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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4

    <434 – 잘못된 성실함>

     

    언제나 그렇듯 날먹에 눈이 먼 안데르센 대공자는 성능중시라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공략을 골랐다.

     

    “젠장… 저 선배는 도대체 위장에 음식이 얼마나 들어가는 거냐고…”

     

    대결종목은 <음식많이먹기>.

    무력으로 싸우거나 지혜대결로 돌입하면 답이 없을 선배들도 위장싸움은 별개의 영역.

    식품도감수집이라는 부수적인 소득마저 뒤따른다.

     

    “엑소시스트는 검소하게 빵 한 덩어리만 먹고 배가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편견이다. 오히려 퇴마행을 벌이면서도 지치지 않도록 남들 이상으로 식사는 든든하게 하는 편이지. 반대로 안데르센 후배, 너희들의 위장이 더 이상하군.”

     

    1학년이 이렇게 먹을 걸 많이 먹을 수가 있나?

    2학년 선배들의 의문에 안데르센은 그다지 자랑스럽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는 강의가 너무 빡세서 살기 위해서라도 많이 먹어야했습니다…”

     

    결국 안데르센 파벌의 고행으로 단련된 위장에 기가 질린 2학년 선배들이 기권을 선언했다.

    이렇게 성능중시공략은 성공!

     

    “다음은 저희 차례군요. 암흑상회는 집단전력의 손실을 피하고자 호감도중시공략으로 가겠습니다.”

     

    지젤과 이사벨, 도로시, 록펠은 두 번째 꾀를 빌렸다.

    대결종목은 크게 두 가지.

    2-1 공략, <줄다리기>.

    참여하는 인원의 근력의 총합으로 승부가 정해지기에 본인의 육성치를 이용해서 나머지를 견인하는 알기 쉬운 버스 태우기 공략이었다.

    물론 암흑상회 상급반 학생들은 근력이 그리 압도적인 사람은 없었다.

    2-2 공략, <괴식대결>.

    기괴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더럽게 맛없는 음식을 릴레이로 모두 먼저 먹어치우는 팀이 승리하는 대결!

    이렇게 끔찍한 음식을 나 대신 먼저 먹어주다니 대단해! 효과로 호감도를 올리는 공략이었다.

     

    ‘해병 시절에는 그걸로도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그럴 땐 반대로 협박을 하면 된다.

     

    -나한테 고마워하지 않으면 이 음식을 전부 너한테 떠넘길 거다. 그래도 되냐? 그래도 되냐고!

    -싯팔 고맙다고!! 고맙다니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잖아! 호감도가 오르지 않았다고!! 진짜 다 넘겨준다?!

    -뭘 얼마나 더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호감도 상승미터계가 아주 대쪽 같은 사람들은 역으로 하락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성공률은 제법 높은 도박이었고, 뜻밖에도 도로시와 록펠이 대활약을 했다.

     

    “골뱅이? 이거 맛있네. 숲에 돌아가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알려주자!”

    “고소한 맛이 일품이군. 경작지가 대형종의 발에 짓밟혀서 나무껍질을 씹어 먹던 때보단 훨씬 나아.”

    “…”

     

    쟤들, 대체 숲에서는 어떻게 살아서 나온 걸까.

    둘을 바라보는 이사벨의 시선이 아주 따가웠다.

     

    “후후후! 이젠 저희만 남았군요. 디와 함께 하는 매력대결, 기대가 아주 많답니다!”

    “중갑옷을 입은 무표정 수녀도 귀여움의 수요가 있다고 주장해봅니다.”

    “수인격투가도 귀엽다냐!”

     

    마지막 미지의 공략 <매력대결>.

    가장 불확실한 도전임에도 아카디아 파벌이 도전에 함께 하겠다며 나섰다.

    2학년 선배들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눈을 빛냈다.

     

    “킬데레 수인암살자도 수요가 있다냐. 크리티컬 히트로 치명적인 귀여움을 보여주겠다냐.”

