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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4

       “…….”

        

       “…….”

        

       “……언니, 뭐 해?”

        

       “광합성 중입니다.”

        

       “……미아도 그런 소리는 하지 않겠다.”

        

       내가 누워있는 곳은 한강 공원의 한 벤치였다.

        

       멀지 않은 곳에 한강 공원 특유의 자전거 도로가 있었고, 근처에는 사람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당연히 사람이 달릴 공간도 있었다.

        

       나는 그곳의 벤치 중 하나를 무단 점거한 채 누워있었다.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가자.”

        

       “당신을 그대로 두면 분명 서울을 벗어나려고 할 게 분명하다는 걸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

        

       저 봐.

        

       눈 피하는 것 좀 봐라. 누가 봐도 서울 바깥까지 가보려고 했구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리고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역시 멈췄더니 추웠다. 이제 12월이니까 한겨울이다.

        

       이런 날씨에 달리기하러 나오자고 한 클레어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고, 거기 따라 나온 나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왜 그랬을까?

        

       달릴 때는 땀이 나고 다리가 아프지만, 다리를 조금 쉬게 하려고 자전거를 멈추면 땀이 순식간에 식으면서 몸이 덜덜 떨렸다.

        

       다리는 조금 괜찮아졌지만.

        

       내가 이런 감각을 언제 느껴봤나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20대 초반 군대 훈련소에서 느꼈던 것 같다. 한겨울에 뜀걸음하고 났을 때가 딱 이런 기분이었다.

        

       “어차피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이 있지 않습니까? 조금 기다려도 상관없을 겁니다.”

        

       “미아는…… 아, 저 멀리서 오네.”

        

       나보다도 체력이 좋지 않은 미아는 당연히 가장 뒤처졌다.

        

       사실 앨리스도 샤를로트도 나보다는 달리기 속도가 빨랐지만, 나는 나 자신도 제대로 지키지 못할 정도의 상태로 달리고 있었기에 미아를 돌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비틀비틀 달리는 미아 옆에는 앨리스와 샤를로트가 붙어서 오고 있었다.

        

       속도를 보니 절대로 ‘달린다’고는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세 사람이 다녀오는 것은 어떻습니까? 저는 미아와 함께 이 벤치에 앉아 기다리겠습니다.”

        

       “언니는 왜 그렇게까지 운동하는 걸 싫어하는 거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보는 클레어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그보다 어떻게 운동을 좋아할 수가 있습니까?”

        

       “그야 달리고 나면 상쾌하잖아.”

        

       “달리고 나면 고통스럽죠.”

        

       마구 달리다가 결승점에 도착하는 동시에 숨을 내쉬는 그 감각이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부류의 성취감은 게임에서도 얻을 수 있는 거잖아?

        

       내가 운동한다면 철저하게 건강 때문일 거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그런 건강을 걱정할 만큼 나이 들지도 않았고.

        

       “흐에. 흐에. 흐에.”

        

       그렇게 클레어와 끝없이 이어지는 말다툼을 하고 있을 때,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보통 사람이 그런 소리를 내면 귀여운 척 하려 그러나 생각했겠지만, 아무래도 거의 걸어 다니는 반건조 오징어 같은 모습이 되어버린 미아가 내는 소리라서 설득력이 있었다.

        

       미아는 비틀비틀 걸어오더니, 그대로 벤치 위에 엎어졌다.

        

       내 허벅지를 베고 옆으로 눕는 미아를 보고, 클레어는 이번에도 어이없어했다.

        

       “미아, 뭐 해?”

        

       “……광합성이요.”

        

       “…….”

        

       클레어는 이마를 짚었다.

        

       *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운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어떻게든 달리기를 마치고 근처 벤치에 앉아 라면을 먹으며 앨리스가 말했다.

        

       “그냥 남들한테 뒤처지기 싫어서 했을 뿐이지.”

        

       “달리고 나면 상쾌하지 않아요?”

        

       샤를로트가 클레어랑 똑같은 소리를 해서 나는 기겁했다.

        

       아무래도 우리 다섯 명의 성향은 그런 식으로 나뉘는 것 같다.

        

       클레어, 샤를로트는 몸을 움직이는 쪽을 좋아한다. 물론 정도로 따지면 클레어는 완전히 운동 소녀고, 샤를로트는 그냥 종종 즐기는 정도.

        

       앨리스는 정확히 중도에 위치해 있고, 나와 미아는 운동을 싫어한다. 물론 이 사이에도 간극은 있어 미아보다는 그래도 내가 조금 더 활동적이다.

        

       어떻게 이렇게 성향이 다른 다섯 명이 몇 개월간 같은 곳에 살 수 있었을까? 그것도 각자 방을 가진 것도 아니고 같은 거실에 이불 깔고 살면서.

        

       ……그런데, 달리기 하고 라면 먹으면 달렸던 게 완전히 무위로 돌아가는 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힘든 것도 잊어버리고 라면을 후후 불어가며 먹는 미아를 보니 굳이 지적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즐거웠다는 건 부정할 수 없네요.”

