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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5

       용설란의 손짓 한 번에 무기를 꼬나쥐고 있던 이들이 원래의 자세로 돌아온다.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공포가 아닌 의문.

         

       뱀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백린사왕.

         

       수백 년 묵은 영물의 머리 위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백우진.

         

       “대체….”

         

       저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의아해하는 한편, 그녀는 동시에 안도했다.

         

       ‘적어도 싸울 일은 없겠어.’

         

       백우진이 머리 위에 타고 있다면 백린사왕이 북해빙궁을 공격하기 위해 찾은 것은 아닐 터.

         

       분명히 자신이 바라던 것은 내단뿐인데, 어찌 이리 되었는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조금 있으면 백린사왕과 그를 탄 백우진이 이곳에 당도할 테니.

         

       그가 지나는 길마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눈보라.

         

       이윽고 흰색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뱀이 북해빙궁의 높다란 성벽 앞에 도착했다.

         

       “허억…!”

       “저, 저것이 백린사왕….”

         

       압도적인 공포와 더불어 느껴지는 미려함에 감탄하는 북해빙궁의 무인들.

         

       그런 백린사왕의 머리 위에 서 있던 백우진이 그대로 뛰어올라 성벽에 안착한다.

         

       “대협!”

         

       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용설란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물었다.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왜 백린사왕이 여기에….”

       “아, 그게 말입니다.”

         

       백우진은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우리 백린이가 생각보다 온순하고 착하더라고요.”

       “배, 백린이요?”

       “예. 그래서 싸우다가 스읍…, 아무래도 죽일 수는 없겠구나, 싶더라고요?”

       “그, 그래서요?”

       “그래서는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봤죠.”

       “타협이라면 어떤…?”

         

       그녀의 물음에 백우진은 제 안주머니에서 작은 보자기 하나를 꺼내어 건네주었다.

         

       얼떨결에 건네받은 보자기를 보고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

         

       “이게 뭐죠…?”

       “열어보시면 압니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에 미심쩍은 표정으로 꽁꽁 싸매 있는 보자기를 펼친다.

         

       “이건…!”

         

       보자기 안에 고이 감싸있던 것은 다름 아닌 반쪽짜리 구슬.

         

       얼핏 보기엔 그저 깨진 구슬처럼 보였으나, 이는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이 강렬한 음기.’

         

       보자기를 펼친 순간부터 보자기에서 강렬한 음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만한 음기를 내뿜을 만한 물건은 백린사왕의 내단밖에 없음을 깨달은 그녀가 물었다.

         

       “백린사왕의 내단인가요…?”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백우진을 보며 용설란은 더욱 의아해졌다.

         

       “혹시 백린사왕이…, 둘이었던가요?”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내단이 지금 저 밖에 서 있는 백린사왕의 것인가요?”

       “그렇죠.”

       “한데 어찌…, 아.”

         

       내단을 꺼냈는데 백린사왕이 어떻게 살아 있는가.

         

       이를 물으려던 그녀는 이내 스스로 답을 찾았다.

         

       반쪽짜리 구슬.

         

       내단의 원래 형태가 이리 생기지는 않았을 터다.

         

       그렇다는 건 원래 온전한 구의 형태를 반으로 쪼갰다는 뜻.

         

       “내단을…, 반만 꺼내신 거군요.”

       “예, 맞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성문 앞에서 똬리를 튼 채 길게 하품하는 백린사왕을 바라보았다.

         

       여유만만한 태도에도 느껴지는 압도적인 위압감.

         

       ‘예상보다 훨씬 강해.’

         

       실은 그녀 또한 백린사왕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백린사왕을 발견한 것은 전대 궁주였던 제 어머니였으니까.

         

       예상을 훨씬 웃도는 압도적인 기세에 몸이 절로 움츠려지는 한편.

         

       ‘반쪽이라도 어마어마하긴 하지만….’

         

       동시에 아쉬웠다.

         

       반쪽짜리 구슬로도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음기.

         

       만약 이것이 완전한 하나의 구슬 형태였다면 그 힘이 어떠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기에.