    “아앗핫핫하! 발상이 무르군요, 데드캣. 귀여움을 어필하겠다고 발톱을 내밀면 요즘 남자들은 겁에 질려서 달아나기 바쁘답니다? 이럴 땐 적당히 우쭈쭈 오구오구를 해주면 충분하와요!”

    “…2학년들은 귀여움 어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네. 의외로 쉽게 이기겠어.”

     

    이사벨의 평가대로 이 대결에는 제법 자신이 있다.

    2학년들의 단결력은 집단전술에 한정되어있지, 개개인의 재능으로 끌고 들어가면 역량이 대폭 감소되기 마련이었다.

     

    “냥냥! 냥냥!”

    “적당히 귀여운 의성어만 내면 귀엽게 보인다고 착각하는 초심자의 실수군요. 허접중년아저씨에게는 어필이 될지 몰라도 저는 드래곤교장님의 가디언. 심사점수는 매우 낮음입니다.”

    “말도 안 된다냐… 그렇게나 낮게 평가 될 정도라니 실망이다냐…”

     

    가장 먼저 나선 제냐가 묵사발이 나자 상대역의 데드캣은 기고만장해졌다.

     

    “긴 말은 필요없다냐. 내 우아한 자태를 보고 점수를 내놓든가 죽어라냐.”

     

    화보라도 찍듯이 다리를 쭉 뻗고 허리라인을 과시하는 데드캣의 포즈를 마하바라타 교수는 아이린조차 흠칫할 정도의 차가운 눈으로 말없이 쳐다봤다.

     

    “…”

    “…”

    “멀 보냐? 죽고 싶냐?”

     

    데드캣의 냥아치스러운 언동에 마하바라타 교수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제냐 양의 승리입니다. 귀여움의 개념이 무엇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한 상대적 바보 덕분에 승리했군요. 시험상대가 바보라는 사실에 감사하십시오.”

     

    매력대결은 눈 뜨고 보기 힘든 손발이 뒤틀리는 수치심 대결로 번졌다.

    차라리 킬데레라는 잘못된 매력모델을 구축하고 거하게 헛발을 찬 데드캣은 운이 좋았다.

     

    “우웅, 이런 무거운 나뭇가지는 못 들어!”

    “지나치게 가식적이군요. 우선 등 뒤에 맨 대검부터 어떻게 해결하십시오. 심사점수는 매우 낮음입니다.”

    “후후. 귀밑거리를 넘기는 제 모습, 매력적이고 귀엽지 않나요?”

    “말만 안 했다면 그렇게 보였겠군요. 아카디아 1년생도 심사점수는 낮음입니다.”

     

    1학년들의 연이은 부진에 2학년 여학생들이 자신감을 되찾았다.

     

    “교수니임. 이 문제가 너무 어려운데 도와주세요~!”

    “강의시간에 공부 안 하고 뭐 했나요? 이런 건 귀여운 게 아니라 발암입니다. 심사점수는 매우 낮음입니다.”

    “교수님. 제 수강태도는 어때요?”

    “어디서 감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습니까? 피로에 찌들지 않은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심사점수는 매우 낮음입니다.”

    “…”

     

    2학년들의 연속되는 부진에 이번에는 1학년들이 자신감을 얻진 않고 막막함을 얻었다.

    매력대결 이전에 좀처럼 충족시키기 어려운 마하바라타 교수님의 득점기준!

     

    “오크노디. 잘할 수 있겠어? 숨고 싶으면 대용량 육수통 하나 빌려줄까?”

    “꼬마숙녀는 평소에도 제법 애교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분명 잘할 수 있을 겁니다.”

    “힘내볼게요!”

     

    연기도 무에서 유를 탄생시키는 재능충이 있지만, 내가 그 정도 급은 아니다.

    다 어디서 본 걸 응용한 결과물!

    기술을 모방해온 것처럼 귀여움 연기도 어디선가 모방을 할 원본이 필요하다.

    이번에 내 시선이 닿은 대상은 티토소가의 우정반지 속에 숨은 싱의 여동생 가짜 린이었다.

    가짜 린은 살기 위해서 귀엽게 보이는 각도로만 나타나고 매력어필을 하는 애완동물 같은 존재이자 이 분야에서는 본받아 마땅한 스승!

