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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5

       

        

        

        

        

        

        

        

        

        

       “…이렇게나 몸이 둔해질 줄이야.”

        

        

        

        온 몸이 무겁다.

        

        마치 보이지 않는 납덩어리를 몸에 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만 할까. 반응속도를 제외한 신체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모든 요소가…대략 5년 정도 정비를 받지 않은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숨이 턱 막혔다.

        

        손 위에서 단검이 회전하고 있었다. 이색적인 도색이 된 상태였다 – 과거 에이펙스 프레데터-파이널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얻은 이런저런 근접무기 세트는 여기서도 사용이 가능했고, 그 일환이었다. 본래라면 택티컬 토마호크를 사용해야 했으나 신체 스펙 너프를 당한 탓에 꽤 무거워졌다.

        

        그리하여 내게 가장 잘 맞으면서도 가장 익숙한 무기를 고른 것이었다.

        

        

        물론 하나만 들고 간다고는 하지 않았다.

        

        

        

       “결국 CQC라고 해도 리치가 길수록 편하단 말이지….”

        

        

        

        롱소드, 플레일, 폴액스, 글라디우스, 데인 액스, 삼지창, 버디슈, 플람베르크….

        

        물론 지금 열거한 것들 말고도 글로리 앤 아너에는 실로 다양한 무기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것들 중 사람의 허벅지보다 긴 무기들이 최소 ⅔ 이상이라는 사실 역시 감안해야만 할 필요성이 있었고. 다행인 것은 동체시력은 기존에 비해 딱히 약화되지 않았단 점이려나.

        

        뭐어, 아직 나만의 스타일을 정해보지도 않았으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속단하는 건 좀 이르긴 하겠지만 말이다.

        

        

        

       -[알림 : 해당 ‘스타일’은 초심자에게 권장되지 않습니다.]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란 말이지.

        

        좌우지간, 지난 번에 생성해놓은 뒤 대략 세 판 정도 플레이를 했었던 당시의 아바타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이전에 들고 있었던 택티컬-토마호크가 사라지고 길이가 40cm 가량인 단검 두 자루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단 점일까.

        

        해당 캐릭터를 선택하자마자 웅장한 BGM과 함께 두꺼운 성벽을 배경으로 한 프라이빗 에어리어가 나왔다. 눈 앞에 수많은 UI가 떠오르며 다양한 안내를 이어갔다.

        

        이전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PVE와 PVP로 나누어진 일반 게임과 랭크 게임, 커스터마이징, 개인 연습, 설정, 게임 종료.

        

        

        오랜만에 다시 들어왔으니,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조금은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듯했다.

        

        

        

       “흐음.”

        

        

        

        그리하여 가장 첫 번째로 선택한 것은 연습 경기였다.

        

        사람이 아닌 AI와의 대련. 해당 버튼을 누르자마자 신체에 착용하고 있는 이런저런 요소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창이 나타났고, 나는 거기서 몇 가지를 조금 조정했다 – 앞으로는 칼날을 붙잡아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건틀릿을 착용.

        

        꼬리는 인게임에서는 보이지 않고, 때릴 수 없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니 그닥 신경쓸 필요는 없었고, 팔과 어깨를 잇는 부분만 잘 방호하면 나머지는 뭐어…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계속해서 실전을 거치며 조정할 예정이었으니.

        

        

        좌우지간, 그건 그렇고.

        

        

        

       “이전보다도 시스템이 자세해진 것 같은데.”

        

        

        

        가령 이런저런 장구류를 추가하거나 뺄수록 스태미너 예상 소모량이 이리저리 변동하는 걸 눈으로 확인 가능했다든지.

        

        아무튼 단검을 두 자루나 들었으니 기동성이 생명이었고, 여기다가 갑옷 등등을 추가하는 건 그야말로 ‘나는 일방적으로 얻어맞겠다’를 몸으로 보여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에 이 정도만.

