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35

        

         

       “마치 화재가 일어난 것 같군요.”

         

       “저희 팀의 자랑이지요.”

         

       팀장은 화재가 일어난 듯한 모습을 보며 흡족한 듯 웃음을 지었다.

         

       “화재로 위장하게 된다면 경찰이나 특수부대, 군부대가 오는 대신에 소방관들이 달려오게 되지요.”

         

       고용주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팀장의 말대로 무력으로 대응이 가능한 이들이 오는 것과 단순히 불을 끄러 오는 사람 사이에는 하늘과 땅 차이의 격차가 있었으니까.

         

       경찰이 오게 된다면 기본은 실탄이고, 특수부대가 동원된다면 저격용 총과 섬광탄과 연막탄이 동원된다. 군대가 출동하게 된다면 박격포 같은 화기까지 동원될 수도 있고.

       그에 반해 소방관들은 범인을 제압할 방법이 소방 도끼 같은 구조용 장비나, 고압의 물을 뿜어내는 소방 호스 정도밖에 없었다. 능력자가 껴있을 수는 있으나 그래봤자 제대로 된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용병과 전투력을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닐 터.

         

       그러니 용병들 처지에서 경찰이 소방관으로 바뀐다는 것은 육식동물이 사슴 같은 초식 동물로 바뀌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다.

         

       골든 타임 역시 중요하다.

         

       소방관이 현장에 오자마자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을 요청한다고 해도 이미 시간은 끌린 상황.

       그렇게 번 시간 동안 용병들은 너끈히 임무를 완수할 수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게다가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이득들이 있다.

       화재로 위장하면 구경꾼들이 몰리게 되니 그들 사이에 숨어서 도망갈 수 있다거나, 유사시 몰린 구경꾼들을 인질로 삼는다거나, 한국에서처럼 구경꾼들을 붙잡고 폭탄을 휘감아서 시간을 소비하게 만든다거나….

         

       이득은 무궁무진했다.

         

       “건물 안은 제대로 제압이 된 모양입니다.”

         

       팀장은 부서진 정문을 바라보았다.

       정문에서는 검은 연기가 쉴 새 없이 토해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음에도 건물 밖으로 사람들이 뛰쳐나오지 않고 있었다.

         

       마치 안에 원래 사람은 없었다는 것처럼.

       혹은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연기에 질식해서 쓰러졌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당연하게도 이는 좋은 징조였다.

         

       건물 내부의 인원들이 저 연기에 제압당한 상태라는 것이었으니까.

         

       “됐습니다. 가시죠. 아, 저 연기를 들이마시면 위험할 수 있는데 혹시 방독면은 가지고 계십니까?”

         

       팀장은 용병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한편, 자신을 따라오기로 했던 고용주에게 방독면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혹시나 없다면 자신의 것을 빌려줄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고용주가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가면을 보자 점차 흐려졌고, 고용주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나서는 아예 원래부터 걱정 따윈 없었다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래. 저딴 가면 쓰고 있는 인간이 그런 것도 준비 안 했을 리가 없겠지….’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령의 머리 가죽을 뜯어다가 기워서 만든 것 같은 가면을 쓰고 있는 인간이다.

       외형부터 재질까지 딱 봐도 주물로 보이는 물건을 쓰고 있는 인간이 고작 저런 연기 들이마시는 것도 대비 안 되어 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뭐…. 이상한 취미에 꽂힌 부잣집 도련님 모시는 일은 아닌 것 같으니 다행이군.’

         

       꺼림칙하다.

       기괴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너무나 수상하기 짝이 없는 고용주의 모습이 팀장에게 묘한 안심감을 가져다주었다.

         

       저 기괴한 남자는 가끔 해괴망측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자신에게 의뢰해서 현장에 따라오는 부잣집 도련님 아가씨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

       바락바락 소리 지르고 떼를 써대면서 현장에 와놓고서는 사람 죽는 것을 보자마자 오줌부터 싸는 그 빌어먹을 족속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신뢰.

         

       “혹시 저 연기 속에서 우리를 식별할 장비는…. 아, 네. 가지고 계시는군요. 알겠습니다. 지금 갈 테니 뒤를 잘 따라와 주시길.”

         

       팀장은 고용주가 보여주는 꺼림칙함과 비례하는 믿음과 신뢰를 끌어안은 채 건물로 돌입했다.

       거침없이 말이다.

         

       일반적인 전쟁터처럼 지뢰가 깔려있을 리가 없으니 그들은 거침없이 발을 디뎠고, 혹시 있을 수도 있는 함정은 EMP 폭탄을 주기적으로 터뜨리며 회로를 불태우고 다녔다. 그리고 조금만 수상하다 싶으면 배낭에서 특이하게 생긴 폭탄을 사용했다.

         

       그들의 배낭에서 나온 것은 끈적거리는 액체가 잔뜩 묻어있는 불룩한 양말.

         

       폭약을 양말에 쑤셔 넣은 뒤 접착제를 적셔서 만든 급조 점착 폭탄이었다.

         

       그들은 마치 친구들끼리 장난이라도 치듯 양말을 휘휘 휘젓고는 의심되는 장소에 집어 던졌다.

         

       퍼어엉-!

         

       그렇게 던져진 양말은 접착제 성분으로 인해 찰싹 달라붙은 뒤 굉음을 내며 터졌다.

         

       접착제 성능이 기가 막히는지 튕겨서 돌아온다거나 구르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앞으로, 앞으로 향했다.