     

    “싱, 잠깐 일로 와요!”

    “시시한 짓을 하는군.”

     

    싫은 소리를 하면서도 싱은 순순히 다가왔다.

    그새 시험을 통과했는지 칼에서 피가 뚝뚝 흐른다.

    혼자만 무슨 시험을 치른 걸까?

     

    “왜 불렀냐.”

    “귀여움 연기를 하려고 하니까 여기 가만히 서있어 주세요!”

     

    덥썩.

    싱의 허리춤을 안자 그가 몹시 당황했다.

     

    “뭘 하는 거냐.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아무 남자나 덥썩 끌어안다니.”

    “싱은 제가 점찍은 남자니까 절대로 아무 남자가 아니에요!”

    “…”

     

    좋아하는 남자의 허리를 끌어안은 나, 완전 귀엽지?

    그렇죠 교수님?

    허리 뒤로 슥 돌아가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귀엽게 보이는 각도로 눈을 깜빡였다.

    당연히 이 모든 행동은 가짜 린의 행동을 고스란히 카피한 모방애교!

    싱의 기억을 엿본 유령의 행동을 모방하고 있으니, 사실상 여동생을 따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오빠가 여동생의 행동을 보면 얼마나 귀엽겠어?

    근데 친오빠는 꿀밤부터 때리지 않을까?

    …그럼 의붓여동생이라고 우기지 머!

     

    “허어.”

     

    교수님은 탄식과 함께 강력한 염동마법으로 나와 싱을 떼어놓았다.

     

    “불순이성교제로 벌금 100포인트를 부과합니다.”

     

    안타깝게도 마하바라타 교수님은 그런 내 큰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억울해요! 순진한 여동생의 매력을 보여주려고 그냥 허리를 안았을 뿐인데 벌금이라니!”

    “순진무구한 아이를 유혹한 죄로 싱 1년생에게는 벌금 1000포인트를 부과합니다!”

     

    느닷없이 벌금폭탄을 맞은 싱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바보.

    여동생같아서 허락했다고 하면 될 걸 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닫고 있어?

     

    “야 이 쓰레기야! 니가 그러고도 성인이야?”

    “불안불안 하더라니 기어이 공개석상에서 일을 저지르는구나!”

    “숙녀를 지켜주지 못할망정 이 무슨 망측한 짓입니까. 자중하십시오, 이 페도검객!”

     

    교수님의 벌금이 비난의 합당함을 보장하기 무섭게 싱을 향한 야유가 빗발쳤다.

     

    “아앗핫핫하! 남자에게 잘 보이려 해봤자 시험관은 여자라는 사실을 간과했군요. 마하바라타 교수님의 취향을 알지 못한 당신의 실수랍니다!”

    “우우. 만델라 선배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잖아요!”

    “애초에 당신이 주장한 것은 매력대결이 아니었나요? 귀여움은 그저 오크노디 당신이 자신이 있는 분야였을 뿐. 매력을 발산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죠.”

     

    만델라 선배는 마하바라타 교수님을 향해 자기어필을 시작했다.

     

    “사고뭉치 2학년들을 통솔한 학년수석으로서 저 만델라 카스테라는 타의 모범이 되는 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저의 매력을 마하바라타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주 훌륭합니다. 지긋지긋한 사고뭉치 드래곤교장님과 다르게 사건을 일으키는 쪽이 아니라 수습하는 쪽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산점을 주고 싶군요. 심사점수는 매우 높음입니다!”

    “…”

     

    아뿔싸.

    마하바라타 교수님의 개인성향을 간과한 내 실수다.

    사고뭉치는 이길 수 없는 매력대결이라니!

     

    “그렇군… 오크노디는 저런 성격의 페도검객에게 약한가. 이 정보는 이용할 수 있겠어.”

     

    혼란을 틈타 강의실 밖에서 매력대결을 엿보며 몰래 고개를 끄덕이는 용사 이슈타르까지 더해지며 장내 분위기는 한층 더 아수라장!