        

        그리하여 나만의 최강 세팅…은 아니고, 실전에서 굴려보면 어찌저찌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무언가가 최종적으로 완성이 되었다. 듣자 하니 글로리 앤 아너에서는 게임사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클래스 말고도 유저가 커스터마이징한 것도 성능이 좋으면 정식으로 추가가 된다는데….

        

        뭐어, 이게 추가될 리가 있기나 할까.

        

        설령 나와도 이걸 따라하는 사람은 없겠지.

        

        

        

       -[알림 : AI 1체 소환.]

        

       -[알림 : 난이도 – 마스터 / 무기 – 롱소드 / 타입 – 기사]

        

       -[알림 : 행운을 빕니다.]

        

        

        

       “오우.”

        

        

        

        철커덕!

        

        그리 말한 순간, 아까 말했듯 사람 몸만한 대검을 든 기사 한 명이 그 자리에서 소환되었다. 머리 위에 스태미너 게이지가 떠올랐다. 아마 저 AI 역시도 내 머리 위에 떠오른 스태미너 게이지를 확인했겠지.

        

        그리고 그게 신호탄이 되어 주변 경관이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산 속에 숨겨진 듯한…일종의 거대한 신사. 벚꽃잎이 흩날리는 경내에서 두 명의 시선이 교차했다. 그동안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여보긴 했어도 저렇게 길다란 칼을 들고 있는 사람과 백병전을 벌여본 적은 아예 없단 말이지.

        

        온 몸을 갑옷으로 뒤덮은 탓에 어디를 찔러야만 각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다행히도 투구에 눈구멍, 겨드랑이와 팔 사이에 존재하는 틈만으로도 공격이 아예 들어가지 않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제부터 시험 운용인가….”

        

        

        

        오른손에 든 단검을 빙글 돌리며 서서히 접근하는 기사를 눈에 담았다.

        

        누가 보아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검을 정면으로 겨눈 채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기사의 머리 위로 떠오른 영어 단어에 의하면 저게 옥스ochs라는 것 같다. 실로 금방이라도 이쪽을 향해 돌진할 것처럼 기세가 매섭다.

        

        일단 개별적인 행동에 따라 스태미너가 얼마씩 닳는지부터 확인을 해봐야겠다.

        

        

        그리 생각한 순간 섬뜩하게 날이 선 은빛 대검이 공기를 갈랐다.

        

        

        

       ───부우웅!

        

        

        

       “생각보다….”

        

        

        

        빠르고 틈이 없다.

        

        왼발과 오른발을 자유자재로 내밀고 빼면서도 원심력을 이용해 롱소드를 끊임없이 휘둘러댄다. 일종의 견제기라고 해야 할까, 저걸. 공격 범위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넓었기에 이리저리 스텝을 밟으면서 공격이 닿지 않는 아슬아슬한 영역에서 이리저리 적을 관측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약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보이는 겨드랑이와 팔목 틈새, 목 틈,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연약한 체인 메일로 보호받고 있는 부분은 충분히 단검으로 찌를 수 있을 듯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적은 대강 가늠이 끝났는지 견제를 끝내고는 나벤훗 – 올려베기 준비 자세 – 로 슬쩍슬쩍 거리를 좁혔고, 이내-

        

        

        

       “하앗!”

        

        

        

        부웅!

        

        무거운 칼끝이 아래에서 위를 가로지른다 싶더니, 마치 그것을 준비 자세로 삼듯 – 검의 첨단이 내 허리 언저리에 도달한 순간 그대로 상단 찌르기를 날린다. 왼손은 어느새 검신을 잡았다. 하프 소딩 – 내 동체시력은 그 순간 머리 위에 떠오른 글귀를 놓치지 않았다.

        

        물론, 롱소드의 첨단이 그리는 궤적 역시도 그러했다.