        

       “어?”

        

       “왜 그러십니까?”

        

       “아니, 언니, 지금 달리기가 즐겁다고 한 거야?”

        

       그 말에 나는 미간을 조금 찡그렸다.

        

       “달리기가 즐거웠다는 게 아니라, 여러분과 달렸다는 게 즐거웠다는 소리입니다.”

        

       “…….”

        

       내 말에 클레어는 잠깐 침묵했다가,

        

       “헤헤.”

        

       조금 바보같이 웃었다.

        

       우리가 이렇게 다 같이 나와서 하지도 않던 달리기를 하는 건, 각자 하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골라 다 같이 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평소에도 나는 운동을 하긴 했다. 다만 클레어나 앨리스, 샤를로트만큼 하지는 않았을 뿐이다.

        

       공원에 나와 조금 운동하고, 나머지 세 사람이 운동하는 것을 구경하며 벤치에 미아와 함께 앉아있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기왕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 이번에는 전력으로 달린 것이다.

        

       결과는 절반도 가지 못하고 퍼지는 것이었지만.

        

       처음 달리고 있을 때는 혹시 클레어가 날 골려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달리고 난 클레어의 얼굴이 정말로 상쾌해 보여서 진심이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운동이 이것으로 끝인 것은 아니겠죠.”

        

       나의 말에 미아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딱 멈췄다.

        

       눈동자를 들어 올려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두의 눈치를 보았다. 특히 내 쪽을 향했을 때 눈동자의 감정이 간절해졌다. 나도 동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그렇게 봐도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은 클레어의 말에 따르는 날이니까요.”

        

       “맞아, 미아. 미안하지만, 이미 헬스장에는 말해놨으니까.”

        

       “…….”

        

       아니, 뭐?

        

       내가 목을 뻣뻣하게 돌려 클레어를 보자, 클레어는 오히려 그렇게 보는 게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왜, 언니?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잖아.”

        

       “그렇……습니다.”

        

       심지어 그 이야기 자체가 내가 하자고 꺼낸 이야기라서 더 할 말도 없었다.

        

       미아가 비난 섞인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을 눈을 슬쩍 돌려 피했다.

        

       *

        

       “…….”

        

       헬스장에서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나자, 나는 말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다.

        

       뭐 대단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문자 그대로 몸 여기저기가 너무 아팠다.

        

       “회원님은 조금 더 체계적으로 운동을 배워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그리고 그런 나를 보고, 꽤 예쁜 여성 트레이너가 그렇게 물었다.

        

       “몸이 너무 약하셔서요.”

        

       “…….”

        

       아니, 이래 봬도 전장에서 나름대로 굴러다니던 나였는데.

        

       나는 시선을 돌려, 나보다 더한 상태가 되어버린 미아를 보았다.

        

       “회원 아닙니다.”

        

       그리고 미아 대신 그렇게 대답했다.

        

       클레어, 앨리스, 샤를로트는 경쟁이라도 하듯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다.

        

       특히 클레어는 팔에 근육이 조금 붙은 것도 같다. 물론 우락부락한 근육은 아니고, 클레어 방에 붙어있는 피트니스 모델 같은 근육.

        

       아니, 평소에도 운동하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잘하면 우리가 돌아갈 때 쯤에는 클레어도 확실하게 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

        

       나는 절대로 그럴 생각 없었지만.

        

       *

        

       “흐흥”

        

       집으로 돌아가는 길.

        

       클레어는 매우 기분 좋은 표정으로 걷고 있었다. 발걸음이 날아갈 것 같다.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까?”

        

       “물론!”

        

       그리고 휙 돌아 내 쪽을 보았다.

        

       “기왕이면 앞으로도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헬스장은 안 갈 겁니다.”

        

       클레어와 샤를로트는 최근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굳이 따라갈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고, 나와 미아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그냥 서로 따로 다녀도 큰 문제 없을 것 같으니까.

        

       “그건 조금 아쉽네.”

        

       “……그래도 달리기 정도는 함께 해줄 수 있습니다.”

        

       “정말!?”

        

       클레어는 나에게 달려들어 팔에 자기 팔을 끼웠다.

        

       “언니, 진심이지? 무르기 없기다?”

        

       “…….”

        

       나는 그런 샤를로트를 잠깐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래도 팔은 조금 놓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아, 미안.”

        

       클레어는 그렇게 말하며 팔을 놓았지만,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지는 않았다. 그렇게 즐거울까?

        

       조금 전까지 운동하고 온 상황이라, 팔이 매우 아팠다.

        

       내일 아침에 일어날 수는 있을까?

        

       “그럼, 다음은 앨리스의 차례군요.”

        

       샤를로트가 그렇게 말하며 앨리스를 보았다.

        

       “무슨 일을 할지, 생각은 해 두셨습니까?”

        

       “물론이야.”

        

       앨리스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내일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닐 것 같은데, 괜찮겠어?”

        

       “팔다리 아픈 것 정도는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

        

       나의 대답에 미아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보았지만, 나는 애써 그 시선을 피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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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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