         

       “으음….”

         

       그녀도 모르는 사이, 표정 위로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진한 아쉬움.

         

       이를 눈치챈 백우진이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마음을 헤아렸다.

         

       “아쉽습니까?”

       “예? 아, 아니요!”

         

       난데없는 물음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젓는 용설란.

         

       “아쉽다니요, 그럴 리가요. 이렇게라도 주신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데요.”

         

       지금의 그녀는 아쉬워도 아쉽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였다.

         

       백우진이 백린사왕과 싸우는 데에 북해빙궁은 조금도 돕지 않았으니까.

         

       사실상 그의 바람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무리한 부탁을 떠넘긴 것 아니던가.

         

       그걸 알면서도 아쉬워하는 것은 그저 인간의 끝없는 욕심 때문일 뿐.

         

       백우진에게 무언가를 더 요구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분명히 그랬는데.

         

       “그러면 이건 안 드려도 되나.”

         

       별안간 앞섶에 밀어 넣었다 뺀 손에 또 하나의 보자기가 놓여 있었다.

         

       반쪽짜리 내단이 담겨 있던 보자기와 똑같은 모양.

         

       이에 그녀의 목울대가 크게 출렁였다.

         

       “그, 그건 뭔가요…?”

         

       혹시나 하는 물음.

         

       이에 백우진이 대답했다.

         

       “백영설토(白影雪兎)의 내단.”

       “아…?”

         

       용설란이 고장 났다.

         

         

       * * *

         

         

       술로 대동단결하게 된 백린사왕은 친우의 의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제 내단을 반밖에 가져가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를 조금이나마 더 채워주기 위해 수십 년 전 제게 얻어맞고 돌아가 자기 영역에 틀어박힌 또 다른 영물의 거처로 데려다준 것.

         

       키헥…!

         

       영물의 이름은 백영설토(白影雪兎).

         

       움직임이 하도 날래어 보는 이의 눈에 새하얀 잔상만을 남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의 토끼.

         

       토끼는 본디 먹이 사슬의 최하위에 속하는 여리고 가여운 동물이나, 놈은 달랐다.

         

       키익, 키킥, 키익!

         

       잽싸고, 영악했다.

         

       하물며 제 영역 안으로 들어온 인간들 골려먹는 게 취미라 전투 또한 제법 능숙했다.

         

       그렇다고 해서 백우진의 상대가 될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키륵…!?

         

       그래봤자 백린사왕에게 무참하게 패배한 영물.

         

       그런 백린사왕을 손쉽게 제압한 백우진를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녀석을 완벽하게 제압한 백우진은 백린사왕과 마찬가지로 내단 반쪽을 뚝 떼어냈다.

         

       원래는 그냥 죽이려 했으나, 어찌나 살려달라고 빌어대는지.

         

       애처로운 마음이 들어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내단 반쪽과 함께 더 이상 인간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백우진은 고장 나버린 그녀의 손바닥 위에 백영설토의 반쪽짜리 내단이 담긴 보자기를 조심스레 올려놓고서 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습니까?”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는 용설란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인다.

         

       “예…? 아, 네! 이거라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입가에 넘실거리는 미소를 보아하니 정말로 기쁜 모양.

         

       미녀의 진심 어린 미소는 언제나 기꺼운 법.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그가 재차 물었다.

         

       “그렇다면 저도 이제 만년빙정을 볼 자격을 얻은 것입니까?”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그럼요! 조만간 정화 작업을 위해 떠날 때 함께 가도록 해요.”

       “좋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에 환하게 웃는 백우진.

         

       그 미소를 정면에서 마주한 용설란의 낯빛에 발그스름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동시에 기분 좋은 속도로 뛰기 시작하는 심장.

         

       그 박자에 휘말린 기분이 저도 모르게 입술을 떼어낸다.

         

       “저기…, 괜찮으시다면 저녁 식사라도 같이하시겠어요?”

       “저녁 말입니까?”

         

       백우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는 말을 듣고서야 그녀는 원래의 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속으로 자신을 책망했다.

