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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4

       날 주방 쪽으로 끌고 온 반그로우는 대뜸 내게 방금 전 했던 것처럼 볶음밥을 해보라고 이야기했다.

       

       대체 무슨 과정을 거치면 저런 것이 나오는지 알고 싶다면서.

       

       본인이 나름 고심하여 만든 요리가 저딴 것이 되었단 사실이 불쾌하긴 했지만 당장은 녀석이 하는 말을 따랐다.

       

       지난 번 회사의 식당에서 마주했던 녀석의 요리는 상당한 맛을 지니고 있었다.

       

       본인이 여태까지 먹어온 것 중에 손에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바루 같은 경우에는 평생 먹어본 것 중에 이게 최고란 이야기를 할 지경이었지.

       

       그런 녀석이 직접 지도를 해주는 것이다. 본인이라는 인간은 무인으로써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권능을 지닌 인간이지만 요리사로써는 이제 막 발을 뗀 초심자에 불과할 지어니.

       

       인정할 수 있는 실력자가 배움을 준다 그런다면 기꺼이 따르는 것이 옳다.

       

       무조건 자존심만 세운다면 어찌 나아짐이 있을 수 있을까.

       

       “재료는 있으신가요?”

       “차고 넘치니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

       “한 번 볼게요. …와. 재료는 하나 같이 좋네요.”

       “그야 당연하지. 녀석들의 상태가 좋도록 만들었으니까.”

       

       본인이 지닌 권능을 이용해 규율을 바꿀 필요도 없다.

       

       생명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도술의 기본 중 하나일 지어니.

       

       지난 번 선계를 회복시킬 때에 비슷한 것을 지겹도록 보았던 본인이 이런 채소나 고기의 질을 좋게 만드는 게 무어 어려운 일이겠느냐.

       

       “이런 좋은 재료를 망치다니. 더욱 더 용서할 수 없게 됐네요.”

       “…크흠. 하여튼 준비하는 것부터 차례대로 하면 되겠지?”

       “네. 그렇게 해주세요.”

       

       수도 없이 반복해왔던 과정이다. 여기에 망설일 것은 없지.

       

       밥솥에 준비된 밥을 꺼내 식히고. 야채를 손질하고.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무언갈 베는 것은 본인이 장기 중 하나이기에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아니했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 볶는 과정만이 남게 되었지.

       

       이제 남은 것은 볶는 과정뿐이다.

       

       재료를 익히고 밥과 각 재료 간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지.

       

       이전에는 화력이 너무 강했으니 조절을 해두도록 하자꾸나.

       

       밥과 계란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또한 방금 전 시식을 맡은 두 사람이 짜다 그랬으니 이번에는 이전보다 양을 약간 줄여보도록 할까.

       

       그리고 방금 전에 기름이 많다 그랬으니 느끼한 맛을 줄이기 위해 약간 신 맛과 매운 맛을 첨가하도록 할까.

       

       시행착오를 거침에 따라 점점 더 나아지는 게 느껴지는 군.

       

       “자. 완성 됐다.”

       

       한 그릇을 만들어내 접시에 담아 보였더니 반그로우가 그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수저로 떠서는 그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곤 미간을 찌푸리더니 길고도 긴 한숨을 내뱉었다.

       

       “왜 그러지? 맛이 이상한가?”

       

       그럴 리가 없다 생각하며 볶음밥을 한 숟갈 떠서 입 안에 집어 넣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맛있는 수준이지 않나.

       

       식초를 넣은 탓에 약간 신 맛이 강한 걸 제한다면 본인 스스로 평하기에도 훌륭하단 말을 할 수 있을 듯 하다만.

       

       “화령님. 하나만 여쭈어보겠습니다. 중간에 왜 식초를 넣으신 거죠?”

       “내 이전에 기름맛이 강하단 평을 들어서 말이다. 그를 줄이기 위함이었지.”

       “…보통 그러면 기름 양을 줄이지 않나요?”

       “본인이 본 마이튜브에선 이만큼의 기름을 때려 붓더구나.”

       “하아아.”

       

       눈두덩이를 매만지며 길고도 긴 한숨을 내쉰 녀석은 이내 잔뜩 찌푸려진 눈으로 날 바라보며 거센 목소리를 냈다.

       

       “화령님. 요리 제대로 배워보신 적 없죠.”

