

         

       강화.

       근육이 질기게 변한다.

       적은 힘으로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도록 해준다.

       일반적으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폭발적인 신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하여 팀장의 팔이 부풀고, 허리가 뒤틀린다.

       

       회전의 힘이 더해져 적지 않은 무게의 EMP 폭탄이 가벼운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장난감처럼 하늘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기계를 이용해 집어던지기라도 한 것처럼 빠른 속도로 허공을 가를 수 있도록.

         

       그리하여 허공에서 카운트다운이 끝을 발하고.

         

       굉음을 내며 EMP 효과를 골고루 퍼트릴 수 있도록 말이다!

         

       퍼어엉-!

         

       굉음을 내며 EMP 폭탄이 터졌다.

       귀가 멀어버릴 것만 같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전자기파가 퍼져나갔고, 강력한 파장과 함께 연구소 곳곳에 자리 잡은 전자기기들의 회로가 타버렸다.

         

       그리고 이 폭발을 신호로 삼아 용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직!

         

       가장 먼저 움직인 이들은 드럼통 근처에 있던 용병들.

       그들은 가지고 있던 수단을 이용해 도폭선에 불을 붙였고, 곧이어 일어날 폭발을 피해 드럼통과 거리를 벌렸다.

         

       퍼어엉–!

       퍼엉-!

         

       도폭선은 빠른 속도로 터지며 드럼통 내부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화약을 폭발시켰다.

       그렇게 폭발한 화약은 터져나가며 드럼통에 쑤셔박혀 있던 폭탄을 밀어내었고, 날개가 붙어있는 폭탄은 미리 겨누고 있던 방향으로 맹렬하게 날아갔다.

         

       폭탄은 드럼통으로 만든 어설픈 포에서 쏘아 올려진 포탄이 되었고, 곡선을 그리며 정확히 목표에 다다랐다.

         

       정문.

         

       보안 장치와 경보가 집중된 바로 그 지점에 말이다.

         

       퍼어어엉–!

         

       마침내 목표물에 도달한 포탄은 사제폭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폭발력을 발휘하며 정문을 날려버렸다.

       붉은 화염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빠알간 빛을 발하며 손에 닿는 것들을 날리고 태워버렸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렬한지 정문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던 경비원들이 충격에 날아갈 정도였다.

         

       퍼억!

         

       폭발의 충격파에 날아간 경비원들은 땅을 몇 번 구르고는 근처 건물의 벽에 부딪혔다.

         

       죽지 않도록 계산했기에 목숨은 붙어있겠지만, 뼈 몇 개 정도는 부러졌겠지.

         

       후웅-!

       후우웅-!

         

       정문이 터지자 다음에 나선 것은 얇은 사슬이 붙어있는 포환을 든 이들이었다.

       그들은 사슬을 잡고 빙글빙글 몸을 회전시켰고, 어느 정도 회전력이 붙자 투포환을 던지듯 손을 딱 놔버렸다.

         

       그렇게 쏘아진 포탄들은 허공을 가르며 정확히 부서진 정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쿠웅-!

         

       건물 안쪽으로 들어간 포환은 건물의 벽면에 박혔다.

       무거운 몸체, 그리고 포환 겉에 씌워진 기(氣)의 힘이었다.

         

       퍼어어엉-!

         

       그렇게 벽면에 박힌 포환은 뇌관을 작동시켰고, 거대한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포환 곳곳에 나 있는 흠집은 포환 내부에서 치솟는 압력이 나갈 수 있는 출구가 되었고, 그 출구로 압력과 함께 새까만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어마어마한 기세로 말이다.

         

       그렇게 건물 안은 새까만 연기로 뒤덮였다.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화재가 건물을 덮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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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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