         

       ‘어, 어쩌자고 그런 얘길…!’

         

       아직 혼인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그의 곁에 있는 여인만 셋이다.

         

       사실상 유부남이나 다름없는 셈.

         

       그런 이에게 난데없이 단둘이 저녁을 먹자고 말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손사래를 치며 변명을 입에 담는다.

         

       “그, 그러니까…, 감사의 의미로요!”

       “아, 감사의 의미.”

         

       그제야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백우진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용설란.

         

       “전 또 제게 호감이 있어서 그러신 줄 알았지 뭡니까.”

         

       그의 짓궂은 미소와 말투에 그녀의 얼굴은 다시금 굳어버렸다.

         

         

       * * *

         

         

       용설란과의 저녁 식사는 매우 호화로웠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너무 놀렸나.”

         

       가볍게 던진 농담에 그대로 얼어붙은 그녀는 식사 내내 먹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이따금 백우진이 무언가를 물을 때도 거의 짤막하게 대답할 뿐.

         

       자기가 제안해 놓고 어떻게든 이 자리를 빨리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해 보였다.

         

       그래서 백우진도 섣불리 묻거나, 말을 걸지 않고 빠르게 식사를 끝마쳤다.

         

       강하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대 붙잡고 있어 봤자 괴롭힘밖에 더 되겠나.

         

       그대로 침소로 돌아와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침상 위로 몸을 내던지는 그.

         

       풀썩!

         

       야영과는 차원이 다른 포근함이 그의 몸을 얼싸안는다.

         

       “허어…, 천국이 따로 없네.”

         

       따뜻한 방과 포근한 침상이 가져다주는 평온함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 서서히 잠이 들기 시작할 즈음.

         

       “백우진 대협.”

         

       침소 밖에서 낯선 음성이 흘러 들어왔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여인의 음성.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무엇일까.

         

       밤중에 사내의 침소에 찾아와 그토록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호기심이 동한 그가 침상 위에서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들어오시오.”

         

       드르륵

         

       이윽고 열리는 문.

         

       그 틈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는 이미 한 차례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용 궁주의 전속 시녀…?”

       “예, 궁주님의 전속 시녀로 일하고 있는 연희라고 합니다.”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는 연희.

         

       그녀의 방문은 과연 본인의 의지일까.

         

       아니면 자신이 모시는 주인의 의지일까.

         

       “궁주님께서 보내신 거요?”

         

       백우진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궁주님께선 제가 여기에 있다는 걸 모르십니다.”

         

       의외였다.

         

       십중팔구 용설란이 보내어 찾아온 줄 알았건만.

         

       그것이 아닐뿐더러 궁주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찾아오다니.

         

       그렇게까지 은밀히 찾아와 할 말이란 대체 무엇일까.

         

       “찾아온 용건을 말해보시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앞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던 그녀가 백우진의 앞에 무릎을 꿇은 것.

         

       당황한 그가 허리를 숙여 그녀를 일으키려 할 때.

         

       “제발 저희를 도와주셔요, 대협.”

         

       그녀의 한마디가 백우진의 움직임을 멈춰 서게 했다.

         

       도와달라니.

         

       “대체 무엇을 도와달라는 것이오.”

       “궁주님을…, 궁주님을 살려주세요.”

         

       그녀의 대답에 인상을 와락 구기는 백우진.

         

       들을수록 더 이해되지 않았다.

         

       갑자기 궁주를 살려달라니,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어찌 살린단 말인가.

         

       아니면 자신과 헤어진 이후, 그 짧은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용 궁주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겼소?”

       “아니요. 제가 말씀드린 궁주님은 그런 가짜가 아닙니다.”

         

       연신 터져 나오는 충격적인 이야기.

         

       “가짜라니, 용 궁주가 가짜 궁주란 말이오?”

       “예.”

         

       단호한 대답.

         

       그 뒤에 고개를 들어 올린 그녀의 눈동자에는 짙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궁주 자리를 얻기 위해 제 어미를 사지로 내몬 악녀입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방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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