       “없지. 이리저리 얼핏 들은 것은 있다만 딱 거기까지다.”

       “제대로 배우려 했던 적 없으시고요.”

       “그건 아니다. 요리를 해보고자 마음먹은 적이 없지는 않다. 다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

       

       무림에 머무를 때는 어떻게든 맛난 걸 먹고 싶어 간절했다. 그 때문에 요리를 진지하게 배우고자 노력을 해보았지.

       

       다만 그 곳엔 본인에게 제대로 요리를 가르쳐 줄 이가 전무했으니.

       

       수많은 실패 끝에 본인의 열정은 완벽하게 식어버렸더랬다.

       

       그리고서 현대에 온 후에는 배우고자 한다면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생겨났지만 이 곳에선 굳이 그럴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맛있는 걸 바라면 얼마든 먹을 수 있는 곳에서 무얼 하러 본인이 요리를 하겠는가.

       

       엔리가 요리를 해보자 그러지 않았더라면 시도를 해보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야.

       

       “그런데 왜 자꾸 레시피에 자기만의 무언가를 첨가하려 하시는 건가요.”

       “본인의 직감을 따르는 게지. 그대도 알 것이라 믿는다만 무인의 직감이란 것은 단순히 허무맹랑할 뿐인 물건이 아니거든.”

       

       수없이 많은 위기와 고된 수련 끝에 생겨난 직감은 충분히 믿음직스러운 감각일지어니.

       

       이 감각 덕에 몇 번이나 목숨을 건졌던 본인은 스스로의 직감을 신용할 수밖에 없느니라.

       

       “그으건 무인으로써의 직감이지 요리사로서의 직감이 아니잖아요!”

       “뭐어. 그거야 그렇다만 어쨌든 간에 먹을 수 있는 게 결과로 나오지 않으냐.”

       “…먹을 수 있다고요? 저게요?”

       “그럼. 나름 맛있지 않으냐?”

       

       보란 듯 스스로 만든 볶음밥을 한 입 더 떠서 우물거리자 반그로우가 미친놈을 보듯 본인을 노려보다가 한탄을 내뱉었다.

       

       “혀가 무척이나 관대하시네요.”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그래도 괜한 시도를 안 하면 맛있는 걸 드실 수 있을 텐데요.”

       “새로운 발명은 이런저런 실패 끝에 생겨나는 바이지 않나. 본인은 그를 위한 초석을 쌓고 있는 셈이지.”

       “…아무런 기초도 없는 상태에서 발명이요?”

       

       반그로우의 물음에 별 것 아니라는 듯 답을 해주었더니 녀석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용서할 수 없어요.”

       “흠?”

       “저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섬세한 감각을 지니신 분이 대충 조미료를 집어 던지는 거나. 최상의 손질법을 실현할 수 있으신 분이 대충 칼을 휘두르는 거나. 바란다면 0.01초 단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분이 아무렇게나 요리를 바라보는 거나!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최고의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으시면서 요리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기에 대충한다는 것이!”

       

       이 녀석이 이렇게나 감정적인 녀석이었나.

       

       거 참. 아무래도 자신의 전문분야이다보니 쉬이 넘길 수가 없는 모양이구나.

       

       “진정하거라. 그래봐야 요리이지 않은가. 먹을 수 있으면 그만이지.”

       “그래봐야 요리라고요?…”

       “식재료 하나하나가 부족해 귀히 써야만 하는 무림도 아니고. 먹을 것이 차고 넘치는 현대에서 이런 걸로 열을 올려 무얼 하겠느냐.”

       

       그러니 적당히 괜찮은 요리 방법이나 알려 달라 이야기를 했더니 반그로우가 자신의 어깨에 달린 여섯 개의 손으로 대리석 탁자를 내리쳤다.

       

       본인이 내기로써 충격을 가로 막았기에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대리석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이요 탁자 자체가 부서졌을 것이다.

       

       “안 되겠어요. 일이고 나발이고 화령님에게 요리의 기초를 때려 박아 드리겠습니다.”

       “뭐어. 그대의 도움이야 감사히 받겠다만 지금 당장에 급한 일은 아니잖은가.”

       “화령님. 화령님께서 무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녀석이 마구잡이로 몸을 움직이며 새로운 문파를 창조했다 그러신다면 어쩌실 것입니까.”

       “본인의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놈이 있다면. 글쎄.”