    대혼란의 한복판에서 즈앙도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가면 아래로 조용히 웃었다.

     

    “적이 강할 때에는 귀여움으로 얼버무리면 난전으로 끌고 갈 수 있겠네. 좋은 공부가 되었어.”

     

    결국 이 대결로 큰 이득을 얻은 승자는 매력을 인정받은 만델라 선배와 깨달음을 얻은 즈앙이었다.

     

     

    * * *

     

     

    “오크노디. 다시는 그런 매력대결은 하지 마.”

    “힝. 달리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는걸요. 그럼 이사벨이 대안을 보여주던가요!”

    “내가?”

    “꼬마숙녀의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모처럼의 기회인데 매력대결 기술을 연습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지젤마저 한 목소리를 거드니 고민이 된다.

    매력포인트라.

    나한테 매력이라면 역시 그건가.

     

    “밥 먹어. 수저 놓고.”

    “…그게 답니까?”

    “설거지는 안 해도 돼.”

    “엄청나게 감사한 말이지만 귀여움과는 확실히 동떨어졌군요.”

     

    이사벨이 냄비뚜껑으로 얼굴을 가렸다.

     

    “다시는 이런 수치스러운 짓은 시키지 마.”

    “제가 다 민망하군요. 절대 안 시키겠습니다.”

     

    오크노디는 용케도 싱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구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매력대결은 일신의 무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대결이었고, 패배하더라도 수치심 외에는 별다른 피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횟수를 거듭할수록 수치심이 무뎌지고 뻔뻔해지니 좋은 승부에 돌입할 수 있었다.

     

    “교수님… 제 주먹의 굳은살도 매력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피와 땀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으니 롯토 양도 합격입니다!”

     

    일찌감치 선배에게 발려 쓰러졌던 귀족격투가 롯토조차도 매력대결에 편승해서 굳은살이 생긴 주먹으로 성실한 매력을 입증해 통과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통과하지 못한 오크노디는 아주 심술이 난 얼굴로 볼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런 건 성실성대결이지 매력대결이 아니에요!”

    “심사는 제가 합니다. 심사관의 심사기준을 분석하고 그에 걸맞은 답을 내놓는 것도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보여야 할 덕목입니다.”

    “그럼 성실하게 수집해온 수집품을 보여주는 걸로도 이길 수 있어요?”

    “물론입니다.”

    “그럼 이번에도 만델라 선배를 상대로 유니크 이상 등급의 <식품도감 수집률>로 대결할래요! 교수님이라면 정보열람의 주문을 지니고 계시죠?”

    “본인들의 동의만 있다면 사용해드리겠습니다.”

    “아앗핫핫하! 귀족인 저를 상대로 지금껏 먹어온 미식의 수로 대결하자니, 나이도 더 먹은 제가 질 수가 없는 대결이군요. 기꺼이 받아들이겠사와요!”

     

    오크노디는 자신감 넘치게 도감감별의 서적 위에 손을 올렸다.

    반대편에서 만델라 또한 그녀의 귀족주머니만큼이나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서적 위에 손을 올렸다.

     

    <정보열람의 주문 – 유니크 식품>

    <정보열람의 주문 – 유니크 식품>

     

    두 사람이 손을 얹은 책 페이지 위로 음식 이름들이 빼곡하게 적히기 시작했다.

    모두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대결이었지만 즐거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팔랑

     

    앞면 하나를 가득 채우고 느긋하게 넘어가는 만델라 카스테라의 페이지.

    그 옆에서 넘어가는 오크노디의 책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팔랑

     

    페이지가 넘어갔다.

     

    팔랑팔랑

     

    넘어가고 또 넘어갔다.

     

    파라라라락!

     

    갈수록 더 빠르게, 도대체 얼마나 확인된 정보가 많은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체 하루에 몇 끼를 먹어야 저 많은 식품을 다 먹었는지 헤아리기가 두려워질 수준의 물량에 마하바라타 교수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역대 모든 도감수집결과가 합쳐진 식품도감총합본!

    오늘은 층간소음 격퇴에 성공해서 다음화가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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