        

        칼끝이 허공을 가로질러 연약한 가죽 갑옷과 그 아래 가슴팍을 꿰뚫기도 전 나는 몸을 조금 앞으로 숙였고, 왼손의 단검을 공중으로 던진 뒤 왼손 건틀릿으로 칼날을 잡고는 그대로 앞으로 밀어붙였다. 이것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와중 내 목 부분을 검날로 얻어맞을 가능성이 사라진다.

        

        해머 그립으로 잡고 있던 오른손의 단도를 손에서 회전시켜 역수로 잡고, 그것을 갑옷 사이의 겨드랑이 틈새로 그대로 찔러넣은 뒤 비틀었다.

        

        사슬갑옷을 뚫고 검날이 파고든다.

        

        금색 핏물이 터져나오며 머리 위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졌지만, 나는 이미 망치질을 하듯 오른손으로 단검 손잡이 뒷부분을 강타한 지 오래였다.

        

        

        

       “크하악…!”

        

        

        

        마치 망치에 얻어맞은 쐐기마냥 단검이 겨드랑이 안쪽으로 깊숙하게 박혀들어갔다.

        

        이걸로 왼손은 말 그대로 봉인이었다. 물론 그걸로 끝은 아니었고, 그 상태에서 1초 가량 힘겨루기 상태가 이어졌다. 물론 그 끝은 내가 복부를 발로 걷어차는 것으로 종료되었고, 그는 오른손으로 검을 잡은 상태에서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아까 허공으로 던졌던 왼손의 단검이 이제서야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오른손으로 잡은 뒤 본격적으로 싸울 준비를 이었다.

        

        한쪽 팔이 나간 기사는 그다지 위력적이지 못했다.

        

        

        

       “급소를 찔렀을 때의 반응이 피드백이 되는 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여지껏 배운 단검술이 실로 잘 통용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기사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왼쪽 겨드랑이 언저리를 작살내놓은 내 단검을 뽑지 못했다. 당연했다. 해당 영역의 힘줄이 외상으로 인해 죄다 끊기게 되면 팔을 원활하게 움직이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괜히 급소 중 하나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되었다. 이전보다도 훨씬 편한 몸놀림으로 움직이며 파고들 수 있는 간극을 쟀다. 괜히 롱소드가 양손검이 아니라는 듯 AI는 굉장히 힘겹게 검을 휘두르며 공격을 이어갔고, 나는 몇 번의 페이크 동작으로 스태미너를 낭비시킨 후 다시 파고들었다.

        

        왼손으로 롱소드의 크로스가드 부분을 잡은 뒤, 단검을 붙잡고 있는 오른손을 들어올려 그대로 내질렀다.

        

        

        칼날의 목적지는 투구에 뚫린 눈구멍이었다.

        

        

        

       “아아악-!”

        

        

        

        푹.

        

        실로 실감나는 비명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못과 망치처럼 오른손으로 단검 뒷부분을 강타하여 머리 깊숙한 곳까지 박아넣었고, 그는 그제야 온 몸에서 힘이 풀린 채 바닥에 엎어졌다.

        

        시체는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금빛의 폴리곤이 되어 산산조각났고, 나는 그제야 두 자루의 단검을 큰 문제 없이 회수할 수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게임이었기에 내구도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전신을 꽁꽁 싸맨 친구들만 아니면 큰 문제는 없다고 해야 하나.”

        

        

        

        그마저도 1 : 1 전투가 아니라 대규모 난전이라면 근방에 떨어진 무기를 주워 쓰는 걸로 어떻게든 해결을 볼 수 있겠지.

        

        아무래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게임에 돌입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오늘도 지난 번처럼 맛보기로 몇 판 정도 돌린 뒤, 어느 정도 실력을 쌓고는 방송 일정을 한 번 잡아봐야겠다.

        

        그리하여 메시지 창을 켠 뒤 편집자들에게 신속하게 전송.