       

       일단 그 녀석의 담력에 감탄을 할 터이다만 그 후의 대응은 과거의 본인과 작금의 본인이 다를 것이다.

       

       과거 성미가 급할 적의 본인이었다면 팔과 다리의 힘줄을 잘라 호위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이고.

       

       작금의 본인이라면 제대로 된 무가 무엇인지를 강제로 때려 박아 주었을 터이니.

       

       어느 쪽이건 거슬린다 생각한단 지점에서는 별 다를 것 없겠구나.

       

       “지금 제 심정이 그러합니다. 그러니 화령님. 얌전히 가르침을 들어 주십시오.”

       

       흐음. 그리 비유를 드니 이해가 되는 구나.

       

       작금의 본인은 그대가 지닌 요리의 자부심을 거스르는 행위를 해버렸단 것인가.

       

       본의는 아니었다만 미안하게 되었구나.

       

       알겠다. 그대가 가르침을 준다니 어디 한 번 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

       

       반그로우가 본인에게 교육한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요리에 대한 기본도 모르면서 응용을 할 생각을 말라는 것.

       

       본인이 이해하기 편한 식으로 바꾸어서 설명을 해보자면 무공서 전반을 이해하지도 못한 녀석이 무공서 바깥의 것을 끌어들이지 말란 내용이 되겠구나.

       

       반그로우가 무림의 방식으로 설명을 해준 덕분에 그를 이해하기 쉬워졌던 본인은 녀석의 말을 순순히 따라 그녀가 시키는 대로 조리를 이어나갔다.

       

       가만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녀가 상당히 좋은 교육자라는 것을 느끼게 되더구나.

       

       하나하나의 가르침에 왜 그리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이론을 알려주는 그녀는 상승의 무공을 독점하고자 하는 심술궂은 노친네가 아니라 지식을 전파해 한층 더 높은 곳으로 이끌고자 하는 학자와 같았지.

       

       덕분에 본인은 그녀에게 요리의 여러 기본을 빠르게 배울 수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구나 인정할 만큼 그럴 듯한 것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

       

       “맛있다? 왜? 왜 맛있는 게지?!”

       “이 정도라면 제 한 끼를 바칠 가치가 있어요!”

       

       바루와 엔리 두 녀석이 태세를 바꿔서는 수저를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것을 본 본인은 따로 빼두었던 볶음밥에 슬쩍 수저를 들이 밀었다.

       

       그리고 그를 입에 집어넣고 나니 절로 웃음이 샜다.

       

       진정 이것이 본인 스스로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음식이란 말이더냐.

       

       허허. 이것 참. 결국에 요리라는 것도 일종의 학문이란 것인가.

       

       이럼 아무것도 모르는 본인이 직감에 따라 마구잡이로 움직였을 때 개판이 난 것도 이해가 되는구나.

       

       본인이 요리라는 것을 얕보고 있었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게야.

       

       “고맙구나.”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달은 나는 이를 알게 해 준 반그로우에게 얌전히 감사를 표했다.

       

       그녀가 아니었더라면 본인은 여전히 스스로의 방식이랍시고 괴상한 일을 반복하고 있었을 터.

       

       “아직 알려드리지 못한 게 많습니다. 후일 찾아오신다면 더 많은 것을 알려드리죠.”

       “그렇다면 내 기꺼이 실례하도록 하겠네.”

       

       나와 반그로우가 서로를 향한 훈훈함을 나누던 그 때에 옆에서 이 모든 걸 구경하던 백호가 슬며시 목소리를 냈다.

       

       “저어. 두 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계시지 않습니까?”

       “흠?”

       “잊고 있는 거요?”

       “당초 저희의 목적은 파이스가 있는 세계를 구원하기 위한 식량을 가지러 가는 것이었을 텐데요.”

       “…아!”

       “아! 참! 맞다!”

       

       요리를 배우는 것이 너무도 즐거워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구나!

       

       본인이라는 사람이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일단 회사 쪽으로 향하면서 이야길 나누도록 하시죠. 그 곳의 게이트를 타고서.”

       “그럴 필요 없다. 내 그대의 기운이 머물고 있는 세계를 이미 포착해 둔 상태니까.”

       

       다급히 움직이려는 반그로우를 만류한 나는 방 한 가운데에 다른 세계로 넘어가기 위한 균열을 만들어 냈다.

       

       “가자꾸나.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식량을 가지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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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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