         

       그들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재래식 함정?

         

       퍼엉-!

         

       급조 점착 폭탄 선에서 해결되는 수준이다.

         

       전자장비는 EMP에 죄다 터져나갔고, 그들을 상대하며 시간을 끌어야 할 인원들은 연기를 마시고 해롱대고 있다. 독성 물질이 가득한 연기를 들이마셨으니 어지간히 독 내성이 뛰어나지 않는 한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들의 발걸음을 늦출 수단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차르륵!

         

       쿠웅-!

         

       두꺼운 방화셔터가 내려와 길 자체를 가로막았다.

       장갑차를 연상케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두께의 셔터였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작동했다기보다는, 화재로 의심되는 상황이기에 자동으로 장치가 작동한 것으로 보였다.

         

       “더럽게 두껍군.”

         

       하지만 방화셔터 역시 그들의 길을 완전히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잠시 멈출 수 있을지언정, 그들을 가로막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마력 송곳 폭탄 줘 봐.”

         

       용병들은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 방화셔터를 충분히 뚫을만한 다른 폭탄을 사용했다.

         

       마력으로 작동하는 성형작약탄.

       폭발의 형태가 송곳으로 꿰뚫는 것과 닮았다고 해서 ‘마력 송곳 폭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폭탄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익숙한 솜씨로 마력 송곳 폭탄 다섯 개를 설치했다.

       오각형의 형태가 되도록 말이다.

         

       그리곤 각자 등에 짊어지고 있던 해머를 꺼내 들고는 서로 신호를 교환한 뒤, 동시에 마력 폭탄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콰아아앙-!

         

       그리고 뒤이어 따라오는 거대한 폭발음.

         

       무인들이 기까지 실어서 후려치자 마력 송곳 폭탄 다섯 개는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폭발했고, 폭발력을 앞으로 쏘아 보내며 방화셔터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멍은 총 다섯 개.

         

       구멍은 성공적으로 뚫려 두꺼운 방화셔터 너머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팀장은 그것을 보고는 기를 끌어올려 다리에 집중한 뒤, 몸을 날리며 오각형의 중심 부분에 발길질했다.

         

       콰아앙-!

         

       구멍이 다섯 개나 뚫린데다가 팀장의 강력한 일격까지 받은 방화셔터는 너무나 허무하게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내었다.

         

       터-엉!

         

       팀장의 발길질에 날아간 방화셔터 조각은 육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고, 팀장은 그 소리까지 듣고 난 다음에야 구멍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질주.

         

       용병들은 지체된 시간이 아까운지 전력 질주하듯 엄청난 속도를 내며 앞으로 내달렸다.

       그러면서도 폭탄을 아낌없이 써가며 장애물을 해치우는 것은 물론이었고.

         

       “도착했군요.”

         

       이들의 질주가 멈춘 곳은 바로 목적지.

         

       주물이 보관된 창고였다.

         

       연구용으로 따로 빼둔 주물이 아닌 모든 주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

       그리고 그만큼 여러 보안 장치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장소.

         

       그 장소를 앞에 두고서야 용병들과 고용주는 질주를 멈췄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했음을 축하하는 폭죽을 배낭에서 꺼내고.

         

       콰아아앙-!

         

       터뜨렸다.

         

         

         

        * * *

         

         

         

       “쓸어 담으십시오. 제가 드린 장비라면 일정 시간 동안은 주물을 만져도 안전할 테니까요.”

         

       “몇 분 정도입니까?”

         

       “약 4분.”

         

       “그렇습니까? 얘들아, 들었지? 4분이란다. 2분 내로 다 쓸어 담아라!”

         

       창고에 돌입한 이들은 미친 듯이 주물을 쓸어 담았다.

         

       고용주가 미리 건네준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는 볼품없어 보이는 자루에 주물을 미친 듯이 쓸어 담았다.

       팔로 주물을 쓸어 담아서 자루에 넣는 것은 기본이었고, 선반을 기울여서 주물을 자루 속에 쑤셔 박거나 아예 선반을 뒤집어버린 다음 주물을 바닥에 나뒹굴게 만든 후 자루를 쓰레받기처럼 사용해서 집어넣기도 했다.

         

       “다 집어넣었습니다. 1분 50초 걸렸군요.”

         

       “대단하군요.”

         

       이러한 용병들의 노력은 획기적인 시간 단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2분도 채 걸리지 않아 창고 안에 있는 모든 주물을 쓸어 담은 것이다.

         

       고용주는 그들의 놀라운 성과를 칭찬했고, 팀장은 ‘우리 팀이 이 정도 실력이다.’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음에 기뻐했다.

         

       그렇게 그들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자루를 짊어지고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침투했던 길.

       폭탄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그 길을 따라서 말이다.

         

       “얘들아. 밥솥 놓는 거 잊지 않았지?”

         

       물론 돌아가는 것도 그냥 얌전히 돌아가진 않았다.

         

       그들은 미리 만들어놓았던 밥솥을 곳곳에 배치해놓았고, 적절한 타이밍에 터질 수 있도록 장난질까지 쳐놓았다.

         

       그렇게 그들은 중간중간에 폭탄을 심으며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완벽하군요.”

         

       밖에는 소방차도, 경찰차도, 군대도, 경비도.

       그 무엇도 없었다.

         

       “매우 빠르고, 완벽했습니다.”

         

       완벽했다.

         

       정말로, 완벽한 작전이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