        

        

        

       -[앞으로 길면 3일 정도 있다가 글로리 앤 아너 숙제 방송을 한 번 해보려고 하니까 다들 열심히 공부해보시길 당부드립니다]

        

        

        

        물론 그 이후 엔그램 단체 채팅방에 갈고리가 가득히 걸렸지만, 뭐어. 그게 편집자의 본분이 아닌가. 정 어려우면 외부에서 이 게임을 잘 아는 편집자를 임시로 대동해올 생각도 있었다.

        

        그럼, 필요한 내용도 전송했으니-

        

        

        

       -[알림 : 도미네이션 모드 – 6 : 6 / 매칭 완료]

        

       -[알림 : 현 시간부로 전장에 돌입합니다.]

        

        

        

        한 번 가보자.

        

        

        

        

        

        

        

        

        

        

        

        

        

        

        

        

        

        

       

        

       “…이번 판에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네.”

        

       “왜? 저 사람 때문에?”

        

       “그렇지. 요즘 하는 사람 많아져서 좋긴 한데, 옆집 판타지겜 하다가 온 사람들은 그래도 멀쩡한 무기 쓰더니 왜 다른 곳에서 넘어온 애들은 단검에 이렇게 집착하는지 원.”

        

       “아, 뭔지 알겠다.”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가 울려퍼진다.

        

        듣기만 하더라도 전의를 북돋는 묵직한 드럼 소리가 주를 이루는 BGM과 함께 수십의 미니언이 먼저 앞서나가고, 이어 그 뒤를 여섯 명의 유저들이 따랐다. 제법 복잡한 구조로 이뤄진 일본식 성이 이들을 반겼다.

        

        도미네이션 모드, 다르게 말하면 점령전. A와 B, C로 나누어진 세 개의 지역의 과반수를 점령하면 포인트가 오르고, 그 포인트가 특정 숫자에 도달하게 되면 이기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인기 많은 모드였다. 

        

        그리하여 유진이 소속된 팀은 사전에 논의한 대로 각자 거점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가장 가까운 곳은 C였고, 앞으로 피로 피를 씻는 전투가 벌어질 곳은 당연하게도 B였다.

        

        

        

       “그래도 다들 세팅 제대로 되있어서 힘싸움은 안 밀리겠네.”

        

       “근데 상대가 C로 날빌 박으면 어쩌나. 느낌상 분명히 밀릴 것 같은데….”

        

       “뭐, 그럼 별 수 있나. 이 판 지는 거지. 랭겜도 아니고 일겜이잖아.”

        

        

        

        B로 가는 길은 그다지 멀지 않았고, 해당 지역에서는 이미 난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방패와 방패, 방패와 칼, 칼과 칼이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미니언들이 내지르는 비명이 섞였다. 아군 미니언의 색은 주황이었고 적 미니언은 파란 색이었다. 마치 지도 위로 주황과 파랑이 점점이 흩뿌려진 것만 같은 비주얼이었다.

        

        그러나 당연하겠지만, 미니언은 결국 미니언일 뿐이었다. 유저들이 내지르는 한 합에 HP가 뭉텅이로 까이며 금방 바닥에 나자빠지기 일쑤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미니언끼리의 전투가 소강 상태에 이르렀을 때, 이들은 상대의 조합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와, 대방패에 마노플? 미친 것인가?”

        

       “하이고, 그 뒤에 창든 바이킹도 있네. 방어 단단하게 굳히면 큰일나겠는데. B에 3명밖에 안 온 이유가 있네.”

        

       “아니…왜 랭크 게임에서나 볼 법한 조합을 일반 게임에 들고 오는 거야, 제발…즐겜 좀 하자….”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은 없었다.

        

        당연했다. 게임은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었고, 즐기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짓밟고 올라가야만 했으니. 명예와 영광이라는 단어로 포장했지만 결국 이 게임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본능을 원초적인 형태로 구현해놓은 게임이기도 했으니.

        

        전투가 시작되었다.

        

        

        

       “대방패 부숴, 대방패! 인원 교대하는 거 막고!”

        

       “어림도 없으십니다, 선생님들.”

        

        

        

        검, 도끼, 창, 해머.

        

        가장 직선적인 형태로 구현된 폭력의 덩어리가 서로를 거세게 후려쳤다.

        

        고룡의 그림이 그려진 대형 방패 위로 데인 액스가 날아들었고,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낸 순간 묵직한 굉음과 함께 방패가 패였다. 그런 광경이 여러 번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방패를 든 상대 유저는 계속해서 견뎌낸다.

        

        부서질지언정 쓰러지지 않는다.

        

        전면에는 방패병이, 그 뒤에는 단창과 소형 방패를 든 바이킹 유저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그 옆에서는 아밍 소드와 카이트 실드를 든 또 다른 적 유저가 서서히 옆구리를 조이는 중이었고 – 그러나 압박은 있을지언정 밀리지는 않는다.

        

        아군은 4, 적은 3. 숫자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체하면 힘들 거 같은데, 옆에 카이트 실드 든 놈 무시하고 대방패병부터 먼저 잡자.”

        

       “한꺼번에 돌격?”

        

       “그거 외엔 답이 없지.”

        

        

        

        요컨대 이게 무슨 소리냐 하니, 상당히 간단한 이야기였다.

        

        방패병 둘과 견제 인원 한 명, 총 3명으로 이뤄진 인원이 B에서 방어를 단단하게 굳히며 시간을 끄는 동안, 나머지 셋은 A를 점령하고는 C로 밀어닥칠 셈이었다.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는 초반 빌드기도 했고.

        

        성공한다면 초반부터 거점 세 개를 전부 먹을 수 있으나, 실패한다면 적 리스폰 구역과 가장 가까운 지역부터 싸그리 먹혀버릴 수도 있는 일장일단의 방법론.

        

        일종의 가위바위보와도 비슷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유진이 소속된 팀은 보자기를 냈지만 저쪽은 가위를 냈단 점일까.

        

        

        

       ───카아앙!

        

        

        

        끔찍한 소리와 함께 난투가 시작되었다.

        

        최대한 상황을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네 명의 인원은 목숨을 도외시하고 대방패병과 그 뒤에 있는 창병 유저에게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 와중 수많은 트릭이 오갔다. 대방패병을 공격하는 척하면서 창병과 카이트 실드 유저를 견제한다든지.

        

        그렇게 30초도 지나지 않아 퍼스트 블러드가 터져나왔다. B로 향한 아군 넷 중 한 명이 먼저 지면에 몸을 뉘인 것이었다 – 그러나 머잖아 대방패병이 너덜너덜해진 실드와 함께 꺾였고, 이내 그 뒤를 따랐다.

        

        적의 창이 아군 바이킹의 복부를 관통하지만, 거대한 데일 액스가 섬찟한 소리와 함께 공기를 가르며 동귀어진을 이끌어냈다.

        

        그리하여 얼마나 지났을까, 전투가 시작된 지 3분이 지났을 즈음 B에서는 1 : 1의 대치 상황이 이루어졌다.

        

        

        

       “후우….”

        

       “흐음…!”

        

        

        

        플랑베르주를 겨눈다.

        

        그에 상대는 카이트 실드를 내밀며 전진한다.

        

        B의 소유권을 가져오기 위한 최종적인 전투가 시작되-려는 와중, 갑작스러운 통신이 아군의 귓전을 강타했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아, C에 침입한 친구들을 전부 리스폰 창으로 직배송시켰습니다. 지원이 필요한 사람 있는지.

        

        

        

        그와 동시에 플랑베르주를 든 유저가 눈동자만을 도로록 굴려 UI 한쪽을 살폈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형태의 무기가 킬 카운트를 3개나 적립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여섯 개의 영어 알파벳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단어가 있었다.

        

        

        

       “…유진?”

        

        

        

        그것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의미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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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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